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To
Deal With Change
방송 미디어의 지금
손현선 방송솔루션팀, 최효준 방송솔루션팀 ㅣ INNOCEAN
광고 시장의 성장
지난 2021년 국내 광고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그 이유로 팬데믹 상황에 대한 각 미디어의 발빠른 대응을 꼽을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국내 총 광고비는 전년 대비 20.4% 증가한 약 14조로 집계되었으며, 1973년 총 광고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과 함께 특히 괄목할 만한 부분은 방송·인 쇄·옥외 광고 시장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는 점과, 4대 매체를 동반하여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해가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는 것이다. 매년 10% 이상의 감소를 보여왔던 지상파 광고 시장은 지난해 48년 만의 중간 광고 시행 등의 규제 완화 영향과 다양한 MZ세대 맞춤 콘텐츠 생산을 통해 17.6% 증가한 약 1조 3,6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방송 광고의 시장 서장을 이끌었다. 올해도 대선, 지방선거, 월드컵, 동계 올림픽 등 대형이벤트의 영향으로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MPP, 종합편성채널 등이 포함된 유료 방송 광고 시장 또한 안정적인 드라마 라인업 및 스포츠 예능의 등장, 트로트 콘텐츠 지속 흥행 등의 효과로 13.7% 성장했으며, 그 중심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한 CJ ENM이 있다. 올해도 CJ ENM은 콘텐츠 경쟁력과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확장 시 도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편은 콘텐츠 히트 성과에 따른 광고비 쏠림 현상이 심했는데, 올해는 해당 IP를 보유하고 있는 TV조선의 〈내일은 국민가수〉, 채널A의 〈강철부대〉, MBN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의 지속된 선전이 예상되나, 드라마·예능·보도 등 전 장르에서 부진했던 JTBC의 반등 여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MPP(Multi Program Provider) 복수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자
뉴노멀 시대, 방송 미디어가 살아가는 법
한편 방송 미디어는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으나, 코로나19 이후 TV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콘텐츠 소비가 매우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뿐 아니라 OTT(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의 성장도 크게 주목을 끌었다. 극장에 대한 수요가 OTT로 옮겨 가며 지난해 넷플릭스는 최대 매출을 올렸고, 디즈니+, Apple TV 등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티빙, 웨이브, 카카오 TV,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도 콘텐츠 자체 제작에 열을 올리며 추격에 나섰다.
올해 SBS는 그룹 가치 3조 기반 조성을 위해 콘텐츠 메가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BS 편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슈퍼IP를 생산하고, 외부 드라마 제작사 인수, 예능 스튜디오 설립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송사의 플랫폼 역할에 더해 콘텐츠 프로바이더(제작 및 유통) 로서의 역할에 비중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전략은 타 방송사들의 움직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내 방송사들은 그들이 출자해서 만든 웨이브, 티빙 같은 K-OTT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유통을 통해 자사 OTT의 덩치를 키우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OTT에 드라마 전편을 먼저 선보이고, 나중에 방송 편성을 하는 기이한 콘텐츠 유통 전략까지 시도했다. 이는 OTT에서 먼저 시청하는 바람에 본 방송 시청률이 하락해도 감내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콘텐 츠 유통·편성 전략에 OTT를 역이용하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tvN에서 수목드라마로 방영한 〈술꾼도시여자들〉은 티빙 오리지널로 먼저 선보였으나 해당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사랑받자 방송 편성을 통해 타깃 커버리지를 확대하였다.
그렇다면 콘텐츠 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방송 미디어의 장에서 광고 회사는 어떠한 변화와 준비가 필요한가? 답은 간단하다.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의 산업으로 변모되고 있는 만큼, 브랜드를 콘텐츠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In-Content 역량을 더욱 키우는 것이다. 해당 역량이 부족한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작년 종영된 tvN 드라마 〈지리산〉 케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은 300억이라는 압도적인 제작비 규모와 화려한 출연진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나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극 중 과도하게 등장한 In-Content 광고는 오히려 독이 되었고, 드라마와 참여 브랜드들에 대한 시청자의 지적이 쏟아졌다.
그나마 기존 방송 미디어를 활용한 In-Content 광고는 관련 역량 고도화를 통해 성공적인 브랜드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OTT의 경우는 대부분 참여의 길이 막혀 있는 상 황이다. 가입자들의 구독, 즉 정기 결제를 통한 수익 구조를 가져가는 다양한 OTT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거침없이 제작비를 투자하고, 극 전개를 방해하는 모든 광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흥행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삼양라면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 난 홍보 효과를 누린 바 있는데, 해당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 에 따르면 별도 계약이나 비용 없이 우연한 노출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광고 회사는 우연한 사례를 필연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In-Content 역량을 위한 노하우
○ 정보력 다수의 제작사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콘텐츠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확보하기
○ 안목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좋은 안목 기르기
○ 필연성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환경 만들기
○ 디테일 콘텐츠 성격에 적합하고 정교한 In-Content 가이드라인 수립하기
새로운 길을 찾는 방송 광고계
어드레서블 TV 광고
인터넷·SNS 서핑 중 자주 만나게 되는 타깃 맞춤형 광고가 TV에서도 가능해진 것이 바로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 광고다. 즉, 같은 시간대에 같은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더라도 타깃에 따라 다른 광고를 접하게 된 것이다. 광고주는 불특정 다수를 타깃으로 과도한 지출을 감당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는 방송 광고의 단점으로 지적되어온 정확한 타기팅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시청자 데이터가 쌓일수록 보다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통신 3사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모두 IPTV 플랫폼을 통한 어드레서블 TV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IPTV 3사와 MBC, 코바코가 어드레서블 TV 광고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 사인 MBC가 합세하면서 광고주는 신뢰도 높은 콘텐츠를 통한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TV to Digital 광고
방송사들은 방송에만 국한된 광고 영역을 디지털로 확장하는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현재 CJ ENM이 새롭게 운영 하는 상품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과감한 투자와 콘텐츠 경쟁력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CJ ENM은 디지털 시장의 성장을 예의 주시해 TV to Digital 광고 상품을 선보였다. 대표 상품으로는 I-AD, Event QR, TV Extension, PPL To NAVER 등이 있다. 나아가 CJ ENM은 계열사이자 디지털 렙사인 메조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상품을 제도적으로 통합하고 판매해, 광고주에 추가적인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처럼 최근에는 TV 방송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디지털 영역 노출·타기팅·효과 측정까지 가능한 형태의 광고상품을 통해 방송 광고의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하는 다양한 노력을 살펴볼 수 있다. 어드레서블 TV 광고나 TV to Digital 광고는 방송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자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공생해 나갈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송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의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고, 맹목적인 디지털화가 오히려 시장의 축소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 미디어는 고품질 콘텐츠 생산자로서, 디지털 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시장에서 상생 전략을 찾아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