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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균형을 지키는 것, 김상수 CD

PLAY

CD Manual

균형을 지키는 것

균형을 지키는 것, 김상수 CD 이미지

김상수 Kim, Sang-So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reative Director

김상수CD팀

 

일과 놀이의 균형을 애써 맞추지 않는 것, 그것이 김상수 CD가 일과 놀이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제대로 서는 방법이다.


 

Interview

Q.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김상수CD팀의 김상수라고 합니다. 별명은 회의실 문에도 쓰여 있는데, ‘비달 상수’입니다. (웃음) 이노션 월드와이드에 입사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되네요.

Q. 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올해부터 도미노피자를 담당하게 되었고 작년부터 담당해 온 현대렌탈케어의 ‘큐밍’이라는 브랜드를 경쟁PT를 통해 다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도미노 피자의 광고 모델이 송중기와 박보검, 큐밍은 조인성 씨라 개인적으로는 큰 재미를 느끼고 있지는 않고 있지만요. (웃음)

Q. 이노션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 10년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순간인가요?

음, 아무래도 ‘크리에이티브 챌린지’를 거쳐 CD가 되었던 순간을 꼽고 싶군요. 이노션에는 ‘크리에이티브 챌린지’라는 제도가 있어요. CD 승진 대상자가 얼마나 창조적인 사람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최소한의 팀원을 파트너로 지정해 주는 제도예요. 가령, 대상자가 아트 디렉터라면 막내 연차의 카피라이터를 파트너로 삼아 함께 일 년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죠. 지금이야 웃으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무섭고 두려울 정도로 긴장이 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전까지는 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팀원이 채워줄 수 있었다면, 이건 온전히 제 몫이거든요. ‘슈퍼스타K’에서 매주 서바이벌 경쟁을 펼쳐야 하는 참가자처럼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 일 년의 기억이 가장 생각이 남네요.

Q. 혹독한 크리에이티브 챌린지를 거치고 나서 스스로에게 무엇이 남은 것 같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려야겠죠? 사실 제게 남은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표면적으로 보면 일 년간 테스트를 거쳐 CD가 되었다는 성과가 될 수 있겠지만, 그 결과보다 그 기간 에너지를 소진하고, 그 안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의 잔상이 더 크게 남았던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도 후배들이 챌린지를 한다고 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기도 해요.

Q. 어떻게 보면, 그때의 순간이 CD님께 터닝 포인트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저기 눈앞에 아름다운 휴양지가 있어요. 그 휴양지를 막내 카피라이터와 둘이서 작은 뗏목 하나로 가야 하는데, 바람이 불고 때로는 파도까지 밀려와요. 그래서 계속 제자리인 느낌인 것이죠. 그런 순간들을 겪고 나보니 그 일 년이 제게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내면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CD가 되고 나서도 그 기운 덕분에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기간이 제게 ‘힘듦’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이 된 거죠.

균형을 지키는 것, 김상수 CD 이미지

“저는 일과 놀이의 균형을 애써 맞추려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일이 많다면 일을 더 많이 하는 거고, 휴식이 필요하면 여가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되는 거죠. 의식적으로 놀이와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되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해외 촬영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신경 쓰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광고는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생각들을 콘티화하고, 그것을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에요. 추상적이고 아직은 안개 속에 있는 모호한 콘셉트를 가지고, 실제로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촬영에 관한 모든 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해 질 녘이 멋있는 공간에서 남자가 멋있는 차를 주행한다’라는 콘셉트라면, 해 질 녘이 멋있는 공간을 선정하는 일부터 촬영을 하기 위해 공간 허가를 받고, 실제로 촬영을 하는 것까지 다 고려해야 하는 거죠. 더구나 해외 촬영이라면 국내 촬영보다 비용도, 스태프도 곱절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요. 매일 4천 원짜리의 커피를 마시다가 한 번 8천 원짜리의 커피를 샀다면 8천 원짜리 커피가 더 맛있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광고주의 기대치 역시 해외 촬영일 때는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Q. 광고인으로서 느끼는 광고의 매력과 애환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광고는 일반 영상 콘텐츠와는 다르게 매출과 관련이 있는, 즉 엄연히 목적이 있는 영상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광고 정말 좋았어요. 감명받았어요.” 라는 반응보다 저는 “그 광고 덕분에 매출이 많이 올랐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그런 반응이 광고를 계속하게 만드는 매력일 수 있겠죠? 애환은 답하지 않겠습니다. (웃음)

