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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왜 성공했을까

Cross Generation

Media Now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는 왜 성공했을까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메가 히트로 본 디지털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와 디지털 광고의 전망에 대하여.

 


 

① 호모 모빌리쿠스 Homo Mobilicus 시대의 도래

 

오늘도 시끄럽게 울리는 스마트폰 알람을 끄며 하루를 시작한다. 홈 화면을 훑어보니, 오늘 기온은 영상 5도에 흐리고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한다. 지도 앱을 켜서 버스 도착 시각을 체크하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는 유튜브를 플레이 한 뒤, 포털 앱으로 스위칭하여 뉴스를 본다. 기사를 몇 개 읽다 보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 자리를 찾을 겸 둘러보니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십여 년 전을 떠올려 보면, 아침 대중교통 풍경엔 신문이 빠짐없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의 시대다. 범람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제는 모두 자신이 원하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찾아내 소비한다.


 

② 동영상 콘텐츠 이용 행태의 변화

콘텐츠와 플랫폼의 진화 속도는 사람들의 파편화된 기호에 맞춰 점차 빨라지고 있다. 원하는 때에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와 더불어, 포터블 디바이스 Portable Device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OTT Over The Top 사업이 발전했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공자 역할을 향해 나아가는 추세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한 유튜브만 봐도 그렇다. 누구나 손쉽게 동영상을 만들고, 업로드하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단순한 이 아이디어는 유튜브에 명실공히 ‘글로벌 No.1 디지털 비디오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더불어 상승세를 보이는 틱톡은 무료 음원과 동영상 필터는 물론이고, ‘챌린지 Challenge’라는 형태로 업로드할 내용적 맥락까지 제공하며 유저 스스로 더욱 빠르고 완성도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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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영상을 본 TBWA CHIAT DAY의 CEO, 롭 슈워츠 Rob Schwartz의 트윗 “이제 우리의 경쟁자는 유저들이다.”


 

③ 숏폼 Short Form 콘텐츠의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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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진행된 아무노래 챌린지(#AnysongChallenge) 참여 영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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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와 셀러브리티의 콜라보 영상이 초반 이슈를 견인했으며, 이에 유저들이 반응해 세대를 아우르는 대세감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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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란, ‘해시태그(#) 챌린지’의 준말로 유저들이 하나의 주제와 음원으로 특정한 상황이나 모션, 춤 등을 따라 하고 공유하는 유저 참여형 콘텐츠를 말한다. 셀러브리티나 브랜드가 영상을 게재하면 유저들이 영상을 보며 따라 하고, 전 세계 유저들의 공유를 유도하는 틱톡의 대표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챌린지 영상 대부분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단순한 모션이나 춤 동작으로 구성되며, 이름이 ‘챌린지’인 만큼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영상이 다수다. 여기에 틱톡은 퀄리티 높은 영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다양하게 제공하면서 유저들에게 ‘참여=놀이’라는 인식을 부여했다. 성공 사례도 눈에 띈다.

 

틱톡 챌린지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빌보드 역주행에 성공했던 리조 Lizzo, 챌린지로 음악을 알리고 빌보드 최장기간 1위를 기록한 릴 나스 엑스 Lil Nas X 등의 해외 사례도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도 틱톡 챌린지가 붐을 일으키며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는 콘텐츠가 등장했다. 바로 래퍼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Anysong Challenge’다. 해당 챌린지는 2020년 1월 14일에 시작하여 약 40일이 지난 현시점(2월 25일 기준)으로 조회수 3.5억 뷰, 유저 콘텐츠 72만 개를 넘기면서 지속해서 기록을 경신 중이다. 아무노래 챌린지의 인기 요인은 뭐였을까. 우선 중독성 강한 비트와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안무가 특징이기 때문에 15초 남짓의 숏폼 비디오 위주로 서비스하는 틱톡 플랫폼에 최적화되어 있다. 여기에 재능 있는 유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며 광범위한 유행을 만들어냈다. 또한 지코를 중심으로 한 셀러브리티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로 인해 지속해서 화젯거리를 생산해낸 점 역시, 아무노래 챌린지가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로 꼽힌다. 챌린지의 유행은 음원 성적과도 직결되었다. 챌린지에 짧게 삽입된 지코의 ‘아무노래’는 유저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며 전곡을 찾아 듣도록 유도했고, 국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틱톡 열풍에 BTS 또한 가세했다. 지난 2월, BTS는 자신들의 4집 타이틀곡 ‘ON’을 틱톡을 통해 선공개했다. 정식 발매 전, 틱톡에서 신곡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그룹 BTS와 틱톡의 만남은 Z세대에게 틱톡이 유튜브와 네이버 V LIVE보다 파급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틱톡의 광고성 챌린지는 어떻게 진행될까. 브랜드 론칭 챌린지, 제품 프로모션 챌린지 등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특히 커스텀 필터를 자체 개발하여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간접적으로 브랜드 및 USP Unique Selling Point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홍보가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DanceAwesome 챌린지를 꼽을 수 있다. 갤럭시 A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노래 ‘Awesome Phone Song’에 블랙핑크 댄스를 접목한 형태로 출시한 이 챌린지는 제품 출시 국가인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등의 7개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블랙핑크가 실제로 챌린지에 참여하여 화제를 모았다. 오픈 80시간 만에 전 세계 42억 뷰를 기록했는데, 이는 최단 시간 내 달성한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까지 157억 뷰와 500만 개 이상의 유저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④ 디지털 광고에서의 영향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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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Q 기준 1년 누적 다운로드 수는 틱톡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보다 우세한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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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숏폼 콘텐츠 플랫폼이 잇따라 출시됐다

