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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본질
Contents Creative Center의 컨텐츠디자인팀 팀장으로, 기아자동차 비트360과 애경그룹 애경타워 프로젝트 등 공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해온 진상호 팀장에게 브랜드의 상업 공간과 기업 내부 직원용 공간의 서로 다른 니즈를 어떻게 풀어가고자 했는지 들어 보았다.
Q. 현재 소속된 조직 구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Contents Creative Center 안에 컨텐츠디자인팀과 컨텐츠플래닝팀이 있습니다. 저는 컨텐츠디자인팀을 이끌고 있고요. 비트360 같은 공간 작업을 주로 선보였지만, 공간을 디자인한다기보다 전체적인 콘텐츠를 기획하고 그것에 맞게끔 구현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동차 내부에서도 고객경험본부가 신설된 만큼 브랜드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고객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는 부분을 더욱 개발해보려는 것이죠. 그 밖에도 다양한 분야의 업무도 포함돼 있어 Contents Creative Center는 업무 폭이 꽤 넓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컨텐츠디자인팀 내부 인원 구성도 공간 관련 전공자는 6명 중 절반이고 나머지 인원은 다른 분야에 베이스를 갖고 있고요.
Q. 센터 안에서 두 팀의 임무는 어떻게 나뉘나요?
평소 협업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인데요. 전문성이 필요한 세부적 부분은 구분 지어 진행합니다. 컨텐츠 플래닝팀에서는 사업성 분석 및 검토도 주 업무 중 하나이죠. 두 팀 인원을 합하면 현재 열 명가량 되는데, 초기 기획과 전략의 경계가 모호해 같이 논의를 거쳐 실제 구현 부분에 대한 디자인 업무를 컨텐츠디자인팀이 맡고 있습니다.
Q. 타 센터와의 협업도 진행되나요?
최근에는 다른 본부의 팀으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Contents Creative Center는 이노션 내 BTL분야 전반의 업무를 지원하는 지원부서로서의 성격도 갖고 있거든요. 클라이언트 미팅에 함께 참여하거나 공간 구성 관련 콘텐츠 디자인에 대한 지원 요청이 오면 그에 맞는 업무를 진행하는 식이죠.
Q. 비트360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관여하셨는데, 클라이언트 논의 등 초기 상황에 대해 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구축 당시 기아자동차는 세일즈 기반의 판매 공간, 딜러쉽 Dealership외에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 공간이 없었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단지 제품의 우수성만을 강조하기 보다, 각 브랜드의 인상과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트360과 같은 브랜드 경험 Brand Experience 공간이 필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Q. 직접 진행한 입장에서 비트360 프로젝트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현재 비트360이 들어선 공간은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건물입니다. 당시 1층에는 딜러숍과 은행사가 입점해 있었고, 150평 정도의 한쪽 부분만 사용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진행하는 김에 좀 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기에 두 매장 공간과 뒤뜰에 사용되지 않던 공간을 합해 확장된 기획안을 제안하게 됐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트랙’의 개념을 도입해 분절된 지상층을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기존 자산을 활용하고 저희는 공간 활용성을 확장함으로써 좋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Q. 공간 콘텐츠 관련해 다른 작업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비트360 이외에도 최근 진행한 애경그룹의 애경타워 사옥 내 공용부 공간 구성을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앞서 공간 컨설팅을 먼저 진행하게 되는데, 애경타워의 경우에는 컨설팅 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실제 구현 작업까지 맡아 진행하게 됐어요.
Q. 요즘 홍대에 다시금 새로운 공간이 많이 들어서고 있는데, 애경타워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부분을 진행하셨나요?
애경타워 건물은 크게 오피스, 호텔, 쇼핑몰로 구성돼 있는데, 처음 의뢰를 받은 내용은 오피스 동의 라운지와 회의실 그리고 카페가 있는 7층 공용부에 대한 공간 컨설팅이었어요. 그러면서 점차 일의 범위가 확대돼 14층 VIP 룸과 각층의 작은 공용부 공간까지 담당하게 됐고요. 1층 공공 보행로의 조경 부분도 포함됐는데, 저희가 진행한 대부분 공간이 직원 출입만 가능한 곳이라 1층의 공공보행로가 외부에 노출된 유일한 공간입니다. 기획 당시 공공보행로 내에 좀더 공공성을 강화한 디지털 컨텐츠 설치도 제안 했었으나 결과적으로 제안으로 끝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아요.
