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느린 CD

Space

CD Manual

느린 CD

 

느린 CD 이미지

 

빠르게 돌아가는 광고 업계에서 조금은 느리더라도, 깊숙하게 파고들어 제대로 찌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임상현 CD를 만났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작2센터의 임상현 CD라고 합니다.

Q.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올해는 거의 토스 Toss 위주로 진행했고, 현재 게임 경쟁 PT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이 완전히 달라서 머리가 확, 확 바뀌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Q. 귀여운 일러스트와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텍스트로 채운 토스 광고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광고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토스의 경우, 사실 캠페인으로 생각하고 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토스의 첫 번째 서비스인 신용 등급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한 팀원이 일러스트를 제안했어요.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일러스트로 기획을 잡고, 전체적인 톤을 맞춰 나가면서 첫 광고를 만들게 됐어요. 광고가 온에어 되고 난 후, 클라이언트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그 캐릭터를 가지고 4편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캠페인으로 연결된 사례에요. 토스 광고의 목적은 회원 유치에 있었는데 첫 번째 광고가 나가고 신규 회원이 많이 늘었다고 해요. 무엇보다 광고주의 반응도 좋았고, 소비자들에게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 것 같아 뿌듯했던 캠페인이었어요.

Q. 이제 4년 차 CD이신데요. CD가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거 같아요. 첫째는 하는 일이 달라졌고, 둘째는 고통이 달라졌어요. (웃음) CD가 되기 전에는 저만 잘하면 됐어요. 그런데 CD가 되니까 저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하게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팀원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크게 바뀐 것 같아요. 팀원일 때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고통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외의 다른 종류의 고통이 생겼어요. 바로 관계인데요. 사람들에게서 오는 관계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많더라고요. 4년 차인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되고 연차가 쌓일수록 고통도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에요. (웃음) 겨우 고비를 넘기면 또 하나의 고비가 오더라고요.

Q. CD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과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CD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하나의 캠페인이 온에어가 되고 좋은 평가를 들었을 때 인것 같아요. 사실 제작팀 입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광고는 두 가지 목적을 가져요. 하나는 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체의 창작품이에요. 이 두 가지가 잘 결합하면 좋은 광고가 나올 수 있겠지만, 그게 쉽지 않을 때 힘들더라고요. 예를 들면, 좋은 크리에이티브인데 광고주 입장에서는 좋은 솔루션이라고 느끼지 않을 때가 있어요. 주로 반응이 없을 때인데 그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혹은 좋은 기획을 가지고 갔는데 광고주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거나 경쟁 PT에서 결과가 안 좋을 때면 여전히 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Q. 그 동안 많은 광고를 제작하셨을 텐데요, CD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 무엇인가요?

제가 제일 애착을 가지고 있는 광고는 2012년에 온에어된 포카리스웨트의 낙타 편이에요. 유명하지는 않아요. (웃음) 보통 포카리스웨트의 광고는 ‘라라라라 라라라라~’로 시작하는 유명한 CM 송이 흐르면서 청량한 모델이 나오잖아요. 기존에 생각하는 포카리스웨트 광고가 아닌, 새로운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회의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파란 하늘에 하얀 사막이 있는 그림. 거기에 낙타 하나만 포토샵으로 심어서 광고주에게 제안했어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아이디어가 끝까지 갔고 결국 온에어가 됐어요. (웃음) 포카리스웨트를 그런 식으로 풀었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그걸 선택해준 클라이언트에게도 무척 고마웠죠. 기존의 모델 위주가 아닌 컬러풀한 이미지를 가지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할 수 있었다는 차원에서 제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광고 중 가장 뿌듯했던 것 같아요.

Q. 하나의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이에요. 즉 새롭냐, 새롭지 않냐. 그것을 중점적으로 보려고 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톤 앤 매너, 하다못해 음악이라도 다르게 가져가려고 해요.

Q. 이번 ‘Life is ORANGE’의 주제는 ‘공간’인데요. 평소 CD님은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제게 있어 공간은 쓰임보다 어떤 영감을 주는지 아닌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해요. 영감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어느 공간에 들어갔을 때 벽지, 조명, 밝기, 사람들의 표정이나 들리는 소음, 음악 등 그 장소에 있을 때 느껴지는 것들을 주로 보는 것 같아요. 어느 공간에 갔을 때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으면, 가고 싶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공간에 대한 특유의 분위기가 없다면 굳이 가지 않겠죠. 딱 그 정도의 관심만 있는 것 같아요.

느린 CD 이미지

Q.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CD님이 좋아하시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요?

조용하고 심플한 공간을 좋아해요. 아트 디렉터 출신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느 장소에 가든 자연스럽게 인테리어를 주의 깊게 보게 되더라고요. 컬러나 가구, 빛 등의 요소가 섞여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공간을 주로 찾는 것 같아요. 자연 속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삭막하고 칙칙한 곳보다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에 가려고 해요.

