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내게 영감을 주는 공간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노시안이 영감을 얻는 곳은 어디일까?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에 대해 물었다.
이유진, CopywriterㅣINNOCEAN
간단한 자기소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나의 어느 부분까지 드러낼지, 또는 어떤 부분 부터 소개해야 할지 가늠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노션 5년 차, 강석권CD팀 3년 차 카피라이터 이유진이다. 무릎 탁 치게 기똥찬 소개는 아니지만.
최근 방문했던 공간 중 인상 깊었던 공간 매일 아침 출근할 때 남산1호터널을 꼭 지나야 한다. 터널은 말 그대로 산이나 언덕을 뚫어 우회하지 않고 직진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인위적 통로다. 어쩌면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하루는 버스를 타고 터널에 막 들어서는데 갑자기 터널 안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렌 소리는 등 뒤에서 차갑게 다가와 내가 탄 버스를 강타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내 앞으로 멀어졌다. 그냥 지나가던 앰뷸런스일 뿐이었고, 처음 들은 소리도 아니었는데 그 터널 안은 (사실은 터널이라서) 일순간 공포였다. 버스 안에 드문드문 들리던 수다 소리도 말라버렸다. 조금만 더 가면 입구가 있다는 걸 뻔히 아는데도 이 안에 갇혀버린 느낌이었다. 그 날 이후론 출근길에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가도 그 터널에만 들어서면 터널을 구경한다. ‘이 공간은 대체 뭘까?’ 하며. 그렇게 매일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치던’ 터널이 매일 ‘방문하는’ 명상의 공간이 되었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아무도 관심 없을 나의 경험담을 길게 한건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다. 영감을 주는 공간이 따로 있지 않은 것 같다. 어제까지의 지식을 모두 잊고, 모든 공간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새롭게 보고, 자세히 뜯어본다. 그러면 뭔가 재미있는 생각들이 난다. 그게 영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노시안에게 소개하고 싶은 공간 그래서 따로 소개하고 싶은 공간도 없다. 솔직히 흔히 말하는 힙한 장소를 소개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충분히 힙하지 않고, 공간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소개하고 싶었다.
공간을 활용하거나 공간이 주가 되었던 마케팅 및 광고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것 팔라우 서약 캠페인이 적절한 예시일 것 같다.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섬에 입국하는 순간, 모든 방문자에게 자연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게 만들었다. 입국 도장 자체가 하나의 서약문이고 이 서약문을 다 읽고 맨 마지막 줄에 자신의 서명을 하도록 했다. 이 도장 하나로 팔라우섬의 입구에 도착한 순간, 이 공간을 대할 ‘태도’를 모두 정하게 되는 거다.
만약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아무것도 없어서 무엇도 될 수 있는 공간.
당신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의 특징 함께 하는 사람들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공간들이 있다. 공간 자체로 위협적인 곳보다는, 공간 자체에 흡수력이 있어서 사람들의 매력으로 장식되는 공간이 좋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꿈의 공간 림보. 종교적 의미의 림보 말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 나오는 림보에 가보고 싶다. 이승과 저승 사이. 나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영화로 만들어주는 곳.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과 가는 곳이 좋은 공간이지 않을까?
김지수, Art DirectorㅣINNOCEAN
간단한 자기소개 제작2센터 이시은CD팀 아트디렉터 김지수다.
최근 방문했던 공간 중 인상 깊었던 공간 포인트 빌 이라는 카페다. 북한산 아랫자락에 위치한 곳으로, 카페와 야외 웨딩 대관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데 주위가 온통 산과 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북한산을 이렇게 올려다본 적이 처음이라 낯설기도하고 웅장한 느낌도 있고, 산에 폭 파묻힌 느낌으로 커피를 마시는 게 정말 좋았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자연을 좋아한다. 좀 더 확실하게 말하면 자연이 품은 색이나, 내추 럴한 톤앤 매너, 다듬어지지 않은 그 자체의 러프함이 좋다. 그래서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곳, 자연 속에 파묻힌 공간일수록 안정감과 함께 영감이 채워진다.
이노시안에게 소개하고 싶은 공간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스톡홀름 근교에 아티펠라그 Artipelag라는 바다를 낀 미술관 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바다를 끼고 걷는 산책로와 그 모든 공간이 어우러진 하나의 미술관이었는데,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홀할 정도로 멋진 곳이었다. 국내라면 이미 유명할 만큼 유명해진,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국내 최고의 예술공간이라 생각한다. 미술관 자체에 머무르는 것조차 예술 활동을 하는 기분이다. 눈이 오면 더 멋질 것 같다.
