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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공유와 광고 마케팅
김라윤, 김세진 | 캠페인플래너
KEYWORD. 01 자기표현의 수단이 된 기록
Q. 두 분은 각자 어떻게 기록을 남기는 편이신가요?
김라윤저는 다양하게 기록을 남기는 편인데요. 특히 음악을 기록하는 데 진심이에요. 요즘은 플레이리스트를 제 개인 SNS 채널에 올리면서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를 남기곤 해요. 스마트폰에 따로 폴더를 마련해서 사진이나 아티클 등을 모아두기도 하고요.
김세진사진과 함께 간단한 글을 기록하곤 해요. 다양한 글 중에서도 나한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기록을 남길 때가 있어요. 그때그때 제가 느낀 감정과 고민을 남기는 거죠. 몇 년 전부터 해오는 방식인데, 개인적으로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Q. 그렇다면 기록이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된다고 느끼시나요? 또 굳이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와 의미가 궁금합니다.
김세진광고 마케팅 분야에선 클라이언트를 비롯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분들과 협업을 해야 하거든요. 여러 업무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 자신을 돌보지 못할 때가 있는데, 기록이라는 행위가 곧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자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김라윤저한테도 기록은 자기표현의 방식으로서 의미가 커요. 음악이 주는 분위기나 가사가 주는 의미를 저한테 대입해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표현하는 수단인 셈이에요.
김세진결국 기록을 통해 각자의 감정을 발산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근래 들어 기록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사람들은 왜 기록에 관심을 가지고 중요하다고 생각할까요?
김세진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고 생각해요. 요새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나누는 데 에너지를 쏟으며 활동하다 보니 그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게 있는 것 같고요. 반면 본인만의 기준을 가지고 써 내려간 기록이 자기를 표현하고 알리는 홍보 수단이 된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김라윤맞아요. 특히 요새 젊은 층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욕구가 크잖아요. 소셜 미디어를 비롯해서 다양한 기록을 남기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각자만의 주체적인 삶을 표현하는 거죠.
김세진과거엔 각자의 기록이 오로지 개인의 아카이빙 목적으로 활용되었다면, 이젠 사람들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해요.
Q. 그런 점들이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도 ‘기록’이라는 소재를 주요하게 조명하는 것과 연결될까요?
김세진단순히 가격과 성능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잖아요. 소비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시대에서 기록 역시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점이 됐어요. 그런 욕구를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스토리로 풀어 전달하려는 거고요.
김라윤맞아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사람들은 허구가 아닌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낄 때가 있잖아요.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가 더 큰 울림과 힘을 주는 것처럼요. 기록이 그런 점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KEYWORD. 02 기록의 힘이 증명될 때
Q. 기록과 아카이빙 관련해서 두 분이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어요. 진행하셨던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김라윤저희는 이번에 현대자동차의 포니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어요. 현대자동차의 출발점이자 가장 큰 성장 엔진이기도 했던 포니를 매개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었고요. 그 과정에서 밴드 잔나비와 함께 협업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프로젝트야말로 기록의 힘을 증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기획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는지, 각자 얻으신 바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김라윤포니는 현대자동차 창립 이래 최장수 브랜드잖아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현재를 재정립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새롭게 나아갈 방향성을 정하고자 한 취지를 색다른 시도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밴드 ‘잔나비’와의 음악적 협업과 뮤직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포니가 가진 헤리티지를 알렸다는 점이 저희 팀뿐만 아니라 저한테도 만족스러운 시도였어요.
김세진규모도 크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보니, 그 안에 내재된 헤리티지를 어떤 수단과 매개를 통해 고루하지 않게 풀어낼 것인지가 관건이었어요.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어떻게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라는 매체 안에 비주얼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였죠. 관계자분들에게 저희 의도를 설득하는 방법부터 기획의 레이어를 촘촘하게 추가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얻은 게 정말 많아요.
Q. 그럼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김세진무엇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니라는 자동차에 투영된 헤리티지와 다양한 기록들을 어떤 수단으로, 또 어떤 가치를 새롭게 담아 재창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과거의 기록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표현 수단들이 있잖아요. 세대를 아우르는 파급과 의미라는 면에서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는 꽤 지난했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음악과 뮤직비디오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라윤덧붙이자면 저희가 결국 선택한 매개가 음악이다 보니 포니에 내재된 헤리티지가 은유적으로 표현되어야 하잖아요. 은유적으로 표현되면서 동시에 깊이감과 표현의 방식은 저희의 의도대로 잘 전달되어야 했어요. 때문에 포니만의 헤리티지를 일단 새롭게 재정립하는 일에서부터 그것을 뮤지션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새로운 영감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과정들이 결코 쉽지는 않았어요.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인 셈이잖아요. 그 예술 안에서 저희의 기획 의도가 함께 녹아들어야 했던 만큼 저희는 물론 프로젝트 관련한 분들과 정말 치열하면서도 밀도 높은 시간을 보냈죠.
