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Manual
사람 냄새 풍기는 이일호CD팀
결국 광고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일호CD팀. 광고를 통해 세상에 발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람 냄새가 풍겼다.
INTERVIEWEE
이일호 Creative Director
김상주 Art Director
원세희 Copy Writer
김효선 Art Director
INNOCEAN
Q. 먼저 팀 소개와 팀원들 소개 부탁드려요.
이일호이노션에는 두 개의 제작 본부가 있어요. 하는 일이 다른 건 아니지만, 그중에서 1본부에 저희 이일호CD팀이 있어요. 팀 이름에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게 대단한 의미는 아니고요. 사과 상자를 사면 그 밑에 농부 이름 같은 게 쓰여 있잖아요. 그런 개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웃음) 이일호CD팀에 있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원세희원세희라고 합니다. 저는 이노션에 2014년에 입사했고, 2017년부터 이일호CD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호 CD님이 카피라이터 출신이셔서 밑에서 많이 배우고 같이 쓰면서 팀의 카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식단이나 회계 관리, 잡다한 경조사 같은 걸 챙기고, 제가 노는 걸 좀 좋아해서, 뭐하고 놀까 제안도 많이 합니다. (웃음)
김효선다른 회사에 있다가 이일호 CD님 하나 보고 이노션에 왔고요.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출산도 하고, 업무도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상주저는 김효선 아트디렉터가 소개를 해줘서 오게 됐는데 결정적으로 이일호 CD님이 불러 주셔서 올 수 있었죠. 저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Q. 인터뷰 전부터 팀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팀을 운영하는 원칙이라든지 팀원들과 관계나 작업을 해나가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이일호회의를 안 늘리려고 해요. 어젠다만 확인하고, 흩어지는 경우가 많죠. 집은 제시간에 꼭 들어가는 걸 원칙으로 하고요. 제가 아이가 둘인데, 애들을 보러 저녁 8시까진 집에 가야 하거든요. (웃음) 그래야 가사도우미와 교대를 해줄 수 있기 때문에 회식을 하더라도 오후 5시 반쯤 시작해서 7시면 칼 같이 일어납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도 금방 해소되고요. 그냥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노는 팀이라는 운영 원칙을 잘 지키고 있지 않나 자평합니다. 쓸데없이 야근하고, 답이 안 나오는데 계속 앉아 있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김효선그렇다고 야근을 전혀 안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웃음) 정해진 시간에 딱 임팩트 있게 일하고, 쉴 땐 쉬는 구분이 확실하니까 설혹 야근하더라도 다들 불만이 없는 것 같아요.
Q.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는 과정을 팀원들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시나요?
이일호저희는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바로 찾아가요. 예를 들면 코오롱스포츠와 일할 때는 새로 낸 매장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고, 내친김에 등산까지 갔다 와서 닭백숙에 막걸리를 한잔하죠. 자동차 브랜드다 하면, 자동차 공장으로 가고요. 예전에 삼다수 PT를 준비할 때 굳이 카피라이터를 삼다수 공장으로 보내기도 했었어요. 책상머리에서 아이디어 나오는 게 아니고, 현장에서 걷고 뛰어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게 저의 지론이죠. 현장에 가면 왠지 마음도 약간 말랑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책상 앞에 있으면 사람이 경직되고 짜내게 되잖아요. 저는 아이디어는 짜내는 게 아니라 어디서 주워 오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열려있는, 살아있는 공간, 즉 현장으로 가는 게 가장 좋은 답을 구하는 길인 거죠.
Q. 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는 발상이 참신한데요? 조금 더 자세히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이일호이번에 코오롱스포츠 촬영을 몽골에서 진행했어요. 보통은 CD만 가는데, 광고주에게 부탁해서 카피라이터를 데려갔죠. 몽골 벌판에 한 나흘 정도 세워 놨더니 5분에 한 장씩 카피를 써내더라고요. (웃음)
원세희처음 해외 촬영을 가본 건데 정말 좋았어요. 보통 해외 촬영은 아트디렉터들이 주로 가거든요. 몽골에서 돌아온 이후 결과물이 잘 나와서 코오롱스포츠 매거진을 판매용으로 제작하는 프로젝트까지 연결되어서 참 뿌듯했어요.
