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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공감하는 콘텐츠: 세대를 넘나드는 매력
‘세대’라는 말은 다분히 분쟁적이다. 이 말을 떠올릴 때 주로 가닿는 표현은 세대 공감, 세대 차이, 세대 통합 등이 있다. 세대별로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콘텐츠는 부모 세대에게는 어렵고, 부모 세대에게 통하는 콘텐츠는 젊은 세대에게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어렵다는 세대 통합을 해내는 콘텐츠들이 있다. 세대를 초월해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콘텐츠 세 개를 소개한다. 이들을 통해 세대별 간극을 좁히는 주요한 힌트를 함께 길어 올릴 수도 있을 테다.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
캐치! 티니핑 시리즈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첫 번째 극장판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흥행핑’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가 모은 관람객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흥행 5위 안에 드는 성적이다. <사랑의 하츄핑>은 운명의 소울메이트를 찾아 나선 로미와 하츄핑의 첫 만남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로,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관람에 나선 부모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40대 남성도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영화에 담긴 ’동심’이 세대를 아우르는 코드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보통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은 아이가 영화를 볼 때 한편에서 잠을 청하는 게 암묵적 규칙이었지만, <사랑의 하츄핑>은 다르다. 아이와 부모를 만족시키는, 더 나아가 10대를 만족시키는 가족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촘촘한 계획 속에 탄생한 영화는 모든 세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0가지가 넘는 매력적인 티니핑 캐릭터, 눈물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영상미, 인기 아이돌 윈터가 부른 매력적인 OST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마저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팬미팅 〈에그고등학교 4학년 9반〉
나영석
나영석 PD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 KBS <1박 2일>의 PD를 맡았을 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영석 PD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누구나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다. 특히 ‘꽃보다 시리즈’는 노년의 배우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통해 신체적 나이와 별개로 누구나 청춘일 수 있음을 전하며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나영석 PD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예능상을 받았다. 재밌는 건 예능상이라는 점이다. 그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한다면 팬미팅을 진행하겠다는 공약을 세웠고, 수상 후에 <에그고등학교 4학년 9반>이라는 유쾌한 팬미팅 자리를 준비했다.
나영석 PD가 팬미팅을 준비하는 모습은 그가 만들어가는 프로그램 그리고 그와 닮았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세대 구분 없이 사랑받는 비결은 끊임없이 트렌드를 공부하려는 그의 성실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명성을 얻었음에도 유튜브 채널에 도전하는 모습, 침착맨을 유튜브 선배로 모시고 조언을 구하는 그의 겸양은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잘될 수밖에 없는 비결이 아닐까.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에 그는 유재석과 침착맨을 제치고 예능인이 아닌데도 예능상을 받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에세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김창완
김창완은 천재, 괴짜, 전설 그리고 ‘시대의 어른’이라 불린다. 김창완이 아이유, 잔나비 등 대중에게 사랑받는 뮤지션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한국 대중문화에 획을 그은 뮤지션이기 이전에 미완의 존재를 응원하며 매일 내딛는 걸음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에 있을 것이다. 그는 23년간 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출석하며 매일 아침 직접 쓴 오프닝을 읽었다. 에세이《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는 김창완이 라디오에서 청취자들에게 답한 편지와 오프닝 글을 엮은 책이다. 그중에서도 “손으로 그린 47개의 동그라미 중 두 개만 그럴듯한 것처럼, 회사 생활도 47일 중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이라는 편지가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책에 담긴 글은 ‘동그라미 47개’에 관한 글처럼, 인생에 대한 따듯한 격려뿐 아니라 “어그러진 일상에 실망할 것 없고,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졸작들도 그 자체로 예쁘다.”는 김창완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어제의 슬픔과 비애를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리고, 오늘의 자전거 바퀴를 힘차게 굴리자.”는 그만의 경쾌한 삶의 태도는 어떤 시기의 인생을 보내고 있을지라도 각자의 삶에 닿아 삶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