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s
간직하고 싶은 역사를 물성에 담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김미경 팀장
출시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굿즈를 만드는 건 굴지의 대기업도,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도 아닌 박물관이었다. 오래된 유물을 모티브로 만든 굿즈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감행하는 젊은 세대는 과연 무엇에 마음이 움직였을까.
수차례 증명된 굿즈의 인기에도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하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기획팀 김미경 팀장. 유물의 가치와 상품성을 모두 잡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는 늘 행복을 전하는 굿즈로 구현된다. 누구나 유물을 소장할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하는 그에게 사랑받는 굿즈를 만드는 비결을 물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기획팀의 팀장 김미경이라고 합니다. 상품기획팀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유물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홍보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Q. 예전부터 어떤 박물관에 가더라도 기념품은 항상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왜 박물관에서 기념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하세요?
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기록하기 위해 촬영을 해두고, 일부 조각 작품을 복제하면서 형태를 재현해요. 그렇게 기록된 자료가 엽서나 오브제 같은 작은 상품으로 발전했고요. 관람객은 박물관까지 찾아와 전시를 관람하고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기념품을 찾았던 거죠.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유물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역사가 담긴 우수한 명품이기도 하니까요.
Q. 상품기획팀이 만드는 상품은 기존 박물관에 비치된 기념품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요?
예전에는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문화상품’이라고 불렀어요. 당시 팀 이름도 ‘문화상품팀’이었고요. 사실 문화상품은 음식도, 화장품도 될 수 있을 만큼 범위가 너무 넓잖아요. 게다가 품목도 대부분 문구나 사무용품 위주로 한정되어 있었죠. 박물관 방문을 기념하는 열쇠고리같은 저렴한 상품도 있었고요. 그리고 당시 기념품은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디자인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뮷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박물관 유물 기반의 다양한 굿즈 상품을 기획하기로 했어요.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굿즈의 비결
Q. 기존 기념품의 리뉴얼이 아니라 ‘뮷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굿즈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뮷즈는 말 그대로 ‘뮤지엄 굿즈’라는 뜻인데요. 박물관 소장품으로 만든 굿즈라는 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론칭했어요. 기존의 문화상품, 기념품과의 차별화가 필요했죠. 그때 마침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을 모티브로 제작한 유리컵이 갑자기 인기를 얻으며 품절 대란이 일어났는데요. 유물을 알린다는 취지도 좋고 박물관의 역사 깊은 콘텐츠도 훌륭하니까, 이를 가지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면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생활 소품의 비중을 늘리고 일상에서 필요한 아이템에 유물 콘텐츠를 접목했어요. 젊은 세대가 관심 가질 만한 디자인까지 더하니 뮷즈만의 굿즈를 만들 수 있었죠.
Q. 굿즈를 기획하고 제작해서 출시할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먼저 유물 선정부터 시작해요. 어떤 유물을 상품화할지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되면 콘셉트 기획 단계로 넘어가고요. 무드등이나 에어팟 케이스처럼 어떤 품목과 용도로 상품을 제작할지 결정하는 거예요. 이어서 소재와 디자인, 타깃 소비자 및 가격대를 고려하며 상품을 기획하죠. 여러 아이디어 회의 끝에 결정된 굿즈 상품은 제작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어요.
Q. 뮷즈 품목도 워낙 다양하잖아요. 모두 자체 제작하시는 걸까요?
사실 상품이 너무 많아서 저희가 전부 제작할 수는 없어요. 제작 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현재 상품의 절반 정도는 외부 아웃소싱을 통해 제작하는데요, 바로 ‘정기 공모’를 하는 거예요. 기한을 정해놓고 굿즈를 공개 모집한 다음, 내부 절차에 따라 심사를 거쳐요. 심사 기준은 기본적으로 박물관 유물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 상품성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죠. 물론 단순한 아이디어 공모가 아니라 실제 제작까지 할 수 있어야 가능한 공모전이므로 상품 퀄리티도 중요해요. 간혹 아이디어는 좋은데 퀄리티가 아쉬운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경우 피드백을 드리고 보완이 되면 입점을 결정하기도 하죠.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가 인지도를 얻은 만큼, 훌륭한 디자이너분들과 작가분들이 공모에 참여해 주셔서 공모전 수준이 높아졌어요.
Q.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적인 굿즈 중 하나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상품을 만들게 된 배경도 궁금해요.
