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나만의 검색어 1위
일상의 기록을 넘어, 나의 관심사를 선명히 드러내는 창이 있다면 바로 검색 로그다. 수많은 검색어 중에서도 특히 자주 찾거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었던 키워드는 어떤 이야기들을 품고 있을까? 이노시안의 2024년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주목했던 키워드와 그 이유를 되짚어본다. 검색어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이노시안의 일 년, 지금 그 여정을 따라가 보자.
앰프 프로파일링 기술
전승윤 워크스마트지원팀
올 한 해 가장 관심 깊게 살펴본 테크놀로지는 소리를 프로 파일링하는 기술이었다. 취미로 전자 악기를 연주하면서 이 매니악한 음악 장르에도 AI를 비롯한 프로파일링 기술이 주는 장점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에는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연주 소리를 카피하고 싶어서 동일한 장비를 구입하고 심지어 사용된 악기용 케이블(전선)들과 잭과 전류가 만나는 접합부의 납땜도 해당 음악의 발매 연도에 나온 납을 구해서 교체하기까지 했었다. 웃긴 얘기지만 아티스트와 동일한 소리의 질감은 얻지 못하였고 심미적인 만족만 남았던 것 같다. 연주하는 사람이 중요한 건데, 연주법과 세세한 뉘앙스를 카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연주된 소리 자체를 AI가 프로파일링(캡처)해서 소스를 제공한다. 내가 연주하기만 하면 아티스트의 연주 질감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심지어 연주 끝에 손을 악기에서 떼는 순간의 잡음까지 아티스트의 버릇에서 나오는 질감과 똑같이 표현된다. 심미적인 가치는 더 이상 얻을 수 없게 되었지만 본질적으로 소리 자체는 완벽한 프로파일링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 연주자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나의 기타와 앰프를 나이 들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AI가 프로파일링하고, 다른 가수의 음악을 부를 수 있게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되었고 누구나 이용하고 감상할 수 있다.
프로파일링 기술을 관심 깊게 봤던 또 한 가지 이유는 업무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여서다.
음악은 보이진 않으나 정확한 피치와 파동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대로 캡처할 수 있지만 디자인과 이미지는 조금 다르다. 여러 AI를 통해서 원하는 디자인을 학습시키고 이미지를 새롭게 구성해 봤지만 AI가 가진 특유의 질감과 뉘앙스를 떨쳐 버리기엔 한계가 존재했다. 대화와 첨부된 이미지를 통해 학습시키고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프로파일링을 통해 이미지를 흡수한 AI와 대화하면서 다양한 디자인 옵션을 만들어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상상을 하나 해보자면 음악을 들려주고 여기서 얻은 영감을 갖고 AI와 대화하며 이 음악에서 얻은 묵직한 질감에 대해 소통하고, 그것을 이미지화하고 내러티브를 새롭게 구성해 가며 이미지를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악기 연주자가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이펙터를 연결해서 창의적인 소리를 만들듯 다양한 글과 소리와 음악을 하나의 이미지로 끌어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프로파일링 AI를 이용하고 시도해보고 싶다.
주메추
송지은 카피라이터
매주 금요일 저녁, 냉장고 문을 열며 고민한다.
“이번 주말엔 뭘 만들어 먹지?”
‘주말 메뉴 추천’, 줄여서 ‘주메추’. 흔히 말하는 ‘저메추(저녁 메뉴 추천)’의 주말 버전이다. 내 검색어의 대부분은 주말을 책임질 다양한 요리 키워드로 가득하다. 바쁜 평일 동안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걸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주말이면 냉장고 속 재료와 제철 식재료를 몽땅 꺼내 근사한 한 끼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근사한’이라는 단어에 대단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레몬즙 대신 고급스러운 화이트 발사믹을,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사용하는, 말 그대로 나만을 위해 만들어낸 특별한 한 끼를 의미한다. 요리를 하기 위해 보통 세 단계를 거친다.
① 적당한 식재료를 준비한다.
② 재료에 맞는 메뉴를 몇 가지 떠올려본다.
③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 본다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시간 안에 적당한 레시피를 찾을 수 있기 때 문이다. 몇 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수없이 스크롤을 내려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짧게는 한 장, 길게는 1분짜리 영상으로 원하는 레시피를 얻을 수 있으니, 나한테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다.
