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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2024 세계옥외광고협회 연간 총회 참관기
- WRITER 이원혁 | MX비즈니스팀
세계옥외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발족된 '세계옥외광고협회(WOO, World Out-of-Home Organization)’의
연간 총회가 2024년 6월 5일부터 6월 7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되었다.
44개국, 457명의 업계 종사자가 참여한 이번 총회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업계의 이슈는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고, 이 모든 내용을 국내 옥외광고 시장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가득했다.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총회에 참석했던 소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5% 신드롬
세계옥외광고협회 회장인 톰 고다드(Tom Goddard)는 모두 발언에서 지난해 옥외광고 산업의 중요한 지표로 ‘5% 신드롬(전체 광고비 중 점유율 5% 돌파)’을 언급했다. 팬데믹 이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점유율 하락을 겪으며 누적된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 그리고 2023년 중국을 비롯 APAC 옥외시장의 급성장으로 달성한 점유율 5.2%라는 수치에 고다드 회장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점유율 5% 달성은 옥외광고가 광고주와 대행사 사이에서 인기를 되찾았다는 상징적 의미이며, 10% 수준의 성장까지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처럼 총회에서는 맥락상 세계 5%의 점유율에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미 옥외광고 점유율 5%의 벽이 깨진 지 오래다. 국내 점유율은 팬데믹 영향권인 2020년 이후에도 6% 전 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업계가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을 비롯해 DOOH 비중 면에서도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했을 정도로 고도의 디지털화가 이뤄져 광고주의 선택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옥외광고 제2자유표시구역이 추가로 지정되고, 국제적으로는 파리 올림픽과 유럽 축구 챔피언십이 열리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투표에 참여하는 ‘슈퍼 선거의 해’ 등 호재가 가득한 2024년에 고다드 회장의 예상처럼 업계가 상승세를 이어갈지도 지켜볼 일이다.
측정 (Measurement)
옥외광고 효과 측정은 업계의 숙원이자, 이후 키워드로 설명할 ‘프로그래매틱 DOOH(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광고처럼 데이터에 근거한 디지털 옥외매체 구매 방식)’의 근간이 되는 요소다. 영국, 스웨덴, 인도에서 참석한 데이터 분석 전문가 5인의 대담으로 진행된 ‘Measuring the World(세상을 측정하는 법)’ 세션에서는 정확하게 소비자 측정을 하려면 정확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옥외광고에서 활용되는 데이터 측정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옥외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사람들에게도 옥외광고 관점에서의 데이터는 생소한 개념이다. 수집 주체에 따른 데이터 구분(1 ·2 ·3차)과, 복수 데이터 활용을 통한 검증법 '레이어드 데이터(Layered- data)’ 개념을 듣고 있자면 옥외광고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복잡하다. 옥외광고에 활용할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해 다양한 소스(구매 ·위치 ·교통량 정보 등)를 통합하여 특정 시간대, 위치의 유동인구 값을 산출하는 개념인데, 국내에도 동일한 방법론은 존재하나 사용 가능한 소스의 종류와 깊이에서 유럽 등 해외 국가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들 국가에선 옥외광고에 활용할 데이터를 가공하는 전문 업체(Data Supplier)가 존재하며, 그 데이터를 대행사나 광고주가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가 디지털 옥외매체를 구매하는 주요 결정 요인이 될 수 있도록 업계가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고다드 회장은 대담 종료 이후 ‘옥외광고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효과 측정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일한다는 건 가장 행복한 상황’이라는 감상평을 남겼는데, 당장 실무를 해야 하는 담당자로선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업계의 장기적 발전을 생각했을 땐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프로그래매틱 DOOH(pDOOH)
디지털 옥외매체 구매 절차 자동화를 의미하는 ‘프로그래매틱 DOOH’(이하 ‘pDOOH’)는 아직 국내에서는 요원한 개념일지 모른다. pDOOH를 위해서는 단가 책정 기준, 구매 절차, 송출 시스템 통합이 선결되어야 하지만, 수많은 옥외매체 사업자가 개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작은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국내 시장 현실에서는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해외에서 pDOOH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의 발표를 듣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미국의 pDOOH전문 기업 비스타미디어(VistarMedia)의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마이클 프로벤 자노(Michael Provenzano)는 매체사(Media Owners)의 시스템 참여를 강조하며 국가 간, 대륙 간 광고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 시장에서는 pDOOH가 무한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매체사의 덕목으로 ‘Discoverability(매체 구좌, 위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 ‘Desirability(매체의 장점을 정확히 기술할 것)’, 'Accessibility(청약, 소재 출고 등 집행 과정의 접근성을 높일 것)’, ‘Flexibility(새로운 업무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질 것)’라는 네 가지 키워드도 제시했다.
다른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캐나다 pDOOH 기업 브로드사인(Broadsign)의 시니어 디렉터 개빈 리(Gavin Lee) 역시 글로벌 광고 거래 시장에서는 거래 시간 단축을 돕는 ‘사용편리성’과 ‘효율성’이 매출 성장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글로벌 캠페인을 기획하는 광고주-대행사-매체사 간 이뤄지는 메일, 통화 방식의 제안•구매 절차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는지, 실제 업계 종사자들의 유쾌한 연기를 곁들인 예시 영상이 상영되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나를 포함한 모두의 얼굴에는 ‘내 얘기네’ 같은 씁쓸한 표정들이 있었다. 아직 완벽한 pDOOH를 구현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현실 자각의 순간이기도 했다. 개빈 리는 익스피디아, 씨트립에서 항공권을 예매하듯 단순화된 옥외매체 구매 과정 구축을 위해 업계가 협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발표를 마쳤다.
결국은 사람 “Everything Starts with a Drink”
총회의 첫 일정을 네트워킹 세션으로 준비할 만큼 2박 3일간의 일정 내내 참가자들 간의 네트워킹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었다. 고다드 회장은 환영 인사에서 ‘협업과 네트워킹(Collaboration & Networking)’을 계량화, 자동화 등과 동일한 수준의 업계 핵심 성장 요소로 꼽았다. 이에 더해 “모든 일은 한 잔 기울이면서 시작된다(Everything Starts with a Drink).”라는 말과 함께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미국의 pDOOH 전문 기업 비스타미디어가 OOH테크 기업(Ad Struc)을 인수했는데, 과거 세계 총회 뒤풀이에서 처음 나눈 두 회사 대표 간의 대화가 시작점이었다고 한다. 기업 인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 역시 총회에서 우연히 만난 해외 참가자와 지인을 업무상으로 연결해 준 적이 있다. 아무리 효과 측정, pDOOH, Al가 업계의 화두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 작업을 기획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세션을 통해 얻게 된 지식도 소중하지만, 미래의 어떤 과제든 결국 사람들 간 협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총회 참관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