Behind
기술이 아닌 사람을 담다

SK하이닉스 〈위대한 여정〉 캠페인 비하인드 스토리
B2B 기업을 대중과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1위로 도약한 SK하이닉스의 이번 캠페인은 첨단 기술력을 넘어 인간적이고 따뜻한 브랜드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장대한 기업 서사와 미래 비전을 담은 헤리티지 필름 〈위대한 여정〉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설득력 있게 대중에 다가선다. 이번 캠페인이 앞으로의 기업 여정에서 어떤 역할로 자리 잡을지, 그 전략적 고민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기획팀, 제작팀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40여년의 기업 서사 담은 ‘위대한 여정’ 캠페인
SK하이닉스가 이노션과 함께 5년 만에 선보인 캠페인 ‘위대한 여정’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낸 40여년의 기업 서사와 미래 비전을 영화처럼 담았다. 6분 30초의 장편 헤리티지 필름이라는 형태를 선택한 것은 전략적 결단이었다. 이노션은 단순한 기업 홍보를 넘어 SK하이닉스가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글로벌 1위에 이른 과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엮어냈다. 이번 캠페인 영상은 세계적 입지를 구축한 지금, 기업에 필요한 역사적 사료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으로 기능한다.
따뜻한 휴머니티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B2B 기업으로서 반도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직장인 개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토리라인을 구성해 대중적 공감대를 끌어냈다. 내부 구성원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개인이 성장해 나가는 삶의 과정을 한국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함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연출했다. 포장마차에서 기술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제품에 자식처럼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법한 현실적인 순간들이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따뜻하고 감성적인 접근은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위대한 여정’


영화 같은 서사, 극적인 연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깊은 서사와 드라마틱한 장면들은 어떻게 완성되었을까? ‘위대한 여정’은 SK하이닉스의 사사(社史)와 과거 신문 자료를 꼼꼼히 조사하는 과정을 거쳐 현실감 있는 서사로 완성되었다. 이노션은 기업의 중요한 역사적 모멘텀을 선정하면서도, 단순히 업적을 나열하기보다 극적인 구성을 연출하는 데 집중했다. 반도체 기술을 소재로 다루는데도 어렵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실감 나는 대사와 에피소드의 구체적인 상황 설정 덕분이다.
생생하게 되살아난 시대의 풍경
1983년 설립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풍경이 디테일하게 구현되었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로 이어지는 대규모 세트장을 조성하고 치밀한 고증을 거쳐 당시 분위기를 절묘하게 담아낸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필름은 인간적인 온기를 더하는 한편, 최첨단 기술력과 매력적인 대비감을 만든다. 미래에 조성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현한 CG는 현실감 있는 미래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장편으로 담아낸 SK하이닉스의 ‘위대한 여정'
Q. SK하이닉스는 ‘이천 특산품’ ‘반도체 의인화’ 등 특색 있는 광고로 화제를 모아왔어요. 5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이번 광고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정훈기존 캠페인에서는 대중이 반도체를 좀 더 친근하게 느낄 방법을 고민했어요. 반도체 산업의 매력과 존재감을 알리는 데 집중했고요. 반면 이번 ‘위대한 여정’은 SK하이닉스라는 기업의 이야기에 처음으로 주목한 캠페인이에요. 기업 PR에서 더 나아가 브랜드로서 SK하이닉스를 각인시키는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한민국의 성장과 굴곡을 함께해온 기업의 생동감 넘치는 서사가 대중에게 분명하게 기억되길 바랐습니다. 현재 위상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비전을 선언하고 기대감을 만들어주는 작업이기도 했어요.
Q. ‘위대한 여정’ 캠페인은 기업의 역사와 비전을 담아내는 헤리티지 필름으로 제작되었는데요. 헤리티지 필름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원세희대중은 SK하이닉스라는 기업이 갖는 현재 위상을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 모를 수 있잖아요. 기업의 헤리티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깊이를 담은 시네마틱 감성의 필름을 시도하게 되었어요. 부여받은 과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넥스트 챕터를 담아내는 것이었는데요. 미래 비전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사 속에서 어떤 위기와 역경을 극복해 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미래를 향한 실체 없는 약속이 아니라 헤리티지를 통해 전략적으로 비전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자 했죠.
