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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소유’ 대신 ‘공유’로

Next Economy

Essay

‘소유’ 대신 ‘공유’로

Writer. 이재흔 Lee, Jae-Heunㅣ대학내일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

 

소유하지 않고 공유로 소비 밸런스를 맞추는 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밀레니얼-Z세대

 

어린 시절 즐겨보던 만화와 영화의 미래 세계로 그려져 온 2020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은 우리가 꿈꿨던 미래 세계답게 여느 때 맞이하던 새해보다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앞으로의 소비 패러다임을 이끌 새로운 세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를 뛰어넘는 경제력을 갖추고 그 지위를 향후 15년 간 유지할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Z세대도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디지털 생태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2020년, 밀레니얼과 Z세대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X세대를 뛰어넘는 구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밀레니얼과 Z세대는 이와 동시에 ‘단군 이래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라는 상반된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80~90년대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취업난, 주거난 등 여러 어려움과 제한 속에 살고 있는 세대인 것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제한에 묶여 있는 이들은 미래의 행복보다 오늘의 행복, 그리고 지금 순간의 만족을 좇는 삶을 살아왔다. YOLO를 외치기도 하고, 자신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낯선 설렘을 찾아 오프라인에서 ‘경험 소비’를 즐기기도 하면서 말이다.

 

다다익선보다 밸런스 익선을 추구하다

 

이처럼 돈, 시간,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현생에서 지금 순간의 만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온 밀레니얼과 Z세대는 ‘밸런스’를 맞춰 소비하는 것에 능숙하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도 가격이 저렴하다면 좋고, 가격이 비싸도 시간이나 노력을 줄일 수 있거나 내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다면 괜찮다. 밀레니얼-Z세대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노력, 그 안에 담긴 가치 등을 긴밀히 따져가며 궁극의 만족을 위한 밸런스를 찾는다. 그런 이들에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은 더 이상 통하는 가치가 아니다. 필요 이상 갖는 건 오히려 부담이다. 물건을 둘 공간도 없고, 결국 버리는 데 시간과 노력을 쓰기 때문이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지금 딱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며 얻는 ‘밸런스 익선’에 더 매력을 느낀다. 잉여를 최대한으로 줄인 ‘소포장 과일’과 ‘소용량 맥주’, mL 단위까지 원하는 만큼만 맥주를 따라 마실 수 있는 ‘아트몬스터’, 원하는 만큼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고 포장지도 최소화한 제로웨이스트숍 ‘더 피커’와 같은 곳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유’ 대신 ‘공유’로 밸런스를 맞추다

 

기성세대에겐 소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의 조사 결과 ‘내 집과 자동차는 꼭 있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밀레니얼 세대는 42.0%, Z세대는 37.0% 정도만 긍정 응답을 보였다. 같은 질문에 X세대(53.0%), 베이비붐 세대(49.0%)가 긍정 응답을 보인 것과 차이가 명확하다. 밀레니얼-Z세대는 ‘소유’를 ‘공유’로 해결한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이를 가졌을 때의 효용을 ‘공유 서비스’를 통해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는 이런 밀레니얼-Z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을 ‘클라우드 소비’라는 키워드로 정의하기도 했다. 10평 미만 작은 원룸에 사는 경우가 많은 밀레니얼Z세대는 넘쳐나는 짐을 덜어내기 위해 집을 늘리는 것이 아닌 ‘다락’과 같은 ‘셀프스토리지 서비스(개인의 짐을 보관할 공간을 대여하는 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 철이 지난 옷도 ‘오호’ 같은 옷 보관 서비스에 맡겨 해결한다. 다락은 2,600여 명의 누적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호도 1년여 만에 누적 보관 수 1만5000벌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킥고잉’은 회원 수가 1년 만에 31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강남과 판교 부근의 이용률이 높다고 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11월 밀레니얼 세대 200명, Z세대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자전거·킥보드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밀레니얼 세대는 58.0%, Z세대 63.5%에 달해 개인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가 자리잡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유하지 않고 ‘구독’하는 세대

 

일정 기간 요금을 내고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도 밀레니얼-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소유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고, 중간 구매 과정을 생략하고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을 수도 있다. 대학내일20대 연구소가 지난 2월 밀레니얼-Z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8%가 유료 콘텐츠 및 서비스를 구독한 경험이 있었으며, 평균 1만 2,000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 대신 ‘공유’로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는 지난 8월 ‘스타벅스’와 협업하여 바캉스 시즌과 어울리는 16권의 전자책을 스타벅스 매장에 제공하는 경험 마케팅을 펼치며 ‘구독’ 경험을 확장해가고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취미도 ‘구독’하고 있다. 취미 키트와 함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취미 구독 플랫폼 ‘클래스101’은 1년 반 만에 310여 개의 수업과 5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갖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 소유하지 않고 공유로 소비 밸런스를 맞추는 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패러다임 변화와 전 세계적으로 5G가 상용화되는 환경이 구축되며, 구독하고 경험하는 ‘공유경제’가 더욱 확실히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Z세대의 달라진 소비 패러다임에 맞춰 물건으로 채워주기보다 덜어내고, 그 빈자리를 ‘경험’으로 채워주는 전략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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