공간을 활용하거나 공간이 주가 되었던 마케팅 및 광고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것 최근에 오픈한 하나은행x29cm스토어. 온라인 편집숍 29cm가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다는 것보다 은행이 편집숍과 협업을 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묵직한 금융을 다루는 은행이 머물기 편하고 다른 소비 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강남역 근처에 있다기에 퇴근하고 가봤다. 처음 보는 형태의 공간이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은행과 커피숍, 라이프스타일숍의 경계를 허물어서 그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 좀 더 알아보니, 하나은행에서 ‘동네와 은행의 상생’이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컬쳐뱅크>의 세번 째 스토어라고 한다. 젊은 층을 사로잡는 신선한 마케팅 같다.
만약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숲속에 둘러싸인 유리로 된 커피 도서관. 숲속과 내부의 스피커를 연결해 새 소리, 바람 소리, 나무 소리 빗소리를 도서관 내부로 들여오고 싶다.
당신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의 특징 자연과 함께 있으면서도 색깔이 뚜렷한 곳.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과 조화된다고 해서 초록, 자연색만을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공간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명확한 곳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무채색의 심플한 공간’, ‘컬러풀한 카페’와 같은 특징보다 ‘그곳스러운’ 색깔이 명확하고 그게 자연과 잘 어우러질 때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꿈의 공간 아프리카에 바오밥나무로 둘러싸인 섬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외부와 내부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 공간.
김지훈, 컨텐츠디자인팀ㅣINNOCEAN
간단한 자기소개 컨텐츠디자인팀 김지훈이다.
최근 방문했던 공간 중 인상 깊었던 공간 신사동 도산공원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퀸마마마켓. 공간의 다양한 시퀀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과 2층이 시원하게 뚫려있는 팝업마켓을 만날 수 있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 팝업마켓의 전시대가 미로를 이뤄 공간을 채우고 있었는데, 최근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하늘하늘한 갈대들이 1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팝업마켓인만큼 시즌별로 디스플레이 방식들이 달라지고, 테마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 변화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장소였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형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우연히 만들어진 하늘의 색감, 강의 곡선 등이 생각하지 못한 감동을 주고, 공간을 그리는 영감을 주는 것 같다.
이노시안에게 소개하고 싶은 공간 서울에서는 퀸마마마켓을, 멀리 가게 된다면 구례에 있는 화엄사를 소개하고 싶다. 퀸마마마켓은 1층 팝업마켓 뿐 아니라 루프탑에 있는 카페 ‘메뉴팩트’도 매우 인상적이다. 상부 박공지붕이 시더보드 사이로 유리 마감되어 있는데, 그 효과로 카페 내부에 낱개의 빛이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풍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구례의 화엄사는 하루 정도 템플스테이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머물러봐야만 보이는 시간과 날씨에 따른 공간의 변화는 천년 고찰에서 오는 진정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공간을 활용하거나 공간이 주가 되었던 마케팅 및 광고 사례 중 기억에 남는 것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 나에게 모나미 팬은 일회용의 값싼 느낌이 강했는데 모나미 콘셉트 스토어를 본 이후 모나미에 대한 브랜드 인식이 바뀌었다. 스토어 내에서 나만의 모나미 펜으로 커스터마이징 해보는 등의 체험으로 대량으로 찍어낸 값싼 펜이 아니라, 이제는 모듈화 되고 심플한 디자인 제품으로 느껴지게 해주는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만약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나를 주제로 한 뮤지엄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전 직장에서 전시 디자인을 했었는데 그간의 경력을 살려 남을 위한 전시관이 아닌 나를 위한 뮤지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의 특징 대부분 편안함을 주는 공간들이 매력적인 것 같다. 마감을 쓰더라도 별다른 가공 없이 본연의 재질을 살린 마감을 쓴 공간이나 과한 장식이 많지 않은 공간이 나에겐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가장 끌리는 공간은 자연 그 자체이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꿈의 공간 우주. 산, 바다 하면 공감각적으로 상상이 되는 공간의 느낌이 있는데, 우주는 경험이 전혀 없는 공간이라 더 궁금하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기능에 충실한 공간이다. 쉬어야 하는 공간이면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놀아야 하는 공간이면 가장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래서 사용하는 사람이 계속 찾게 되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