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or
Than Ever
취향을 저격할 큐레이션 서비스
모두가 따라가는 메가트렌드는 이제 없다. 대신 자기만의 멋과 기준이 떠오르고 있고, 취향을 기반으로 한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아무리 멀고 수고스러워도 각자의 기준에 부합하면 지갑 열기를 마다하지 않는 지금의 소비문화에서 가장 떠오르고 있는 건 바로 큐레이션이다. 큐레이터들은 특정한 키워드와 문화를 집요하게 내세우며, 트렌드보다는 자신들만의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다.
영감 넘치는 월요일을 위한
베러먼데이클럽
출근만 생각하면 우울해지는 일요일, 베러먼데이클럽은 ‘월요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이들은 기다려지는 월요일을 위해 부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모임을 월요일마다 제안한다. 함께 하는 활동부터 네트워킹, 체험과 챌린지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베러먼데이클럽의 중심에는 ‘먼데이 클럽’이 있다. 주로 부산의 로컬 브랜드들과 협업해 선보이는 모임인데, 막걸리 빚기, 와인 테이스팅, 가죽 공예, 브랜드 액티비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모임 중간의 네트워킹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 맞는 동네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모임은 출근을 기다리며 우울감에 빠지는 일요일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better monday club
음악으로 순간을 감각하는
리플레이
오감으로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 여기에 적절한 음악까지 흘러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튜버 리플레이는 이런 구체적인 순간들을 겨냥한 플레이리스트를 큐레이션한다. 그의 채널은 “차분한 오후의 드립커피”, “우리 나중에 파리 여행 가면 에펠탑 보면서 같이 듣자” 등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한 플레이리스트로 가득하다. 플레이리스트 채널의 성공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편리함과 공감이 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이도 적절한 플레이리스트 채널 하나면 감각적인 DJ가 될 수 있다. 굳이 디깅하지 않아도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통해 좋은 아티스트를 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특정한 상황과 어울리는 채널의 큐레이션이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한다. 리플레이 또한 이런 지점을 공략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LEEPLAY
마포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도보마포
여행지에서 지역 주민, 택시 기사님들에게 추천을 받는 것처럼 신뢰도 높은 정보는 없다. 한곳에 오래 머문 사람은 이미 그 지역을 입체감 있게 소비해 봤기 때문이다. 만약 마포구에 갈 일이 있다면, 그 전에 미리 도보마포 인스타그램 채널을 팔로우하자. 그는 30년 넘게 마포구에 거주하는 현지인으로, 마포구민의 자부심과 추억을 담아 이곳저곳을 소개한다. 단순히 지역과 가게만을 소개한다면 광고 업체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도보마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톡톡 튀는 언어와 기획으로 마포를 큐레이션 하기 때문이다. ‘도추코(도보마포 추천 코스)’에서는 마포구 주민들, 마포에 위치한 가게 사장님들의 추천 코스를 소개한다. 평범하고 흔한 데이트 코스만 있는 게 아니라 해장, 나 홀로 카페, 친환경 코스 등 개인의 역사와 취향을 오롯이 담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도보마포
제철 음식이 가득한
후암동 삼층집
귀찮다는 이유로 찾는 인스턴트와 배달 음식은 맛은 있지만 자극적임을 알기에 먹을 때마다 건강이 염려되곤 한다. 이제부터는 나의 건강을 위해, 혹은 음식 본연의 맛과 재미를 위해 요리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철 음식을 큐레이션 하는 후암동삼층집이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레시피를 선보이기에, 매번 새로워지는 메뉴와 레시피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최근 후암동삼층집의 레시피북 《오늘 이 계절을 사랑해!》가 출간됐다. 주변 시장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와 기본적인 양념을 활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레시피를 소개한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요리도 이색적으로 변주한다. 요리별로 비건, 락토 오보, 페스코 등의 표기가 되어 있어 각자의 지향점에 맞춰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좋다. 번아웃이 일상이 된 시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며 충전해 보자.
ⓒ후암동삼층집
패션 문화 속 진정성을 담아
온큐레이션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른 패션 트렌드, 신상품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며 우리를 유혹한다. 지금 당장 소비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질 것 같은 이 흐름 속에서 온큐레이션은 ‘디지털 뮤지엄’을 표방하며 사유를 촉진하는 아티클을 꾸준히 선보인다. 뮤지엄 큐레이터가 자신만의 전문성과 비범한 관점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현상이나 작품을 바라보는 입체적인 시각을 제안하는 것처럼, 온큐레이션 또한 디지털 세계의 큐레이터가 되어 패션 신의 과거와 현재를 뾰족하게 짚는다. 온큐레이션은 최근 SNL에 등장해 회자되던 ‘무신사 냄새’를 다루며, 거기에 숨어 있는 한국인들의 패션 소비문화를 꼬집었다. 화려한 치장 뒤에 가려진 우리의 소비문화와 패션 문화를 꾸준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온큐레이션이 가진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최근에는 ‘온사이트 클럽’이라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본격적인 담론의 장을 위한 걸음을 떼고 있다.
ⓒONCURATION
한 달에 한 번 주제별로 책을 만나는
어쩌다 산책
우리는 우연의 산물을 ‘어쩌다’로 기록한다. 계획되지 않은 만남에는 미묘한 끌림이 있다. 책과 음료 그리고 공간도 우연처럼 만날 수 있을까. 무용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위한 서점이자 카페인 ‘어쩌다 산책’은 바로 이런 우연한 만남과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존재한다. 내부에는 너른 좌석과 서점 그리고 카페가 마련돼 있다. 서점을 둘러본 뒤 카페에 앉아 사색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매달 주제 하나를 정해 서점에서는 책과 작가를, 카페에서는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다. 이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유행을 따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투박하지도 않다. 단정한 서가에는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대신, 산책자의 여유를 형상화하듯 꼭 필요하고 추천할 만한 책들만 놓여 있다. 큐레이션 된 책들에는 선정된 이유와 함께, 직원들이 나눈 필담 노트도 마련돼 있다. 어쩌다 산책의 디렉터 김수진은 이곳을 두고 “물리적인 움직임을 넘어 산책을 닮은 경험들을 제안하는 곳”이라 말했다.
ⓒ어쩌다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