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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라 불리던 밀레니얼 세대가 재테크에 눈을 돌린 이유

Investment Fever

Opinion

‘욜로’라 불리던 밀레니얼 세대가 재테크에 눈을 돌린 이유

 

Writer. 홍춘욱 Hong, Chun-wook 이노코미스트

 


 

한때, 밀레니얼 세대는 ‘재테크에 무관심한 세대’라고 불렸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바로 부동산에 대한 쿨한 태도였다. 물론,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래 표에서 보듯,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도 부동산에 별 관심이 없었다. 베이비 붐 세대는 1946년생인데, 이들이 35살이었던 1981년 주택 보유율이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리고 1970년을 전후해 태어난 X세대가 30살이 되었던 2000년 주택 보유율도 역시 30%를 넘어섰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2016년 주택 보유율이 채 20% 전후에 불과할 정도로 관심이 낮았다. 그러나 이건 과거 이야기에 불과하다. 아래 표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의 30대는 가장 적극적인 주택 매수 세력이 되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도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 주택가격의 급등을 주도하고 있다.*

* 파이낸셜 뉴스(2020.8.19), <코로나19 경제위기에도 주택시장은 고공행진>

 

‘욜로’라 불리던 밀레니얼 세대가 재테크에 눈을 돌린 이유 이미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일단 2010년대 후반까지 한국 주택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매수자는 베이비 붐 세대였다. 그들은 초유의 저금리 환경에서, ‘임대사업자’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오피스텔의 전·월세 전환율이 10% 이상 수준이었던 반면, 대출금리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지가 맞는 장사였던 셈이다. 물론 반대로 밀레니얼 세대는 2008년을 전후한 글로벌 부동산가격 폭락 사태에 대한 기억이 강했기에, 베이비 붐 세대가 보유한 부동산에 임대 주거하고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때가 서울 등 핵심지역 부동산 매수의 ‘기회’였다.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을 비웃듯 ‘만성적인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었고, 더 나아가 연이어 지속된 정책당국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이 걷잡을 수 없이 지속되자 밀레니얼 세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8년을 고비로 밀레니얼 세대의 주택 구입 붐이 촉발됐다. 2018년 대비 2019년, 30세 미만 가구와 30대 가구의 자산 보유액이 각각 11.1%와 3.6% 늘어났던 것이다.**

** 한국은행•금융감독원•통계청(2019),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

 

‘욜로’라 불리던 밀레니얼 세대가 재테크에 눈을 돌린 이유 이미지

 

주식도 마찬가지였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식시장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2020년 주식시장의 반등을 주도한 미국의 로빈후드 앱 이용자들의 대다수는 밀레니얼 세대라고 한다.*** 물론 한국의 이른바 ‘동학 개미’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요인 역시 주택시장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에 지쳤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주식들이 바로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같은 이른바 ‘언택트’ 관련주들이다 보니 매우 친숙했던 것. 여기에 최근 발생했던 ‘라임 사태’ 등으로 기존 펀드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 것도 밀레니얼 세대의 직접 투자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도 자산시장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보일까?

 

이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주어진 여건만 놓고 본다면 너무 “성급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즉, 최근 1~2년에 걸친 투자 성공의 경험에 도취된 듯한 모습도 종종 보이는 듯하다. 빨리 부자가 되려는 욕망이 강하다 보니 돈을 빌려 투자하는 성향도 뚜렷하며, 일부 우선주의 투기적인 급등락 사례에서 보듯 투자 대상 자산의 내재가치를 면밀하게 따지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띈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의 자산 투자 붐이 아주 ‘장기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들지는 않는다. 2000년대 중반의 짧았던 펀드 붐처럼, 소멸해버릴 위험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정책당국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30대 이하의 젊은 직장인들이 주택 및 주식을 구입할 때, ‘장기보유’에 한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어떠냐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으로부터 투자자금을 지원받은 이른바 ‘금수저’는 제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겠지만, 투자 문화를 성숙하게 이끌며 밀레니얼 세대의 자산 형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할 만한 대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 조선비즈(2020.7.10) <美 주식투자 앱 로빈후드, 혁신인가 도박꾼 양성소인가>

**** 이데일리(2020.6.22) <[데스크의 눈] 합리적이지 않은 호모 이코노미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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