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Essay

광고회사 그리고 미디어커머스

Evolution of Commerce

A World Anyone
Can Be A Seller

광고회사 그리고 미디어커머스

 

Writer. 남충식 팀장 X팀|INNOCEAN

X팀 팀장. 좋은 기획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기획주의자. 창의기획 개론서 《기획은 2형식이다》 저자. 인디 밴드 ‘썸네일 프로젝트’리더.


 

누구나 

디지털

‘혁명’은 함부로 붙이기 어려운 단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디지털 혁명’만큼 식상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표현도 없다. 디지털에는 혁명이라는 말이 찰떡이다. 그만큼 디지털은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디지털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누구나’라고 정의하고 싶다. 디지털은 본질적으로 ‘누구나 OO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누구나 공부하는 세상, 누구나 요리하는 세상, 누구나 방송하는 세상, 누구나 음악 하는 세상. 예전에는 특정 부류의 전유물이었던 활동이 모두 가능해졌다. 그러니 디지털은 곧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의 민주화와 대중화의 혁명 기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자체로 가치를 머금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나 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혁명 중에서도 최극단에 나타나는 가치 현상이다. 디지털 세상의 가능성의 끝에는 커머스가 존재한다.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다’와 ‘누구나 팔 수 있다’는 비슷한 듯하지만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판매는 ‘할 수 있어서 해보는’ 개인적 가치와 의지의 영역을 넘어선다. 외부적인 부가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혁명은 어떤 이들에게 사업적 행위가 가능하게 하고, 상거래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미디어커머스는

변종이다

전자상거래라고 불리는 이커머스는 PC가 대중화된 90년대 중반부터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수 년의 진화를 거쳐 오늘 우리의 주제인 미디어커머스라는 변종에 이르렀다. 변종이라고 표현한 것은 미디어커머스는 이커머스의 한 형태지만 전통적인 이커머스와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종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커머스를 단순히 SNS에 동영상 광고를 올려서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좀 억울하다. 보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시프트의 코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커머스가 업계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관심을 받고 사업적 행위로서 의미를 얻게 된 배경은 ‘모바일’이라는 환경 덕분이다. 사실 쿠팡, 지마켓, 옥션, 티몬 등 기존의 이커머스 강자들은 모바일 기반이라기보다는 PC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외형만 모바일로 진화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이커머스는 대개 판매를 위한 상점의 역할을 했다. 기존 유통 환경에서 브랜딩과 마케팅 행위는 주로 미디어에서 이뤄졌고 마케팅의 결론인 판매는 매장에서 따로 수행했다.

 

예를 들어 이노션 같은 광고회사가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고 대형 마트 등 유통사가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는 유통과 마케팅이 ‘모바일’이라는 접점에서 뒤엉킨 형태로 변모했다. 현재 통용되는 스마트폰과 모바일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동시에 상품을 사고파는 유통 공간이자 마케팅을 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디어커머스는 유통, 마케팅, 세일즈가 모바일이라는 접점에서 하나로 얽힌 변종 유통 방식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훨씬 적확하다. 미디어커머스는 콘텐츠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판매와 결제, 후기 반응 등이 한자리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독특한 원스톱 경험 플랫폼이다. 이게 패러다임 시프트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제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게 콘텐츠의 문법, 미디어를 다루는 방식, 가격 정책, 상품 구성 등 모든 마케팅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핵심은

콘텐츠 큐레이션

업계에서 회자되는 미디어커머스의 정의 중, 개인적으로 무신사 김현수 미디어부문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는 미디어커머스를 ‘콘텐츠를 통해 고객에게 큐레이션하는 유통 방식의 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이 문장에서 ‘큐레이션’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자. 기존 이커머스와 구별되는 미디어커머스의 핵심 키워드다.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많은 상품을 갖추고 가격으로 경쟁하며, 경제적 만족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시장이 매우 크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목적형 쇼핑’의 형태다.

한편 큐레이션의 영역에서 소비자들은 상품 구색과 경제적 만족감보다 정서적 가치, 감성적 만족을 추구한다. 이른바 ‘발견형 쇼핑’이다. 바로 이 부분을 공략하는 사업이 미디어커머스다. 미디어커머스 시장에서는 큐레이션을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핵심인데 바로 그 중심에 ‘콘텐츠’가 있다. 언젠가 김현수 부문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향후 미디어커머스 경쟁에서 광고회사가 의미 있는 경쟁 주체가 되리라 전망했다. 그 근거는 ‘콘텐츠력’이다. 광고회사의 퀄리티 높은 콘텐츠력이 모바일 문법에 적응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아직은 기존 미디어 문법에 익숙한 광고업계에서 모바일에 적응하는 것은 떠오르는 주요 과제다. 콘텐츠 기획의 관점을 ‘커머셜TV’ 중심에서 ‘커머스’ 중심으로 속히 전환해야 한다.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미디어란 인간 감각기관의 확장이다.”라고 말했다. 모바일은 몸에 닿는 미디어다. 늘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모바일에서는 TV의 재핑Zapping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즉각적이고 가차 없는 반응이 가능하다. 모바일 유저는 찰나의 ‘손가락 튕기기’로 콘텐츠의 운명을 판결해 버린다. 그래서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는 짧은 순간에 ‘재미’, ‘발견’, ‘도움’ 세 가지 중 하나를 강력한 스토리텔링 요소로 풀어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모바일 소비자들은 상품 역시 콘텐츠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상품이 하나의 콘텐츠화 될 때 비로소 미디어커머스에서 소비할 만한 가치가 생긴다. 이렇게 가치를 기반으로 큐레이션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미디어커머스는 유의미한 하나의 미디어이자 브랜드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 결국 미디어커머스는 콘텐츠, 상품, 매장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브랜딩 사업인 것이다.


 

핵광고회사가 왜

미디어커머스를?

최근 광고회사들이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관심을 두고 도전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결국 콘텐츠다. 콘텐츠 기획력을 기반으로 커머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광고회사의 커머스 사업이 기존 이커머스 공룡들과 상품 구색, 가격 경쟁력, 물류 인프라 등의 자원 전략 싸움을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물론 기본 경쟁력은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콘텐츠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광고회사가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도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대행업이 본업인 광고회사도 우리만의 브랜드, 우리만의 제품, 우리만의 유통, 우리만의 플랫폼을 가질 수 있다는 욕망의 실현이다. 그것은 단순히 광고주가 될 수 있다는 대행업의 감정적 갈증이라기보다는 자체 플랫폼에서 생성된 독자적인 데이터를 가질 수 있다는 이성적인 욕구다. 이 시대의 디지털은 곧 데이터고, 데이터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광고주는 그들의 자사 데이터1st Party Data를 외부에 오픈하는 데 인색하고, 광고회사는 자사 데이터를 소유할 기회가 사실상 없다. 미디어커머스는 광고회사도 1차 데이터를 재배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농장이다.

 

디지털은 누구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혁명의 기반이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나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유통의 발로인 미디어커머스도 그렇다(실제로 현재까지 미디어커머스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광고회사는 없다). 광고회사들은 아직 ‘아무나’에 머무르고 있다. 이 새로운 시장에서 광고회사에는 메리트도 가산점도 없다. 그러니 갈 길이 멀다. 중요한 건 멀지만 우리가 가는 길과 본질이 다른 길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디어커머스 종국의 본질이 콘텐츠와 브랜딩 그리고, 데이터라면 그래도 광고회사가 용감하게 뚜벅뚜벅 걸어볼 만한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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