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나의 백색소음

SOUND

Experience

나의 백색소음

 

일정한 스펙트럼을 가진 소음을 뜻하는 ‘백색소음 White Noise’. 최근, 심리적 안정감과 집중력 향상을 위해 백색소음을 즐겨 듣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백색소음을 찾는 이노시안에게 좋아하는 백색소음에 관해 물었다.

 


 

나의 백색소음 이미지

 

사악사악 우디 고치는 소리

구민지, AEㅣINNOCEAN

 

우디가 왜 여기서 나와?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1999년에 개봉했던 <토이 스토리 2 Toy Story2 , 1999>‘토이 스토리2’에는 시대를 뛰어넘은 ASMR이라고 평가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중에서 팔이 떨어진 우디를 수리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 수리공 할아버지는 수리 시작 전 바늘에 실을 꿰지 못할 정도로 손을 덜덜 떨어서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더니, 막상 수리를 시작하자 유려한 솜씨로 망가진 우 디를 훌륭하게 재탄생 시킨다(발바닥에 쓰여진 ‘ANDY’라는 글자까지 말끔하게 지워버릴 정도로). 덕후의 마음을 두근대게 만드는 온갖 서랍과 장비들로 가득한 수리 가방이나, 마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듯이 우디의 눈을 반짝이게 하고 홍조를 더해주며 찢어진 팔을 사악 사악 꿰매는 장면까지. 가물가물하게 기억나는 어린 시절에도 넋을 잃고 보았던 장면인데, 나이 앞자리의 숫자가 두 번이나 바뀐 후에도 여전히 넋 놓고 보게 된다. 유투브에 ‘토이 스토리 2 우디 고치기’ 라고 검색하면, 해당 부분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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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라는 성질이 가진 소리

양승규 CDㅣINNOCEAN

 

백색소음의 용도는 보통 두 가지로 나누는 것 같더군요. 휴식이나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주거나 하는 일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거나. 정반대라고 봐도 무방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듣는 오묘한 영향력의 소리라니, 이름처럼 아이러니해요. 이런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백색소음이라 부를 수 있는 소리가 저한테는 뭐가 있나 떠올려 봤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오래전 평창동에 있던 포장마차 슬레이트 지붕에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 이른 아침 산사의 지붕에서 규칙적으로 낙하하던 낙숫물 소리, 노련한 바텐더의 손에서 위스키가 언더락 잔으로 부어지며 내는 소리, 한여름 흠뻑 젖어가면서도 아이들을 끊임없이 웃게 하는 광장의 분수 소리 오징어 배 불빛을 넘어 뭍을 찾아오는 밤바다의 파도 소리, 네, 바로 액체의 소리들이에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액체가 만들어내는 소리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마도 그 성질에 있을 듯합니다. 고체처럼 완고하지도 기체처럼 가볍지도 않은, 예민하고 가변적이면서도 변화에 대한 수용도가 폭이 넓은. 그런 성질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기대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도, 그런 성질을 닮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네요. 아, 하지만 녹아버린 눈 위를 걸을 때 나는 소리는 액체임에도 무척 싫어합니다. 너무 질척거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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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한 백색 소음

최원준, CopywriterㅣINNOCEAN

 

주변이 시끄러울 때만큼, 주변이 조용할 때도 집중하기 어렵다. 고요한 가운데 앉아 있으면 코로 내쉬는 숨소리, 귀에 울리는 맥박 소리, 연필에 손톱 부딪치는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린다. 몸이란 게 참 시끄럽구나, 깨닫는 순간이다. 소란스러운 몸 때문에 일부러 소음(?)을 만든다. 정적 때문에 예민해진 귀를 소음으로 둔하게 만든달까. 작년에 이 라디오를 선물 받은 후로 가끔 라디오를 튼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프로나 주파수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내용을 듣는 게 아니라 소음을 내는 게 목적이니까.

 

재미있는 사연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알아들으면 산만하다. 볼륨은 최대한 작게. 주파수는 그날 잡음 없이 가장 잘 잡히는 걸로 정한다. 듣기 좋은 소음(?)이 만들어지면 하려던 일을 시작한다. 선물 준 사람의 의도와 다른, 참으로 기능적인 사용법이라 하겠다. 안타깝게도 이 라디오엔 이어폰 플러그가 없어서 다른 사람과 있을 때, 특히 사무실에선 틀기 어렵다. 회사에서 일할 땐 가사가 없는 영화나 게임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이어폰으로 듣는다. 마찬가지로 볼륨은 들릴락말락 작게 해서. 노래나 음악, 매우 사랑한다. 다만 작업할 땐 음악이 아니라 백색소음이 필요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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