안정훈사실 글로벌 1위라는 위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러한 성과를 이룩해냈는지 주목해서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에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헤리티지 필름을 제안했고요.
Q. 숏폼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에 6분 30초에 달하는 장편 광고를 만드는 일은 큰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장편 광고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준비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홍성혁이번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숏폼 형식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었어요. SK하이닉스의 우여곡절 많은 역사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했죠. 만약 여러 편으로 쪼개어 광고를 만들거나, 분량에 맞춰 사건을 덜어낸다면 기업이 이뤄낸 서사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수 없었을 거예요. 광고를 넘어 10년, 20년이 지나도 유의미한 사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필름이에요. 제작자로서도 이렇게 긴 필름을 만드는 일이 소중한 기회였어요.
Q. SK하이닉스가 거쳐 온 40여 년의 여정 중 어떤 순간을 담을지 선택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주요한 역사적 전환점을 선정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이현주지금은 승승장구하는 1등 기업이지만 과거에는 위기와 부침이 많았거든요. 어려움이 오히려 구성원들을 똘똘 뭉치게 했던 사건들을 선정하고, 보편적인 시대상과 엮어서 스토리라인을 구성했어요. 내부 구성원들이 모두 큰 사건으로 기억하는 순간들이 있는데요. 사사(社史)를 여러 번 정독하면서 중요한 모멘텀을 파악하고 선정해 나갔어요. 전신인 현대전자 때부터 일해온 구성원들의 에피소드를 듣기도 하고, 옛날 신문 자료에서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했죠.

안정훈 팀장, 최고나 캠페인플래너, 김태형 캠페인플래너, 서현석 캠페인플래너, 이현주 캠페인플래너, 홍성혁 GCD, 정다혜 아트디렉터, 원세희 카피라이터, 윤영호 아트디렉터, 강정곤 아트디렉터
따뜻한 스토리로 만드는 대중과의 접점
Q. B2B 기업의 헤리티지를 다루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만드는 일은 하나의 도전 과제였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과 선택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안정훈SK하이닉스의 내부 구성원들을 특색 있게 묘사하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에 집중했어요. 특히 기술에 대한 애착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반도체를 자식처럼 대하고, 회의실이나 포장마차에서도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기술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혁신을 통해 위기를 이겨낸다’는 의식이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는지 스토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런 사람들이라면 앞으로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다시 헤쳐 나갈 거라는 믿음을 주기도 하고요.
Q. 반도체 기술이나 산업 용어를 어느 수준까지 다룰지도 주요한 고민 중 하나였을 텐데요. 기업의 핵심 기술과 혁신을 전달하면서도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떻게 균형점을 찾으셨나요?
홍성혁기술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에피소드로 보여주었어요. ‘이렇게 이슈가 되는 기술이구나.’, ‘뉴스에 날 만한 기술이구나.’, ‘그 기술 때문에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는구나.’ 느낄 수 있도록 기술 용어를 하나하나 스토리와 연결했죠. 단순히 트로피처럼 업적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묘사하는 드라마적인 구성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Q.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따스한 시선과 극적인 연출이 인상적이에요. 영화처럼 깊은 서사와 드라마틱한 장면은 어떤 과정에서 탄생했나요?
원세희경쟁사와는 차별화된 톤앤무드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다른 반도체 회사들은 스마트하고 과학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수치로 증명되는 위상을 광고로 다시 보여주기보다는 사람들 곁에 다가가는 따뜻한 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치 우리 가족이 다니는 회사 같은 친근함과 손때 묻은 듯한 톤을 연출했죠.
