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Essay

일잘러의 균형감

Balance For Creativity

 

Smart Worker,

Word Smark

일잘러의 균형감

 

일잘러의 균형감 이미지

김용우 IGM 세계경영연구원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CEO, 임원 등 경영자 전문 교육기관 IGM세계경영연구원에서 평범한 인재로도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한 방향 경영, 가치관 경영을 주로 연구한다. 가치관 기반의 조직문화, 리더십, HR 등의 분야에서 리더의 성공을 위한 변화를 함께하고 있다.

 


 

나는 일을 잘하고 있는 걸까?

 

최근 일잘러, N잡러, 부캐, 워라밸, 워라블, 워러밸 등 일에 관한 많은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지금 하는 일을 위해 필요한 교육에 참여하고, 새로운 일에 시간을 투자하거나 자기다움을 찾는 다양한 활동까지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직위를 단순화하거나 없애는 것을 넘어 승진 연한도 없애는 추세인데다 이미 30대의 젊은 임원이 탄생하고 있다.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이 기업 가치 1조가 되는 데 평균 20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유니콘 기업(비상장 기업 가치 1조)이 되는 데 불과 5~6년이 걸린다. 기회가 무한하게 열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잠깐 사이 뒤처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지금 하는 일만 열심히 해선 안 된다는 두려움과 뭐라도 해야 한다는 조바심도 생긴다. 많은 사람이 일잘러가 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듯 보인다.

 

우선 일의 의미부터 보자. 조직에서 일은 성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잘러는 한마디로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성과는 단순히 매출액, 이익, 생산성 등 일이 만든 결과만 의미하지 않는다. 조직의 장단기 목표에 기여하는 과정, 조직과 개인의 성장은 물론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빠른 변화, 불확실성, MZ세대의 참여 등으로 일잘러의 모습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2009년 포춘코리아와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95.2%가 청소를 잘하는 사람이 실제 일을 잘한다고 답했다. 인재에 대한 판단도 ‘출근이 빠른 사람’과 ‘인사 잘하는 사람’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당시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했던 LG전자의 일을 잘하는 법 핵심은 바로 ‘낭비 제거’였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2021년 사람인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일잘러의 특징은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61.6%), 업무 센스가 뛰어나다(57.5%), 본인 업무에 책임감이 강하다(36.8%),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34.9%) 등이었다. 그리고 LG전자는 올해 신년사에서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강조했다. 10년 사이 일잘러의 특징이 내부 효율성 중심의 성실함과 예의 바른 자세에서 외부의 고객 가치 중심의 판단, 센스, 책임감 등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일잘러에 대한 생각의 빠른 변화는 여기저기에서 혼란을 만들기 마련이다. 그러면 어딘가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갖춘 일잘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며, 회사와 조직의 리더는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 균형감을 갖춘 일잘러의 출발이다. 중심이 바로 서야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지 않는다.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위해 일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요즘 세대도 그렇다. 앞서 일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란 책에서 성과가 존재하는 유일한 장소는 외부 세계라고 했다. 그리고 성과를 올리는 사람들은 ‘내가 속한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공헌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고 했다. 조직의 성과는 외부 세계, 즉 고객이 정한다. 이런 성찰은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만 살아남는 시대에 더 큰 울림을 준다.

 

일잘러는 조직의 성과에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고객 가치에 공헌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러면 지금 하는 일보다 더 높은 곳을 지향하게 되고, 큰 그림 속에서 지금 하는 일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과 고객에게 주는 가치와 의미를 깨닫고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개인의 미션이다. 필자의 미션은 ‘사람들의 동기를 자극하여 그들의 성공을 돕기’다.  미션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과 동기가 된다. 미국 친환경 식품 유통업체 1위인 홀 푸드(Whole Foods Market)의 직원들은 지금 하는 일의 이유를 말한다. 매장에서 커피를 내리는 직원은 “커피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이런 미션 발견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더 나은 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사례가 조직 문화 관련 책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미션을 실현해서 이루고 싶은 꿈이 바로 비전이다.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분명해야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필자의 비전은 ‘존경받는 동기부여가 되기’다. 이처럼 미션과 비전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으면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한 강한 동기가 생기고, 어떤 일을 해야 하며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지 명확해진다. 균형감을 위한 중심이 바로 선다. 그러면 더 높은 곳을 지향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인크루트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일잘러가 되기 위해 직무 교육 및 자기계발을 한다는 응답이 54.2%였다. 대상 교육은 어학(33.6%), 기술 분야(30.8%), 컴퓨터 프로그래밍(28.1%) 순이었다. 물론 지금 하는 일을 잘 해내려면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계속 해보면 된다. 그런데 더 나은 고객 가치를 만들려면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 특히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인 경우 전혀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TV 리모컨에 새로운 버튼을 추가하려면 제품의 기능을 개선하면 된다. 이때 ‘버튼이 없는 리모컨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능을 개선하는 것과 다르다. 리모컨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 수 있다. 요즘 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하며 TV를 본다.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겐의 책 《일을 잘한다는 것》을 보면 예측 불가능한 세계에서 기술, 과학, 분석 등의 논리적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고, 감각, 예술, 직관 등과 같은 다른 역량이 필요함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일잘러는 일을 잘하는 스킬도 필요하지만 주변 상황을 관찰하고 엉뚱한 생각도 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스킬과 감각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다. 영어 잘하고 프로그래밍 잘한다고 모두가 일잘러가 되지는 않는다. 큰 그림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감각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 하는 일만 열심히 하면 일잘러가 될까?

