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e Of Digital
For Land-Based
TV Stations
방송사의 디지털 화법, 디지털 스튜디오로부터
박경호 시니어매니저, 김요한 시니어매니저
방송솔루션팀 | INNOCEAN
지난 4월에 열린 백상예술대상의 TV 부문 예능 작품상은 웹 콘텐츠인 〈피식대학 – 피식쇼〉가 수상했다. 유튜브의 웹 콘텐츠가 최초로 수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드라마 부문에서도 작년 〈D.P.〉에 이어 올해 〈더 글로리〉까지, OTT에서 공개된 작품이 수상했다. 현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변화하고 있는 콘텐츠 소비 행태를 반영한 결과다. ‘방송에서 틀지 말고 OTT로 공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드라마 제작자도 종종 있을 정도다. 미디어 바잉 풍경도 달라졌다. 지상파와 CJ ENM 등 TV 기반 방송사와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하루 일과 중 코바넷(KOBAnet, 방송 광고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사용하거나 방송 광고 청약 메일을 쓰는 일보다 웹 콘텐츠를 찾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다.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TV 콘텐츠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광고 시장에 선보이고 제안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각각 디지털 스튜디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MBC는 디지털 스튜디오 14F(일사에프 팀)를 메인으로 ‘14F’, ‘MBC NEWS’, ‘소비더머니’ 등 총 12개 채널을 운영한다. 특히, 12년 전 MBC 아나운서 선발 프로그램인〈신입사원〉에서 우승한 김대호 아나운서의 40대 이야기를 다룬 채널 14F의 〈4춘기〉 시리즈는 200만 회가 넘는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SBS는 장르별(예능/교양/드라마)로 D스튜디오를 설립해 모두 16개 채널을 운영한다. 〈TV 동물농장〉의 디지털 스핀오프로 만든 〈애니멀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다. 최근에 SBS에서 퇴사한 재재의 〈문명특급〉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영향력 있는 채널이 되었다. 유튜브 채널 ‘그것이 알고싶다’ 역시 TV에서 선보이지 못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덕에 팬층이 두텁다.
KBS는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STUDIO K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다. 대표작 〈구라철〉은 방송인 김구라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특유의 돌직구로 거침없이 날리는 프로그램이다. TV 방송이었다면 편집했을 만한 자극적인 내용도 디지털 콘텐츠이기 때문에 유쾌하면서도 자유롭게 보여준다. 〈구라철〉은 누적 조회 수 약 7,360만 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회차가 재편집되어 TV 채널에 방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보도, 음악 방송을 재편집한 K-POP 콘텐츠, 이미 축적된 거대한 아카이브(드라마/예능)의 다시보기, 매시업(Mash-up) 등의 콘텐츠에 좀더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방송사의 디지털 스튜디오는 자체적인 디지털화를 위해 이와 같은 콘텐츠를 생산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사의 IP를 활용하고 변형해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도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다. 광고주와 광고 회사에게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TV 시청량의감소와 방송 광고를 통한 메시지 전달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광고주들이 방송사의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로 모이고 있다. 이노션 역시 일반 광고의 영역을 넘어, 광고주의 브랜드 메시지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 녹여낸다.
CASE 1.하이트진로 〈진로상담〉
주류 광고주 하이트진로는 20~30대를 대상으로 좀 더 친숙하고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기업이자 제품이 되길 바랐다. 방송 광고 시간대에 15초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간대 제한(7~22시)도 있었으며, 방송 광고 심의상 주류 업종은 PPL이 불가했다. 따라서 디지털 스튜디오(tvN DENT)와 협업해 심의에서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광고주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했다. 광고주 상기도 향상을 위해 ‘진로상담’으로 콘텐츠를 네이밍하였으며, 취중진담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로를 고민하는 20~30대 게스트를 섭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극대화 했다. 〈진로상담〉은 회당 최대 212만 회의 조회 수(2023년 6월 기준)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고, 광고주의 주류 제품 또한 그 어떤 방송에서보다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었다.
CASE 2.hy 〈오목교 전자상가〉
ⓒ스브스뉴스
‘야쿠르트 아줌마’ 하면 떠오르는 기업 hy(에치와이)는 자신들의 브랜드 제품을 보관, 운송하는 전동 카트를 홍보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 전동 카트가 현재 3세대 모델까지 나왔고, ‘코코’라는 이름이 있으며, 가격이 무려 소형차 한 대 수준인 약 1,400만 원이나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알려져 있는 ‘프레시 매니저’와 함께 헤리티지를 쌓아온 이 카트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술적으로 어떻게 진화되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긴 호흡으로 메시지를 담을 콘텐츠가 필요했다. 이노션은 그 그릇으로 〈오목교 전자상가〉라는 콘텐츠를 택했다. 〈오목교 전자상가〉는 각종 IT 산업과 제품, 신기술 트렌드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콘텐츠로, SBS의 ‘스브스뉴스’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신뢰성과 공익성의 이미지도 함께 전달할 수 있어 hy의 전동 카트를 홍보하는 데 탁월한 솔루션이었다. 전동 카트를 소재로 한 해당 콘텐츠는 유튜브 조회 수 약 33만 회(2023년 6월 7일 기준)를 기록하며 시청자들한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hy가 유제품 제조업이라는 인식 외에,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콜드체인 배송 업체’라는 더 큰 구상을 그리고 있음을 이 콘텐츠를 통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디지털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방송사는 광고의 디지털화(어드레서블 TV 등)를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도 TV 매체의 약점을 보완하고 고객들의 콘텐츠 소비 성향을 따라가기 위해 방향을 잡고 있다. 쉽게 바뀌는 디지털 콘텐츠의 유행과 디지털식 화법에 따라 유연하고 발 빠르게 가성비 좋은 콘텐츠를 기획해야 할 것이다. 광고 회사와 광고주 역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트렌드를 찾아내고,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통해 브랜딩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