Q. 전에 없던 색다른 접근이었다 보니 다양한 협업 안에서 세심하게 조율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이 필연적이었을 것 같네요.
김라윤맞아요. 그러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Q. 두 분의 개인적인 업무 방식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광고 현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기록하는 습관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영감의 소재로 쓰인 경우가 있으셨나요?
김라윤물론 많았죠. 수많은 미디어 속에서 영상과 이미지 그리고 텍스트 아티클까지 기록하는 것은 평상시에도 해오던 습관이니까요. 새로운 기획을 시작하거나 벽에 막혔다고 느낄 때 과거에 제가 남겨둔 기록을 살피다 보면 적재적소에서 해답의 단초를 찾을 때가 많았어요. 기록할 때만 해도 뚜렷한 목적이 있기보다는 산발적이고 파편적인 기록에 가까웠는데, 나중에 요긴하게 쓰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무적으로도 기록이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됐어요.
김세진기획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 방향성을 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방향성 아래 어떤 핵심적인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제안할 것인지가 가장 관건인데, 이 지점에서 평상시 써오던 생각이나 그때그때 남겨둔 이미지들이 레퍼런스로 활용되곤 했어요. 재미난 건, 그때그때 분야별로 모은 아카이브가 경계 없이 사용된다는 점이에요.
Q. 경계 없이 사용되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김세진이를테면 패션 관련해서 모았던 아카이브가 자동차 산업 프로젝트에 사용되기도 하는 등 제가 남겨둔 기록이 활용된 범위에 경계와 제한이 없었거든요. 하늘 아래 아주 새로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기존에 나왔던 걸 잘 비틀거나 다른 장르에 새롭게 연결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편이라 기록은 저에게 늘 좋은 소재인 셈이에요.
KEYWORD. 03 스토리 마케팅의 전망
Q. 기록은 결국 스토리라고도 볼 수 있잖아요. 이번 현대자동차 포니 헤리티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 면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내주신 분들에게 ‘포니’는 어떤 스토리로 어필되었다고 보시나요?
김라윤결국 처음에 저희가 기획하고 의도한 것처럼 포니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포니 그 자체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또 포니를 직접 타보지 않은 세대에게는 포니를 매개로 한 음악을 통해 자기만의 향수에 젖게끔 만들었던 것 같아요. 캠페인 이후에 다양한 소비자 반응 속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향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서, 저희 기획 의도와 잘 맞아떨어져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김세진그런 점에서 저는 이번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스토리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점이 하드웨어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 ‘이동’이라는 개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거든요.
Q. 어떤 점에서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시나요?
김세진자동차 분야만 하더라도 새로운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면서, 기존에 우리가 내연 기관 자동차로 국한해서 생각하던 개념들이 점차 확장되는 과정에 있잖아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담론과 논의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 이번 포니 프로젝트는 문화적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현대자동차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준비하시면서 생각한 기획 의도와 예상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느 정도 일치했다고 봐도 되나요?
김라윤마케팅이라는 일에서 브랜드 홍보가 최종적인 목표였던 건 맞지만, 그걸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기보다 저희가 정의한 감도의 이야기와 그에 맞는 방식으로 풀어냈고 그 결과가 소비자분들의 높은 호응으로 이어져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Q. 기록은 결국 스토리, 그리고 스토리는 곧 브랜딩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 될 거라고 전망하시나요?
김라윤저는 ‘진실됨’과 ‘꾸준함’이야말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해도 진정성 없는 스토리는 의미가 없고, 급조해서 만들어낸다 한들 요즘 소비자들은 그걸 다 간파한다고 보거든요. 만들어낸 가짜가 아니라, 실재해야 해요. 그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하고 열광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면 진실된 이야기를 꾸준히 알려야 해요.
김세진저도 동의해요. 조금 더 나아가자면 전 요즘 소비자들은 읽고 보는 행위를 넘어 그 스토리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니즈가 있다고 보거든요. 예전엔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스토리를 배포하고 알리는 일방향적 방식이 주였다고 하면, 지금은 이미 달라진 것 같아요. 소비자도 그 스토리를 향유하며 그 안에서 놀고 싶어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비자 눈높이에서의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