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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시티 신규 매체의 구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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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시티 신규 매체의 구축 전략

 

작은 곳 하나에도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는 신규 매체 사업 스토리.

 


 

신규 매체 사업은 ‘수제품’이라 할 수 있다. 핵심 재료 중 하나인 전광판은 물론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공간과 동선을 분석하고 매체를 기획 및 구축하는 일은 오롯이 사람의 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이노션 컨소시엄은 업계의 관심 속에 복합문화공간 ‘센트럴시티’ 내 각종 디지털 매체를 선보이며 신규 매체 사업을 론칭했다. 형형색색의 전광판 뒷면이 단색의 묵직한 마감재인 것처럼,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반포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센트럴시티 매체 사업 뒤에는 많은 사람의 묵묵한 노고와 철저한 준비가 새겨져 있다. 매체 제안서에는 담아낼 수 없었던, 센트럴시티의 매체 구축 전략을 정리했다.

 

센트럴시티는 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메가박스, 각종 식음료 편의시설 등이 밀집한 공간이다. 여기에 지하철 3, 7, 9호선인 3개 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과 연결되어 있어 항상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강남, 서초 권역의 입지와 풍부한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과거 센트럴시티의 광고매체는 큰 화젯거리가 되지 못했다. 마케터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고, 고속버스 이용률이 한시적으로 급증하는 명절 기간에만 검토 대상에 들어가는 매체였다. 우리는 탄탄한 기반 위에 특별할 것 없는 매체들이 광고 시장 내 차별점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바꿔 말하면, 차별화된 매체 구축만 이뤄진다면 훌륭한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우리는 ‘역동적 고급스러움 Dynamic Premium’이라는 핵심 콘셉트를 바탕으로, 광고주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매체 환경 조성을 목표하며 아래의 4가지 Keypoint를 도출했다.


 

① 공간 특성 분석

 

어떤 조각을 끼워 넣을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바탕이 되는 공간을 자세히 관찰했다. 센트럴시티의 유동인구 집중 지역은 공간 용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호남선 고속버스 승차를 위해 총 13개의 탑승구가 일렬로 늘어선 ‘터미널 공간’,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지하철과 직접 연결되는 구역인 ‘백화점 공간’, 터미널 공간과 백화점 공간이 교차하는 ‘중앙광장 공간’이다. 각 구역별 특성을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센트럴시티 신규 매체의 구축 전략 이미지

 

기존 중앙광장은 대다수의 동선이 겹쳐 유동인구가 많은 공간인 것은 분명했지만, 화단과 오래된 전광판이 자리하고 있어 탁 트인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공간 소유주인 신세계 센트럴시티가 해당 화단을 철거하고 광장을 조성하는 전제로 신규 매체 사업자 입찰을 공고했다. 우리 도 최초 기획했던 지상형 전광판 대신, 천장형 전광판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처럼 유동인구, 이용 행태, 구조적 특징과 더불어 공간 소유주의 운영 이슈까지, 공간과 관련된 주요 사항들을 파악한 후 매체 설치 형태 기획에 착수했다.

 

센트럴시티 신규 매체의 구축 전략 이미지


 

② 매체 설치 형태 기획

 

앞서 다룬 공간 특성 분석이 밑바탕을 세우는 작업이었다면, 다음 키포인트는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 유기체를 다루는 작업이었다. 설치되는 매체의 형태에 따라 수익성,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신규 매체의 형태 역시 그에 맞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 센트럴시티에는 랜드마크 매체가 필요했다. 센트럴시티를 대표하면서 타 공간에는 없는 매체를 만듦으로써 저조했던 대형 브랜드의 광고 참여율을 개선하고자 했다. 우선 센트럴시티 내에서 가장 넓은 공간에 걸쳐 분포된 13개 탑승구 상단 광고판을 전면 디지털화했다.

이용객의 대기 시간이 긴 공간이라 기존에 운영되던 인쇄형 매체보다는 동영상 형태가 시선을 끌기에 용이하고, 다양한 광고주와 콘텐츠를 노출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렬로 펼쳐진 가로 6m, 세로 2m 전광판 13개가 동시 제어되며 송출되는 모습은 매체 콘셉트인 ‘역동적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화단 철거를 통해 공간감이 확보된 중앙광장에는 가로 10m 길이의 천장형 전광판과 사각기둥형 전광판을 활용해 마치 디지털 매체 숲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부여하려고 했다. 이동하는 방향이 어느 쪽이든 광장에 들어찬 매체가 눈에 들어오고, 일괄 제어 방식을 통해 매체가 주는 규모감을 배가하려 했다.

센트럴시티 신규 매체의 구축 전략 이미지
중앙광장 전광판의 카메라 테스트 당시 진행했던 도안.

또, 광장 형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천장형 전광판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 기술을 적용했다. 증강현실 반응 빈도를 높이기 위해 광장을 비추는 카메라가 어떤 각도에서 가장 많은 동선을 담아낼 수 있을지도 고려하여 각도를 정했다. 중앙광장과 연결된 백화점 공간에는 통일감을 위해 중앙 광장과 동일한 규격의 사각기둥형 전광판을 설치했고, 백화점과 면세점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유지하고자 단 2기만 남겨두고, 기존 설치된 매체를 과감히 철거하기로 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재원을 줄인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심플함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을 위해 수량 축소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각 주요 공간의 특성에 맞춰 매체 형태를 기획했다.


