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s
브랜드와 소비자를 사로잡는 위트와 트렌드
대학내일 미디어콘텐츠제작1팀
김혜원 편집장, 김희연 에디터, 이보경 에디터
젊은 세대 소비자와 소통하고 싶은 브랜드 담당자들이 주목하는 미디어가 있다. 아무리 검색해도 도무지 알 수 없던 Z세대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해 주는 ‘캐릿’이다. 그렇다면 캐릿을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트렌드라는 유익한 정보를 유머러스하고 재밌게 풀어내는 캐릿의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대학내일 미디어콘텐츠제작1팀의 김혜원 편집장과 김희연, 이보경 에디터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혜원캐릿에서 기획과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김혜원이라고 합니다. 캐릿의 편집장이자 12년 차 에디터입니다. 주간지《대학내일》기사를 작성하다가, 현재는 캐릿을 운영하고 있어요.
김희연캐릿의 중간 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김희연입니다. 캐릿이 론칭할 무렵에 입사했는데요. 지금은 어느덧 6년 차 에디터입니다.
이보경저는 곧 2년 차가 될 신입 에디터 이보경입니다. 팀의 막내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요.
Q. 세 분은 미디어콘텐츠제작팀 소속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 팀인가요?
김혜원현재 미디어콘텐츠제작팀은 온라인 미디어 캐릿을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저희 팀은 젊은 타깃을 대상으로 종이 잡지 《대학내일》과 ‘UNIV20’이라는 온라인 미디어를 제작하던 조직이었는데요. 그동안 젊은 세대의 인사이트를 쌓아오다 보니, 이를 통해서 유의미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모회사인 ‘대학내일ES’의 다양한 클라이언트 브랜 드에서 Z세대의 인사이트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고요. 그래서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캐릿을 론칭하게 되었죠. 저희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독자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홈페이지 누적 회원수 16만 명, 뉴스레터 구독자 24만명을 보유한 5년차 미디어가 되었습니다. 콘텐츠 제작 이외에도, 이제까지 쌓인 세대&트렌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와 협업 을 진행하고 있어요. 트렌드 워크샵, 리포트 작성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업계가 주목하는 트렌드 전문 미디어
Q. 캐릿은 마케팅 업계 종사자들이 즐겨 보는 미디어 중 하나로 꼽혀요. Z세대 트렌드를 분석하는 캐릿을 많은 분들이 찾아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희연사실 트렌드를 알려주는 매체는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캐릿은 Z세대를 향한 기존의 통념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의외의 모습들을 조명하곤 해요. Z세대가 실제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직접 취재하며 얻어낸 인사이트죠. 저희가 처음으로 ‘텍스트힙’이라는 개념을 소개했을 때 다들 의외라는 반응이었어요. 10대와 20대의 문해력 논란, 독서율 최저치 같은 사회적 인식에 지배적인 시기였거든요. 저희는 통계를 따르기보단, 출판사와 서점을 취재하며 Z세대의 실제 동향을 파악했어요. 좋아하는 아이돌의 공항 책에 관심을 갖는 문화, 젊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인기, 10대와 20대 사이의 시집 판매율 증가 등을 보며 ‘텍스트힙’ 트렌드를 확신했죠.
이보경저희 매체만의 강점인 ‘생활 밀착형 트렌드’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알고리즘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그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거든요. 30대의 알고리즘에는 10대 학생들의 콘텐츠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요. 브랜드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싶어도 주위에 10대 지인이 없다면, 그들의 진짜 문화를 알기는 어렵죠. 그래서 캐릿의 Z세대 생활 밀착형 트렌드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캐릿이 10대, 20대 소비자와 가까워질 기회를 마련해 드리고 있으니까요.
김혜원저희가 트렌드를 다루고 있지만, 단편적인 트렌드 소개에서 그치지 않아요. ‘어떻게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함께 소개하거든요. 마케팅 분야에서 이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죠. 그런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소개하는 만큼, 많은 마케팅 업계 종사자분들이 캐릿을 찾아주신다고 생각해요.
