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Face-to-Face
Shopping
비대면 쇼핑을 마주한 대담한 생각
SPEAKER
이세라 캠페인플래너|INNOCEAN
최유리 캠페인플래너|INNOCEAN
Q. 코로나에 익숙해진 와중에도 봄이 오네요. 두 분 모두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최유리최근에는 코로나 백신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가장 큰 이슈잖아요. 집합 금지가 언제쯤 해제되는지 궁금하고요.
이세라이제는 코로나가 일상 깊숙이 정착됐구나 싶어요. 작년 말에 비하면 대면 미팅도 많아졌고요. 물론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만큼이나 일이 많아져서 이후의 생활 변화를 딱히 체감하지 않고 있어요.
# 퍼스널 셀러
Q. 세라님이 중고거래를 즐겨한다고 들었어요.
이세라어제도 당근마켓에서 거래를 했어요. 전문 ‘당근인’으로서 지난달은 60만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고요(웃음). 예전에 산 옷이나 신발, 여행지에서 사 온 물건들을 대량 처분하고 있는데 쏠쏠하더라고요.
최유리60만 원? 당근마켓 매너온도가 몇 도예요?
이세라43도예요. 기본이 36.5도부터 시작하잖아요. 뭘 더 팔 수 있을지 찾고 있어요.
최유리하긴 저도 당근마켓은 애용하는 편이예요.
Q. 아무래도 직거래가 수월한 플랫폼이 생기니 중고거래가 더 활발해지네요.
최유리그렇죠. 직접 셀러가 되어본 후에 생각하는 게 좀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히트템Hit-item을 보면 ‘우와, 좋다!’ 하고 말았는데, 요즘은 ‘어? 이거 팔아볼까?’ 하게 돼요.
이세라예를 들면 어떤 물건이예요?
최유리제가 취미로 캠핑을 다니는데, 캠핑용품 판매가 특히 회전율이 좋아요. 올리면 바로 연락 오죠.
Q. 중고거래 외에 물건을 팔아본 경험이 또 있나요?
최유리예전에는 오프라인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해 본 적 있어요.
Q. 반대로 어디에서 쇼핑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최유리저는 쇼핑을 자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해요. 캠핑용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런 물건은 손으로 만져봐야 어떤지 알거든요. 대신 평소에 나와 가치관이 비슷하고, 내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SNS를 팔로우 해둬요. 그들의 피드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죠.
이세라저도 같은 맥락으로 김나영 님을 팔로우하고 있어요. 엄마로서, 주부로서, 패션 유튜버로서, 어떤 면에서든 꼼꼼하게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많은 정보를 얻고 있어요. 믿고 사는 거죠.
Q. 요즘은 인플루언서의 행보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이세라그렇죠. 패션 분야의 인플루언서분들이 꼽은 아이템을 따라서 구매하곤 하니까요.
최유리제가 담당하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해요. 사람들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도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는다고요. 건강과 직결된 전문 영역이어도 그들의 의견을 신뢰한대요. 구매자의 시선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그들이 직접 복용하며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거죠.
Q. 그런 인플루언서에서 조금 더 확장되면 개인 브랜드 셀러가 되기도 하죠.
이세라제가 담당하는 패션 플랫폼의 경쟁 브랜드 중에도 1인 셀러들을 모으는 데서 시작한 비즈니스가 있어요. 그들에겐 퍼스널 셀러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중요한데, 이렇듯 하나의 비즈니스를 일으킬 정도로 퍼스널 셀러의 파워가 막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 차원의 판매 능력뿐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도 있구나 싶고요.
최유리맞아요. 코로나로 패션 위크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브랜드가 모델들에게 제품을 보내고, 그들이 각자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콘텐츠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고 멋있었어요. 개인의 색깔이 한껏 드러나니 재미있기도 하고요. 제가 광고주라면 우리 제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울 것 같았어요. 물론 광고 콘텐츠에는 개인의 윤리의식이 잘 수반되어야겠죠.
이세라윤리의식이 중요한 게, 인플루언서 콘텐츠의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콘텐츠의 퀄리티는 훌륭하지만,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순간도 생기거든요. 무분별하게 광고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제가 광고주와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도 같은 카테고리에서 여러 경쟁 브랜드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은 자연스레 배제하게 되더라고요.
최유리실제로 그런 분도 계세요. 직접 써봤는데 잘 안 맞는 것 같아서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 그런 분들은 수첩에 적어 놓죠. ‘진정성 있는 인플루언서’라고.
이세라별표 쳐야죠(웃음)!
최유리결국 진정성 있게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오래가지 않을까 싶어요.
# 비대면 쇼핑
Q.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쇼핑의 영향이 막대해진 것 같아요.
최유리이 팬데믹으로 3년에 걸쳐 이뤄질 일이 단 두 달 만에 이뤄졌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우선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기업마다 데이터에 대한 니즈가 강해졌고요. 그 데이터 인사이트로 무엇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가 중요해졌죠. 상대적으로 이런 흐름에 빨리 대응한 기업들이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이전부터 유통이나 디지털 플랫폼의 내제화를 어느 정도 준비해 온 기업들이었어요. 그들에겐 코로나가 일종의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위기가 기회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세라맞아요. 실제로 그런 기업은 매출 타격이 크지 않다고도 하고요. 사람들이 밖에 나갈 일이 없어 옷을 안 살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구매한다는 거예요.
