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Note
3대가 사랑하는 캐릭터
어린이들이 먹는 과자, 학생들 가방에 달린 키링, 직장인들이 쓰는 볼펜까지 기존 마케팅에서는 하나로 묶이지 않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다. ‘귀여움으로 세계 정복’이라는 농담을 현실로 만든 브랜드, 산리오다.
1974년생 헬로키티와 2014년생 어린이의 교감
일본 캐릭터 산업을 대표하는 산리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IP인 헬로키티를 보유한 브랜드다. 얼핏 어린이를 위한 브랜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폭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티와 동갑인 1974년생부터 2014년생 어린이까지 모두 산리오 캐릭터를 좋아한다. 산리오는 현재까지 약 400여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헬로키티는 산리오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쿠로미와 마이멜로디 등 다양한 캐릭터 라이선스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산리오 캐릭터가 전 연령대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2023년 12월, 쓰지 도모쿠니 산리오 대표는 “자녀와 손자에게 사주고 싶은 상품이라는 사이클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답했다. 산리오 굿즈를 검색해 보면 제목이나 본문에 ‘엄마가 더 좋아하는’이나 ‘엄마가 더 신난’이라는 표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주 귀엽게, 아주 다양하게
산리오 캐릭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귀여운 디자인이다. 산리오의 기업 철학은 ‘모두 사이좋게, 미소를 선사하기 위해, 미소 짓고 싶은 나를 위해 산리오 선물을 주고받는다’인데, 산리오는 기업 철학을 지키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지키고 있다. 음주나 폭력, 범죄가 떠오르는 디자인과 협업은 피한다. 반면 이외의 것들은 자유롭다. 캐릭터마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있지만 고정된 스토리나 디자인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자신이 공감하는 가치를 지닌 캐릭터에게 자신의 개성을 투영한다.
발렌시아가와 협업하며 헬로키티의 귀여운 이미지를 럭셔리 패션 아이템과 융합시키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동전 지갑에서 시작한 헬로키티는 발렌시아가의 빌리 백(Ville Bag)을 자신의 얼굴로 만들어내는 캐릭터가 되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소비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다면적 캐릭터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대만의 에바항공과 협업해 산리오 캐릭터를 랩핑한 비행기를 선보이고, 일본 홋카이도 미쓰이 가든 호텔에는 폼폼푸린으로 장식된 방을 만들어 성인부터 가족 투숙객을 아우르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헬로키티 데뷔 50주년을 맞아 서울, 핀란드, 홍콩 등에서 팝업과 전시 이벤트를 진행한다. 홍콩에서는 하버 시티와 협업해 다섯 개의 체험 구역을 선보였고, 일본에서는 도쿄 국립 박물관에서 헬로키티 전시를 개최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접을 넓히기 위해 글로벌 랜드마크와 AR 체험 프로젝트도 동시 진행 중이다.
일상을 파고드는 산리오타임
협업 대상을 정할 때, 앞서 말한 기준을 제외한다면 특별한 기준 없이 “상대 기업이 어떤 곳인지 확인하는 정도이며 생각보다 장벽은 낮다.”고 대표가 말할 정도로, 산리오의 협업은 열려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활발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헬로키티 굿즈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가 시장 변동성에 취약하다고 판단했고, 세대 구분 없이 지속적으로 공감하고 소비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산리오타임’을 핵심 성과 지표로 새로 설정했다. ‘산리오타임’은 소비자들이 산리오 관련 콘텐츠에 몰입하는 시간을 뜻하는 것으로, 디지털 플랫폼 포함 캐릭터와 관련해 긍정적인 경험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전략이다.
2022년 4월 로블록스(Roblox)에서 출시된 마이 헬로키티 카페(My Hello Kitty Cafe)는 플레이어들이 카페를 만들고 확장시키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 안에서 헬로키티를 비롯해 산리오의 캐릭터를 만나고,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산리오 캐릭터를 수집하고 카페를 꾸민다. 게임 안에서 캐릭터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다른 유저의 카페를 방문하고 교류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산리오의 팬덤이 형성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OTT 콘텐츠 역시 산리오타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2016년 〈어그레시브 레츠코(Aggretsuko)〉가 산리오에서 데뷔했다. 레서판다에서 모티프를 얻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직장인이라는 설정으로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캐릭터다. 2018년 아그레츠코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에서 다섯 시즌에 걸쳐 방영되었다. 아그레츠코는 겉 으로는 성실하지만 퇴근 후 메탈 음악을 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중적인 캐릭터다. 이를 통해 일본 사회의 부조리한 문제를 꼬집는 한편 직장을 다니는 젊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방식으로 MZ세대와 공감을 이끌어냄으로써 성인층의 인기를 끌어낸 것이다. 2023년 기준으로 산리오타임은 약 648억 시간에 달한다. 또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산리오 매출도 성장했는데, 2024년 상반기까지 99.9억 엔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7.25% 성장한 수준이다.
산리오 캐릭터들은 귀여운 디자인을 바탕으로 여러 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는 브랜드 전략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세대에 걸쳐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핀포인트 콘텐츠를 발행함으로써 팬층을 넓혀가기도 한다. 특히 부모 세대의 취향을 물려받는 알파세대는 ‘*키티라(キティラ)’ 현상처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산리오 캐릭터에 익숙해지고 팬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동시에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등, 콘텐츠 유행의 유효 기간이 사라졌다. OTT 플랫폼을 통해 과거에 발행된 영상 콘텐츠를 현재에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산리오의 캐릭터 콘텐츠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팬덤을 만드는 방향으로 구축되고 있다.
* 키티라(キティラ): 키티 애호가 또는 키티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문화 현상을 대표하는 산리오 캐릭터 4
키키와 라라
리틀 트윈 스타즈의 쌍둥이 별의 요정인 키키와 라라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캐릭터다. 둘은 1974년 탄생했는데 일본의 ‘카와이(kawaii)’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1970년대 등장한 일본의 카와이 문화는 작고 순수해서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대상을 바라보는 미감을 바탕으로 생겼다. 특히 키키와 라라는 일본의 카와이 문화를 이끈 아이콘으로 순수함, 천진난만함, 무해함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케로케로케로피
1988년 탄생한 케로케로케로피는 개구리 모티프의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일본의 자연과 환경을 상징하는데 자연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적극적이고 모험심이 강한 성격으로 자연을 탐험하고자 하는 어린이들의 모험심을 반영한 캐릭터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어린이 교육을 위한 캐릭터로 활용되기도 했다
배드바츠마루
반항적이고 시니컬한 성격을 가진 펭귄인 배드바츠마루는 헬로키티와는 정반대 성격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개성과 독립성을 중시하고, 다양한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관습을 넘어서 자유로운 성향을 지녀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펑크 스타일과 비꼬는 듯한 유머로 젊은 층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쿠로미
2005년 탄생한 쿠로미는 마이멜로디의 라이벌로 설정되었다. 겉으로는 해골 두건, 검정색 등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성격은 귀엽고 순수한 면이 있다. 마이멜로디가 전통적인 카와이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면, 쿠로미는 반항과 개성을 표현하는 2000년대 이후의 문화를 반영하는 캐릭터로, 귀여운 외모와 개성 덕분에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