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ting Together
A Puzzle
나노사회의 광고 마케팅
브랜드인사이트팀 | 정다운, 이지희
KEYWORD. 01 다양하고 세분화된 취향
Q. 두 분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이지희최근 차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어요. 대중교통만 타다가 직접 운전하니까 좋은 차를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자동차 리뷰를 열심히 보고 있어요.
정다운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이제 막 독립을 하다 보니까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는데요. 최대한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고 있어요.
Q.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미스터트롯〉 우승자가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쇼미더머니〉 우승자가 중요하다.’ 사람마다 트렌드가 다르다는 걸 주변에서 체감하신 적이 있나요?
정다운친구들을 만나서 요즘 보고 있는 콘텐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관심있는 채널이 달라요. 근데 또 구독하는 채널을 보면 모두 100만 유튜버예요. 이럴 때 확실히 관심사가 각자 다르구나 하는 걸 느껴요.
이지희저도 비슷하게 인플루언서 ‘미스터 카멜’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굉장히 패셔너블한 분이에요. 초창기에 패션 관련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성공한 브랜드라, 당연히 패션이나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제 친구도 그분을 알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몰라서 놀랐어요. 패션이라는 분야가 어느 정도 크기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관심사들이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Q. 두 분이 소속된 인사이트전략본부에서는 매달 ‘트렌드 분석 리포트’를 발행하시잖아요. 취향이 다양하고 세분화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분석하셨나요?
이지희사실 서로 다른 것들에 관심 가지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부쩍 더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술 발달로 내가 구독한 채널과 비슷한 알고리즘 추천 목록이 나오니까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게 가시화되는 거죠. 또 미디어가 일방향에서 양방향이 되며 개개인이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다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더욱 부각되지 않나 싶어요.
정다운예전에는 내가 남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걸 숨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오늘 회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다 따라가야 했잖아요. 요즘은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해도 질타를 받진 않죠.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세대가 많아졌고, 그걸 수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또 내 주변에는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어도 온라인에는 한두 명은 있잖아요. 나랑 물리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온라인을 통해서 내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죠. 그러면서 내 의견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도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계기 같아요.
이지희맞아요. 사회적인 감수성 자체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스테레오 타입으로 이야기하는 걸 지양하려고 하죠. 오랫동안 같이 일한 동료들끼리 예전에는 자유롭게 대화하던 주제도 이제는 서로 조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같은 거죠. 이처럼 다양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각자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른 감각을 가진 것이 힙하고 멋있어 보인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이 이유라고 생각해요.
KEYWORD. 02 나노사회로의 변화
Q.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에서 코로나 이후 개인 취향 존중이 강화되고,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이는 관계의 변화가 있음을 짚어주셨어요. 이처럼 취향이 세분화되며 생긴 사회적인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정다운예전에는 타의로 맺은 관계들이 주가 되었어요. 학교나 직장 등 내가 소속된 집단 안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요. 기술이 발전하며 관계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다양해지는 흐름이 생겼는데, 코로나가 기폭제가 되었어요. 그러면서 온라인에서 맺는 관계가 발전했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이 집단에 들어가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꾸려 나가게 되죠.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 오던 집단과는 다른 내가 선택하는 관계들이 많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지희저희 팀은 소비자들을 리서치 및 세분화, 타기팅을 해요. 일을 하면서 이제는 예전처럼 인구통계학적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고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기존엔 ‘엄마’라고 하면 통상적인 특징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엄마들 각자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달라졌죠. 어떤 자료에서는 엄마의 유형을 여덟 가지로 분류하기도 해요. 이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가진 편견이나 관점을 깨야 하는 것 같아요.
Q. 개개인의 자율성이 중요해지며 ‘셀프’라는 키워드가 트렌드가 되었어요. 더 많이 경험하며 스스로 취향을 선택하려는 점에서 기존의 셀프 서비스하고는 다른 느낌이 들어요.
정다운이전에는 셀프 계산, 셀프 주문 등 다른 사람이 해줘야 하는 걸 내가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많이 쓰였어요. 이제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죠. 한 사례로 화장품 서비스인데, 애플리케이션으로 얼굴 사진을 찍고 AI가 이를 활용해 얼굴 상태를 판단해 줘요. 그리고 스스로 라벨지의 색이나 이름 등의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어요. 직접 화장품을 만든 건 아니지만 내 선택이 어느 정도 들어가니 나만의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지희셀프 서비스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치면 수고도 많이 들고 ‘금손’이 아니면 좋은 결과물을 내기가 어렵잖아요.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소비자가 참여를 조금이라도 했다는 효능감을 주는 지점들이 아닐까 싶어요.