Q. 여름호의 주제는 ‘PLAY’입니다. 업무시간 외에는 보통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저는 주로 영화를 봐요. 특히 봤던 영화를 두세 번 반복해서 보는 것을 좋아해요. 처음 볼 때 단순히 스토리가 보였다면, 그다음엔 영화의 BGM, 그다음엔 주인공 둘이 대사를 할 때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까지도 보이죠. 이렇게 반복해서 볼수록 ‘정말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를 볼 때 기분이 좋아지는데, 제게는 ‘스타워즈’ 같은 영화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제 이야기에 대해 정말 잘 들어주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큰 힘이 돼요. 사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깊이 공감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런 사람이 참 드물어요.

Q. 요즘 한창 빠져있는 것이 있다면요?

저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정말 심각하게. (웃음) 덕분에 사진에 늘 관심이 많았죠. 어렸을 때는 카메라를 너무 갖고 싶어서 대학원 등록금으로 산 적도 있었을 정도로요. 다행히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꾸준히 저를 매료시키는 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질 좋은 렌즈에요. 그 외에는 야구 보는 것과 투뿔 안심을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웃음)

Q. 개인적인 관심사에 대한 질문을 드렸던 것은 놀이가 일에 주는 영향에 관한 CD님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디어와 승부해야 하는 광고 업무에서는 일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놀이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놀면서 일하거나, 혹은 노는 것이 일에 영감을 주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요. 영화를 보고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구도를 광고 촬영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껏 제가 봤던 수많은 영화 속 아이디어가 실제 일로 이어졌던 적은 현저히 적어요. 야구를 예로 들어볼까요? 선수가 오래 벤치에 있다가 경기를 나오면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공을 잘 못 던져요. 경기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이죠. 저는 그런 게 싫어요. 특히나 저는 노는 시간이 길어지면 다시 일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중요한 프로젝트가 겹쳐있는 시기에는 놀지 않으려고 해요. 일부러라도 일 속에 있으려고 하는 편이죠. 저는 일과 놀이의 균형을 애써 맞추려고 하지 않는 편이에요. 일이 많다면 일을 더 많이 하는 거고, 일이 적거나 휴식이 필요하면 여가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 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의식적으로 놀이와 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되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제 상반기가 지나가는 시점입니다. 스스로 돌아보았을 때 잘했던 점과 하반기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제가 CD가 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것이 있었어요. 중요한 보고가 있는 전날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말자는 것이요. 지금 3년째인데, 그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요. 이루고 싶은 것이라면, 최근에 저희 팀원이 다섯 명으로 늘어났어요. 그 팀원들과 좀 더 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CD’S ESSAY

‘좋은’ 크리에이티브

사실 내가 크리에이티브에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내 크리에이티브 팁이나 발상법이 유난히 특별한 것도 아닐 테고, 심지어 그런 건 책이나 스투시 Stussy 블로그에도 많을 테니 난 그저 요즘 내가 그 크리에이티브라는 것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써볼 참이다. 그러니 당연히 기승전결도 없고 대단한 감동이나 울림 역시 없습니다.