Q. Z세대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시의성 있는 콘텐츠를 발행하려면 각종 이슈와 유행을 빠르게 캐치해야 할 텐데요. 캐릿은 어디서, 어떻게 트렌드를 파악하는지 궁금해요.
김희연우선 SNS는 거의 다 확인해요. 틱톡, 인스타그램, X(트위터) 그리고 해외 트렌드를 찾기 위해 레딧 사이트도 참고하고요.
이보경저는 조회 수가 1,000 미만의 Z세대 브이로그 영상을 자주 찾아봐요. 브이로그에서 동일한 장소를 방문한다거나, 같은 브랜드가 언급된다거나 하면 따로 검색해 보죠. 인기 있는 영상이 아니라서 버리는 시간도 많지만, 생활 밀착형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요. 덜 가공된 브이로그에서는 Z세대의 진짜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회 수와 구독자가 적은 분들의 영상을 찾아보고 있어요.
김혜원최근 콘텐츠로 발행하기도 했는데, ‘샤오홍슈’라는 중국 SNS도 주의 깊게 봐요. 거기서 요새 핫한 트렌드가 많이 나오거든요. 사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채널이 추가되고 있어요. 물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데스크에 앉아 있는다고 모든 트렌드를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Q. 그럼 회사 바깥의 일상생활에서도 트렌드를 발견하시나요?
김혜원저희 팀원들은 퇴근해도 트렌드 와이파이를 끄지 않아요. 희연 에디터의 표현에 따르면 ‘트렌드를 자만추’한다고 하는데요(웃음). 트렌드를 억지로 찾기보단, 자연스럽게 만나는 상황을 추구하는 거죠. 이를테면 친구랑 걷다가 10대 학생들이 똑같은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걸 목격하면, 그다음부터 유심히 보는 거예요. 혹은 러닝크루에서 만나는 20대 친구들이 사용하는 말투에서 밈의 단초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항상 와이파이를 켜놓고 지냅니다.
김희연캐릿은 약 350명 규모의 트렌드 자문 그룹 ‘1020 트렌드 디깅 크루’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크루원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체감하는 유행이나 이슈를 제보하고 있어요. 반대로 저희가 질문을 드리기도 합니다. 요즘 뭘 보고, 뭘 먹고, 어딜 가는지. TO DO LIST 형태로 제보를 받고 실제 Z세대가 일상에서 즐기는 트렌드를 발견해내요.
Q. 트렌드 파악을 위해 전문 크루를 운영한다는 점이 놀라워요. 주로 어떤 분들이 속해 있나요?
김희연분기별로 크루원을 모집하는데요. 기본적으로 10대와 20대 그리고 해외에 체류 중인 교환학생이나 해외 트렌드에 관심 있는 분들, 알파세대와 접점이 있는 분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김혜원원래 이름은 ‘1020 자문단’이었어요. 들었을 때 있어 보이고 전문적인 이름이긴 하지만, 막상 10대, 20대가 ‘자문단’이라는 타이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죠. 그래서 네이밍을 바꿨더니 지원자가 훨씬 늘어나더라고요. 같은 그룹이라도 네이밍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어요. 사실 저희 조직은 네이밍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콘텐츠 제목이나, 트렌드 레터 제목을 지을 때도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 이상의 후보를 두고 고민해요.
캐릿 ‘1020 트렌드 디깅 크루’
유익한 트렌드를 재밌게 풀어내는 비결
Q. 제목 하나까지 많은 공을 들이고 계셨네요. 어쩐지 캐릿 콘텐츠는 코너 이름도 유머러스하다고 느꼈어요.
이보경제목 하나 짓는 데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해요. 그랬다가 결국 또 바꾸고요(웃음). 특히 캐릿에서는 ‘텍스트힙’, '제철코어’ 같이 기존에 없던 개념을 정의하고 용어를 만드는 일이 많기 때문에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발음해 보았을 때 말맛이 좋은지, 의도한 내용이 잘 담기는지 계속 고민해요. 유머러스 하면서도 직관적인 표현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콘텐츠가 더 많이 확산되는 데 도움을 받고 있죠.
