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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숏폼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

Short-form Movement

Flow To Shortformable

숏폼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

숏폼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 이미지

 

김경달 | 네오터치포인트 대표

 


 

틱톡이 위협적이라고 말하는 구글

 

“요즘 젊은 이용자들이 식당 찾기 등 검색할 때도 구글보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즐겨 쓰는 걸로 나타나서 걱정이다.” 구글에서 검색 서비스를 총괄하는 프라바카르 라그하반 수석부사장이 몇 달 전 외부 행사에서 자체 조사 결과라며 밝힌 내용이다.

젊은 층 중심의 틱톡 열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이미 뉴스가 아니지만, 구글마저 위협을 느낀다는 소식은 새삼 놀라웠다. 기시감이 들었다. 2018년 네이버의 대표가 외부 행사에서 “요즘 10대는 네이버 녹색창 대신 유튜브의 빨간 검색창에서 검색을 한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디지털 플랫폼 지형도에서 동영상 기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빚어지고 있는 변화상이다.

동영상 트렌드에서 특기할 대목은 숏폼 콘텐츠가 대세감을 얻고 있는 점이다. 이는 틱톡의 성장세에서 쉽게 확인된다. 최근 2~3년 사이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틱톡은 단연 돋보인다. 앱 애니에 따르면 2020년 1위로 올라선 뒤 계속 강세다. 2022년 1분기 기준 누적으로 35억 건을 넘어섰으며, 2018년 이후 틱톡보다 다운로드가 많이 된 앱은 없을 정도다.

체류 시간도 길다. 특히 유아 및 청소년 등 어린 이용자 자료에선 더 확연하다.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2년 하반기 4~18세 유아와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틱톡 시청 시간이 91분에 달한다. 유튜브의 평균 시청 시간 56분과 비교할 때 35분이나 더 긴 수치다.

이런 성장세는 매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NYU의 스캇 갤러웨이 교수는 “2021년 40억 달러였던 틱톡의 수익 규모가 2022년에는 12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페이스북이 10년 전쯤 기록한 성장 기록보다 2배쯤 빠른 속도”라고 설명한다. 페이스북이 4년 정도 걸려 이룬 초기 매출 성과를 틱톡은 2년에 따라잡았고, 앞으로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거란 전망이다.


 

숏폼 콘텐츠 열풍과

소셜미디어 지형도 변화

 

이렇게 틱톡의 기세가 워낙 크다 보니 너도나도 숏폼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았다. 유튜브의 쇼츠(Shorts), 인스타그램의 릴스(Reels)가 대표적 대항마 서비스들이다. 쇼츠와 릴스 모두 이용지표가 급성장하면서 숏폼 열기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용자들이 숏폼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물론 이용자들의 ‘입맛’이 달라진 세태 변화를 포함해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틱톡이 급성장한 성공 비결의 답을 찾는 데서 시작해보자.

필자가 주목하게 된 것은 틱톡의 ‘기술적 경쟁력’이다. 《뉴욕타임스》의 〈틱톡은 어떻게 당신의 마음을 읽어내는가(How TikTok Reads Your Mind)〉라는 기사에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핵심은 상호작용성과 테스트 그룹을 통한 확산 전략 두 가지다. 이용자가 짧은 동영상들을 휘리릭 넘겨 가며 보는 동안, 틱톡의 엔진은 어떤 영상을 끝까지 보았는지, 어떤 영상을 그냥 넘겼는지와 함께 좋아요 및 댓글을 다는 등의 반응 데이터로 이용자를 학습하고 그 시청 행태에 걸맞는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이게 상호작용성이다.