Q. 의외네요.
이세라그렇죠? 당연히 패션 아이템은 ‘지금’을 위해서 구매한다고 여겼는데, 요즘 소비자는 미래를 위해 구매하는 것 같아요. ‘코로나 끝나면 이거 입어야지’, ‘나중에 여행 가서 이거 입어야지 ’하는 마음인 거죠. 저는 그게 낭만적으로 느껴졌어요. 내일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로 소비하는 카테고리가 있다는 게 재밌는 발견이기도 했죠.
최유리그러고 보니 저도 비슷한 소비를 한 적이 있네요. 얼마전에 홈쇼핑에서 태국 호텔 숙박권을 판매하더라고요.
이세라태국? 언제 갈 수 있을까?
최유리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일반적으로 여행 상품은 기한 제한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숙박권은 내년에도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올해 중에 언제든 무료로 취소도 할 수 있고요. 혹시 내년에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국내 여행으로 돌릴 수 있는 기회도 준다는 거예요.
이세라그래서 사셨나요?
최유리샀죠.
이세라와, 진짜?
최유리되게 저렴하게 나오기도 했고, 언젠가 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세라그게 곧 미래에 대한 희망이네요.
Q. 어쩌면 모두에게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가 생긴 거 같아요.
최유리그래도 우리나라는 물류 배송이 잘되어 있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사재기를 안 하잖아요. 뭘 사도 다음날 바로 도착하니까,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죠.
Q. 요즘은 특히 구매가 쉬워졌죠. 장벽이 낮아졌달까요.
최유리그런 영향으로 구매욕도 예전보다 높아진 것 같아요(웃음).
이세라맞아요(웃음).
Q. 비대면 쇼핑의 영역도 다양해졌죠.
최유리요즘은 취미생활도 비대면으로 할 수 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다니던 요가원이 문을 닫아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고 집에서 요가 채널을 보면서 따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게 과연 될까 싶었는데, 하다 보니 요가 유튜버와 한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하다가 느슨해질 때면 어디서 저를 보고 있는 것처럼 “지금 포기하시면 안 돼요.” 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충분히 돈을 지불할 의사도 있을 정도예요.
# 스마트 주문
Q. (이세라) 저는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를 자주 써요, 유리 님도 자주 쓰죠?
최유리네, 거의 매일요. 미리 주문해 놓으면 편하더라고요.
이세라아무래도 불편한 게 있긴 하지만요. GPS가 정확하지 않을 때라던가.
최유리아, 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주문한 지점이 제가 생각한 그곳이 아닌 경우도 있었고, 잘못 클릭해서 주문할 때도 종종 있어요.
Q. 직접 매장에 들어가도 키오스크로 주문을 받는 매장이 많아지기도 했어요.
최유리요즘 패스트푸드점은 대부분 그렇죠. 키오스크로 주문하게 되어 있잖아요. 근데 그걸 어른들이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이세라맞아요. 저희 부모님도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방식은 잘 안 쓰시는 것 같아요. 저야 비대면 쇼핑을 활용해서 부모님 댁에 주문해 드릴 수 있어 편하지만요.
최유리저도 부모님께 기프티콘 보내드리거나 영화 예매를 대신해드리기도 해요. 그럴 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선물하는 기분이 들어요.
Q. 아무래도 디지털에 얼만큼 적응했는지에 따라 장단이 있네요.
이세라소통의 디테일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스마트 주문이나 비대면 쇼핑을 할 때 가끔 아쉽기도 해요. 셀러에게 뭔가를 묻거나, 제 취향을 설명하기가 힘드니까요. 매장 쇼케이스에 놓인 음식을 보고 추가로 뭔가를 사게 된다거나, 그런 의외의 발견이 적어지기도 하고요.
최유리맞아요. 직접 가서 얘기하는 게 더 편한 경우가 있어요. 저는 ‘카카오 헤어샵’으로 미리 선결제해서 미용실 예약을 하는데, 막상 가서 머리를 하면 처음에 계획한 거랑 좀 달라지더라고요.
이세라그렇지, 헤어스타일은 상담받으면서 달라지죠.
최유리그래도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해서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도 많죠. 뷰티나 패션 분야에서는 VR로 대신 착장해볼 수 있는 서비스가 생기기도 했고요.
이세라광고의 영역이 넓어지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강남역 근처 매장을 지날 때 당장 그곳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전송해 주거나 하는 거죠. 앱으로 고객의 이동 반경을 트래킹하면서 유저에게 유용한 서비스나 광고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최유리결국 조화의 문제인 것 같아요. ‘하이퍼 커넥트’라는 말이 있잖아요. 오프라인이 가진 힘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거예요. 사람들은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를 하고 싶어 해요. 가상 공간으로라도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연결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이런 심리를 알고 기술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기업들이 살아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