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크리에이티브의 AI 시대에 접어들었다. 크리에이티브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혁신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변곡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와 생성한 제작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이슈에서부터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처럼 가장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오류 문제도 존재한다. 이처럼 거대한 변화는 도전과 기회뿐 아니라 두려움과 우려도 동시에 가져온다.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단순히 멋진 글과 이미지를 생성하는 표피적인 변화가 아니다. 보다 근원적인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조직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질적 고도화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대다수의 크리에이티브 과제는 여전히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린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이 고도화 작업을 훨씬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한다. 크리에이티브를 혁신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속도와 규모가 결정하는 차원이 다른 크리에이티브
크리에이티브 개발 속도는 대행사의 미래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생성형 AI는 크리에이티브에 속도와 규모를 더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10배 더 많이 할 수도 있고 10배 더 빨리 할 수도 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추가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생성하고 창의적인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백지 상태인 크리에이티브 담당자가 실행가능한 다수의 아이디어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제 더 빠르게 실험하고, 더 폭넓게 사고하고, 더 많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얻게 됐다. 속도와 양이 크리에이티브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오픈AI, 베인앤컴퍼니와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동창작 실험, ‘Create Real Magic’ 캠페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며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했다. 오픈AI의 텍스트 기반 GPT4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DALL·E)를 최초로 결합한 플랫폼을 통해 코카콜라 이미지 아카이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샌드박스를 배포하여, 사용자가 AI를 이용하여 코카콜라 창작물을 자유자재로 만들면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콘텐츠 제작 자체를 넘어 AI가 창의성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실험이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유리병, 로고, 산타클로스, 북극곰 등 독특한 브랜드 요소들을 활용해 12만 개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몇몇 우수한 콘텐츠를 선정하여 뉴욕 타임스퀘어와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디지털 빌보드에 전시하기도 했다.
하인즈(Heinz)는 이미지 생성형 AI 달리를 활용해 ‘AI 케첩’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하인즈와 케첩의 강력한 연관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차원이었다. 케첩 관련 수많은 키워드를 프롬프트로 입력하여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 중 대다수가 하인즈 케첩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이었다. 여기에 재미요소를 더하여 ‘르네상스 케첩병’, ‘케첩 타로카드’, ‘우주에 있는 케첩’ 등 신박한 케첩 키워드를 입력해도 역시 AI는 하인즈와 비슷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도 ‘케첩하면 하인즈’라는 것을 이미지 결과물로 입증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수의 케첩 이미지들은 캠페인에 활용되어 인쇄, 옥외, 소셜미디어 등에 게재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영상 크리에이티브
최근 AI를 도입한 광고가 늘어남에 따라 활용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표현물도 카피와 이미지를 넘어 영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텍스트 투 비디오(Text to Video)’라고 하는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동영상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게 되어 향후 몇 년 내 영상 개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된다. 광고업계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칠 AI 기반 영상 제작의 다음 단계는 ‘비디오 투 비디오(Video to Video)’ 기술이다. AI가 대단위의 기존 광고 이미지와 영상을 학습하여, 광고에 최적화된 영상물의 조건과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제작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새로운 광고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만들어진 텍스트 프롬프트를 통해 기존 영상의 표현 요소를 자유롭게 변주하고 생성하며 편집할 수도 있어 영상 크리에이티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키는 50주년을 기념한 ‘Never Done Evolving’ 캠페인에서 테니스 전설로 불리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은퇴를 기념하여 선수 생활을 되돌아보는 특별한 영상물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세레나의 공식 경기에 해당하는 모든 데이터와 영상을 AI가 학습하여 세레나가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진화를 해왔는지 분석하고 그녀의 경기 스타일을 모델링하였다. 영상에서는 AI가 생성한 젊은 시절 자신들끼리 라이벌로 대결하는 가상의 경기를 선보였다. 1999년의 17세 세레나와 2017년의 35세 세레나의 가상 대결을 만든 것이다. 13만 번의 가상 게임을 진행한 결과 2017년의 세레나가 결국 승리했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세레나가 끊임없는 노력으로 진화했다는 캠페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 캠페인은 2023년 칸느 라이온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우디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감정 변화까지도 영상으로 표현했다. 신규 전기자동차 Q8 스포츠백 이트론(Sportback e-tron) 론칭에서 운전자의 시승감을 생성형 AI로 시각화한 'Feel the Art of Audi' 캠페인을 선보였다. 운전할 때 느끼는 민감한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생성형 AI가 디지털 예술 작품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직접 운전하면서 느낀 대표적인 감정을 AI가 분석하여 '흥분(exhilaration)', '평안(serenity)', '경외감(awe)' 세 가지로 압축하고, 각각의 감정을 아름다운 디지털 아트로 구현했다. 단순히 트렌드를 좇아 AI를 활용하기보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향후 몇 년 동안 생성형 AI 기술의 놀라운 발전이 계속될 것이다. 그 중 많은 부분은 보다 일상적인 크리에이티브 업무에 도입될 것이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기획, 제작, 실행 방식을 계속해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생성형 AI의 활용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를 형성했다. 이제 우리는 AI 기반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브랜드와 고객이 관계 맺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현업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도구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자.
*이 글은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에서 발간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의 ‘크리AI티브’ 파트를 간추려 정리했습니다.
이노션 데이터인사이트팀 김태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