 

경계가 사라지는 초연결 세상이다. 물리적 세상의 경계뿐만 아니라 실재와 가상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특정 영역의 전문성만으로 제대로 된 성과, 더 나은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게다가 어제의 높은 가치가 내일은 평범해지는 빠른 변화가 끊임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따라서 일잘러는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 창의성은 낯선 경험에서 더 잘 발휘된다. 또한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을 넘어 영역을 파괴하는 다양한 분야로의 경력 개발도 필요하다. 다만 중심을 잡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웃기웃하다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으로 알려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처럼 어떤 전문성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심축을 유지하면서 커리어 방향을 전환하는 커리어 피벗팅(Career Pivoting)을 시도해 보자. 이때 중심축을 앞서 말한 개인의 미션으로 잡으면 특정 직무나 직업보다 유연하게 피벗팅을 할 수 있고, 미션을 실현하는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또 부캐를 통한 커리어 피벗팅도 있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Dentsu)는 ‘덴츠B팀’을 운영한다. 회사의 본래 일인 A면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서로 다른 B면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팀이다.“좋아서 하는 취미에 가깝기 때문에 모두 100퍼센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서로 다른 B면이 부딪히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일이 만들어진다.” 덴츠B팀 팀원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을 소홀히 하면 곤란하다. 조직의 성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몰입(Flow) 연구를 대표하는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사람들은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어떤 일에 주의를 집중하는 몰입의 경험에서 큰 기쁨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조직의 목표 달성에 온전하게 기여하는 것, 지금 하는 일에 전념을 다해야 높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처럼 말이다. “음, 상대가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난 한 놈만 패.” 내가 가진 수많은 관심, 조직이 나에게 원하는 수많은 요구 속에서 이기는 방법은 우선 하나에 전념하고 이를 통해 빠르게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커리어 피벗팅의 성공은 지금 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대해야 할까?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면서도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리고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은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두려움을 심어 준다. 이런 경우 브레네 브라운(Bren  Brown) 교수의 책《리더의 용기》가 도움이 된다. 우리는 모두 취약하다. 리더든 구성원이든 백전노장이든 초보자든 마찬가지다. 결과를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을 때 그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이를 돌파할 대담함이 나온다. 취약함을 인정하고 헤쳐 나가고자 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특히 리더인 경우 취약함을 인정하면 자칫 신뢰를 잃을까 걱정하거나 리더로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하버드 제프 폴저(Jeff Polzer)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먼저 취약함을 인정할 때 구성원에게 함께 해보자는 동기와 더 깊은 신뢰가 생긴다고 한다.

 

이때 필요한 마음가짐이 솔직함이다.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도 솔직함이지만 자신의 부족함이나 잘못으로 일이 잘못돼 가거나 실수를 한 경우에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일을 큰 위기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치심 때문에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기가 어렵다. 수치심은 자신이 결함투성이라는 기분을 안겨주는 감정이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조직에서 소속감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단절의 두려움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공감이다. 공감은 수치심의 해독제라고 한다. 공감은 상대방의 관점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비판하지 않으며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솔직함에는 공감을 표현하는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회사인 픽사(Fixar)의 CEO 애드윈 캣멀(Edwin Catmull)은 “솔직한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려고 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라고 했다. 솔직하게 부족함과 실수를 드러내고 피드백을 주고받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일잘러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고,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세상의 빠른 변화와 마찬가지로 일잘러에 대한 생각도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일잘러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회사와 조직의 리더는 일잘러의 균형감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지금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기보다 중심을 잘 잡고 균형감을 갖춘 일잘러가 되어 보자.

Search
검색어 입력
뉴스레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