올해 나의 주메추 키워드를 점령한 것은 단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였다. 히든 천재와 최현석 셰프의 ‘알리오 올리오’, 간귀의 ‘마파두부’, 철가방 요리사의 ‘동파육’, 억수르 기사식당의 ‘랍스터 마라 크림 짬뽕’, 이븐하게 익은 ‘스테이크’까지. 매회 등장하는 요리 중 ‘저건 만들어 먹어볼 수 있겠는데?’ 싶은 음식들을 찾아 검색하고 직접 요리해 보았다.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쉽고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레시피 콘텐츠가 넘쳐났다. 덕분에 내가 상상하던 맛에 가까운, 혹은 원하는 맛을 구현한 레시피를 찾아내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물론 유명 셰프들의 요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리는 결국 자기만족 아니겠는가. 마늘을 한가득 넣은 알리오 올리오와 안성재 셰프의 기준이 아닌 내 입맛에 맞춰 이븐하게 구워낸 스테이크는 나의 주말을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레시피를 찾고 따라 만들지만, 결국 모든 요리는 내 입맛에 맞춘다. 내가 맛있는 게 나한테 최고의 레시피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가장 자주 음식 메뉴를 검색하는 곳은 배달 앱일 것이다. 알아서 메뉴를 추천해 주고,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오늘의 한 끼를 해결해 주니 그 간편함은 비할 데가 없다.
하지만 이번 주말만큼은 배달 앱 대신 인스타그램을 열어보고, 도전해 보고 싶은 레시피를 검색해 직접 요리해 보길 추천한다.
검색 is life
박슬기 캠페인플래너
하루라도 검색을 안 하는 날이 있을까? 업무 때문에, 내일 있을 약속 때문에, 갑자기 칼칼해진 목 상태가 어떤 병의 시작일까 봐. 가지각색의 이유로 네이버에, 유튜브에, 인스타 그램에 하루에도 몇 번씩 무언가를 검색해 본다. 많고 많은 검색어 중에서도 일 년간 가장 많이 검색해 본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날씨
나는 매일 하루에 두 번 날씨를 검색한다. 자기 전 내일 뭐 입을지 고민하면서 한 번, 아침에 그거 말고 다른 거 입을까 고민하며 두 번. 어젯밤 날씨와 오늘 아침 날씨는 똑같지만, 매번 똑같이 검색한다. 검색도 정직하게 한다. 네이버에 ‘날씨’라고 친다. 아래에 자동 검색어가 생기지만 꿋꿋이 ‘날씨’라고 두 글자를 전부 친다. 딱히 이유는 없다. 오늘도 아침에 날씨를 검색했다. 아주 맑고 꽤 춥다. 올 한 해는 유독 날씨가 오락가락 정신이 없었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다들 몸조심하시길!
#야구
야구를 좋아한다. 일이 없으면 144경기를 최대한 다 챙겨보려고 한다. 시즌이 시작되면 야구 관련 검색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를 보려고 유튜브에 ‘TVING SPORTS’를 검색하고, 경기를 보다가 상대 팀 선수가 너무 잘하면 ‘KBO STAT’이나 네이버에 선수 이름을 검색해 보기도 한다. 우리 팀 선수의 멋진 플레이 장면을 계속 보고 싶어서 유튜브에서 검색해 계속 돌려보기도 한다. 일할 때도 KBO 응원가를 검색해서 노동요로 듣는다. 야구가 좋다. 그래서 비시즌이 괴롭다. 얼른 25년 3월이 왔으면 좋겠다. 아마 나 같은 야구팬 이노시안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베이징
검색이 가장 활발해지는 건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때가 아닐까? 올해 리프레시 휴가로 베이징을 다녀왔다. 비행기표, 호텔, 비자, 중국 앱, 중국 앱 쓰는 법, 베이징 관광지, 베이징 맛집, 중국어 회화…. 상하이 여행 정보는 많아도 베이징 여행 정보는 별로 없어 다른 때보다 더 검색을 열심히 했다. 사전에 검색한 내용보다 여행 중에 검색한 정보가 더 유용했지만 원래 여행이 다 그런 거니까. 참고로 베이징은 정말로 좋다. 내년까지 무비자로 중국 여행이 가능하니, 중국을 가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상하이나 베이징에 가는 걸 정말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