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장을 움직이는 초개인화 기술
Writer.김용진 Kim, Young-jin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비즈니스모델 혁신 분야 전문가다. 현재 중소기업책심의회와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 ‘온디맨드비즈니스혁명’이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자본과 노동력에 기반한 대량생산 중심의 ‘규모의 경제’에서 기술력과 스피드, 유연성을 중심으로 하는 ‘온디맨드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온디맨드 경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의 니즈에 맞도록 제공하는 ‘개인화 Personalization’나 고객의 요구에 맞춰 수정해주는 ‘맞춤화 Customization’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왜냐하면, 온디맨드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초개인화 Hyper personalization 비즈니스다. 기업이 자신들이 디자인한 대로 자신들의 스케줄에 따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해 수요자에게 판매하던 시대에서, 고객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주문하면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원칙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디지털 변혁 Digital Transformation이 확산되면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3D프린팅, 디지털 트윈, 로봇, 모바일 기술, 스마트 팩토리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해서는 들어 봤을 것이다. 디지털 변혁은 기업이 가진 자원과 프로세스를 표준화·모듈화하여 디지털로 변환하고 온라인을 통해 기업의 생산·운영 프로세스를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변혁에는 앞서 언급된 디지털 기술들이 활용된다. 디지털 기술들은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된다. 하나는 고객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생산·운영 프로세스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초지능 Hyper intelligence은 디지털 프로세스와 더불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초지능은 지능화된 센서를 통해 물리적이고 화학적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다른 네트워크와 결합해 더욱 강력한 지능을 만들어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써, 초개인화를 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단어가 시장점유율 Market share이었다면 온디맨드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단어는 고객점유율 Customer share이다. 시장점유율은 개별 고객과는 상관없이 한 기업이 전체 시장에서 몇 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했느냐를 나타내지만, 고객점유율은 특정 고객이 지출한 전체 금액 중 얼마정도를 한 기업이 가져가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온디맨드 경제에서 시장은 개별고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점유율은 초개인화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 넷플릭스, 카카오택시, 스타벅스 사이렌오더, 뱅크샐러드 등 다양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O2O 비즈니스, 공유경제, 구독경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초개인화를 지향하는 온디맨드 서비스이다. 그러면 제조영역은 어떨까? 제조영역 또한 초개인화된 온디맨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변화가 거세다. 대표적인 예로는 봉제인형 판매사인 버드시스 Budsies, 럭셔리 패션브랜드인 버버리 Burberry,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Loreal과 한국의 아모레퍼시픽, 그리고 B2B 비즈니스 선도기업인 지멘스 Siemens, 마지막으로 식품회사의 사례가 있다.
버드시스는 고객이 그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인형을 만들어 제공한다는 서비스 개념을 사업화한 회사다. 고객의 아이가 그린 인형을 사진으로 찍어 버드시스에 보내면 이를 디지털 패터닝, 디지털 프린팅과 커팅 과정을 거쳐 재료를 만들고, 봉제를 통해 완성하여 고객에게 보낸다. 가격은 일반적인 인형 가격보다 조금 비싸다. 버버리는 럭셔리 패션업계의 디지털 변혁 선도기업이다. 업계 최초로 고객이 일 년 내내 버버리 브랜드를 경험하고 편리하게 쇼핑하며 소통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의 트렌치코트를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할 수 있는 맞춤 제작 서비스, 즉 ‘비스포크 Bespoke’를 2010년대 초반부터 제공해 왔다. 이를 위해 실루엣, 원단, 컬러, 디자인 등에서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120만 개의 조합을 제공하여 완벽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멘스는 디지털 트윈, 스마트 머신, 센서와 스캐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운영한다. 고객이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실시간으로 제작하는데, 거의 모든 제품이 불량률 0.001%의 확률로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출고된다. 지멘스는 매일 5,000만 건의 제조 현황 데이터를 분석하고 변경사항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제조공정을 운영하며, 1년에 5,000여 차례 정도 생산라인의 셋업을 바꾸면서 1,000가지가 넘는 변형된 제품을 생산한다. 지멘스의 비즈니스는 초개인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은 고객이 자신의 피부 상태에 따라 적극적으로 서비스나 제품을 바꿔가면서 스스로 피부를 관리해나가는 서비스인 ‘페르소 Perso’를 2021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매일 아침 인공지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앱으로 얼굴을 스캔하면 날씨, 피부 상태 등에 맞는 화장품 포뮬러를 생성하고, 하루에 사용해야 하는 분량을 캡슐 형태로 만들어 포장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람마다 얼굴 크기가 다르고 피부의 특성도 다른 점을 고려해 고객 개인에게 최적화된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을 만들 수 있도록 3D프린팅 맞춤 마스크팩을 제공할 예정이다. 마스크팩 분야에서 초개인화 서비스를 시도하는 사례이다. 식품 분야는 개인화나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이다. 3D 바이오 프린팅,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육류를 생산하는 Impossible Food, Mosa Meats, 그리고 Memphis Meats, 생선을 생산하는 Finless Foods, 우유를 생산하는 Muufri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는 개인의 DNA에 맞는 식품을 생산하여 온디맨드로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 혹은 온디맨드 경제 시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과거의 대량생산 시대에 가지고 있던 자원과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변혁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변혁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개인화는 향후 기업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