Q. 공간을 활용한 광고 캠페인 중 인상적인 캠페인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대카드가 처음 나왔을 때 알파벳 카드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잖아요. 현대카드의 시도들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하우스 오브 더 퍼플 ’이나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등 이런 공간들을 만드는 걸 보면 현대카드는 단순히 카드를 팔거나 하는 게 아닌, 사람들의 라이프를 건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현대카드를 쓰게 만들고요. 현대카드의 발상과 마케팅을 볼 때마다 대단한 용기를 가진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에요.

Q.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공간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요. 브랜드가 공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하는 일의 영역을 벗어난 부분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공간이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오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 있고,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공간에 주목하지 않나 싶어요.

Q.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주로 술자리를 만들어서 말로 푸는 스타일이에요. (웃음)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행위가 제게는 일종의 배설이에요. 말로 제 안의 스트레스를 다 배설해야 속이 비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Q. 요즘 CD님이 빠져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딱히 없는데, 영화를 많이 보려고 해요. 할리우드 흥행 영화도 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던 영화 같은 거랄까요? 사람들한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면 대부분 의외의 대답이 나올 때가 많아요. ‘아, 그런 영화가 있었어? 아, 그런 영화가 좋았어?’라는 식의 영화를 보다 보면, 거기서 나오는 영화 초식들에서 힌트를 얻을 때도 많고요.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의외의 감동과 감탄이 나올 때가 많았어요. 최근엔 ‘써치’라는 영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영화를 이렇게도 만들수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이젠 모든 매스미디어의 룰 자체가 허물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Q. 어느덧 2018년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를 돌아보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요?

올해 3월에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촬영을 다녀왔어요. 글로벌 인쇄 캠페인의 키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제네시스의 G70, G80, G90 모델을 각 차의 콘셉트에 맞게 뉴욕 내 지역에서 촬영했어요. 차를 잘 찍는 것도 중요했지만, 뉴욕의 풍경도 한 컷에 잘 담아야 해서 여러모로 어려운 촬영이었죠. 인쇄 촬영을 위해 해외에 간 것도 처음이고, 그렇게 많은 돈을 쓴 것도 처음이었어요. (웃음)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제가 했던 모든 촬영을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어요. 해외 스태프와 처음 촬영하게 되었는데 한 장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100컷이 넘는 사진을 찍더라고요. 차를 한 대 세워 놓고 해가 움직이는 빛의 변화에 따라 사진을 찍는데 그런 촬영 방식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프로 의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로지 그 한 컷을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 정성을 쏟는다는 게 정말 멋지더라고요. 그리고 스태프들의 태도에서도 느낀 점이 많아요. 나흘간 헌팅을 하고, 나흘 동안 촬영을 했는데 다들 힘들고 지쳐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무척 긍정적이고 열심이더라고요. 일적으로도 배운 것도 많고,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물론 저의 부족함도 많이 보았고요. 여러모로 제 인생에서 전환점이 됐던 촬영이었어요.

Q. 다가올 2019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 팀이 올해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잘한다가 아니라 작년보다 낫네... 라는 말. 그렇게 되기 위해 제가 어떤 플랜을 짜고 가야 할진 아직 모르겠는데, 천천히 하나하나 생기겠죠.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어떤 CD가 되고 싶나요?

예전에는 CD라고 하면 제게는 굉장히 위대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CD가 되어 보니 열심히 캠페인을 만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내가 그런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CD가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옛날 CD들이 위대해 보였다는 건 다들 동의할 거예요. 당장은 아니지만, 후배들에게 CD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CD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개인적인 건데 느린 CD가 되고 싶어요. CD는 항상 시간이 없어요. 늘 빠릿빠릿해야 하고, 팀원들을 다그치거나 재촉해야 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좀 느려져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빨리빨리 하는 사람이 능력 있어 보이는 시대이지만, 느리더라도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제대로 찌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조금 느리더라도 여유를 잃지 않는 CD가 되고 싶어요.


 

Q&A

임상현CD팀의 팀원들이 그에게 직접 묻다

1.

CD님의 최애 안주는 무엇인가요?

회를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 고르자면 방어와 참치!

2.

가장 최악의 영화를 뽑으신다면요? 

 

최근에 개봉한 <더 프레데터 The Predator >. 이번이 4번째 시리즈인데, 정말 실망스러웠고 화가 났어요. 아이언맨 3를 망친 감독, 셰인 블랙이 연출해서 설마 했는데 역시였습니다.

3.

무인도에 챙겨가고 싶은 3가지는 무엇인가요?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휴대폰, 언제든 탈출할 수 있는 배 편, 그리고 평양냉면.

4.

향수와 향초를 즐겨 쓰시는 CD 님, 가장 좋아하는 향은 무엇인가요?

생쌀 냄새를 좋아합니다. 가만히 맡고 있으면 상쾌 하거든요. 생쌀 냄새는 시중에 파는 제품이 없어 존 바바토스나 조말론 등 우디 계열의 향수를 쓰는 편이에요.

5.

CD님의 인생 광고, 인생 영화, 인생 책 하나씩을 뽑아주세요. 

