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ing With A
Sense of Reality
밸런스를 아는 크리에이터, 레오제이
유튜브 영상에서 그는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한다. 아티스트처럼. 하지만 현실에서 만난 레오제이는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직감을 따르기보단 사람과 세상에 귀를 기울였고, 자신이 가진 영향력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INTERVIEWEE
레오제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뷰티 크리에이터
Q.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일 수 있지만, 메이크업하는 남자라는 점이 독특해서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었나요?
메이크업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어요.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 여드름 같은 단점을 가리고 싶었거든요. 한 여자친구가 컨실러를 쓰는 걸 보고 이렇게 좋은 게 있다니 하고 충격을 받았죠. 그게 시작인 것 같아요. 군대 가서도 선임이나 동기들이 여자친구가 면회 올 때나 휴가를 나갈 때 저한테 와서 눈썹 좀 그려 달라거나 여드름을 가려 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닐 것 같지만 사실 군인들 관물대에 꽉꽉 채워져 있는 게 화장품이거든요(웃음). 그렇게 누군가가 원하는 예쁜 모습을 찾아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무척 뿌듯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메이크업에 흥미를 가지게 돼서 제대하자마자 자격증을 따고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지는 5년이나 되었더라고요.
Q.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나아가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도 궁금해요.
에이전시 레페리가 제안을 해주었어요.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올린 개인 작업을 보고 유튜브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온 거예요. 그렇게 유튜브 교육을 받고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 “뷰티 크리에이터라는 게 앞으로 잘될 거야.”라고 했지만 그땐 믿지 않았어요(웃음). 잘 몰랐으니까요. 근데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브랜드와 협업하고, 강연도 나가고, 행사장 시연도 하며 분야가 넓어지니까 점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Q. 유튜브 교육을 받았다니, 영상 한 편을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요.
제 채널은 크게 리뷰와 뷰티 팁이 담긴 브이로그, 짧은 메이크업 튜토리얼 시리즈,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요. 브이로그나 리뷰를 만들 땐 편집자분들과 기획회의를 해요. 아이디어를 모아서 기획안을 만들고 한 달 플랜을 짜죠. 저는 자유롭게 하기보다 영상마다 플로우를 짜서 세세하게 준비하는 편이에요. 편집 과정에도 30% 정도는 가담하고요. 아무래도 기획안을 직접 쓰니까 생각한 구도나 스타일이 명확해서, 피드백을 많이 주고받아요. 그렇게 편집이 끝나면 섬네일을 정하고 제목을 짓죠.
Q. 철저히 준비한다니 의외예요. 영상에서는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촬영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군더더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하고 있어요. 대본 없이도 말을 잘하는 편이라 그냥 촬영하면 몇 시간 내내 떠들거든요. 그러면 편집할 때 어디를 잘라야 할지 모르게 되더라고요(웃음).
Q. 콘텐츠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회사 직원분들이 먼저 트렌드 리포트를 준비해주세요. 뷰티가 아닌 다른 분야 영상도 보고, 유행하는 밈이나 소비상 같은 것도 파악해요. 유튜브는 제목이나 섬네일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소가 필요하거든요. 그러려면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고요. 그러니 구독자가 반응하는 것, 최대 관심사 같은 걸 알아보는 거죠.
Q. 그럼 최근 기획회의에서 언급된 트렌드 한 가지만 들려주세요.
요즘에는 맛도 있으면서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다이어트 레시피가 핫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브이로그에 담았어요. 근데 영상에 한 가지 주제만 담으면 지루할 수도 있고, 거기에 관심 없는 분들은 안 보더라고요. 그래서 제 브이로그는 옴니버스 형식이에요. 하나의 기승전결을 담지 않고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얘기가 다 달라요.
Q.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구독자들이 어떤 영상을 좋아할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맞아요. 저는 예전 댓글이나 다른 분들 영상에 달린 댓글에서 데이터를 모아요. 예를 들어 ‘마스크 하고 다니니까 쿠션 대신 톤업크림 콘텐츠를 만들어 주세요.’ 같은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근데 톤업크림이란 소재를 다수의 사람이 원하는지도 알아봐야 하니까 인스타그램에서 물어봐요. 톤업크림 볼 때 뭘 가장 중요하게 보냐고요. 그럼 또 다른 댓글들이 달리죠. 그렇게 니즈를 파악하면 콘텐츠의 방향을 잡을 수 있어서 기획이 더 뾰족해져요. 그런 과정으로 만든 영상이 반응도 좋고요.
