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직장이라는 단어는 오늘날의 직장인들에게 낯선 단어이다. 회사가 나의 커리어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일반화되고, 본인이 보유한 재능을 계발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되고 있는 사회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러한 직장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 속에서 회사에서 지시하는 본업무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진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의 기회가 되며, 회사의 기존 프로세스에서는 나오기 어려웠던 새롭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다양한 실험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구글의 20% 법칙처럼 창의성과 의욕이 넘치는 직원이 회사 내에서 기존 업무 외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시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사례는 예전부터 있었다. 요즘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회사의 틀 안에서 사이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이전과는 달리, 현재는 협업의 범위나 프로젝트의 결과물의 형태가 훨씬 자유롭고 유연하게 진행된다. 회사의 업무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일을 이제는 사이드 프로젝트라 부른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워라밸’의 회색지대, ‘워크’와 ‘라이프’ 사이에 존재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경험’은 좋은 직장에서도, 충분한 여가생활에서도 충족되기 어려운 가치이다. 즉 일이라 하기에는 자유롭고, 취미라 하기에는 강한 동기가 부여된 상태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만족과 보람을 추구하는 것이다.
각양각색 사이드 프로젝트 도전기
무료 이미지 공유 플랫폼 '언스플래시' (출처: 언스플래시 홈페이지)
보고서를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하는 무료 이미지 공유 플랫폼 ‘언스플래시(Unsplash)’가 사이드 프로젝트의 결과물임을 아는가?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연결해주는 구직 플랫폼 기업 ‘드리블 (Dribbble)’은 웹사이트에 사용하기 위해 사진작가를 섭외하여 사진을 촬영했다. 그 중 사용하지 않은 사진 10장을 버리기 아까웠던 드리블 직원이 별생각 없이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10장의 사진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하고 촬영한 작가의 포트폴리오 링크를 달아둔 것이 언스플래시의 시작이었다. 많은 사람이 무료 이미지에 감사를 표하며 작가의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방문하는 일이 발생하자 그들은 본 업무 외에 매일 10개의 무료 이미지를 구해서 웹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언스플래시가 탄생했다.
푸드트럭 위치 공유 플랫폼 '가슴속 3천원' (출처: 구글 앱스토어)
“누구나 가슴속에 붕어빵 사 먹을 3천 원쯤은 있잖아요?”라는 말로 자신들을 소개하는 ‘가슴속3천원’은 붕어빵 같은 겨울철 간식을 파는 노점상의 위치를 공유하는 위치 기반 모바일 플랫폼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구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내가 쓰고 싶은 앱을 만들어보자’는 방향 아래 만든 이 서비스는 2021년 말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떡볶이, 군고구마, 토스트 등 추적하는 노점의 종류를 확장해나가며 성장하고 있다.
영감이 있는 아침을 담은 계간지 'Achim' (출처: Achim 홈페이지)
매거진 〈Achim〉은 패션·뷰티 플랫폼 ‘스타일쉐어’의 브랜드 마케터가 그래픽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지인과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계간지이다. 아침에 보기 좋은, 영감을 주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표로 개발되었으며,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모든 페이지가 포스터처럼 구성되어 있다. 매거진 〈Achim〉은 현재 더 확장되어 유료 구독자 대상 이메일 레터 서비스, 연말 달력 등 굿즈 제작까지 진행하며 매거진의 팬덤을 넓혀가고 있다.
이노시안의 사이드 프로젝트: 보스토끼
건방지지만 쿨한 매력을 지닌 이노션의 캐릭터 (출처: 이노션)
4월 6일 런칭한 ‘보스토끼(BOSS TTOKKI)’는 이노션의 기획, 제작 등 7명의 이노시안이 모여 추진된 사이드 프로젝트이다. 내가 만든 브랜드를 꿈꾸거나, 보다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길 열망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국내 종합광고대행사 최초로 자체 개발 IP에 기반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보스토끼’는 세상의 보스가 자기라고 생각하는 조금은 까칠하지만 솔직하면서 개성있는 캐릭터이다. 사이드 프로젝트 멤버들은 보스토끼를 활용하여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컨설팅, 판로 개척 등을 원하는 국내외 브랜드를 바이트(Bite, 물다/콜라보를 의미하는 보스토끼만의 언어)하는 플랫폼 IP 비즈니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그 첫 발로 요즘 핫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류 제조업체 한강주조와 손잡고 '보스토끼 막걸리' 제품도 출시했다.
광고 기획 및 제작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답게, 캐릭터를 자체적으로 그렸을 뿐만 아니라, 영상이나 사진 등 컨텐츠들도 직접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개인의 차원에서 새로운 열정을 찾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광고대행사의 전통적인 B2B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B2C로 업역을 확장했다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행보라 할 수 있다.
이노션 x 한강주조 '보스토끼막걸리' (출처: 이노션)
멤버 모집, 과다한 업무 등 추진에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향한 직장인들의 도전을 계속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만족과 보람을 느끼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 향상을 향한 이들의 도전이 비즈니스와 세상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기대해본다.
이노션 브랜드인사이트팀 류현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