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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날카로운 트렌드 인사이트 전략가, 이지원과 정하윤

Evolution of Commerce

Making A Book

of Trends

날카로운 트렌드 인사이트 전략가, 이지원과 정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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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정하윤 인사이트전략팀 ㅣ INNOCEAN

 

트렌드는 말 그대로 트렌드다. 어떤 시기에 유행하고는 이윽고 사라진다. 무엇이 어떻게 트렌드가 될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의 트렌드 중 어떤 것들이 남아 미래를 이루게 될지 예측하고, 누군가에게 이를 자신 있게 추천하려면 큰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인사이트전략팀은 매달 트렌드 리포트를 만들며 그 일을 해내고 있다. 한 달, 한 달을 넘어 한 해의 트렌드를 정리하는 책을 펴낸 지는 벌써 두 해째다. 이들을 만나 책에 담기지 않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INTERVIEWEE

이지원, 정하윤 인사이트전략팀|INNOCEAN

Interview

Q. 코로나19로 많은 업무가 디지털로 전환되었고 업무 외의 것들도 전부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 두 분의 삶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이지원달라지지 않은 게 없을 정도죠. 사람 많은 곳에서 트렌드를 관찰하고 힌트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어려워졌어요. 대신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어요.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며 집콕 생활을 하고 있어요. 달라지지 않은 점이라면 업무량이 줄지 않았다는 것(웃음)? 저희 팀은 코로나19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 하니까요.

정하윤광고주와 직접 만나는 일이 줄어들었어요. 줌Zoom으로 회의를 하니 회의 시간도 짧아지는 경향이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원래 집순이라 집 밖으로 잘 안 나갔어요.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집에만 있다 보니 오히려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더라고요.

Q. 그런 생활의 일면이 분명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에도 반영되어 있더라고요. 특히 ‘일상’이라는 카테고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이지원코로나19가 크게 번지기 이전에 TFT를 연 적이 있어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예측하는 일이었죠. 극단적으로는 여권에 감염 여부 확인란이 생길 거라는 예상도 있었고요. 이런 추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고민이 잘 담긴 것 같아요.

정하윤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전지적 자기관리’ 부분이었어요. 기존에도 있는 키워드였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며 관리에 대한 초점이 옮겨 갔어요. 몸매, 건강 같은 키워드를 보면, 사람들이 재택근무처럼 비교적 자율적인 환경에서 얼마나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데 관심을 갖는가를 알 수 있는 거죠.

Q.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라는 제목이 인상 깊어요. 어떻게 짓게 된 이름인가요?

정하윤머리말에도 나와 있는 내용인데요.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자는 콘셉트로 이름을 짓게 됐어요. 책을 완성하고 나니, 사회적인 원인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어 가고 있는지, 트렌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왜 이런 트렌드가 만들어졌는지를 드러내는 것이 저희 책만의 특징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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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가장 인상 깊은 챕터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정하윤저희가 함께 ‘So Far So Cool: 쿨함에 대하여’라는 챕터를 썼는데요. 신선한 시도라고 느낀 건, ‘쿨함’이라는 기준으로 브랜드를 진단한 일이었어요. 쿨함이 가진 의미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으려면 쿨함이 무엇인지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그 부분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성장한 챕터였어요.

이지원저희가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몇 가지 척도가 있어요. 선호도, 향후 구매 의향 같은 정형화된 지표들이지만 소비자의 언어는 아니었죠. 다행히 해외에서는 브랜드의 쿨함을 가지고 조사해 공개하고 있었어요. 많은 소비자가 당장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늘 선망하고,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를 쿨한 브랜드로 정의 내린다는 힌트를 얻었죠.

Q. 혹시 지금 생각나는 가장 쿨한 브랜드가 있다면요?

정하윤챕터를 쓰며 ‘쿨한 사람’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어요. 요즘 윤여정 선생님에게 빠졌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쿨함에 가장 가까운 분이에요. 어떤 위치에 있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자세가 굉장히 멋있죠. 같은 맥락으로 러쉬가 가장 쿨한 브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관, 옳다고 생각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끝까지 지키려는 고집이 바로 그렇죠.