이일호원래는 광고주가 화보나 브로슈어 정도로만 제작하고 끝낸다고 했어요. 그런데 카피라이터가 현장에서 쏟아 낸 카피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화보와 카피가 합해진 매거진 형태로 제작해보자고 역제안을 드렸죠. 막상 결과물을 보니 유가로 팔아도 될 퀄리티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Q. 지금까지 팀에서 진행했던 캠페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세 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원세희먼저 구글 어시스턴트 런칭 캠페인이요. 구글은 워낙 세계적인 브랜드잖아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동시 온에어가 되었는데, 우리가 한국의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뒤지지 않는 글로벌 캠페인을 만들어보고자 열심히 진행했어요. ‘구글에게 시키세요’라는 카피도 많이 회자되었고,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보람이 컸습니다. 일단 일본보다는 확실히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요. (웃음) 미국은 존 레전드 John Legend 같은 헐리우드 스타, NBA 농구 선수를 모델로 썼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일반인을 모델로 쓰고,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냈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그럼 기억에 남는 두 번째 프로젝트는요?
김효선두 번째 프로젝트는 2019 쏘나타 런칭 캠페인이요. 워낙 쏘나타의 역사가 오래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기획은 다 해보았거든요. 이번에는 기존 차 광고에서는 볼 수 없는 비주얼을 보여주자고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자동차가 아니라 디바이스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콘셉트에서 출발했죠. 기존 자동차 광고에서는 차체를 순서대로 훑는 카메라 워킹이 정해져 있는데 저희가 시도한 런칭 영상에선 거의 자동차처럼 보이지 않게 찍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동차 주행 신이 아예 없고, 초반엔 핸드폰만 나오는 정도예요. 광고 반응도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뿌듯했어요.
이일호덧붙이자면 역사가 길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노후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아예 차를 걷어내고 정면 승부를 해보자고 광고주와 협의했습니다. 실제 반응도 좋았고, 끝까지 광고주가 믿어줘서 인상적인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사실 현대자동차는 광고주로 봤을 때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너무 봐 오신 게 많거든요. 안 해본 것도 없고요. 아무래도 기준을 높여서 도전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오히려 반대로 마음껏 도전하게 해주시는 측면도 있어요.
Q. 마지막 세 번째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김상주코오롱스포츠의 썸웨어 프로젝트인데요. 가을 편을 시작으로 최근 겨울 편을 찍고, 지금은 2020 S/S를 진행 중이에요. 아웃도어 브랜드가 사실 클리셰가 있잖아요.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근사한 모델이 서 있는 그런 부류의 영상 이미지요. 그런 전형을 벗어나서 사람에 대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이라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일호처음에 광고주의 요청 사항이 있었어요. ‘요즘 아웃도어가 너무 패션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본질로 돌아가 자연에 대한 진정성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거였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촬영 로케이션은 한국의 오지로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그런데 막상 진행하려고 보니까 오지로 가는 게 맞나 싶은 거죠. 왜냐면 요즘은 한 번 미디어나 SNS에 소개되면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초토화시켰다가 쫙 빠지는 경우가 너무 잦으니까요. 괜히 오지가 핫플레이스처럼 소비되면 어떡하나 걱정됐어요. 그래서 역설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내가 간 곳을 공유하지 않는 캠페인을 제안했고, 탄생한 슬로건이 ‘나는 자연을 공유하지 않겠습니다’입니다. 해시태그도 #썸웨어를 붙이고요. 사실 걱정을 조금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아서 지금껏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Q.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회의 과정에 많은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요.