Q. 캐릿은 제목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도 특유의 유머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익한 트렌드를 넘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위트를 섞는 이유나 기준이 궁금해요.
이보경캐릿은 단순히 “요즘 10대 사이에서는 이런 게 유행이에요.”라는 설명으로 끝내지 않아요. 10대가 아니면 그들의 문화를 쉽게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렵잖아요. 대신 각 세대의 문화나 경험의 차이를 짚어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여러분은 수학여행 갔을 때, 한 방에 스무 명씩 주무셨죠? 요즘 10대들은 두세 명씩 잔대요.” 같은 멘트를 추가하면, 아무리 새로운 트렌드라도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며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김희연저희가 10대와 20대 트렌드를 다루지만, 주요 독자 분들 중에는 기성세대 업계 종사자분들이 많아요. 따라서 요즘 유머 코드를 사용하더라도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이트에 각주 기능을 도입해서 일일이 설명을 추가하는데요. ‘하룰라라’ 갈 것 같다는 드립을 사용하면서 Z세대와 공감대를 쌓으면서도, 각주를 누르면 ‘하늘나라, 극락에 갈 정도의 좋은 상태’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김혜원캐릿이 지향하는 재미는 누군가를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거예요. 트렌드와 세대론을 자주 다루는 만큼, 트렌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나 기성세대를 무시하거나 놀리는 뉘앙스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요. 그래서 초안은 재밌게, 퇴고 과정은 매우 꼼꼼하게 의논하면서 선을 넘지 않는 유머러스함을 추구하죠.
© 캐릿 홈페이지
© 캐릿 뉴스레터 ‘제철코어’ 키워드 소개 썸네일
Q. 그 밖에도 콘텐츠를 기획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나요?
김혜원콘텐츠를 기획하기 전에 누구에게 유효하고 필요한 트렌드인지 고민해요.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독자를 미리 떠올리며 콘텐츠를 구상하는 거죠. 매번 오랜 시간 회의를 거쳐 의견을 나누는데, 팀원들을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웃음). 가장 많이 반려되는 콘텐츠는 휘발성 있는 단순한 트렌드를 다루는 내용이에요. 요즘 유행하는 밈은 3일 만에 사라지기도 하거든요. 트렌드가 모여 경향성을 보이거나, 파급력을 가지거나, 의미 있는 트렌드를 기획 기사로 발전시키죠.
김희연기획 기사로는 비교적 큰 경향성을 다루려고 노력하는 반면, 빠른 트렌드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콘텐츠도 있어요. ‘마이크로 트렌드 전광판’과 ‘뉴스 클리핑’ 섹션을 개설해서 실시간 트렌드를 전달하고 있죠.
Q. 독자마다 필요한 트렌드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김혜원지금 대유행하는, 모두가 아는 트렌드가 궁금한 사람도 있지만, 이미 남들이 다 아는 트렌드 말고 씨앗이 필요한 사람도 있거든요. 작년에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트렌드 라벨’을 도입했는데요. 콘텐츠마다 ‘유행예감, 유행중, 유행 지남’이라는 라벨을 붙여서 구분하는 거예요. 라벨이 없는 경우, 시의성보다 레퍼런스로 의미 있는 콘텐츠로 봐주시면 돼요.
이보경트렌드 라벨을 붙이기 전에 팀원끼리 모여 의논을 거쳐요.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는 Z세대에서 시작된 트렌드인데 다른 그룹으로 확장되는 동향이 느껴지면 ‘유행예감’으로 판단하는 편이죠. 반대로 ‘유행중’이었다가도 언급량이 줄거나 이미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탔다면 ‘유행지남’으로 바꾸고요.
