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Now
도심 속 거대한 캔버스 : 옥외 미디어의 미래
- WRITER 이재상 | MX비즈니스팀
도시의 풍경이 미디어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난다. 한국판 타임스퀘어로 자리 잡은 ‘신세계스퀘어’는
단순히 광고를 뛰어넘어 문화, 예술, 기술이 융합된 옥외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의 세계, 신세계스퀘어
11월 1일 오후, 명동 서울중앙우체국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형 무대가 설치되었고 수많은 인파가 모여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바로 한국판 타임스퀘어 ‘*명동스퀘어’의 시작을 알리는 ‘신세계스퀘어’의 런칭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신세계스퀘어’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미디어파사드의 이름이다.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중 하나로 선정된 중구 명동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벽면형 디지털 사이니지의 법적 한계인 225제곱미터를 훨씬 뛰어넘는 1,300제곱미터에 육박하는 규모로 설치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은 기존 옥외광고 법령에서 제한하고 있는 미디어의 크기, 설치 위치, 이격거리 등 다양한 제약에서 벗어나 초대형 미디어를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명동스퀘어 :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의 브랜드명이다. 이에 따라 명동관광특구 일대에 전광판의 모양과 크기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노션 자체 운영 옥외 미디어 프라퍼티
이노션은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 본관 LED 미디어 운영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며, 종합 광고대행사로는 처음으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내 초대형 미디어 사업자가 되었다. 이는 강남역, 반포 센트럴시티, 여의도에 이어 명동 거점까지 프라퍼티 미디어를 확장하며, 광고주가 주요 마케팅 지역에 옥외 미디어를 집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확장은 종합 광고대행사의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
행정안전부는 2023년 12월 말, 옥외광고물법 및 시행령에 따라 다음 3곳을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 1번지 일대의 ‘명동관광특구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의 ‘광화문스퀘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 구역’,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1391-4번지 일대의 ‘해운대구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더 몬테 강남
신세계강남 센트럴시티
신세계스퀘어
IFC몰
K파이낸스
어서 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은 처음이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초대형 미디어는 한국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다. 과거 옥외광고 관련 법은 무분별한 광고를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 법률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며, 옥외광고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같은 해 12월 ,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일대가 대한민국 최초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때부터 "한국에서도 뉴욕 타임스퀘어나 런던 피카딜리서커스처럼 화려한 옥외광고가 설치돼 서울이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현재 6개 건물에 8개의 미디어가 운영 중이며, 대부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대형 미디어의 힘을 믿습니까
지난 9월 명동스퀘어의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중구 민관합동협의회, 유치기획단, 한국OOH 협회 등 다양한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으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다. 일주일 남짓의 출장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찬 일정을 소화하며 다양한 기관, 제작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벤치마킹할 만한 다양한 미디어 등을 견학했는데. 특히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단체인 ‘타임스퀘어얼라이언스(Times Square Alliance, TSA)’, 그리고 ‘미국옥외광고협회(Out of Home Advertising Association of America, OAAA)’와의 미팅이 기억에 남는다.
TSA는 1992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타임스퀘어 지역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며, 이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활성화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민간단체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Clean, Safe, Improve, Promote’를 운영 기본 원칙으로 삼으며 자체적으로 인력을 구성해 움직인다. 타임스퀘어 공간 내에서는 “Every Building Must Have a Screen.”이라는 기조 아래 25개 회사가 운영하는 95개의 스크린이 운영 중이다. 이들은 뉴욕시에서 징수하는 세금 중 일부를 지원받거나 스트리트 퍼니처를 활용해 직접 광고 매체 사업을 진행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다.
TSA와의 미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보행자 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었다. 공간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도로를 정비했고, 그 결과 2000년 당시 타임스퀘어 전체 면적 대비 37%에 불과하던 보행자 공간이 2009년 73%까지 확대되었다. 이렇듯 TSA는 이 지역의 상점, 호텔, 레스토랑, 극장, 미디어 회사, 부동산 개발 업체 등 다양한 350여 개의 회원사를 바탕으로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TSA 조직 내에서 아트를 담당하는 부서인 ‘Times Square Arts’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도 주목할 만하다. 그 중 하나인 ‘At the Crossroads’는 타임스퀘어 공간의 중심인 교차로에서 열리는 음악 및 댄스 이벤트로, 초대형 설치 미술 같은 조형물 전시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인 ‘Midnight Moment’는 매일 밤 11시 57분부터 자정까지 3분간 타임스퀘어 일대의 디지털 사이니지에서 월 단위로 선정된 아트 콘텐츠를 동시에 송출하는 행사로, TSA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타임스퀘어를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 잡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OAAA와의 미팅은 CEO인 안나 베이거(Anna Bager) 회장이 직접 우리를 맞이하며 미국의 옥외광고 현황 등 다양한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안나 회장은 전 세계 옥외광고의 25% 비중을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며, 그중 25%가 뉴욕, 그리고 15%가 LA 시장이라고 이야기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의 약 90%는 프로그래매틱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과 미국 내 원주민이 소유한 땅일 경우 허가와 관련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는 부분은 참 흥미로웠다. 하지만 가장 인사이트 있었던 안나 회장의 발언은 “OOH is not journalism.” OOH 미디어는 단순히 미디어일 뿐, 언론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절대로 다뤄서는 안 되는 차별, 혐오적인 표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TSA에서 얘기한 부분과도 일맥상통했다. TSA 역시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표현이라 할지라도 운영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겼다. 이러한 시스템 은 오랫동안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며 쌓은 서로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구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은 명동, 광화문, 해 운대 3개소가 선정되었다. 3개소 모두 어떤 공간으로 탈바 꿈하게 될지 기대가 크다. 각 공간이 가지고 있는 맥락이 다 르기에 저마다 적합한 콘셉트와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 다. 그리고 성공적인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의 정 착을 위해서는 지차체와 사무국의 지원 아래 미디어 운영사 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공간의 맥락과 맞닿은 오프 라인 행사와 콘텐츠가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옥외 미디어란 무엇인가?
지난 11월 29일 오후 2시, 방탄소년단(BTS) 뷔와 박효신의 디지털 싱글 ‘윈터 어헤드(with 박효신)’ 뮤직비디오가 하이브 레이블 채널과 신세계스퀘어에서 동시 공개됐다. 이는 국내외 팬들에게 입소문을 타, 팬들이 방문 인증샷을 찍는 장소로 등극하기도 했다. 11월 1일 론칭 이후부터 이곳을 방문 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그 이유는 매일 오후 5시부터 자정 사이에 상영하는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콘텐츠 영향이 크다. 이어지는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의 아나몰픽 광고 영상은 사람들을 더 오랜 시간 머물게 한다. 조선 왕실의 안위와 경회루의 화재를 막기 위해 연못에 들어가 있던 청동 용이 초대형 3D로 나타나고 이내 훼손되었던 부분이 복원 되는 첨단 기술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K-컬쳐의 새로운 명소이자, 크리스마스 명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광고 명소, 그리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 명소가 된 신세계스퀘어. 앞으로도 이곳에서 벌어질 수많은 프로젝트가 무척 기대된다. 이런 게 바로 좋은 옥외 미디어의 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