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ctations For
A New World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단어들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 집으로 배송되는 물류와 배달 음식까지. 모빌리티는 이미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빌리티 시장은 현재 커다란 변화의 국면 앞에 놓여 있다. 자동차를 비롯해 도심 항공 그리고 로봇에 이르기까지. 그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화두였다면, 앞으로의 모빌리티는 사람과 소통하며 소중한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모빌리티 진화의 중심에 있는 세 가지 키워드를 소개한다.
무한한 변신의 가능성
PBV
패션에 비스포크, 즉 ‘맞춤’이 있다면 모빌리티에는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가 있다. 전기차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PBV는 엔진이나 변속기, 연료 탱크 등 자동차 내부를 차지하는 커다란 장치들이 사라져 차 내부를 유하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신체 조건이나 선호하는 취향에 맞게 제작된 슈트를 입는 것처럼, 이용자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자동차를 주문할 수 있다. 블룸버그NEF(New Energy Finance)가 발표한 보고서는 전기차 판매고가 2030년에는 2천 8백만 대, 10년 후인 2040년에는 그것의 두 배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렇게 빠른 성장세가 가능한 이유는 환경 문제에 대한 각국의 관심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환경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기업들의 열띤 연구 개발이 더해져 전기차의 안전성과 사용성 또한 거듭해 나아지고 있다. PBV도 지붕에는 태양빛을 채광할 수 있는 솔라 루프, 이동 중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무선 충전이 가능한 충전용 PBV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여러 대의 차량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자율 군집 주행 기능’이 상용화되면 모두가 PBV를 타고 이동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PBV들이 서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대열을 유지하고, 감속이나 방향 전환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져 교통 정체도 비교적 완화되리라 예측한다. PBV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급변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공유 경제의 확장으로 소비자들은 점점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더불어 팬데믹 상황은 PBV의 발전을 촉진하는 요인 중 하나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늘어난 전자 상거래 비중은 물류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세계적인 국제민간회의인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 전 세계 100개 도시의 라스트 마일* 배송 수요는 2030년까지 78% 증가하고, 이를 나르는 배송 차량도 3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는 물류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미국의 물류 기업들은 이 과정의 혁신을 위해 PBV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캠페인 속 미래 모빌리티
현대자동차 ‘당신을 향한 모빌리티’ 캠페인 - 레스토랑 편
이동약자를 위해 움직이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한 PBV
PBV는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현대모비스는 CES2023에서 ‘Hi! For Better Tomorrow’라는 주제로 미래모빌리티 기술을 소개했다. 이들의 핵심 콘텐츠는 ‘엠비전 TO’와 ‘엠비전 HI’로, 이번 CES에서 처음 공개되는 PBV 콘셉트 모델이었다. 엠비전 TO는 전동화 시스템 기반의 자율주행차이며 차량 전·후측면에 위치하는 기둥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더 등 센서와 e-코너 모듈, MR(혼합현실) 디스플레이 등 신기술을 융합했다. 엠비전 HI는 레저와 휴식, 아웃도어 목적에 맞게 개발된 PBV로 차량 유리를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으며, 시선을 컴퓨터 마우스처럼 활용하는 조작 기술이 적용돼 멀리서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가 소개한 모델 외에도 PBV는 이동식 오피스, 팝업 스토어, 의료 시설 등으로 사용될 것이라 기대된다. 이것은 모빌리티 시장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만한 거대한 변화다.
*라스트 마일 | 창고에서 내려 소비자에게 가는 단계
이동 시간의 단축이 가져올 혁신
UAM
교통 정체로 답답함을 느끼는 출퇴근길, 하늘을 날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하던 풍경이 현실에서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바로 도심 항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때문이다. UAM은 300~600m 고도에서 30~50km 거리를 소형 전기수직이착륙기로 이동하는 항공 교통 서비스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항공기 기체 외에도 항공관제, 이착륙 시설, 교통 플랫폼 등이 포함된다. UAM은 중·단거리 교통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평가받고 있다.