전시를 기획하는 학예사분들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유물이 무엇인지 여쭤봤는데, 모두 반가사유상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당시 반가사유상 굿즈는 사진을 넣어 인쇄한 공책 같은 기념품뿐이었죠. 반가사유상은 매우 훌륭한 불교 조각품이기 때문에 오브제를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품목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유물 피규어’라는 콘셉트를 기획했죠. 당시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한 컬러풀한 디자인을 구상하고, 제작 업체를 찾아 수차례 컬러 테스트를 반복해서 모두 아홉 가지 색상의 미니어처를 출시했는데요. 출시와 동시에 코로나가 터졌지만,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반응이 좋았어요. 심지어 BTS의 RM이 작업실에 소장하고 있는 사진이 바이럴되며 반응이 폭발했죠.
Q. MZ세대가 굿즈를 사려고 박물관 오픈런을 한다고 들었어요. 박물관 굿즈가 이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기성세대에게 전통적인 것이란 할머니 댁에서 접하던 촌스럽고 올드한 느낌이라면, 요즘 10대에게는 고루하기보단 힙하고 새로운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10대인 딸에게도 물어봤더니 굿즈가 신선하다는 거예요. 요즘엔 유물 굿즈를 옛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새롭게 받아들인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게다가 유물의 가치가 담긴 굿즈다 보니까,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가치소비를 하려는 MZ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굿즈 칭찬도 아끼지 않고 좋은 후기도 더 많이 올려주시더라고요. 물론 상품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그런 평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디자인도 좋아야 하죠. 또 저희 굿즈에는 알고 보면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어 반응이 좋다고 생각해요.
Q. 굿즈에 스토리가 있다고요?
저희 상품 중에 취객선비가 그려진 소주잔 세트가 있는데요. 일반 소주잔처럼 보이지만 차가운 물이나 술을 따르면 잔에 새겨진 선비의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변하는 잔이에요.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에 등장하는 취객선비 삼인방을 모티브로 디자인했어요. 단순히 옛날 조선시대 선비를 디자인해 넣은 게 아니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김홍도의 작품 속 인물을 그대로 재현한 굿즈인 거예요. 유물에 얽힌 역사적 스토리를 굿즈에 담아내고 있는 거죠.
Q. 유물의 가치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일상에서 즐길 수 있겠네요. 그런데 젊은 세대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굿즈를 사려고 줄을 선다던데요.
지난번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인터뷰했을 때 물어봤는데요. 외국인들은 이곳이 관광지라서 방문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해외여행 가면 유명한 박물관에 가듯이요. 루브르, MoMA, 메트로폴리탄 등 해외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머그컵이나 에코백처럼 동일한 아이템에 박물관 로고가 찍힌 굿즈가 많아요. 반면,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유물의 특성을 재치 있게 살려낸 상품도 많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여 매력 있다고 했던 대답이 기억에 남네요.
Q. MZ세대부터 외국인 방문객까지 사로잡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심지어 이런 인기 상품을 꾸준히 기획하는 비결이 궁금해요.
가장 먼저 인기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어떤 유물을 굿즈로 제작해야 히트할까, 사람들은 어떤 것에 주목할까?’라는 고민을 달고 살아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가 인기를 끌고, 이후에는 청자 잔 세트가 히트 상품이었어요. 그다음은 의궤를 모티브로 만든 머그컵, 최근에는 석굴암을 축소해 만든 조명과 단청으로 제작한 키보드가 주목을 받고 있죠. 특히 나난 작가님과 협업한 초충도 시리즈는 당시 온라인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게 무엇인지 고민을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니 대단하네요. 나난 작가님 외에도 그동안 많은 협업을 하셨을 텐데, 항상 유물이나 박물관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컬래버레이션을 할 땐 유물의 품격을 잘 이해하고 살릴 수 있는 브랜드와 업체, 작가님을 찾아요. 최종 아이템이 유물과 잘 어우러져야 하고요. 국내 브랜드는 아니지만 품질로 유명한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CASETiFY)’와 협업했을 때, 유물이 잘 표현되도록 디자인은 저희가 맡았어요. 결과적으로 판매와 홍보가 모두 잘됐죠. 그리고 케이스티파이는 ‘더 현대’와 가로수길 등 트렌디한 공간에서 오프라인 숍을 운영하는데요. 저희 굿즈를 힙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어 흐뭇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신한카드와 함께 충전식 선불카드를 제작했는데, 카드 디자인은 저희가 담당했어요. 전통적인 자개 디자인이 매력적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이 사용하고 기념으로 소장하면 좋겠네요.