이일호광고회사의 많은 팀들이 프로듀스 101 방식으로 회의를 해요. 누구 아이디어가 더 좋은가. 저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실행하는 것도 다 공동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요. 팀원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면 자기 지분이 안 보이니까요. 카피를 아트디렉터가 쓸 때도 있고요. 비주얼을 카피라이터가 찾을 때도 있어요. 저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절대로 한 사람이 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사람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저는 속일 순 있어도 기획은 못 속이고, 결국 광고주는 못 속여요. 그리고 프로듀스 101 시스템은 편향성이 생긴다는 단점도 있고요. 그런데도 회의 과정이 이상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이야기하다 보면 늘어질 수 있고, 결론이 빨리 안 나기 때문에 지칠 수도 있고요.
Q. 결론을 만들어내다 보니까 흐지부지될 수 있기 마련인데, 이걸 조율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이일호세워놓은 기준치에 비해 약간 모자랄 때가 분명히 있죠. 그래도 제가 믿는 건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회의실에서 쥐어짜봤자 결국 가짜라고 생각해요. 빨리 흩어져서 다시 모이는 게 나아요. 하다못해 아침에 회의하고 “미안한데 우리 퇴근하기 전에 모여서 한 번만 더 보자” 할지언정 회의실에 마냥 있어 봤자 사람만 지치고 스트레스만 받지, 나오는 건 없어요. 팀원들을 믿어야죠. 분명 이 정도 고민했으면 이 테이블에 최고의 것을 가져왔을 거라고요. 그걸 더 발전시킬지, 여기서 접을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하는 것도 CD인 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팀원들 개인적으로 이일호CD팀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원세희저희 팀의 진가는 놀 때 나오거든요. 사실 CD님이 배려해 주시지 않으면 놀 수가 없어요. 그런데 CD님 자체가 워낙 노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호응을 잘해주세요. (웃음) 맛집도 많이 가고요. 한번은 서울랜드를 평일에 사람 없을 때 간 적이 있거든요. 애들처럼 롤러코스터 타고 놀았어요. 끝나고는 오리 주물럭도 먹고요. 놀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김상주팀원들끼리 잘 논다는 건 대화 교류가 많다는 거잖아요. 요즘에는 회의 시간에만 만나는 팀도 제법 있더라고요. 저희는 회의와 술자리의 분위기가 비슷해요. 회의 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완성되기도 하지만, 술자리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완성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자유로움 같은 게 우리 팀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김효선지금 하는 썸웨어 프로젝트도 사실은 회의 끝나고 완전히 정리된 상태는 아닌데 다 같이 저녁 먹을 겸 전복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정리됐어요. 사실 회의 시간 이후에 일 얘기를 하면 짜증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팀은 회의실이나 밖이나 큰 차이가 없어서 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요. 그럼 다음날 CD님이 의논한 걸 정리 해오셔서 순조롭게 해결했던 경험이 많아요.
이일호일 년에 두 번 정도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팀원들을 불러요. 제가 요리를 즐겨 하거든요.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고, 전날 장본 걸로 상을 차려서 낮술을 거하게 먹고, 오후 3시에 흩어져요.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대체 휴일을 잡아서 같이 밥 먹는 관계가 참 좋아요. 보통 회의실에 낸 아이디어가 자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거든요. 아이디어를 낸 순간, 이게 누구 아이디어인지 까먹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요. 일과 삶의 경계를 너무 허물고 있나, 고민도 했었는데 우리끼리 친해서 마음이 말랑거리지 않으면 회의실에 들어와서 위축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걸 없애려면 우리끼리 많이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천에 옮기면서 지내고 있어요.
Q. 미국에서는 ‘워라밸 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에 대해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일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삶이 펼쳐지는 게 꼭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게 곧 일이어서 일과 삶의 경계가 없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식으로요.
