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Now
두 스타 PD를 통해 본 방송의 변화와 새로운 방향
모바일과 인터넷의 미디어 소비가 늘어나면서 TV 시청 시간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방송 환경 속에서도 CJ ENM의 성장을 이끌어낸 나영석 PD와 지상파 예능의 대표주자 김태호 PD는 제작 방식의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방송시장의 침체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방송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방송바이어 시각에서 두 PD를 살펴보고자 한다.
01
복귀한 김태호 PD의 성적표
예능의 전설 <무한도전>김태호 PD가 약 1년 반 만에 돌아왔다. 유재석과 함께 스타들의 소소한 일상을 릴레이 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주는 <놀면 뭐하니><놀면 뭐하니>와 시청자 참여가 가능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두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김태호와 유재석, 그리고 주말 프라임 시간대가 합쳐진 최고의 조합에도 불구하고 <놀면 뭐하니><놀면 뭐하니>와 <같이펀딩> <같이펀딩>시청률은 현재 3~4%의 아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라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성적표인 것은 분명하다.
예전과는 다르게 TV 외에 여러 플랫폼에서 많은 콘텐츠를 접한 대중들은 다양한 시각과 높은 눈높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스타 PD의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호응을 받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청률과 같은 단편적인 분석을 넘어, 이번 김태호 PD의 복귀 프로그램은 새로운 방식의 ‘도전’이다. TV 프로그램과 아주 밀접한 방송미디어 바이어로서, 김태호 PD의 새로운 시도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02
나영석 PD와 CJ ENM이 함께 만들어 낸 변화
김태호 PD의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현재 예능 PD의 두 축 중의 하나인 나영석 PD를 살펴보면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나영석 PD의 제작 스타일은 KBS에서 CJ ENM으로 옮긴 후 큰 차이점이 있다. <1박2일>에서 했던 제작 방식과는 다르게 tvN에서는 2주간 집중적으로 촬영을 하고, 길게 늘어뜨리는 나 PD만의 노하우를 통해서 2달 반(약 10회차)의 방송 기간을 만들어냈다. 이런 촬영 방식은 지금은 너무 익숙하지만, 나 PD의 tvN 첫 예능인 <꽃보다 할배>가 온에어 되던 2013년에는 다소 생소한 방식이었다. 지상파 예능 PD의 가장 큰 고충은 프로그램의 종방을 박수칠 때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전성기 때 인기가 있던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등을 돌려야만 떠날 수 있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tvN은 나 PD에게 과감하게 시즌제 예능을 할 수 있는 제작환경을 만들어주었고,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촬영 방식이 가능 했다. 2013년까지는 tvN도 지상파와 마찬가지로, <롤러코스터><화성인 바이러스>, 등 주 단위로 연중 지속되는 예능이 메인이었다.
CJ ENM은 <꽃보다 할배>를 성공으로 이끈 나영석 PD에게 좀 더 힘을 실어주어 금요일 저녁 시간대를 나PD 존으로 일임했다. 꽃보다 시리즈(여행), 삼시세끼 시리즈(시골일상), 윤식당 시리즈(식당과 요리)의 3개 빅아이디어를 로테이션해서 내용을 살짝 비틀고, 출연진의 새로운 조합으로 시즌제의 약점인 중간 공백 없이 금요일 밤을 연중 이어가고 있다.
나PD의 제작 노하우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짧은 촬영 기간을 긴 회차로 늘리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런 점을 커버하기 위해 자막과 스틸컷을 적절히 활용했다. 또한, 사전 미팅, 디렉터스 회차 등 방송 형식 자체를 바꿨 다. 사전 미팅의 일상적인 모습을 통한 출연자들의 케미와 관계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이해도를 높였다. 미팅을 통해 출연자의 카메라 밖 모습을 엿볼 수 있어 프로그램 내에 공감도 또한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지막 회차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디렉터스 컷인 미방분을 방송했고, 다음 시즌에 대한 힌트를 흘리거나 <강식당3>에서는 나PD 전체 프로그램 라인업까지 자신 있게 보여줘 다음 시즌과 향후 프로그램에 대한 기 대감을 높였다.