본질과 대중성 사이의 균형
Q. 혹시 잘 팔리는 굿즈를 미리 판별하는 팀장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굿즈에는 매력 포인트가 하나쯤 있어야 해요. 상품이 너무 단조롭게 유물 형태만을 재현하고 있다면 판매가 쉽지 않을 거예요. 요즘 사람들은 상품을 볼 때 괜히 기분이 좋아지길 바라는 것 같아요. 예쁘거나 기발하거나 귀여워서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처럼 말이죠. 그만큼 매력 있는 아이템이 소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행복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굿즈마다 매력 포인트를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유물을 감각적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은 뮷즈의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뮷즈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나요?
디자인 철학을 얘기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은 저희가 유물을 다루기 때문인데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재해석하기도 하고 새롭게 다시 그려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유물이 가진 본래 가치를 해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본질을 유지하면서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기준이에요. 그게 곧 뮷즈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되고요. 디자이너는 유물 공부도 많이 하고 전시실에 자주 방문해서 유물을 살피고 있어요. 물론 박물관 홈페이지에서도 유물을 볼 수 있지만, 실물을 볼 때 느낌은 또 다르거든요. 저희 팀은 자주 전시실에 내려와 둘러보면서 공부하고 그래요(웃음).
Q. 아무래도 유물을 굿즈화하는 거니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겠네요.
맞아요. 단순히 상품을 만들어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게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요. 수익 창출보다는 많은 분에게 필요하고 좋아할 만한 상품을 기획하고, 그걸 통해 유물의 가치를 올리고 싶은 게 목표예요. 몰랐던 유물을 뮷즈 덕분에 알게 되는 것 또한 중요한 가치고요. 어떻게 보면 저희 팀은 공익적인 가치와 수익적인 측면 둘 다 고려해서 충족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있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편이죠. 두 가치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감 있게 기획하려고 노력해요.
Q.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거나, 반대로 기대만큼 좋지 못했던 사례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작년부터 인기몰이 중인 ‘취객선비 변색 잔’이 공모전으로 제작된 굿즈인데요. 심사할 때만 해도 재밌는 기획이지만 이 정도로 대박이 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 판매를 시작하고 서서히 반응이 오기 시작할 때쯤 언론사에서 취재를 많이 와주셨는데, 선비의 얼굴 색이 변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기자님들이 너무 즐거워하셨어요. 술자리에서 사용하면 재밌겠다면서요(웃음). 기자님들이 굿즈의 매력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상품의 대박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죠. 반면 작년에 출시한 ‘사유의 방 스노우볼’은 생각보다 판매가 저조했어요. 기존에 반가사유상을 활용한 오브제는 있었지만 사유의 방을 활용한 상품은 없었고, 마침 스노우볼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만들게 된 굿즈인데요. 스노우볼 내부에 들어가는 오브제의 퀄리티를 너무 높여서 단가와 판매가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었죠. 진지하게 접근하지 말고 캐주얼한 방식으로 기획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팀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굿즈’란 무엇인가요?
박물관 굿즈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굿즈의 역할은 상품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거예요. 따라서 좋은 굿즈는 유물을 긍정적으로 알리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거죠. 그래서 굿즈를 만들 때 디자인, 콘텐츠, 품질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어요. 소재와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테스트도 많이 하고요. 비주얼도 중요하지만 결국 누군가 만지고 사용하게 될 굿즈니까요. 지금은 유물을 기반으로 굿즈 상품을 만들고 있지만, 먼 훗날 이 굿즈가 또 하나의 유물이 될 수도 있잖아요.
