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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Daily Luxury

Sometimes Painful,

But Mostly Joyful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이미지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음대영 CD는 차가우면서도 뜨겁다. 그간의 모든 작업에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작업을 아쉬워한다. 언제 광고를 관둘지 모른다 말하지만 동시에 큰 꿈을 품고 있다. 거리를 두는 듯하면서도 깊은 애정이 엿보이는 자세는 언뜻 모순 같다. 하지만 그는 모두 진심이다. 음대영 CD는 말했다. 광고는 때때로 고통스럽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라고.

 


 

Interview

Q. 12년간 광고 일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간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작은 독립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 일을 시작해, 2013년 5월 이노션에 오게 되었어요. 재작년부터는 픽셀 팀에서 ACD 비슷한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부터 한 작업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아의 쏘렌토부터 카니발, 스포티지까지 담당했고요. 비건타이거의 ‘Super Animal Fur’ 캠페인과 무신사 브랜드 캠페인을 했고, 최근에는 배틀그라운드 신작 모바일 게임의 론칭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Q. 무신사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워낙 주목을 받았잖아요.

사실 무신사 캠페인은 2018년에 손정화 CD님이 처음 진행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했던 ‘다 여기서 사’ 캠페인인데요. 당시엔 무신사의 첫 광고이기도 하고. 패션 쇼핑몰로서의 대세감을 전달하는 게 과제였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사이 무신사가 많이 성장해서 이제는 패션 쇼핑몰을 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과제를 받았죠.

Q. ‘다 무신사랑 해’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어요.

기존의 ‘다 여기서 사’ 카피에서 ‘사’라는 동사를 ‘해’로 바꾸는 캠페인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1차 제작 미팅 때 당시 신입사원 2년 차였던 김지수 아트디렉터가 ‘무신사랑해’ 한 줄을 써 온 거예요. 제가 원래 언어유희적인 카피를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도, 이게 마음에 딱 걸리더라고요. 농담 같으면서도 진지하고, 가벼운 얘기 같으면서도 세상 큰 얘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대충 회의 끝내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곱씹어보는데, 갑자기 이 짧은 한 줄이 그야말로 무한한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팍 오더라고요. 그래서 급히 팀원들을 다시 불러모아 얘기했죠. “우리 이번 PT 되겠는데?” 근데 제가 늘 하는 말이긴 합니다(웃음).

Q. 실제로 순탄하게 진행이 됐나요?

그럴 줄 알고 자신만만하게 1차 내부 리뷰 미팅에 들어갔는데 드롭 당했어요. 당시엔 그 상황이 이해도 안되고 속상해서 이 프로젝트 못하겠다는 얘기까지 했었죠. 하지만 당시 센터장이셨던 김기영 상무님과 기획자분들이 잘 살려주고, 함께했던 팀원들이 워낙 열심히 도와준 덕분에 온에어된 버전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Q. 온에어 이후에 반응이 정말 좋았죠.

근데 정말 반응이 좋았던 거 맞나요(웃음)? 딱히 실감해본 적이 없어요. 모든 캠페인을 할 때마다 애착을 가져서 그런지, 기대도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결과물이나 반응에는 아쉬움이 남아요. 더 잘만들 수 있을 것 같고, 더 이슈가 됐을 것 같은데 싶어서요. 무신사 캠페인도 그래요. 훨씬 더 낯설고 미친 광고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물론 감독님이 너무 멋지게 찍어주셨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선 아쉬운 점이 많죠.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이미지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이미지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이미지

Q. 비건타이거의 ‘Super Animal Fur’ 캠페인도 바로 반응이 왔잖아요. 뉴욕페스티벌 브론즈 2개, 부산국제광고제 실버 1개를 받았어요.

‘Super Animal Fur’ 캠페인이라면 종일 이야기할 수 있어요(웃음). 제가 참여했던 캠페인들 중 가장 사랑하는 아이디어거든요. 사람들은 인조 모피가 여러모로 ‘좋은 옷’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매력적으로 여기진 않잖아요. 저희는 그 이유를 가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가짜라는 생각 을 오히려 매력으로 바꾸려고 했죠. 살아있는 동물의 털로 만든 게 아니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동물의 털도 될 수 있다’고 얘기했어요. 상상하기에 따라서 유니콘 모피가 될 수도 있고, 해태나 봉황의 모피가 될 수도 있는 거죠.

Q. 브랜드 필름이 한 편의 짧은 판타지 영화 같았어요. 사냥꾼과 상상의 동물이 등장하더라고요.

초저예산으로 콘텐츠를 만드느라 굉장히 힘들었어요. 비건 타이거가 좋은 철학을 가진 브랜드이긴 하지만, 당시엔 작은 독립 브랜드이다 보니 자금력이 크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희 아이디어를 여러 업계의 탑 크리에이터분들이 되게 좋아해 주셨어요. 일러스트를 맡아준 장콸 작가님도 그렇고 필름을 찍어준 디지페디의 성원모 감독님은 거의 최소 제작비만 받고 진행해 주셨죠.

Q. 아이디어가 좋으니 사람들이 절로 모였나봐요.

저로서는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어요. 아이디어가 재밌으면 사람들이 움직여서 함께해 주는구나 싶었죠. 수상한 이유도 같은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어마어마한 이슈를 일으키거나 엄청난 수입이 발생한 캠페인이 아닌데도 상을 받은 걸 보면요.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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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년을 넘게 일하다 보면 ‘좋은 광고’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일하면서 좋은 광고를 고민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냥 저마다 좋아하는 방향의 광고가 있는 거죠. 제가 지향하는 건 컨셉추얼한 광고예요. 광고인의 머릿속에서 나온 날카로운 개념 하나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틀 자체를 바꾸는 광고를 너무 좋아해요. 옛날 폭스바겐 비틀의 ‘Think Small’ 과 Avis의 ‘No.2ism’ 캠 페인을 만든 빌 번바크를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런 방식이 요즘 트렌드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분명한 실체를 만들거나, 컨셉이고 뭐고 즉각적인 리액션을 일으키는 광고가 대세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전 여전히 야심 찬 컨셉 한방으로 승부하는 광고들이 낭만적으로 느껴져요.