Q. 업무를 보는 오피스라는 공간을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셨나요?
오피스는 아무래도 직원의 업무 효율이 가장 중요한 공간이겠죠. 그 밖에도 눈에 띄지 않는 공간 활용도 있겠고요. 최근의 오피스 공간들을 보면, 점차 ‘삶의 질’ 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휴게 공간과 공용부에 대한 문제를 풀어 가고자 했습니다. 회의 공간도 닫힌 곳과 열린 곳 그리고 카페를 활용한 곳 등 다양한 형태를 마련하려고 했고요.
“공간이라는 것은 4차원적인 경험이 가능한 곳입니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는 것이죠.”
Q. 그 밖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3~4년 전 진행한 기아타이거즈 구단 야구장인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이미 사용 중인 구장 공간에 브랜딩 개념을 입혀 달라는 의뢰였습니다. 저희는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동선을 만들고 서비스를 기획하려고 했죠. 내야, 외야는 물론 VIP 공간 등 목적에 맞게 서로의 역할을 분리하려고 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야구 인구나 인프라가 매우 잘 돼 있기 때문에 이미 구장에 대한 공간 솔루션이 잘 마련돼 있지만 국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광주 기아챔피언스리그의 경우, 다른 국내 구장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Q. 오늘날 기업이 요구하는 공간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누가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매우 다를 것 같아요. 오피스는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회사의 니즈와 직원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했다면, 비트360 같은 브랜드 쇼룸의 경우, 고객과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려 했습니다. 공간이라는 것은 4차원적인 경험이 가능한 곳입니다.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는 것이죠.
Q. 이노션이 기획하는 공간은 다른 전문 업체와 달리 어떤 강점이 있다고 보나요?
입체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 아닐까 하는데요.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를 찾기에 앞서 기업 철학을 묻고, 사업성 검토를 분석한 후, 그에 맞는 아웃풋을 끌어내려고 합니다. 입체적 접근이라는 의미는 업무 분야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 싶어요. 아니면 공간과 관련한 총괄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고요. 예를 들어 애경타워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애경타워는 경의선 철길이 가로지르는 연트럴 파크 (경의선숲길)와 책거리 공원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최근 홍대 상권이 확장되면서 젊은이들이 붐비는 핫 스폿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오피스 건물이 아니라, 이 주변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이미지와 위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적인 맥락성 Context과 브랜드와 연계한 스페이스 컨셉 도출, 공간별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더불어 외부 조경 및 인테리어 공사 감리에 이르는 전체 영역을 기획 및 총괄했습니다.
Q. 브랜드의 상업 공간이 애경타워 같은 기업 내부의 공간과 비교해 갖는 접근 상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사용자 타깃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기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니까요. 오피스의 경우, 주 거주층인 사용자의 사용성을 분석한다면, 브랜드 공간은 짧은 시간 머무는 방문객을 위해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죠. 콘텐츠 기획을 할 때도 방문객이 경험할 수 있는 도구 또는 영상 등을 포함하게 되고요.
Q. 공간 기획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특히 집중해 보시나요?
역시나 사용자에게 맞는 스토리 전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 결국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하는 부분이니까요. 따라서 기획 과정에서는 반드시 사용자 관점에서의 가상 시나리오를 준비하게 됩니다. 예컨대, 특정 타깃을 선정해 그가 또는 그들이 어떤 동선으로 어떻게 공간을 소비하고 이에 따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하고요. 만든 이들의 고민이 깊었는지는 그 공간에서 뭔가 모를 다른 느낌을 받음으로써 알 수 있다고 봅니다.
Q.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집에서 가만히 쉬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웃음) 일을 하다 보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집 주변의 공원이나, 서울숲처럼 공원으로 꾸며진 곳도 자주 가는 편입니다. 또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개인적으로 키즈카페 같은 곳에 대한 흥미도 생겨요.
Q. 자연이 어우러진 곳을 좋아하시나요?
조경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기는데, 비트360 후면의 공간에서도 그렇고 애경타워 지상부에 사용된 부분 등 조경을 접목하며 더 알아가고 있어요. 조경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어서라기보다 조경이라는 영역도 결국 공간 안에서 사용자 관점으로 해석돼야 하는 만큼 사용자로서 조경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브랜드 공간은 향후 어떻게 변화 또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수년 전까지 디지털 매체가 대세였고, 사람들은 그에 따른 피로감을 느껴왔다고 봅니다. 요즘에는 아날로그 매체들이 다시 늘고 있는데, 그런 변화를 반복하며 공간에 무조건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보다 집중해야 할 부분을 찾아 담백하게 풀어내는 것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