Q. 좋은 굿즈를 기획하기 위해 어디서 영감을 얻으세요?
평소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다니며 전시를 자주 보는데요. 예술가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기도 하니까요. 그런 시선을 배우는 거죠. 또 여러 상품을 구경할 수 있는 페어에도 자주 가요.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관점과 노력을 살피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영감은 억지로 얻으려고 해도 와주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일상에서 고객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감을 가장 많이 얻어요. 워낙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시니까, 저희는 전시실에서 유물을 바라보는 관람객을 관찰하기도 하고, 유물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죠. 영감이 필요한 분들께 국립중앙박물관에 꼭 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굿즈 트렌드를 지속시키는 힘
Q. 최근 들어 굿즈 산업의 변화나 인기를 체감하세요?
굿즈는 원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사용하던 개념이었잖아요. 그런데 어느새 굿즈 시장이 확대되면서 플레이어가 엄청 많아졌어요. 프로야구 구단에서도 굿즈로 경쟁하고, 팬들이 구단에게 굿즈 좀 만들어 달라고 할 정도죠. 살 준비가 되었는데 왜 안 만들고 있냐면서요. 이처럼 굿즈는 고객에겐 본인이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팬심, 만드는 측 입장에서는 좋은 홍보 마케팅 수단이 된 거죠. 최근엔 여러 기관이나 기업에서 굿즈를 만들고 싶다며 저희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굿즈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부터 굿즈를 만들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사례를 보면 굿즈 산업이 확실히 커진 것 같아요. 굿즈 트렌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굿즈의 기반이 되는 콘텐츠가 탄탄하다면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 믿어요. 박물관 굿즈의 기반이 되어주는 유물은 좋은 예술품이자 과거의 수준 높은 명품이니까, 계속해서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Q. 결국 굿즈도 상품이나 콘텐츠의 힘이 중요하네요.
맞아요. 예전에 핀란드 여행 갔을 때 핀에어 항공을 이용했는데요. 기내 어메니티로 제공되는 냅킨과 식기가 핀란드의 유명 브랜드인 마리메꼬(Marimekko)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이었어요. 그걸 받아서 이용하는데 너무 예쁘고 기분 좋더라고요. 마리메꼬의 패턴 디자인이 예쁘니 항공사 비품과도 잘 어우러져 굿즈화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굳이 자체 상품으로 굿즈를 생산하는 방법 외에도 디자인 소스를 활용해 패턴 디자인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박물관 유물은 공공 저작물이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박물관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대한항공이나 현대자동차, 삼성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과 새로운 협업을 할 수도 있겠죠.
Q.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는 그 자체로도 트렌드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그럼에도 요즘 주목할 만한 굿즈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트렌드는 작지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 요소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잖아요. 페어에 가봐도 작고 귀여운 상품이 있는 부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어요. 사람들한테 소소한 행복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미니어처 굿즈 상품을 많이 출시했어요. 직접 가야만 볼 수 있는 거대한 석굴암을 작은 사이즈 조명으로 구현하고, 작은 도자기 아이템을 만드는 식으로요. 어린이 방문객을 위해 반가사유상 캐릭터를 제작해서 인형이나 조명 같은 귀여운 굿즈를 만들기도 했고요. 많은 분이 유물을 일상에 두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직접 소장했을 때 기분 좋아지는 굿즈가 가장 인기가 좋아요.
Q. 사람들이 전시에서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굳이 물성을 지닌 굿즈를 구매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랑하는 마음이죠. 매우 마음에 드니까 계속해서 일상과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요?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으로 굿즈를 구매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시만 둘러보고 가도 되지만, 기억과 감정이 쉽게 휘발될 수 있으니까요. 좋았던 순간을 두고두고 느끼고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서 물성 있는 굿즈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Q. 그동안 굿즈를 기획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요즘 자발적으로 뮷즈를 홍보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커뮤니티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디자이너 열일한다.”며 칭찬해 주시는 반응이 많고요. 그럴 때마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겨요. 또 우연히 길 가다가 누군가 뮷즈를 가지고 있으면 뿌듯하고 보람 있죠. 예전에는 프랑스에 갔다가 현지인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코리아’가 적힌 폰 케이스를 사용하는 걸 봤는데 반갑더라고요. 뮷즈를 통해 한국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Q. 앞으로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레고’와 가장 협업해 보고 싶어요. 레고는 기술력이 있으니까 박물관 유물의 특성을 녹여 재미있는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교한 꽃처럼 디테일하고 복잡한 형태도 잘 구현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제가 식품 계열 회사 경력이 있다 보니 식품 브랜드와의 협업도 생각하고 있어요. 원래 유물과 먹는 걸 연결 짓는다는 게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가능할 것 같아요. 한때 ‘포켓몬 빵’이 유행했듯이 저희는 ‘유물 빵’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죠. 또 얼마 전에 리빙 디자인 페어에 다녀왔는데 예쁜 가구가 너무 많아 조명이나 가구 브랜드와 협업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항상 협업의 기회를 열어놓고 공모도 진행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