이일호동의합니다. 워라밸이란 말이 집에 일찍 가, 회사 일찍 떠나자로 해석되고 있는 요즘의 현상이 꼭 바람직한 것 같진 않아요. 실제로 집에서 애들을 키우면서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거든요. 삶이 일이고, 일이 삶을 돕는 게 진정한 균형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이일호CD팀이 생각하는 좋은 광고는 무엇인지, 앞으로 만들고 싶은 광고가 있다면 어떤 광고인지 소개해주세요.
원세희좋은 광고는 만든 사람들끼리만 재밌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도 이 광고의 목적 또는 심미적인 아름다움 등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광고, 그리고 무엇보다 소통이 되는 광고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상도 꼭 받고 싶고요. (웃음)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많습니다.
김효선광고는 일단 상업적인 성격을 띠는 게 맞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쏘나타 광고가 TV에서 나오면 애가 음악만 딱 듣고도 “어? 엄마가 만든 광고 나온다” 그러거든요. (웃음) 이런 것처럼 음악이든 비주얼이든 사람들 인상에 남을 수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주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사랑해주는 광고가 좋은 광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일호우리 팀은 기획할 때 우선 회의실에 모여요. 그럼 제가 “이번에 무엇을 만들고 싶니?”를 가장 먼저 팀원들에게 물어보거든요. 저한테는 무척 중요한 질문입니다. 왜냐면 광고주의 숙제를 한다고 생각하면, 잘해봤자 평타밖에 안되거든요.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이 광고주의 니즈와 맞아떨어질 때가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오곤 해요. 광고주도 예측하지 못한 궤적으로 공이 들어오니까 굉장히 좋아하고 우리도 신나고요. 평소 하고 싶었던 걸 많이 가지고 있다가 이 기회에 딱 펼쳐 보이는 게 가장 좋은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팀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열심히들 놀아. 하고 싶은 거 많이 하고, 언젠가 기회는 오니까.” 이렇게요.
CD’S MINI INTERVIEW
이일호 Creative Director
직무에 대한 소개 C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HS애드에서 카피라이터로 태어나, TBWA를 거쳐 이노션에서 CD가 되었다. 프로필은 180cm에 75kg. 이게 아닌가?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CD 크로스 드레서 Cross Dresser. 다른 사람이 되어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올해만 해도 자동차 히터 바람으로 머리 말리는 여자, 일체 통보 없이 이별하는 남자, 모바일 게임에 월 백만 원씩 쏟아붓는 헤비 유저 Heavy user, 추위를 찾아다니는 아웃도어 천재,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라파엘 나달 Rafael Nadal로 분장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잘했다”, “예쁘다” 해주셨다.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아빠. 2. 남편. 3. CD. 중요도 순이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사람.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책 읽을 시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지인을 만난다. 그런데 의외로 내성적이라 술의 힘을 조금 빌리는 편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족. 그래서 나 자신도 꽤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기획자들, 대응 중인 광고주, 존경하는 본부장님도 (가끔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해본 생각 중 가장 쓸데없는 생각
혹시 이노션의 대표가 되면 어떡하지? (웃음) 이 정도는 되어야 진짜 쓸데없는 생각이다.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더 좋은 아빠와 더 멋진 남편이 되었을 거다. 또 어깨도 덜 뭉쳤을 거고, 허리디스크도 없었을 테고, 머리숱도 풍성했겠지.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우리 너무 뉴요커처럼 일하고 있는 것 같다. 뱅뱅사거리에서. 가끔은 촌스러워도 좋을 텐데. 좋은 일 있으면 지나가다 엄지도 추켜세워주고, 힘든 일 있으면 낮술도 기울이면서 지내면 좋겠다.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현재 함께 일하는 광고주의 다음 캠페인. 콘셉트나 제품은 아직 잘 모르지만, 지금 대면하는 일부터 잘하는 게 나에겐 우선이다. 미지의 광고주에 대한 니즈는 전혀 없다.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좋은 아빠이자 멋진 남편. 그리고 유능한 CD. 함께하는 광고인들이 ‘나도 저런 CD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 그럴 리도 없고. 그보다는 ‘광고면 광고. 가족이면 가족. 어디 하나 소홀함 없이 다 챙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라는 말을 한 번쯤은 꼭 듣고 싶다.