요즘 대부분의 신규 예능에서는 나영석 PD의 제작 방식을 따라 사전 미팅 장면이 꼭 들어가고, 매주 녹화가 아닌 단기간 집중 촬영을 해서 2~3개월을 끌고 가고 있다. JTBC <효리네 민박>또한 이런 제작 방식을 바탕으로 성공했고 현재 스핀오프 성격의 시즌 3인 <캠핑클럽>까지 방송되고 있다. 케이블 광고시장에서는 최근 한 달간의 시청률인 과거 데이터가 중요했다. 하지만 나PD 시즌제의 성공으로 앞으로 방송될 프로그램의 기대치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tvN은 시작도 안한 프로그램이 3억에 팔리고, 지상파 채널 대비 반 밖에 되지 않는 일평균 시청률로 비슷한 수준의 광고판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03
김태호 PD가 시도하는
지상파 방송의 새로운 방향
김태호 PD는 ‘무도 달력’, ‘무도 레슬링’, ‘무도 가요제’, ‘토토가’ 등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국민들과 진행했다. 타 프로그램에서도 이벤트성 달력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청자들은 무도 레슬링을 보기 위해서 장충체육관에 새벽부터 나와 무도 멤버들에게 감동을 받고 돌아갔다. 또한 무도 가요제에 나오는 음원들은 매번 히트를 쳤고 토토가를 통해 HOT 복귀 콘서트까지 끌어냈다. 이번 복귀작인 <같이펀딩>역시 유준상이 진행하는 태극기함 프로젝트로 사회 전반에 태극기에 대한 인식을 다시 잡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한 맥락을 이룬다.
시청률을 떠나, 김태호 PD는 방송을 넘어 사회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이번에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김태호 PD는 시즌제에 대한 개인적 고민과 대ㆍ내외적인 한계점을 반영한 듯 시선을 TV 밖으로 돌렸다. ‘무한 확장’, ‘무정형 포맷’이라는 신박한 방식의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본방송에 앞서 TV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먼저 론칭했다.
<놀면 뭐하니>는 유튜브에서 80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TV로는 불가능했던 실시간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 및 의견들을 접수하고 이를 편집해 MBC에서 방송을 했다.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TV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의 스핀오프 콘텐츠 또한 지속적으로 업로드 할 계획이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네이버 V라이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한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업로드되고 있지만, 기존 방송사들의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 활용도는 유명 일반인에 비해서도 미흡한 편이다. TV 방송분의 일부를 편집해 네이버TV, kakaoTV에 클립으로 올리는 SMR 수준 정도이다. 하지만 이번 김태호 PD가 시도했던 방식은 명절 때나 종종 볼 수 있었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 유튜브 공간에서도 충분히 테스트장으로 활용이 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뿐 아니라 드라마의 선택적 결말 제시, 퀴즈 프로그램의 정답 참여, 등장 캐릭터별 카메라 시점 전환 등 TV 방송의 유튜브 활용법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결국, 김태호 PD가 보여준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과의 동행은 디지털 매체가 더 이상 TV의 경쟁상대가 아닌 보다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04
방송 바이어의 확장된 역할과 고민
나영석 PD가 만들어낸 방송시장의 변화와 김태호 PD의 새로운 방향은 방송 바이어의 고민 범위를 넓히고 있다. tvN <윤식당><윤식당>과 배민프레시의 콜라보 상품 출시나 CJ Mall의 <쇼크라이브>, CJ오쇼핑의 <코빅마켓><코빅마켓>등의 CJ ENM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는 광고 상품 수익 확장 모델은 프로그램 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방송 바이어의 역할과 시야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바이어는 방송사의 수익 확장을 위한 다양한 툴들을 광고주에 매칭시켜보는 일련의 작업과 고민을 항상 해야하며, 이를 현실성 있게 제안하는 단계까지 업무 범위를 늘려야 한다. 경쟁 PT 때도 미디어 파트의 고정관념인 숫자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 위해 현재 방송사의 방향과 광고주 앞에 놓인 문제를 접목시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상파 또한 방송사의 사업확장을 위해 방송과 디지털 플랫폼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와 포털의 디지털 콘텐츠 채널은 TV와의 연계성이 떨어져 한계가 있다. 그리고 예전 <순풍산부인과><순풍 산부인과>나 <SBS 인기가요>같은 오래된 콘텐츠의 디지털 재유통은 많은 조회수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일시적인 유행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태호 PD의 이번 복귀 프로그램이 그 경계를 본격적으로 허물고 방송과 디지털의 동행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다른 PD들도 디지털과의 연계를 항상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제작해 나갈 것이다. 이에 지상파 3사, CJ ENM과 동시에 접점을 이루고 있는 방송바이어의 특징을 살려 CJ의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지상파에 접목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종 매체 간의 렙사 판매 불가와 지상파 방송사의 유연성 한계 등의 제약 조건 또한 같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 중의 하나이다. TV속 일반광고의 범위에만 국한하지 않고, 디지털 동영상/검색 광고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연계 캠페인 또한 고민하고 제안해야 한다.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기본이며 빠르게 변화라는 미디어 환경에 귀와 눈을 크게 열고 흐름에 편승할 수 있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답을 찾기도 어렵고 제약도 많겠지만, 김태호 PD와 유튜브와의 동행은 방송미디어 바이어에게도 도전해보고 싶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