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요즘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책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책을 구매하는 행동도 완전히 바뀌었다. 예스24, 알라딘 등의 온라인 서점뿐 아니라 쿠팡에서도 책을 살 수 있는 시대다. 당연히 오프라인 서점들은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독립서점은 서점 전체의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발돋음하고 있다. 2030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독립서점, 어떤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독립서점의 진화
독립서점은 대량 유통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이 운영하는 서점이다. 넓은 매장과 베스트셀러가 중심이 되는 대형 서점과 달리 독립서점의 규모는 매우 작다. 독립서점의 운영자는 본인의 취향과 안목이 반영된 책으로 책장을 채운다. 독특하거나 혹은 전문적인, 독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책을 추천한다. 여기에 더하여 특색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커피와 술을 함께 즐기는 공간을 마련하는 등 독립서점 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고, 베스트셀러와 신간 작품을 위주로 소개하는 기존의 서점과는 다른 운영방식이다. 작가들로부터 글쓰기 강의, 책에 내용에 대한 특강, 특색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제공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수시로 진행된다는 점도 차별화된 포인트다.
서점 공간의 새로운 의미: 다채로운 경험 공간으로 떠오르다
서점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 공간의 의미에 대한 재정의는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립서점만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서점이라는 공간은 전형적으로 도서 구매 전 책을 실제로 보거나 읽을 수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독립서점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책과 관련된 혹은 책을 매개로 한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독립서점들은 책과 관련하여 그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핵심 영역과 그 경쟁력을 기반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넘어서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독립서점의 이색적인 경험은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독립서점의 대명사, 최인아 책방
최인아책방은 독립서점의 대명사가 됐다. 최인아 대표는 단순히 책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책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점이 아닌 ‘책방’으로 이름 지었다. 그리고 책방의 타깃을 다독자로 한정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방문하게 하기 위해 책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이유가 필요했다.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콘텐츠를 만들고 총체적 경험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책 중심이 아닌 복합적 문화 공간이라는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책방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저자들의 강연, 콘서트, 그리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개최해 사람들이 최인아책방을 방문하게 끔 만들었다. 현재 유명 작가들의 글쓰기 특강과 책을 읽고 저자와 함께하는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의 취향에 따라 바뀌는 큐레이션, 우분투북스
우분투북스는 대전에 위치한 독립서점이다. ‘우분투’는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의 의미로 공동체 정신을 뜻하는 남아프리카 용어다. 이 같은 의미는 우분투북스의 책장에도 반영된다. 대표의 취향뿐 아니라 고객들의 취향도 반영하는 것이다. 단골들이 좋아하는 관심사에 따라 책장에 놓인 책들이 그때그때 달라진다. 대표와 고객들 사이에 취향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져 서점의 도서 배치와 구성이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의 흐름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서점이 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 정기 구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신청서에 상세하게 적어내면 책방지기가 직접 책을 엄선하고 쪽지와 함께 배송해 준다.
책과 술이 만나다, 책, 익다
책,익다는 서울 홍대에 위치해 있는 독립서점이다. 전유겸 대표는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에 좋아하는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과 술을 모아 놓고 싶어 책,익다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익다는 기존 서점의 기능을 넘어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다양한 주류와 몇 가지 안주를 제공하고 있다. 1인 1음료만 시키면 이용 시간이 제한되어 있지 않아 오랫동안 머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혼자 있으면서도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영화 익다”, “글쓰기 익다”, “와인 익다” 등 개인 각자의 관심 분야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소모임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노션 데이터인사이트팀 김태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