Q. 어떻게 트렌드 리포트를 매해 펴내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이번이 벌써 두 번째죠?

이지원맞아요. 저희 팀은 매달 〈Monthly Picks〉라는 트렌드 리포트를 만들어요. 저희 임직원분들과 광고주들과 공유하는데, 어느 날 팀장님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걸 우리만 보기에는 아깝다. 많은 사람과 나누면 좋은 책이 될 것 같다.”고요. 다만 〈Monthly Picks〉에 쓰는 모든 트렌드를 책으로 만들지는 않았어요. 어떤 트렌드는 쉽게 사라지는 반면, 어떤 트렌드는 더욱 발전해 지속되니까요. 이런 부분들은 책을 위해 더 깊게 연구해 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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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인사이트전략팀 ㅣ INNOCEAN

Q. 책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광고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니까요.

정하윤저희 팀만의 언어가 생길 정도였어요. 안부 대신 “얼마나 썼니?”, “몇 퍼센트 완료했어?”, “잘되어 가죠?”라고 물었죠. 글 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 하나를 깊이 있게 혼자 끌고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이지원깊이 있게 쓰는 법을 가장 크게 배웠어요. 회사에서 일할 때는 기획안을 잘 쓰는 능력, 혹은 발표를 잘하는 능력이 필요했지만, 책 쓰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어요. 하나의 트렌드로 챕터를 채우려면 분명 가벼운 트렌드여서는 안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 트렌드가 생겼고,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는지를 정리할 수 있어야 했어요. 각자 챕터를 맡아 쓰다 보니 팀원들이 자주 쓰는 단어와 표현을 읽어낼 수 있어서 재밌기도 했죠.

Q. 그렇게 다 함께 열심히 만든 책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1》을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지원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각자 챕터를 맡아 만들어서인지, 읽은 분들도 모두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17개 챕터 중에 가장 공감이 되었어.”, “인상적이었어.”라며 이야기하는 독후감이 다 다르거든요.

정하윤뿌듯했어요. 회사에서 책을 낼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저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라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함께 만든 것이라 보람이 더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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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윤 인사이트전략팀 ㅣ INNOCEAN

Q.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더 꼽자면, ‘디지털 보부상’의 활약을 주목하는 챕터였어요. 이번 《Life is Orange》의 주제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점차 거래나 서비스의 형식이 변하고 있어요. 마케팅 시장에서 이들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나요?

이지원당근마켓, 네이버스토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상황이 됐어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판매’인거죠. 디지털 벼룩시장이랄까요. 오래되고 익숙한 마케팅 방식이라면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듯 유명한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섭외했을 거예요. 지금은 인플루언서가 단지 이미지로서 기능하지 않아요.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의 안목을 믿죠. 인플루언서는 자신의 안목으로 꼼꼼하게 선정한 제품들을 자신의 플랫폼에서 판매하고요. 기업은 전통적인 채널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의 디테일한 니즈를 파악하기가 힘들어요. 인플루언서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중간자 역할로, 소비자들의 작은 요구 사항까지 긴밀하게 파악해 대처하죠.

정하윤제가 자주 보는 뷰티 유튜버들이 있어요. 제품을 출시할 때 항상 “제 성격 알잖아요.”라거나 “제가 쓰고 안 좋으면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요. 구독자들은 유튜버들이 지금까지 콘텐츠를 통해 보여온 안목에 신뢰를 보내고요. 책에서도 다뤘지만, 뽐니라는 인플루언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동안 파운데이션 리뷰를 많이 했는데 직접 제품을 만들어 출시했어요. 구독자들이 어떤 파운데이션을 좋아했는지 쌓인 댓글을 데이터화 한 거죠.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을 만드는 건 기업 고유의 영역이라 여겨졌는데, 이제는 인플루언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됐어요. 개인 역시 브랜드가 될 수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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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느덧 마지막 질문인데요. 두 분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것도 업무적인 것도 모두 좋아요.

이지원세상의 변화에 늘 깨어 있되 마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일상이나 업무에서 사람들의 크고 작은 변화뿐 아니라 인종차별, 성차별 같은 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가끔 일희일비하게 될 때가 있어요. 기쁨과 슬픔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작은 자극에서도 배우되,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요.

정하윤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일에 적응 중인 것 같아요. 새로운 광고주를 만날 때마다 과제도 다양해지거든요. 1년 차에는 ‘신입이니까’ 하고 넘어갈 수 있었어도, 이제는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해요. 갈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는 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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