 

“얘들아 자유롭게 해. 편하게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A4 한 장 정도 써서 내일쯤 보자.”라고 말하고 회의실을 나오면 팀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 건가 하는 불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ABCD, 가나다라라도 가져오는 팀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정확히 말하면 광고 크리에이티브이고, 그것은 요즘의 나에겐 이처럼 팀원들이 가져오는 것들이다.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막 가져온 펄펄 뛰는 재료이거나 아프리카 오지 원주민의 전통 식재료거나, 정말 깜짝 놀랄만한 사람이 즐겨 먹는 재료이거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묘하게 끌리는 재료이거나 혹은 이런 재료는 처음이지? 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가져온, 혹은 인간이 단 한 번도 식재료로 쓰려하지 않았던 그 무엇이거나. 하지만 그 어디서 가져왔던 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쓰임이 없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좋은 재료’라는 말이다. 재료가 좋아야 굽든 삶든 찌든 날로 먹던 맛있다. 이건 내가 먹는 게 아니고 비달 상수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에 일 년에 몇십 억에서 몇 백 억을 내고 오는 손님들이 먹을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문제가 있다. 재료만 좋아서는 안 된다는 것. 지루해서도 안 되고 너무 튀어서도 안 되고 너무 화려해도 안 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 우리 식당 손님들은 자기가 원하는 음식을 잘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헴 음식을 대령하라.” 라고 말할지언정 “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주세요” 라고 말하는 손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셰프는 주방에서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을 흘끔흘끔 쳐다보거나 지배인에게 묻는다. 뭐 달라는 것 같아?

어떤 지배인은 어정쩡하게 음식을 두 개 주자고 하고 어떤 지배인은 저 손님 고기 좋아해서 저렇게 살찐 거라며 스테이크를 만들자고 한다. 또 어떤 지배인은 우리가 하나 만들고 옆집에서 하나 만들어서 두 개를 보여 주자고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스테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고기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으니 이거 잘 만들면 맛있게 먹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아까 팀원들이 가져온 재료 중 고기를 찾는다. 질이 좋은 고기가 좋을까 아니면 독특한 고기가 좋을까 하다 지배인에게 의견을 물으니 질 좋고 독특한 고기를 쓰자고 한다. 뜨겁고 차갑게 데워진 플레이트에 붉으면서 푸른색의 영롱한 소스를 올린 채도가 높아 맛있어 보이면서 미색의 스테이크를 내면 좋아할 거라는 거다. 하여튼 가볍게 무시하고, 가장 질 좋고 신선한 고기를 찾아 요리한다. 이 순간은 진심으로 손님을 위하는 시간이다. 어떻게 하면 저 손님의 입맛에 가장 잘 맞을까, 건강에 좋을까, 다시 찾아올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 숭고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 손님은 음식 빨리 내놓으라고 하고, 나는 얼른 샐러드를 준비한다. 샐러드의 이름은 [프리런칭 15A.mp4]. 그 후엔 준비된 질 좋은 고기로 만든 미디움레어 스테이크가 준비된다. 매번 보는 하얀 PPT 같은 플레이트에 물려 있을 손님을 위해 컬러풀한 플레이트를 준비해 고기를 어느 위치에 놓으면 좋을지를 고민한 후 올려보고, 맘에 안 들면 다시 올려보고 소스도 멋지게 뿌려보다가 아까 지배인이 말한 붉으면서 푸른색이 도는 영롱한 소스여야 했나 하는 잡생각에 휘말리다가, 이제는 손님에게 스테이크를 보낼 시간이 온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으로 플레이트를 들고 손님 앞으로 가서 인사를 하고 음식을 내려 놓는다. 재료에 대한 설명과 이 음식을 하게 된 배경, 먹었을 때 손님에게 좋을 점들을 장황하지만 간결하고, 진지하지만 유쾌하게 설명을 한다. 그리고 그 손님이 드디어 한입 먹는다. 난 침이 꼴깍 넘어가고 동공은 손님의 입에 고정되어 있다. 손님은 감았던 눈을 뜨고 입을 열어 드디어 나에게 한마디 한다. 드디어 나에게 한마디 한다…

 

“저기 김CD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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