브랜드와 소비자를 잇는 웃음 코드
Q. 캐릿의 대표적인 콘텐츠 중 하나는 ‘요즘 뜨는 밈’이에요. Z세대는 왜 웃긴 짤과 밈을 적극적으로 사용할까요?
김희연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Z세대가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고,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덧붙이며 은어처럼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밈이나 짤이라고 생각해요.
이보경예전에는 자신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밈이 많았다면, 요즘엔 상황을 긍정적으로 승화하려는 밈이 자주 등장해요. 자신을 북돋아 주고 격려하기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인 것이죠. 그런데 그런 말은 텍스트와 직관적인 표현으로 사용하기엔 좀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웃긴 짤과 밈을 쓰는 거죠. 예를 들어 요즘 Z세대는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스피노사우루스 아이깁티아쿠스는 내가 이러길 원하지 않을 거야.”라는 짤을 자신의 블로그 글 제목으로 써요. 다소 황당한 표현이지만, 긍정적으로 본인의 일상을 위로하는 일종의 웃음 코드죠. 또한, 긍정적인 밈은 공유하는 데 부담이 없어서 비교적 빠르게 확산되는 것 같기도 해요.
김혜원그래서 유행하는 밈을 쭉 나열해 놓고 보면, 세대의 가치관이나 시대정신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웃겨서 그런 밈이나 짤을 쓰는 게 아니라, 희망이 담긴 밈이 유행하는 현상을 통해 현재 Z세대가 원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죠. 보경 에디터가 말한 공룡 밈 이전에는 ‘원영적 사고’가 있었던 것처럼요. 밈과 짤은 특정한 가치관으로 이어져 있는 거죠.
Q. 브랜딩에서 유머와 위트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예요. 특히 브랜드와 Z세대 사이의 소통에서 웃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희연웃음은 정말 필요해요. 하지만 웃음을 위해 드립과 밈, 짤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돼요. 의외로 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사람들 사이의 예의와 퍼스널 스페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그들을 웃기려고 무리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어요. 대신 밈이나 짤을 사용할 거라면 정확한 유래와 출처를 확인하고 표기해 주는 디테일이 중요해요.
김혜원요즘 소비자들은 ‘척’하는 것에 반응하지 않아요. 평소 유행어를 적극 사용하는 사람이 아닌데, 브랜드 SNS 계정을 운영하면서 유행에 밝은 사람인 척하면 소비자는 대부분 알거든요. 오히려 흉내 내기보다 담당자의 말투로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더 효과적이에요. 웃음에는 ‘깔깔깔’도 있지만 ‘오호’ 정도의 재미도 있잖아요. 브랜드가 어떤 웃음을 지향할 것인지, 어떤 웃음이 브랜드의 핏에 맞을지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어울리는 퍼스널 컬러를 찾듯이 ‘퍼스널 웃음’을 찾는 거죠(웃음).
이보경일필휘지로 소비자를 웃겨버리겠다는 생각에 매몰되면 위험해요. 사람마다 관심사도, 웃음 코드도 다르니까요. 유행어나 밈을 쓰는 건 좋지만, 본인들의 솔직한 매력을 보였을 때 나타나는 약간의 허술함이 오히려 더 웃음 포인트가 될 때도 있고요.
Q. 무작정 웃기려고 하기보다, 적합한 웃음 코드를 찾아야겠네요.
김혜원사실 웃음이 유효하려면 소비자와 라포르가 형성될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보통 브랜드 담당자에게 시간이 그만큼 주어지지 않거든요. 단기간에 강렬한 메시지로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 라포르를 형성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진짜 웃음이 나올 수 있겠죠.
