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알고리즘 해방일지
알고리즘은 유용하고 편리하다. 나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 준다. 이젠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린 알고리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새로움’을 찾으려는 창작자에게 알고리즘은 족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알고리즘의 안락함에 잠식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도 필수다.
알고리즘으로 고양이나 보자
박신영
Creative α
숨 가쁘게 바뀌는 세상. 너무나 빠르게 트렌드는 바뀌고, 눈 여겨봐야 할 좋은 건축과 공간은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오 이 건물 좀 괜찮은데?’ 싶어서 자연스럽게 피드를 보다 보면 나의 앱 사용 시간을 늘리고 싶은 알고리즘 집사님께서는 열심히 일을 해서 "네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 다 준비했어.”라는 느낌으로 친절하게 이미지들을 퍼서 떠먹여 준다. 새로 오픈한 카페, 음식점, 전시장, 팝업 스토어, 새로 준공한 건물, 건축가들의 현장 사진 등 알고리즘이 찰떡같이 제공한 이미지들을 보고 나중에 참고해야겠다는 생각에 저장해 놓지만, 실제로 그 이미지를 다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함정이다.
하지만 가볍게라도 습득된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나의 안목과 시선에 녹아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미지들의 홍수를 탐험하곤 한다. 너무나 가볍게 스치듯이 지나간 이미지들 사이를 떠다니다 보면, 책과 잡지를 붙잡고 차근차근 이미지를 해체하듯이 공부한 학생 때가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곤 한다.
그렇게 한참을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다 보면 뇌가 지치곤 한다. SNS는 뇌를 잠깐 끄고 타임 킬링용일 때가 많은 데 공부하듯이 주의 깊게 보는 건 결국 한계가 온다. 이런 타이밍에 알고리즘 집사님이 “평소 좋아하시던 고양이 사진입니다.” 하고 피드 구석 한편에 슬며시 귀여운 고양이 이미지를 하나 끼워두면, 자연스럽게 홀린 듯 누르고 있는 손가락을 발견하게 된다. 고양이 피드를 타다 보면 연관되어 자연스럽게 강아지, 새, 여우, 펭귄, 웜뱃 등 온갖 다양한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항상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변함없 이 귀여우면서 편안한 동물 알고리즘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잊지 말자. 변하는 트렌드보단 변하지 않는 전통적인 귀여운 고양이가 더 좋다는 진실을.
내 인생에 도파민 한 방울, 근데 이제 애니를 곁들인
오소연
캠페인플래너
KREAM, 무신사, 쇠질. 이들은 내 밋밋한 삶에 톡 쏘는 자극을 준다. 한정판 스니커즈, 비트와 덤벨로 도파민을 충전한다. 하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애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매 순간 설렌다. 원나블(이른바 클래식 애니 3대장인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투니버스와 함께 자라온 9n년생으로서 스스로 덕후임을 인정한다. 다만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있지는 않다. 양지에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며, 지식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인간으로 자랐다. 고작 2D 캐릭터 나오는 콘텐츠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인격체를 이렇게까지 빌드업했는가 하면, 답은 간단하다. 모든 애니에는 저마다 철학이 담겨 있다. 나는 소년 만화를 보며 우정, 사랑, 청춘을 배우고, 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길렀으며, 캐릭터와 동기화되어 눈물, 콧물, 땀을 흘렸다.
특히 어려운 주제나 무거운 스토리로 구성된 애니를 보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한 작품에 심취하면 나의 집중력은 배가 된다. 그리고 그런 애니를 정말 정복하면 현실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스포츠 애니는 농구와 야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음악 애니는 잊힌 클래식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현실의 내가 더 나아가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하지만 가볍게라도 습득된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나의 안목과 시선에 녹아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미지들의 홍수를 탐험하곤 한다. 너무나 가볍게 스치듯이 지나간 이미지들 사이를 떠다니다 보면, 책과 잡지를 붙잡고 차근차근 이미지를 해체하듯이 공부한 학생 때가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곤 한다.
커리어와의 연결 고리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성 좋은 애니는 연출도 대단한데, 실은 그간 맡아오던 캠페인들은 이런 연출을 녹이기가 참 어려웠다. 그렇지만 항상 도파민 좇기를 멈추지 않았던 나에게 정말 좋은 기회가 이제야 찾아왔다. 도파민 팡팡 터지는 자동차 필름을 만드는 팀으로 이동하게 된 것. 사실 나는 소위 ‘차쟁이’가 아니다. 얼마 전 4년 동안 장롱 속에서 묵힌 면허를 가지고 이제야 도로에 나온 초보 중의 초보. 차에 대한 이해도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던 찰나 <이니셜D>라는 애니 작품을 만났다.
<이니셜D>는 스트리트 레이싱에 대한 애니인데, 차 덕후도 아닌 내가 이 애니에 빠진 이유는 하나다. 주행 장면 연출이 끝판왕이다.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러운 그림체지만 힐클라임과 나이트 드라이빙을 정말 끝내주게 보여준다. 이렇게 또 한 번 애니가 내게 가장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선물로 주었다. 이제 이 애니를 곁들인 내가 할 일은 하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을 보다 다양하게 담고, 보는 이에게 최고의 전율을 전하며, 그야말로 끝내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알고리즘만 따라가다 다리 찢어지기 전에…
이상우
캠페인플래너
나의 트렌드 관련 뉴스레터 리스트
주말랭이
주말에 가기 좋은 핫한 팝업, 전시 등을 소개한다.
최근 가장 힙한 공간 마케팅을 살펴보는 목적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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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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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술레터
술, 음식, 취미와 관련된 최신 트렌드를 제공한다.
개인적인 취향을 담아 추천!
캠페인플래너로서 늘 새로운 소식, 캠페인, 팝업 스토어 등을 빠르게 알기 위해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계정을 만들어 내가 필요한 소식,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계정들을 구독하고,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를 추천받으며 알고리즘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가 무수히 많아지 듯, 정보는 점점 많아졌다.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부족해져 갔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런 알고리즘의 추천을 놓치는 게 점차 ‘나만 이런 소식을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FOMO로 다가왔고, 조금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말 아침마다 한 주 동안 발행된 뉴스레터를 정독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평소라면 각종 SNS를 통해 조각조각 흩어진 정보를 따라가야 했지만, 정제된 뉴스레터로 그 주의 트렌드와 주요 소식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런 트렌드가 급부상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는 점이 나의 막연한 불안감을 많이 해소해 주었다.
나처럼 알고리즘을 활용해 무작정 새로운 것들을 좇다가 오히려 불안함을 느끼는 또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내가 찾은 그리고 내가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를 공유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또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