인생 광고는 박카스 자전거 편. 처음 이 광고를 봤을 때 좋았던 느낌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요. 1분 동안 여러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만 나오고, 나레이션 없이 ‘봄을 즐기세요 ’라는 텍스트로 끝이 나는데 정말 봄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인생 영화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를 볼 때 저와 정서가 맞으면 몰입이 잘 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감정과 정서에 깊게 몰입했던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더라고요.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참 좋았어요.

 

인생 책은 두 권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 소설 <고백> 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장치의 사랑>이라는 만화책이에요. 고백이란 책은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영화는 사건 중심으로 풀어 놓았고, 책은 사람의 심리 중심으로 풀어 놓았는데,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장치의 사랑은 로봇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푼 책이에요. 처음에 봤을 때는 마냥 감동 적이었는데, 얼마 전에 다시 보니 굉장한 철학이 숨어 있더라고요. 두 책은 꼭 추천합니다.


 

CD’S ESSAY

Writer. 임상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l 임상현CD팀

 

라이카 이야기

 

착한 분이셨어요.

시간 되면 밥도 챙겨주고 목마를 땐 물도 주고. 밤이 돼서 추울 때 침대에 올라가서 웅크리고 있으면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었으니까요.

 

어느 날 저와 산책을 나갔었는데 제가 너무 신나,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이, 그만 그분을 잃어버렸어요 여기 있으면 찾아오시겠지 하며 한참을 멍하니 서서 기다리기도 했고 이리저리 소릴 지르며 제가 찾아다니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 후로 다시는 만날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쩌면 잃어버린 게 아니라 버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렇게 몇 달을 집을 찾아 헤매다 친절한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오랜만에 따뜻한 곳에서 잠도 자고 내가 좋아하는 고기 냄새 나는 밥도 먹었죠. 그래서 제가 잘 따랐어요.

 

어떤 날은 할아버지가 일하는 곳에 놀러 갔어요. 우스꽝스럽지만, 흰색의 두꺼운 옷도 입혀 주시고 투명한 모자도 씌워 주시고 그리곤, 뱅글뱅글 도는 놀이기구도 태워 주셨죠. 나중엔 저만 탈 수 있는 조그만 비행기도 만들어 몇 시간을 태워주셨어요. 2시간, 3시간… 좀 힘들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든 척을 할 수가 없었죠. 친구도 세 명이나 사귀었어요. 그 친구들도 친절한 주인을 만난 덕에 저와 같이 신나는 경험을 많이 했죠.

 

오늘은 할아버지가 저에게 맛있는 먹이를 많이 주셨어요. 평소보다 많이요. 무슨 날인가? 다른 친구들은 밖에 내버려 둔 채 저 혼자만 탈수 있는 비행기에 또 태워 주셨어요. 조금 답답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데 저도 힘을 내야 했죠. 먹을거리도 잔뜩 주셨어요. 와~ 이 정도면 며칠을 먹고도 남겠어요.

 

이제 놀이가 시작돼나봐요. 벨트를 채워주고 문을 닫으시네요. 약간 무서운데 좀 참아볼게요. 시작돼나 봐요! 굉장한 소리가 나요! 와~~ 몸이 뜨는 기분이에요. 점점 하늘로 나는 기분이에요 정말 신나요! 할아버지! 창밖엔 손 흔드는 사람들이 보여요. 할아버지도 보여요! 어? 근데 표정이 왜 그래요? 할아버지? 잘 보이진 않지만 즐거운 표정이 아닌 거 같은데..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안 보여요. 하늘도 까맣게 되어 가고… 그리고 여긴 너무 덥네요. 덥고 답답한데 꼼짝할 수가 없네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앗 뜨거~ 등 부분이 너무 뜨거워요. 숨쉬기가 힘든데… 아, 이 놀이는 언제 끝나는 거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눈이 따가워 눈을 뜰 수가 없어요. 너무 더워서 혀가 축 늘어져요. 목도 너무 말라요. 왜 이리 흔들리죠?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에요. 숨조차 쉬기 힘들어요. 아~ 욱! 토할 것 같아요 소리도 너무 커요. 내 목소리가 안 들려요! 무서워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 도대체 여긴 어디죠? 할…아…버…지… 혹시 저 또 버려진 건가요? 이 까만 곳에…?

 

느린 CD 이미지

러시아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탑승해 인간 대신 지구궤도에 도달한 최초의 생명체 ‘라이카’. 그 당시 귀환시키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발사 1주일 만에 안락사를 시키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라이카는 발사 7시간 만에 고열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하고 맙니다.

저는 뭐 그다지 동물 애호가도 아니고 외로움 중증 환자도 아닙니다만, 어느 날 문득 이 라이카라는 개의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그냥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빠지다 다른 분들과 한번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주 어렸을 적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장르는 조금 다르지만 일 년에 두어 번씩 무대에 오릅니다. 그 무대에서의 떨림이 사라질 때쯤이면 전 어떤 CD가 되어있을까요?

Search
검색어 입력
뉴스레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