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의 진화

2023.02.01

인증샷을 부르는 놀이공간

 

지금까지의 피팅룸(fitting room)은 옷을 사기 전 디자인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어 보는 것이 목적인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소비자들이 착장샷을 SNS를 통해 남기면서, 피팅룸은 마치 패션쇼 하듯 옷을 갈아입고 사진을 찍는 놀이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몇몇 발 빠른 패션브랜드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감지하고 일반적인 피팅룸의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한 조명과 음향 조절은 기본이고, 차별화된 컨셉을 갖춘 공간으로 핫한 포토존으로 피팅룸을 변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피팅룸’, ‘#피팅룸샷’을 검색하면 약 5만 여건(22년 11월 기준)의 게시물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온라인 상에서 언급되는 피팅룸의 연관어를 분석해보면 ‘사진’의 언급량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웨이팅’의 언급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피팅룸의 적극적인 이용이 늘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브랜드 경험 공간으로의 진화 이미지
피팅룸 연관어 분석 (출처: Inno Analytics / 2020년 1월 ~22년 11월 18일, 언급량, 단위 건)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로 컨셉화

 

스마트 피팅룸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조명의 색상과 조도도 바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며, 입어 본 옷으로 숏폼 콘텐츠나 룩북 제작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브랜드별로 차별화한 공간에서 고객에게 색다른 분위기를 제공하고, 고객이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의 피팅룸은 마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천장과 바닥이 연결되어 있는 스튜디오 호리즌 컨셉으로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감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 외에도 휴대폰을 미러링할 수 있으며 숏폼 컨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라이브 피팅룸, 옆과 뒷모습까지 찍을 수 있는 원형룸 등 다양한 형태의 피팅룸을 제공한다. 나이키 스타일 홍대는 단순히 제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는 공간을 넘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내고 또 새롭게 창조해 내는 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유 있는 규모의 공간에 색상 조절이 가능한 조명으로 스튜디오처럼 이용할 수 있는 피팅룸이 있다. 피팅룸 사이에 자리 잡은 ‘콘텐츠 스튜디오’에서는 배경, 필터, 렌즈, 스티커 등을 선택해 원하는 사진을 촬영하고 나만의 룩북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인증샷은 기본, 구매를 더 편리하게 스마트화

 

피팅룸은 애플리케이션, QR 코드, 스마트 미러 등을 이용해 물리적 공간과 온라인 쇼핑 구매의 장점을 결합한 피지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피팅룸 예약부터 입어 볼 옷까지 가져다주는 형태로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매까지 편리하게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ZARA의 롯데월드몰점은 6주마다 새로운 테마로 바뀌는 ‘스페셜 피팅룸’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팅룸을 온·오프 라인이 연동되는 옴니채널의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ZARA 애플리케이션 내 ‘Store Mode’를 통해, ‘Click & Find’로 매장 내 제품 위치를 확인하고, ‘Click & Try’로 피팅룸을 예약할 수 있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옷을 선택하고 피팅룸을 예약하면, 직원이 데이터를 전달받고 옷을 준비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발란 또한 오프라인 매장 ‘커넥티드 스토어’를 오픈하며, 스마트 피팅룸의 기능을 더했다. 스마트 피팅룸에는 발란 계정과 연동된 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 미러가 설치되어 있으며, 원하는 상품의 QR 코드를 찍어 피팅 리스트에 담는 방식으로 예약을 하면 직원이 상품을 피팅룸에 걸어 놓은 후 카카오톡 알림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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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 커넥트 스토어(출처: 발란 홈페이지)


피팅룸의 진화 이유

 

지난 3년 간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으로 상당 부분 전환이 가속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패션 시장의 온라인 비중은 약 25% 수준으로 국내 전체 산업의 온라인 비중 40% 보다 낮은 편이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어 보고 입어 보고 사야 한다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음을 시사한다. 앤데믹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복귀하는 소비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차별적인 오프라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30대 사이에서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브랜드일수록 오프라인 매장 오픈시 피팅룸을 강조한다. 브랜드에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 홍보 효과를 누리는 '바이럴 마케팅’과 인지도 확대를 노리고, 소비자들은 화면 속에서만 보던 상품들을 실제로 입어 보고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피팅룸에서 매장의 직원이 소비자가 착용하는 옷의 개수를 확인하던 방식에서는 어떤 상품을 몇 명이 입어 봤고, 실제로 구매했는지 데이터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 피팅룸은 이런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 생산과 재고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최종적인 ‘스마트 피팅룸’의 미래는 데이터 수집을 통한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정보 탐색이 일상화된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기업 관점에서의 일방적인 브랜드 메시지 전달을 수용하지 않는다. 브랜드 담당자에게 있어 피팅룸의 진화가 주는 시사점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즐기고 공유할 만한 브랜드 경험 요소를 자연스럽게 설계하였다는 점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SNS를 중심으로 피팅룸을 소비하는 방식을 포착하고, 이를 브랜드화하여 차별적인 경험으로 제공하는 피팅룸의 진화는 단지 패션업계에 국한된 변화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기업 고유의 창의적이고 임팩트 있는 브랜드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노션 브랜드인사이트팀 류현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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