홍성혁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들과 미래적인 기술 사이의 대비감이 오히려 자부심을 높여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지만 만들어내는 것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이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상황이지만 고차원적인 기술 용어를 이야기하고요. 그런 연출에 업계 선두에 있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화법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Q. 개인과 기업의 성장이 얽힌 드라마라는 점에서 스토리라인을 구성하는 일이 까다로웠을 것 같아요. 기업의 장대한 서사 속에 직장인 개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정다혜 사실 SK하이닉스의 40여 년과 우리 모두가 한국 사회에서 지내온 40여 년이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아요. IMF나 월드컵처럼 함께 겪은 큰 사건들도 있지만, 취업하고 승진하고 결혼하고 아기도 낳는 사사로운 우리의 일상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걸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이야기로 녹여내기로 했죠. 영상을 보면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성장하고, 결혼하고, 할아버지가 되는 과정까지 담겨 있어요.
이현주사사에서 본 사건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구성했지만, 그 시대를 함께하지 않았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에피소드를 활용했어요. ‘나도 저런 비슷한 일이 있었지.’ 할 수 있도록요. 그래서 실제 기록된 사건들을 드라마 같은 대화와 상황으로 만들어냈어요. 5년 만에 흑자를 만들어냈다는 기록도 서로 ‘5년 만에 흑자잖아요.’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풀어냈고요.
생생하게 전달되는 40여 년의 시대상
Q. 광고 배경은 SK하이닉스가 설립된 1983년부터 시작해 미래까지 이어지는데요. 각 시대상을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제작 면에서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홍성혁시대를 디테일하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폐공장을 빌려서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세트를 각각 만들고 촬영을 진행했죠. 오래된 회사 소품도 가져오고, 더 이상 회사에 남아 있지 않은 80년대 반도체 개발 자료를 프린트해서 배치하기도 했어요. 그 시절 사람들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신경도 쓰고요. 이현주 캠페인플래너도 중간에 출연했어요. 레트로 느낌의 헤어스타일을 했길래 바로 투입했는데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어요(웃음).
안정훈어려웠던 시기를 이겨내고 눈부시게 성장하는 모습이 시각적인 장치로 표현된다는 점이 중요했어요. 스토리뿐만 아니라 아트의 디테일이 사람들로 하여금 SK하이닉스에 애정을 갖게 하는 힘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다른 반도체 기업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요.
원세희저는 과거보다 미래를 표현하는 일이 더 어려웠어요. 미래 장면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 촬영하고 상상을 통해 합성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었거든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비전이 드러나야 했는데, 그게 어떻게 생겼을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과거 고증은 어떻게든 할 수 있지만, 미래는 서로 상상하는 모습이 다르다 보니 의견 조율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죠. 미래에 할아버지가 된 직원의 의상이 지금과 비슷해야 할지, 아니면 미래적인 디자인이어야 할지까지, 다양한 고민이 있었어요.
Q. 시대 전환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일도 중요했을텐데요. 서로 다른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들을 가장 신경 쓰며 작업하셨나요?
이현주시기가 거의 5년 단위로 바뀌었는데, 5년 단위의 시대상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일이 어려웠어요. 변화가 크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연도를 숫자로 표기하거나, 누구나 기억하는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을 인서트로 활용해 ‘그땐 그랬지’ 생각하도록 했어요. IMF나 월드컵처럼요.
안정훈인트로와 아웃트로에서 반도체에 대한 인식 변화를 대사로 드러낸 것도 시대 전환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였어요. 아들이 반도체 회사에 입사했는데도 쌀이 최고라던 시기를 지나서, 이제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고 부러워하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시대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구조였어요.
Q.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가 SK하이닉스의 장기적인 브랜드 내러티브에서 어떤 의미를 갖길 바라시나요?
최고나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확고한 1위 기업이지만, B2B 산업이라는 특성상 여전히 대중과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어요. 다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많은 공감과 의미 있는 성과를 경험했고, 그 흐름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이번 캠페인은 대중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강화하며, SK하이닉스가 기술 기업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안정훈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목적과 톤앤매너로 접근해야 할지 가늠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단순히 숫자로 기억되는 위상을 넘어서 브랜드의 컬러를 정립하고 대중을 향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반도체는 앞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작아지고, 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겠지만,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존재감 있는 브랜드로 각인되도록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