정다운맞아요. 모든 걸 셀프로 하기 어려운 이유가 결과물이 좋길 바라는데 스스로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이 없거든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브랜드나 기업 차원에서 저처럼 셀프로 해보고 싶지만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면 좋겠어요.
Q. 생각해 보니 이러한 셀프 서비스에는 보통 AI 기술이 쓰이는 것 같아요. 개개인을 기업에서 맞추기 어려우니 AI를 활용하고 기술이 활성화되는 게 변화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지희결국 기술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개인화된 취향이 가시화되었다는 맥락과 같죠. 또 각각의 니즈에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에요.
정다운셀프로 했을 때 아쉬운 부분들을 기업이 가진 기술적인 측면이나 데이터로 보완할 수 있는 거죠.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에서는 매년 도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를 발행한다.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에서 발행하는 ‘트렌드 분석 리포트’의 일부는 매달 이노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도 소개한다.
KEYWORD. 03 나노사회의 광고 마케팅
Q. 메가트렌드가 사라지는 문화적인 특성과 함께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화되고 자율성이 강해지며 광고 마케팅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브랜드인사이트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정다운취향이 점점 다양해진다는 건 브랜드한테는 더 어려운 일이에요. 이전에는 모두 얼추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 일방적인 메시지를 던져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수용했어요. 지금은 브랜드에서도 각자 취향이 다양하다는 걸 인지하고, 그 부분에 대한 피드백도 오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브랜드도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해졌죠.
이지희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볼링과 핀볼 게임에 비유하기도 해요. 과거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단일 메시지와 대중 매체로 무장한 커다란 공이 핀들을 쓰러트리는 ‘볼링’과 같았죠. 반면 좀더 세분화된 타깃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핀볼 게임’이라고 해요. 쇠구슬을 여기저기 많이 맞추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이요. 각자에게 맞춤화된 메시지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Q. 와닿는 비유네요. 브랜드 전략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이지희이전에는 브랜드가 특정 사용자 이미지를 대변하고, 어떤 것이 이상적인 라이프라고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교육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보다 폭넓고 다양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메시지와 브랜드 가치들이 변하고 있다 느껴요.
정다운저희는 어떤 산업이나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설문 조사 등으로 검증해요. 그런 설문 조사를 할 때 각각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최대한 문항화시키고 묶어서 어떻게 우리의 타깃이 될 수 있을지 제안하죠. 그런 부분에서 라이프 스테이지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설명을 하려고 해요.
Q. 라이프 스테이지와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정다운예를 들면 사람을 분류할 때 라이프 스테이지는 미혼의 30대 여성, 혹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남성이라고 표현해요. 라이프스타일은 물건을 살 때 가격이 중요한 사람, 디자인이 중요한 사람, 이렇게 나누는 거죠.
이지희스테이지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가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는 등의 단계예요. 하지만 이제는 엄마라는 동일한 스테이지에 있어도 다양한 모습이 존재하게 되었잖아요. 그 스테이지 안에서 어떤 삶의 양상을 가지고 있는지 보는 거죠.
Q. 이러한 변화를 브랜드 전략에 적용한 사례가 있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지희저희는 ‘브랜드다움’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브랜드의 차별성을 유지하면서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담을지 고민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나이키가 굉장히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나이키라고 하면 ‘최고의 선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보였거든요. 이제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메시지에 맞게 모델도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섭외했더라고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이키다움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고 있는 거죠.
Q. 맞춤형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메시지를 통해서도 다양화를 품어낼 수 있겠네요. 나노사회가 되면서 확증 편향이나, 공동체의 무너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이러한 현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하면서 더 나은 트렌드를 만들어가야 할까요?
정다운개개인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와 제품이 나오는 장점도 있지만, 상호 교류에는 제한이 생길 수도 있어요. 유튜브에서도 영상 한 번 보면 알고리즘 때문에 비슷한 콘텐츠만 뜨잖아요. 그래서 좀더 의도적으로 다른 걸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지희개인적으로 공동체의 무너짐이라기보단 공동체도 다양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의 모습과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있고, 직장 내 공동체에서는 일로 맺어진 관계 외에 관심사와 취향으로 맺어진 연대가 새로 생겨난 거죠. 마케팅 차원에서 보자면, 요즘 기업들에게는 위기인 부분이지만 ‘디인플루언서’라고 해서 기업 친화적인 인플루언싱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어요. 어떤 브랜드에 안 좋은 점이 있으면 이를 소개하고 사지 말자고 하는 거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기업들이 오히려 쿨하게 대처하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며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세분화된 의견들을 좋은 방향으로 용인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