Q. 한 편 한 편에 모두 공을 들이는군요.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영상을 한 편만 꼽아주실래요?
전부 다 내 새끼 같지만…(웃음) 우선은 구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신 리뷰 영상들이 기억에 남아요. 리뷰 영상을 보고 유익하다거나 좋았다는 얘기를 해주시면 참 좋거든요. 근데 제 취향은 사실 제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는 영상이에요. 최근에 인스타그램 본사와 협업해서 만든 숏 비디오가 있는데요. 제 얼굴에 직접 표현해서 보여주는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Q. 사실 유튜브 크리에이터 하면 광고 얘기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광고 영상을 찍을 때 더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진정성이죠. 저는 ‘믿고 쓰는 레오제이’, ‘믿고 사는 레오제이’ 이렇게 강조를 하는데요. 광고 문구가 뜨면 일단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으니까 직접 써보고 있다는 걸 많이 드러내요. 그리고 이게 정말 좋은지, 왜 좋은지를 앞부분에서 잘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하고요. 저는 제품을 미리 한 달 동안 써보고 안 좋으면 광고를 진행하지 않는데, 보는 분들은 그 과정을 모르시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돈 받고 하나 봐.’라는 말을 들으면 좀 속상하더라고요.
Q. 요즘에는 유튜브 광고뿐만이 아니라 직접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도 진행하시더라고요.
라이브커머스도 광고 영상이랑 제작 프로세스는 비슷해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요. 제품이 정말 좋아야 한다는 거죠. 제품력이 좋으면 유튜브 영상이든 라이브 방송이든 효과를 잘 전달할 수 있는데, 제품에 진정성이 없으면 자신 있게 설명하기가 어렵거든요.
Q. 제작 과정은 비슷하더라도 라이브커머스에서는 실제로 판매를 해야 하잖아요. 그걸 위해 제품력 외에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제품력 다음은 기획 구성이에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에게 지금 구매해야 할 이유를 설득해야 하잖아요. 저를 믿고 사면 제품력은 당연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구성과 혜택을 얻는다는 걸 라이브커머스 진행의 전제로 삼아요. 그래서 가격부터 다른 채널이랑 차별을 두고 혜택과 증정까지 고려해요.
Q. 그런 덕분인지 지금까지 진행한 라이브커머스 모두 반응이 좋았더라고요.
한 번 구매한 분들은 저를 신뢰하고, 다음 제품과 그다음 제품도 찾아주시더라고요. 인스타그램 DM 대부분이 같은 맥락이에요. 마켓을 이용해 봤는데 좋아서 이번에도 산다고요. 그런 만큼 저도 신뢰를 깨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에이전시 레페리에는 마켓 CS를 담당하는 팀이 있는데 그분들 덕분에 재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 혼자 하려고 했으면 어려웠겠다고 생각해요.
Q. 판매와 직결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겠어요.
광고를 할 때도 책임감을 느끼지만, 라이브커머스처럼 판매할 때 책임감이 도달하는 범위가 확실히 더 커요. 배송이랑 CS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제가 그 제품을 좋아하는지가 중요해요. 책임지고 판매해도 후회 없겠다는 확신이 들 때만 진행하게 되죠.
Q.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데다 책임감까지 무거우니 크리에이터의 일이 힘들 텐데, 그럼에도 계속하게 되는 매력은 뭔가요?
자꾸 새로운 걸 하게 되는데 저는 그게 참 좋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제가 크리에이터라 일어나는 일이잖아요(웃음). 계속 다음을 꿈꿀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팬들과 만나고 강연도 하고, 그런 기회가 생기니까요. 그래서 정신없고 바쁘지만 늘 즐겁게 보내요.
Q. 지금 꿈꾸고 있는 다음 작업이 궁금해요.
해외 구독자분들도 좋아할 만한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나요. 그리고 리뷰 영상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앞으로 팬분들이 원하는 걸 더 많이 보여주고 싶고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는 좀더 아티스틱한 작업들이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