이보경대놓고 웃기려는 시도보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중점으로 고민하는 게 좋을 때가 있어요. 저희는 트렌드를 전달하는 미디어지만, Z세대가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근원적인 가치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웃기려는 것이 우선은 아니에요. Z세대 트렌드를 독자분들에게 재미있게 소개하고, 이것이 돌고 돌아 Z세대 소비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요즘 소비자들은 이런 디테일과 메시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Q. 그럼 캐릿이 추구하는 웃음 코드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김혜원사려 깊은 사람이 던지는 농담이 저희가 추구하는 웃음 코드에 가장 가까워요. 너무 무겁지 않게 웃음을 전달하면서도, 거기에 많은 고민이 녹아 있는 거죠. 사실 쉽게 쓰는 게 제일 어려워요. 정보는 충분하지만 있어 보이는 척 쓰지 않고, 쉽게 쓰면서도 선을 지키는 유머 코드. 캐릿이 추구하는 방향성이에요.
김희연저는 웃음 코드에도 호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호감 가는 브랜드에 팬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요즘 Z세대 소비자분들의 특징이기도 해요. 캐릿도 ‘호감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이보경너무 돋보이진 않아도 은은하게 웃음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하는 말마다 재밌고 피식하게 만드는 웃음 코드를 지향하고 있어요.
Q. 오랫동안 Z세대의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인사이트가 쌓였을 텐데요.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희연Z세대는 다양한 분야를 시도해 보는 마음에 열려 있어요. 저는 이걸 ‘찍먹’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꼭 덕후처럼 한 가지 분야에 파고들며 디깅하지 않아도, 여러 분야를 찍먹하며 체험해 보는 거죠. 일단 한번 해보고 취향에 맞으면 덕후가 되어 가고, 맞지 않으면 또 다른 분야를 찾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부분이 Z세대의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김혜원다른 세대에 비해 수용성이 높은 세대라고 느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면 영원히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것도 한번 해볼까’라며 쉽게 접근하죠. 최근에 ‘엄빠코어’라는 기사가 있었는데요. 부모님의 라이프스타일을 Z세대가 따라 하며 자기 방식대로 해석해 보는 거죠. 이런 시도 역시, 무언가를 많이 해보는 Z세대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세대, 다른 취향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는 개개인이 하나의 브랜드였다면, 요즘 Z세대는 여러 가지 브랜드를 취향별로 모아놓은 편집숍 같아요.
이보경제가 느낀 Z세대의 특징은 전문성이에요. 확실히 다른 세대에 비해 실무자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SNS로 워낙 많은 트렌드를 접하다 보니까, 팝업 스토어를 비교하며 브랜드의 의도를 파악하고 디테일을 빠르게 캐치하거든요. 물론 프로페셔널하게 분석하며 브랜드의 아쉬운 포인트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답도 확실해요. 일 잘한 브랜드를 발견하면 알아서 입소문을 내주고 강력히 추천해 주는 문화가 있어요.
Q. 앞으로 캐릿을 통해 만들고 싶은 콘텐츠나 목표가 있나요?
이보경마이크로 트렌드 시대에 맞춰 좀 더 뾰족한 분석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같은 20대라고 해도, 20대 초반과 후반이 즐기는 문화는 다르잖아요. 10대 남학생과 여학생, 해외 중고등학생과 해외 대학생 등 대상을 세분화해서 그들만의 문화를 재미있게 다뤄보고 싶어요. 그럼 실무자들도 원하는 타깃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김희연저는 검색으로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달해 드리고 싶어요.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에서 탄생한 수많은 마이크로 트렌드가 곳곳에 숨어 있는데요. 열심히 찾아다니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워요. 앞으로도 새로운 트렌드를 ‘자만추’하며 다른 미디어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김혜원캐릿은 그동안 10대와 20대 소비자의 트렌드를 주로 다루고 관련된 콘텐츠를 발행했는데요. 점차 밀레니얼 소비자와 그보다 더 위 세대 소비자의 페르소나를 소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 트렌드를 선도하는 큰 소비자층인 3040 여성 소비자의 스테레오 타입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소비자 페르소나를 캐릿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