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wards
Greensumer
그린슈머를 향한 우리의 고민
이수윤 캠페인플래너(좌) | INNOCEAN
김라윤 캠페인플래너(우) | INNOCEAN
Interview
Q. 이곳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 주는 갑자기 비가 오거나, 평균 이상으로 덥거나, 미세먼지로 뿌옇거나 하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연속이네요.
이수윤어느 계절을 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날씨와 온도가 들쑥날쑥해요. 덕분에 아침마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김라윤정말이에요.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뭘 입고, 뭘 사야 하는지 어려워졌어요. 안그래도 업무 때문에 갖가지 고민이 많은데, 이렇게 일상에 크고 작은 고민까지 더해지니 여러모로 불편해요.
# 기후변화
Q. 그런데 매일 바뀌는 날씨가 기후변화 때문이고, 또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아요.
이수윤그렇지만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며칠 전 뉴스 기사를 보며 기후변화를 체감한 적이 있었어요. 바로 ‘사과’ 관련 이슈였어요. 사과는 대구의 특산품이잖아요. 그런데 기후변화로 남쪽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구에서는 예전만큼 맛있는 사과가 나질 않는대요. 대신 강원도가 적합한 사과 재배지로 꼽힌다더라고요. 물론 기술적인 발전도 있겠지만, 기후가 바뀌면서 우리의 식생활에서부터 변화가 생긴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기후변화가 생각보다 일상 가까이에 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김라윤최근에 아주 인상 깊게 본 다큐멘터리가 있어요. 기후변화 때문에 많은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먼저 생물의 생활 패턴과 적응 방식이 변하고, 그 결과 개체 수가 줄거나 필요 이상으로 증식하는 종이 생긴다더라고요. 그리고 개체 수 변화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되는 경우도 있고요. 예컨대 동물들이 영향을 받아 개체 수에 변동이 생기면 인간의 생활 방식에도 분명 변화가 찾아오는 거죠.
# 그린뉴딜
Q. 그래서 국가나 기업의 움직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김라윤이번에 환경에 관한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 케이스 스터디를 했는데 활발히 활동하는 몇몇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직접 목소리를 내더라고요. 제 눈에 들어온 건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와 뷰티 브랜드 ‘러쉬Lush’였어요. 두 브랜드는 환경에 대해 그들이 가진 이념과 노력이 천천히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스며들도록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더라고요. 국내 브랜드 중에도 아모레퍼시픽이 ‘플라스틱 제로’를 실천하기 위해서 용기를 가지고 매장에 방문하면 내용물만 리필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고요. 최근에 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이수윤이번에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브랜드 중에 ‘아르켓 Arket’이라는 북유럽 패션 브랜드가 있어요. 사실 처음엔 그 브랜드를 잘 몰랐어요. 근데 그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하니 주변에서 시끌시끌하더라고요. 심지어 국내 론칭을 기다린 분들도 꽤 많고요. 그래서 찾아봤죠. 알고 보니 아르켓도 파타고니아처럼 지속가능한 소재와 방식으로 옷을 제작하더라고요. 더불어 브랜드가 가진 이념도 환경에 맞닿아 있고요. 북유럽 감성의 미니멀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도 맞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그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브랜드 정신에 공감하고 함께 서포트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Q. 그런 움직임을 ‘그린뉴딜’이라고 부르던데, 정확하게 그린뉴딜은 뭔가요?
이수윤친환경적 움직임과 운동을 통해서 일자리를 만든다든가, 경제적인 발전을 한다든가 하는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린뉴딜이라는 개념이에요. 제가 진행한 한화그룹의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캠페인에 견주어 볼게요. 현재 한화에서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은 ‘태양광 에너지 기술’, ‘그린 수소 에너지 솔루션’,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기술’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기업이 이런 친환경 사업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을 얻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과 세계 환경에 이바지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죠. 한마디로 그린뉴딜은 사업이 환경을 위하는 목표까지 함께 가져가는 경우를 칭해요.
Q. 이런 캠페인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일반 광고보다 더 고민이 필요해 보여요.
김라윤현재 저는 현대자동차그룹과 BTS가 함께하는 ‘클린 모빌리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캠페인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브랜드로서 탄소 배출에 굉장히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요. 그래서 탄소 중립이나 친환경 에너지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죠. BTS라는 모델을 엠버서더로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것도 핵심이었고요. 최근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을 비롯해 지금까지의 정책들을 되돌아보면 대대로 각 나라의 수장이나 큰 단체가 모여서 ‘우리 함께 약속을 지키자.’ 식의 선언을 해왔어요. 그런데 사실 기성세대의 선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대의 환경문제에 당면한 MZ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라는 게 저희 팀의 생각이었어요. 단순히 브랜드 입장에서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보다, 그들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소통하며 함께 한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의 진정성이며 책임감이라고 생각한 거죠.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MZ세대와 함께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했죠. 그래서 이제는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매니페스토 필름(새로운 운동의 정신과 의도를 밝히는 영상)과 짧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어요. 실제로 영상에서 BTS 멤버들이 “수소에너지가 좋은 건 알겠는데 실제 우리 주변에서 수소 관련한 인프라를 찾기가 쉽지 않다.”라는 대사를 해요. 같은 맥락으로 BTS가 단순히 이 캠페인에 패스워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대변하는 역할을 갖고 있기에 브랜드의 목소리와 메시지를 BTS 메시지와 동기화하여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캠페인을 구성했어요. 더불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소에너지에 대해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표였죠. 깨끗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역할뿐 아니라 국가나 기업 차원의 서포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런 의식을 가진 캠페인이라서 특별했어요.
