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나만의 노스탤지어

Cross Generation

Experience

나만의 노스탤지어

 

지나간 시대를 그리워하는 것을 뜻하는 노스탤지어 Nostalgia. 이노시안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과거의 향수를 상기시키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나만의 노스탤지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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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팔체

김지수, Art DirectorㅣINNOCEAN

 

구경거리와 먹을거리가 가득한 곳으로 유명한 군산. 군산의 진짜 매력은 은은한 아재냄새에서 온다. 최근 방문했을 때 허름한 골목을 걷다 이런 경고문을 보았다. “너 이곳에 가래침 뱉고 쓰레기 버리면 3일 안에 꼭 죽는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3일 안에 ’라든가, 끝마친 문장에 ‘꼭’을 욱여넣었다든가, 세로형 모음을 과하게 꺾어 썼다든가, 물 불 안가리는 나이 지긋한 남성이 분한 감정을 꾹꾹 눌러쓴 글씨체였다. 순간 이것이 오리지널 ‘두팔체’ 아닌가! 싶었다. 두팔체는 혼자 사는 여성이 범죄를 예방하고자 택배나 우편물 수령인 란에 거친 어감의 이름 ‘곽두팔’을 쓴 데서 유래했다. 험악한 아저씨가 연상되는 이 글씨체는 최근 ‘층간소음을 해결하는 최신 방법 모음’이라는 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연인즉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던 사람이 ‘밤마다 참아 왔읍니다. 저 자극하지 마시오’라 쓴 쪽지를 붙였더니 그날부터 신기하게 조용해졌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두팔체의 위력이다. 책은 ‘글자는 생물과 같아서 그 지역의 환경, 풍토, 토착민의 기질과 어울리게 가꾸어져 왔다’고 말한다. 아저씨 세대의 전유물 이던 두팔체가 요즘 시대에 맞춰 재가공되어 특정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다면 이 또한 글자가 가꾸어진 사례라 볼 수 있지 않을까. 험한 세상 혼자 싸워나가야 하는 ‘요즘 애들’에게 아저씨체, 두팔체는 일종의 갑옷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혹여나 혼자일 때 세 보여야 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두팔체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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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

유영주, AEㅣINNOCEAN

 

첫 휴가지였던 베를린에서 바이닐을 뭉텅이로 구매한 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바이닐을 구매한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는 레코드 숍의 위치를 먼저 정하고, 그 위치를 구심점 삼아 하루의 동선을 정할 만큼 중요한 일정이 되었다. 숍에 가서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레이블, 디자인 등 끌리는 바이닐을 고른 후에 음악을 들어본다. 마음에 드는 바이닐을 추린 뒤에, 시세를 알 수 있는 ‘디스코그스 Discogs’ 사이트에 들어가 과연 적절한 가격인지 확인하는 순서를 거친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바이닐은 내 캐리어에 실려 우리집으로 온다. 사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바이닐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니지만, 커버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지마다 달랐던 레코드 숍의 풍경, 당시의 날씨와 감정들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조금씩 바이닐을 모아 책장을 전부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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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최우준, CopywriterㅣINNOCEAN

 

한 번씩 기분이 메마를 때면 강북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그중에서도 성북동에 위치한 식당, ‘밀양손칼국수’에 자주 가는데, 이곳은 내가 대학 시절부터 즐겨 찾던 가게다. 칼국수 마니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인장을 청와대로 초청할 정도로 이름난 곳이라, 당시 백수였던 나는 입맛이라도 대통령과 동급이라 다행이라며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이것 외에도 이곳엔 추억이 많다. 장관을 했다던 손님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요즘 젊은이들에 관해 얘기했던 기억, 고향에 내려가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왔던 기억, 맛있는 칼국수 식당이 있다며 지인들을 데려간 기억까지. 주인 아주머니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는 걸 지켜봤을 만큼 오랜 세월과 추억이 묻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성북동에 가면 꼭 누군가를 만나지 않더라도, 20대의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얼른 완연한 봄이 되면 좋겠다. 칼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개나리 핀 성북동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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