Q. 처음 광고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같은 방향을 추구해 오셨나요?

그런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몰랐던 신입사원 때 낸 아이디어나 카피를 다시 보면 ‘이때부터 징하게 컨셉 좋아했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이건 혼자 아이디어를 짤 때의 개인적 취향일 뿐이죠. CD로서 일할 땐 각자의 취향 세계를 최대한 즐겨보려고 노력해요.

Q. 광고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겠죠?

안이 팔리지 않았을 때는 사실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걸 거고, 아이디어야 새로 짜면 되니까. 근데 오히려 안이 팔리고 준비하는 과정에 이해관계가 생기면서,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타협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디어가 조금씩 망가지는 게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땐 일이고 사람이고 다 싫어지더라고요. 지금까지 일하면서 정말 진지하게 그만둘 생각을 했던 적이 두 번 정도 있는데 그때가 딱 그런 시기들이었죠.

Q.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늘 생각해온 건데 광고 일이란 게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에요. 담배나 술, 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것들은 고통의 감정과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쾌감이 공존하잖아요. 또 한쪽 감정에 익숙해질 만큼 길게 지속되지 않고 빨리빨리 교차되고요. 광고가 딱 그래요(웃음). 잘 풀리는 것 같다가도 바로 슬럼프가 오고,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도 뭐 하나 잘되면 싹 잊어버리게 되는 순간이 오니까요. 이 부질없는 감정들에 일희 일비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이런 생각도 들어요. ‘와, 이 맛을 어떻게 끊지?’

Q.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일이네요?

맞아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또 이래요. 순간시청률처럼 짜릿함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들이 분명 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평균시청률이 매겨지듯 힘들었던 시간까지 퉁쳐서 전체적으로 다 즐거웠구나 싶죠.

때때로 괴롭지만 대체로 즐겁게, 음대영 CD 이미지

Q. 올해 1월에 정식으로 CD가 되었어요. 앞으로 어떤 CD가 되고 싶으세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잘 낼 수 있게 해주는 CD 가 되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일하면서 가장 좋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렇더라고요. 내 아이디어가 잘 나오고 그 아이디어가 반영된 광고가 나올 때만큼 신났던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디어 미팅을 할 때면 카피 한 줄이나 소소한 비주얼 팁보단 안이 될 수 있는 큰 방향에서의 가능성을 봐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내가 낸 안이 되고 광고가 되는 기분을 많이 경험해야 아이디어의 크기에 대한 욕심도 많아지고 실력도 늘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Q.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1년 차 신입 카피 때부터 되고 싶은 건 오직 CD 하나뿐이었는데, 그 이후 일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뭐 둘 중 하나겠죠. 쉰 살이 돼도 여전히 회의실에서 신나게 아이디어 얘기만 하고 있든지 ‘이젠 내가 아이디어 낼 때가 지났구나’ 생각하면서 미련 없이 떠나든지. 후자라도 너무 우울한 기분은 아닐거라고 믿어요. TBWA의 CD였던 리 클로우가 재작년에 남긴 은퇴사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Sometimes painful, but mostly joyful.’ 솔직히 이 분도 완전 옛날 CD님인데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일을 했겠어요. 그런 분이 지난 50년 광고 인생을 이런 감정으로 회고한 다는 게 저한텐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언제가 되더라도 그 때가 오면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CREATOR'S ESAAY

Writer. 음대영

 

애사심은 없지만

이노션은 좋아합니다

얼마 전 인턴 면접에 참석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면접의 끝엔 지원자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한 친구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면접관님은 이노션 생활에 만족하세요?”

 

생각해 보면 이노션에 다닌 지난 9년 동안
이 회사에 특별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늘 관심사는 내가 낸 아이디어와 내가 속한 팀이 짠 안의 영달일 뿐.
그게 이노션이든 다른 어디든 솔직히 큰 상관없었죠.

 

그런데 어쩌다 CD란 직책을 달고 나니 사람 마음도 달라지더라고요.
없던 애사심이 갑자기 생겨났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우리 회사의 광고들이, 그 광고를 만든 랜드마크타워 사람들이
새삼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죠.

지그재그와 위닉스 광고의 카피를 쓴 사람들이

얼마나 쩌는 실력을 갖고 있는지.

 

 

스타벅스 카드 광고에 그런 BGM을 붙이고

전기차를 공항 라운지로 표현하는 발상은

대체 어떤 머릿속에서 나오는 건지.

 

성공이란 먼 옛날의 키워드를 되살리고

모바일 쇼핑을 세권이라 말하고

이천의 특산품을 반도체라 선포한 사람들이

얼마나 대담하고 용감하게 광고를 만들었는지.

 

매일 엘리베이터와 옥상에서 고개만 까딱이며 지나치던 그들이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반짝이는 광고를 만든 그 사람들이라는 실감,

조금은 뿌듯하게 느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우리에 대한 마음속 자뻑, 가끔은 해도 괜찮겠다 싶어요.

 

다시 처음의 면접 얘기로 돌아와서,

그 지원자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족해요.

이노션 사람들, 광고 되게 잘 만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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