Q. 이런 캠페인에서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렵죠.
이수윤그래서 한화 ‘생활 속 탄소 줄이기’ 캠페인에서 포인트로 잡은 건 기업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리는 동시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함께 이야기해 주자는 거였어요. 기업과 우리가 함께 움직이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꺼낸 거죠. 실제로 광고 안에 ‘에코백 하나 131번 이상 쓰기’, ‘쌓아둔 이메일 10% 줄이기’, ‘텀블러 하나 17번 이상 사용하기’ 등 정확한 요지가 될 만한 새로운 정보를 주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하려고 했어요.
Q. 광고를 접한 사람들 반응도 궁금해요.
이수윤이수윤 ‘이메일 비우기’나 ‘자기 전 보던 콘텐츠 스트리밍 끄기’ 같은 것들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아요. 저희가 의도한 바이기도 한데요. ‘친환경적 실천’이라고 하면 ‘재활용 잘하기’ 같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 지루해지기까지 한 방법들이나, ‘완전 채식하기’, ‘친환경 자동차로 바꾸기’ 등 바로 실천하긴 쉽지 않은 것들만 있다고 생각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 외에도 당장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아주 많더라고요. 개인과 기업이 모두 서로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법들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이해해 주신 것 같아 좋아요.
김라윤BTS와 함께한 작업들은 전 세계 동 시간대에 캠페인이 송출되는 만큼 영향력이 컸어요. 캠페인 반응을 살펴보면 ‘수소 에너지’나 ‘수소 자동차’가 우리 생활에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또 브랜드나 인프라 관점에서의 실천뿐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움직임까지 기다리지 않고 행하는 것의 중요함이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된 듯해요.
# 그린슈머
Q. 두 분도 이런 프로젝트를 전개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 같아요.
김라윤우선 캠페인을 함께 준비한 저희팀과 담당 스태프 모두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해요. 회의 중에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클린 모빌리티 캠페인을 하는데 플라스틱 컵을 써서 되겠냐.” 하는 식의 농담도 자주 하고요. 행동을 하기에 앞서 환경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닌지 의식하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수윤맞아요. 최대한 의식하며 살고 있어요. 덕분에 생활도 좀 정비된 것 같아요.
Q. 친환경적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는 말인가요?
이수윤저는 반년 전부터 헤어 샴푸를 ‘샴푸 바’로 바꿔서 쓰고 있어요. 샴푸 바는 플라스틱 통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비누 성분이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져 물과 섞이더라도 수질 오염도가 낮다고 하더라고요.
김라윤저도 그린슈머로서 소비하는 제품을 떠올려보면 ‘에코 퍼’와 ‘화장품’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은 패션 브랜드에서도 동물 가죽이나 모피를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우리는 더 이상 동물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화장품도 마찬가지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제품이나 물에 용해될 때 수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제품 위주로 사용하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구매해요.
Q. 명확한 소비 기준점이 생겼군요.
김라윤그린슈머는 이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친환경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잖아요.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행동을 촉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는 건 궁극적으로 이 세상 모두가 그린슈머가 되는 날이 오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집단만이 아닌 모든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당연히 환경을 생각하고, 브랜드 역시 지구를 생각한 제품을 생산하는 시기가 도래하는 것이 저와 이 캠페인을 벌이는 사람들의 지향점이에요.
이수윤아무리 기업이 친환경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해도 수익성이 없으면 사업은 지속되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그린슈머의 소비 패턴은 올바른 길을 걷는 기업에게 주는 인센티브라 볼 수 있어요. 그들이 그렇게 나아갈 수 있게끔 하는 응원 같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소비문화는 더 의미가 있다고 봐요.
Q. 앞으로도 기업과 그린슈머 사이에서 두 분이 좀더 애써주셔야겠네요.
김라윤현대자동차그룹뿐만 아니라 다수의 기업이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움직임이 이슈가 되다 보니 마치 트렌드처럼 여겨져 간혹 진정성이 부족한 캠페인이 보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소비자들이 더 빨리 그런 부분을 캐치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브랜드의 진정성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수윤라윤씨 말대로 많은 기업이 친환경 경영을 펼치고 있으나, 완벽한 상태는 아니에요. 과도기라 볼 수 있죠. 몇몇 기업은 뉴스를 통해 ‘알고 보니 친환경이 아니다.’ 하는 허점을 보이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저는 액션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고민하고 시도하는 자세가 좋다고 생각해요.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개선점을 제시하고….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 길게 이어지고, 나아가다 보면 결국 우리 모두가 이 상향으로 생각하는 목표치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