 

③ 수익성 분석과 상품 기획

수익성 분석은 기획된 매체와 운영 방식에 따른 매출과 비용을 예상해보고 가장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다. 동영상 매체는 인쇄형 매체와 비교할 때, 초기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인쇄형 매체는 프레임과 내부 조명 정도의 하드웨어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동영상 매체는 LED 패널, 송출 PC, 운영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 필요한 사항이 많다. 대신 인쇄형 매체는 1기당 1개의 광고주에 게만 판매가 가능하나, 여러 개의 영상을 순차적으로 송출하는 동영상 매체는 1기에도 복수의 광고주를 영입할 수 있다. 적절한 가격 정책과 원활한 판매만 이뤄진다면 동영상 매체가 매출 측면에서는 인쇄형 매체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사업 주체가 ‘로또 당첨’, ‘상한가’와도 같은 ‘적절한 비용’과 ‘원활한 판매’를 영위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상품 구성 전략은 물론이고, 앞서 이야기한 일회성 초기 구축 비용 외에도 사업 기간에 지속해서 발생하는 임대료, 전기료, 보험료와 같은 고정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광고주 카테고리 별로 선호 매체를 상정하고, 각 광고주에 맞는 가격 정책을 정하고자 했다.

 

호남선 고속버스 이용객에게 직접 노출되는 탑승구 전광판 13기는 지자체, 공공기관의 선호가 높을 것으로 예상해, 송출 횟수에 차등을 두고 기존 인쇄형 매체 집행 예산 수준으로 진행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 했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13개 탑승구에 모두 광고를 하기보다는 해당 지역 노선이 운행되는 탑승구에만 광고를 희망할 수 있어, 1개의 탑승구에 광고를 송출하는 대신 가격 장벽을 낮춘 지자체 전용 상품을 만들었다. 광장을 둘러싼 매체들은 규모감 있는 광고 집행을 원하는 광고주를 위해 7기의 패널을 패키지로 묶어 상품을 구성했다. 탑승 구매체와 광장 매체는 센트럴시티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매체로서 기획되었지만, ‘고슴도치도 제 새끼 함함하다고 한다’는 점을 경계해야 했다. 따라서 타 대표 쇼핑몰의 광고 상품 사례를 분석하고 업계 실무자들의 냉정한 조언을 구해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고자 했다. 이와 병행하여 합리적 비용 집행을 위해 시공사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각종 운영 업무를 나열한 뒤 컨소시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들은 최대한 내재화하여 비용을 낮추고자 했다.


 

④ 운영 방식 및 콘텐츠 기획

온종일 상업 광고만 나오는 전광판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센트럴시티를 방문하는 이용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과 호응을 얻기 위해 운영 방식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응시 시간이 가장 긴 탑승구 상단 전광판은 쓰임새가 확연히 확장된 경우다. 전광판 면적의 일부를 활용해 현재 시각과 해당 탑승구의 노선 운행 정보를 제공했다. 출발이 임박한 버스 편에는 별도의 점멸 효과를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인쇄형 광고면이 설치되어 있을 때, 운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던 이용객의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다. 또 탑승구별 운행 노선에 따라 대표 도시를 선정하고, 해당 도시의 날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해 표출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곧 도착할 지역의 실시간 날씨를 출발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용객 편의성 개선과 더불어, 정보와 재미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도 다수 기획했다. 국제, 사회, 스포츠 분야의 주요 실시간 뉴스를 송출하기도 하고, 건강 상식, 영어 표현, 신조어, 명언 소개, 숨은그림찾기 같은 콘텐츠도 주기적 업데이트를 통해 매체의 신선함을 유지하고자 했다. 증강현실이 도입된 중앙광장의 경우,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구현했다. 특히 화면 속 가상의 물고기를 터치하면 반응이 일어나는 ‘도심 속 아쿠아리움’ 콘텐츠는 천장형 전광판, 기둥 전광판의 연동으로 색다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한다. 후에 센트럴시티를 방문하게 된다면 물방울 감옥 속에 ‘헉’ 소리 나도록 물고기를 잡아넣는 경험을 꼭 해보시길 바란다. 또한 실시간 날씨 정보에 따라 특정 패턴이 변화하는 ‘폴리모프 시티 Polymorph City’ 미디어아트로 센트럴시티만의 역동적이고 세련된 공간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다. 다양한 시즈널 이벤트도 기획했는데, 첫 실행은 매체 사업 시작 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인 2019년 추석에 이뤄졌다. 가족과 관련된 사연을 공모하고, 선정된 사연을 대형 전광판에 송출하는 ‘디지털레터 이벤트’는 다양한 부서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명절에 이용객이 급증하는 터미널의 특성과 가족의 추억을 잘 결합한 사례로 평가 받았다.


 

지금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되었던 센트럴시티 매체 구축 사업을 되짚어 보았다. 이 과정에는 모두가 센터인 것처럼 역할을 해주신 수많은 헌신적 담당자들이 있다. 새벽 설치 작업 때문에 평일 밤잠을 설친 담당자의 붉은 눈동자는 아직도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다. 본 사업 구축에 힘써주신 모든 분의 행복을 기원하며 묵묵히 지나온 처음의 과정을 발판으로, 센트럴시티가 더 오래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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