UAM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상용화됐을 때 얻는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사람들은 지상에서 겪던 교통 혼잡에서 해방될 수 있으며, 도시의 한 곳에서 다른 지점으로 단 몇 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 일과 삶을 대하는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변화한다. 멀게만 느껴지던 지역사회가 가깝게 다가오고, 승객 운송 외에도 도시 내 물류 배달 또한 혁신적으로 바뀔 것이다.
응급 상황에서의 구조 작업처럼 비상 상황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는 PBV 사례에서 언급한 모빌리티 서비스 때문이다.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모빌리티 기업을 연결해 주는 라이드 헤일링*처럼, 항공편 또한 온디맨드 방식으로 바뀌게 되는 것.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항공사가 정해 놓은 일정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고, 원할 때 얼마든지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UAM이 가진 잠재적 변화는 상당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밀집된 도시 환경에서 항공기의 안전성을 비롯해 배터리, 자율 비행 등 기술적인 부분부터 새로운 정책과 규정 그리고 항공 교통 관리 시스템 구축 및 UAM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의 민주화’가 가능해진다면 우리 삶은 전례 없는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라이드 헤일링 | 원하는 위치와 시간에 승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호출형 승차 공유 서비스
캠페인 속 미래 모빌리티
현대자동차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Hyundai Mobility Adventure)’
로블록스로 구현된 미래 모빌리티 사회에서 도심 항공을 누비는 UAM
사람과 소통하는 존재로
로보틱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에 그친 전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보이며 2020년에는 444억 달러 수준으로 부상했다. 2025년에는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사회 변화로 인해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로봇 기술이 적용된 다른 산업을 제외하고 서비스, 물류, 제조 로봇만 추산한 규모다.
그중 로보틱스의 적용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물류다. 이미 물류 시장에서 로보틱스는 모빌리티와 결합해 적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로봇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결합해 짧은 거리의 실내 배송을 비롯한 라스트 마일 배송에 주로 사용되는데, 배송 로봇 시장은 2018년 1천 190만 달러에서 연평균 19.1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4년에는 3천 4백만 달러 규모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트 마일 배송에 로봇을 사용함으로써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인건비 절감이다. 또한 오배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한 연구는 배송 로봇을 활용함으로써 매년 3억 3천 3백만 달러 규모의 오배송 비용을 줄일 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팬데믹의 확산으로 비대면 배송이 확대되며 로봇 배송 서비스 시장은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
물류 시장에서 로보틱스 활용이 기대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하역이나 정리 등 물류 처리 작업 과정에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픽(Pick)과 핸들(Handle) 모델이 대표적이다. 픽은 딥러닝 기술로 혼잡한 재고 박스들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이송하는 시각 정보 처리 솔루션이다. 2D와 3D를 이용한 고해상도 감지 기능을 통합해 상자를 정확하게 식별하고 최적의 이동 경로를 생성한다.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며, 한 시간에 최대 720개의 박스를 처리한다.핸들은 픽에 바퀴가 달린 버전으로, 트럭과 컨테이너 하역 작업 등 평소 사람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던 작업에도 투입될 수 있다. 물류 창고 내에 있는 다양한 상자들을 판별하거나,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박스를 여러 라인으로 운반하는 작업도 가능하다. 15kg짜리 박스를 초당 4m의 속도로 옮길 수 있으며, 시간당 360개 이상의 박스를 처리할 수 있다. 앞으로는 단순한 정보 처리 능력을 넘어 사람과 소통하는 서비스 분야에서의 로봇 또한 개발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호텔 배송 서비스 로봇부터 영업점의 서비스 로봇, 자동차를 충전해 주는 로봇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IoT 기술과 고도화된 AI 딥러닝을 통해 사람의 다양한 얼굴과 표정을 학습하고, 고객의 감정 변화를 읽어낸다. 앞으로 로보틱스가 변화시킬 일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캠페인 속 미래 모빌리티
현대자동차 ‘당신을 향한 모빌리티’ 캠페인 - 동물구조 편
사람이 가기 힘든 곳을 손쉽게 이동해 구조 활동을 펼치는 사족 보행 로봇 스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