그리고 이용자들을 작은 그룹 단위로 세분화한 뒤 특정 콘텐츠들을 추천했을 때 반응이 있는 것을 더욱 큰 이용자 그룹에 추천하는 식으로 바이럴을 꾀하는 전략도 강력하다. 이러한 추천 알고리듬이 바로 이용자의 마음을 읽어내면서 서비스에 빠져들게 만드는 틱톡의 핵심 경쟁력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틱톡 추천 알고리듬’의 강력함을 깨닫고 최근 서비스 개편을 서두르며 틱톡 따라하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틱톡도 외형상 팔로어-팔로잉 등의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이용자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서비스 제공 방식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살피다 보면, ‘숏폼 콘텐츠 열풍이 콘텐츠 소비 환경의 변화와 함께 소셜미디어 지형도상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고 있구나’라는 확장된 해석도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대표적 소셜미디어는 직간접으로 아는 사람, 즉 지인 네트워크가 근간이 되어 작동한다. 그 지인 네트워크를 소셜 그래프라고 부른다. 신뢰할 만한 사람, 즉 친구들과 콘텐츠를 매개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며 소통한다. 그런데 틱톡에선 소셜 그래프가 굳이 필요치 않다. 단지 나의 관심이 중요하다. 결국 관심사 그래프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회원 수가 30억 명에 육박하던 ‘디지털 제국’ 페이스북의 하향세와 틱톡의 상승세는 바로 소셜 그래프가 저물고 관심사 그래프가 중요해지는 미디어 지형도의 변화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Z세대의 특성과

이용자 헤게모니 강화

 

이용자들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통해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를 살펴보면 좀더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Z세대가 ‘검색도 틱톡으로 한다’고 할 정도로 숏폼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보고 직접 심층 인터뷰(FGI)를 한 전문가가 있었다. 소셜미디어 전략가 에이드리엔 셰레스(Adrienne Sheares)가 22년 8월 직접 Z세대 젊은이들에게 “틱톡을 즐겨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 선호 현상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한 뒤 요점을 정리해 트윗했다.

“우선 응답자들은 정보를 찾을 때 읽는 것보다는 짧은 영상으로 그냥 보여주는 걸 더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틱톡은 (추천 알고리듬이 좋아서) 구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원하는 콘텐츠를 보여준다고 답했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냥 보여준다’는 대목이다. 이 말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Z세대에겐 텍스트 기반의 읽는 문화보다 영상 위주의 보는 문화가 훨씬 친숙하다. 아울러, 유튜브 중심의 동영상 소비에 이어 틱톡과 쇼츠 등에서 숏폼 콘텐츠가 증가하는 젊은 층의 미디어 소비 행태에서 두 가지 함의를 포착하게 된다.

첫째는 압축적이고 요약된 시각 정보를 선호하는 흐름이다. 유튜브에서 두 시간짜리 영화를 15~20분 정도로 간추려 주요 장면 위주로 편집하고 설명해 주는 리뷰 영상이 인기가 높다든지, 이른바 꿀팁이나 노하우로 통하는 짤막한 ‘How-to’ 영상들의 조회수가 높은 것에서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이용자 통제력의 강화’ 흐름이다.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대비 영상 콘텐츠의 단점 가운데 하나가 선형적인 구조가 주는 답답함이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볼 때는 제목 위주로 내용을 대강 파악하기 쉬운데, 영상은 선형적 구조 때문에 전체 내용을 한 번에 훑어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영상을 시청하면서 두 번 탭하기 기능으로 10초씩 당기거나 아예 1.5배속으로 재생 속도를 바꿔 보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또 유튜브가 도입한 챕터(Chapter) 기능도 있다. 유튜브를 볼 때 플레이창 하단에 구간별로 나뉜 재생선이 있고 마우스를 올리면 구간마다 소제목이 나타나는 걸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챕터다. 영상을 제작해서 올릴 때 긴 영상도 구간별로 나눠서 색인작업을 해서 시청 및 검색의 용이성을 꾀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이용자들이 콘텐츠 통제력을 갖게끔 하여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변화상이다. 소비 행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사진과 동영상을 쉽게 찍고 올릴 수 있게 한다. 결국 숏폼 콘텐츠의 열기 속에서 미디어 지형도상 이용자 들이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헤게모니가 커지는 현상은 계속 또렷해지는 일관된 흐름을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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