“TV만 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유튜브도 보고 넷플릭스도 보고 다른 플랫폼 OTT도 보며 시청자의 패턴이 변하고 있다. 요즘 프로그램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로 치면 대하드라마 같더라. 가벼운 숏폼을 하고 싶다.”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 <금요일 금요일 밤에>제작발표회, 나영석 PD

가벼운 콘텐츠의 유행은 밈 meme을 비롯한 바이럴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Z세대의 등장과 유저 참여형 플랫폼의 약진을 불러왔다. 틱톡은 2012년 창업 당시 ‘킬링타임용 15초 짜깁기 영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글로벌 MAU Monthly Active Users를 5.6억 명 보유할 만큼 성장했다. 이와 동시에 150개국에서 서비스되는 플랫폼이며, 2019년 하반기에는 유튜브와 인스타 그램을 상회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이러한 틱톡의 성장세에 숏폼 비디오 플랫폼 시장을 노리는 거대 기업들의 행보도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60초 동영상 강좌 공유 플랫폼 ‘탄지 Tangi ’를 출시했으며, 인스타그램은 브라질에서 비디오와 음악 리믹스 기능이 담긴 15초 동영상 플랫폼 ‘릴스Reels’를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우아한 형제들과 AR 전문 기업 시어스랩 Seerslab이 공동 개발한 ‘띠잉 Thiiing ’을 론칭했는데, AR 게임과 접목한 10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이 24 시간만 노출된 후 사라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올 4월 론칭 예정인 10분 내외의 숏폼 동영상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퀴비 Quib’는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 Jeffrey Katzenberg와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기예르 모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등 할리우드 유명 감독들이 참여하면서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Z세대의 주류 문화로 자리잡은 숏폼 콘텐츠의 유행은 해당 세대들이 점차 주요 소비자층으로 진입하면서 광고 콘텐츠 길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의 마케팅 동영상 평균 길이는 2016년 당시엔 13분가량이었으나 2018년에는 약 4분가량으로 단축되었다. 이에 주요 디지털 매체는 유튜브의 범퍼애드(6초), 틱톡의 브랜드 테이크 오버(5초), 트위터의 스포트라이트(6초)등 주 력 숏폼 광고 상품을 판매 중이며, 후발 매체들도 속속 짧은 시간대의 상품을 개발하거나 스킵 SKIP 가능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유튜브 광고 ‘5초 스킵’이 유저들 사이에서 보편화되면서, 한때 대세였던 15초 논스킵 NON-SKIP 광고는 유저들의 비난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동영상 광고 시청 시 유저가 가장 선호하는 길이로 15초 이하를 선택한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 흔히 한국인들을 ‘빨리빨리’의 민족이라 부른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공항 입국심사에서 빨리 통과하고 싶다면 한국인 뒤에 서라 ”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토리텔링 위주의 시네마틱 콘텐츠는 소화하기 버겁다. 짧고 유쾌한, 빠른 호흡의 숏폼 콘텐츠는 한순간의 유행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에 익숙한 Z세대가 점차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주류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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