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In The Space
공간 마케팅 : 세상의 중심에서 경험을 외치다
안희경
한양대학교에서 마케팅 관리, 전략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소비자 행동 등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생활화학마케팅팀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다. 한국광고학회 부회장, 한국소비자학회 및 한국마케팅학회의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소비자학연구》 공동 편집위원장 및 《마케팅연구》의 부편집위원장 소비자행동 분야를 맡고 있다.
팝업 스토어가 그야말로 열풍이다. 바야흐로 브랜드가 핫해지려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이슈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2023년을 살고 있는 소비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MZ세대를 포함한 *젊은 소비자들에게 팝업 스토어는 구매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구매 전 탐색을 하거나 브랜드의 역사나 의미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그 의미가 크다. 소비자들의 소비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사전 시용(Pre-purchase trial)이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아울러 브랜드와 관련된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팝업 스토어나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공간 마케팅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소비자의 심리적 요인과 기업의 마케팅 전략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 젊다는 것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마음이 젊은, 호기심 많은,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동하는 모든 소비자를 젊은 소비자로 분류한다.
목표에 대한 성취감
팝업 스토어는 소비자들에게 공간을 정복했다는 성취감을 제공한다. 소비자의 구매 여정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은 제품 구매가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그러나 공간을 방문해서 나의 발자취를 남겼다는 정복감은 팝업 스토어에서 꼭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공간을 방문하는 자체에서 오는 일종의 성취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온라인 스토어는 줄 수 없는 제품 소비와 관련된 감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소비자가 최종 구매보다는 브랜드와 관련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구매에 앞서 해당 브랜드의 공간을 방문해서 직접 경험하고, 이후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이 결국 소비자들의 최종 제품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마치 그 옛날 카이사르가 전쟁에서 승리 후 남긴 말이라고 전해지는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가 연상되는 순간이다. 제품을 선택하거나 소비하는 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목표 진행(Goal progress)과 목표 달성(Goal achievement)은 소비자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팝업 스토어 방문이 일종의 ‘도장깨기’식의 성취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아울러 SNS를 통해 본인의 성취감을 가시적으로 표출하기 용이한 환경은 팝업 스토어와 공간이 마케팅적으로 중요해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 팝업 스토어 등의 공간을 방문하고 SNS에 사진을 포스팅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의미 있는 브랜드 경험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이 경험에서 끝나지 않고 기업의 매출 증대로 연결된다.
경험의 가치와 자기표현 욕구
물질재는 “당신이 소유한 것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한다(You are what you possess).”라면, 경험재는 “당신이 경험한 것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표현한다(You are what you experience).”로 대변된다. 소비자 행동이나 의사 결정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다수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물질재를 연구 대상으로 다루어 왔으나, 최근에는 물질재와는 다른 경험재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물질재와 경험재를 비교하면서 경험재가 갖는 특징적인 면이 무엇인지를 비교해 보는 연구들이 있는데,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물질재보다는 경험재를 구매하려고 한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또한 물질재와 경험재가 주는 행복의 정도가 다르다는 연구에서는 경험재를 통해 얻는 경험이 물질을 소유하는 것보다 개인의 아이덴티티나 사회적 행동 및 연결과 관련이 깊고, 그 결과 개인이 느끼는 장기적인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험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 경험 듣는 걸 즐기는 경우가 소유물에 대해 토론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는 SNS나 인터넷상에서 자유롭고 쉽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게 된 환경도 한몫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여러 수단과 기술의 발전 때문에 점점 더 자신이 하는 경험이 얼마나 자아를 잘 대변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늘려가고 있다. 본인의 경험을 소재로 삼아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으로 팝업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공간의 정복은 아주 좋은 자기표현의 소재가 되고 있다.
“팝업 스토어,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공간의 정복은 아주 좋은 자기표현의 소재가 되고 있다.”
공간이 매개하는 전략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이 전통적인 매체를 통한 광고와 함께, 굳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팝업 스토어에 다녀가는 방문자 수가 아무리 많아도 TVC 등 미디어 노출 시 전국적인 수준의 브랜드 도달률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고, 따라서 팝업 스토어는 마케팅 효과가 미비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팝업 스토어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일 수도 있다. 공간은 브랜드를 알리는 일종의 매체로, 브랜드와 관련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팝업 스토어는 그 자체로 이슈를 만든다. 팝업 스토어 운영에 대한 퍼블리시티가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소비자들 사이에 팝업 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하나의 이슈로 자리 잡는데, 이는 그것 자체로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가져온다. 소비자 경험의 질에서도 차이가 있다. 브랜드 경험을 위해 능동적으로 공간을 찾아나서는 소비자의 관여도는 매우 높다. 소비자의 적극성을 기반으로 더욱 밀도 높은 고객 경험을 설계하면 소비자의 브랜드 만족도는 더욱 커진다. 또한 앞서 언급한 경험재의 특성상 팝업 스토어에서의 경험은 인플루언서 및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전을 통해 이슈라이징 효과를 증폭시킨다. 팝업 스토어를 활용하여 브랜드 공간을 마케팅하는 것은 오히려 예산 대비 더 큰 홍보 및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PR 전략인 것이다.
“팝업 스토어는 그 자체로 이슈를 만든다.
팝업 스토어 운영에 대한 퍼블리시티가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팝업 스토어의 열풍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기원전 카이사르가 했던 말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 소비자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표현으로도 손색 없어 보인다. 마음이 젊고 호기심이 많은 모든 행동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이번 주말에 새로운 공간에 찾아가기를 추천한다. 반드시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방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쌓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