# 원세희 카피라이터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이일호CD팀의 카피라이터이자 이노션 9기 최후 3인 중 한 명.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글로 시작해서 다양한 매체로 나온다는 점.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역마살. 2. 필름 사진. 3. 아이스 아메리카노.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필름 갈고,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배우, 베니시오 델 토로 Benicio Del Toro. 모든 부분이 다양한 영감의 원천이다. 또 하나는 자전거 ‘블랙이’다. 블랙이를 타고 집 앞 운중천을 달릴 때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솟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부와 명예.
최근 해본 생각 중 가장 쓸데없는 생각
‘로또가 되면 그 돈을 어디에 쓸까?’ 하는 생각.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시나리오 작가 혹은 방송 PD.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광고.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재미있게 일하는 쿨하고 힙한 사람.
# 김상주 아트디렉터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팀에서 일명 미술 감독을 담당하고 있다. 쏘나타 런칭 캠페인과 코오롱스포츠 썸웨어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매번 새롭고 어려운 존재. 그래서 매일 설레기도 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꼬마. 2. 사나이. 3. 꼰대. 삼중인격이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잘 만들어진 사물이나 좋은 사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몸과 마음.
최근 해본 생각 중 가장 쓸데없는 생각
저를 왜 낳으셨어요.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정원사.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타 부서 간에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그야말로 ‘멋’있는 광고.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대체 불가하고, 장르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 김효선 아트디렉터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아트디렉터 8년 차이며, 이노션에 온 지는 2년이 되었다.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질릴 틈이 없는 변화무쌍한 매력.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평범. 평범하게 사는 게 목표라서. 2. 엄마. 최근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3. 손. 누구에게나 필요한 손이 되어 주고 싶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가족이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가족. 뻔한 이야기지만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다.
최근 해본 생각 중 가장 쓸데없는 생각
쓸데없는 생각하기엔 너무 바쁘다
광고인이 되지 않았다면
미술학원 원장. 혹시 몰라 차량 운행할 때 필요한 1종 보통 면허도 따 두었다.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아트디렉터 모임 같은 직군별 사모임.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비주얼이 감동적인 광고.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일 때문에 삶이 없어지는 게 아닌, 일 때문에 삶이 즐거운 광고인.
TEAM’S
INSPIRATIONAL
THINGS
김효선 아트디렉터
먹과 벼루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한 지 4~5년 정도 되었다. 전통 서예는 아니고 한글 위주의 캘리그라피를 쓰는데, 작업물로 틈틈이 전시를 열거나 일하며 필요할 때 붓을 잡는다. (웃음) 사실 먹을 갈아서 붓글씨를 쓰는 게 조금 번거롭기도 하지만 정신 수양이 필요한 작품 활동을 할 땐 이만한 오브제가 없다.
원세희 카피라이터
LOMO LC-A 카메라
필름카메라는 어떻게 찍었는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짜릿하다. 분명 잘 찍은 줄 알았던 사진들도 인화해 보면 빛이 번져 엉망인 게 많지만 이대로 맛이 있다.
김상주 아트디렉터
황소윤 정규 1집 앨범
황소윤의 음악 스펙트럼은 매우 넓으면서도 독보적이다. 특히 그의 정규 앨범은 수록곡뿐만 아니라 앨범 아트워크가 신선하다. 황소윤의 나른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구매했다.
CD’S ESSAY
Writer. 이일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reative Director 이일호CD팀
‘팀’이라는 안전망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늘 사람과 마주합니다. 사람과 마주하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좋아하다 보면, 사랑하게 됩니다. 사랑하다 보면, 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일이 손에 안 잡히면,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내일 중요한 회의를 망치게 됩니다.
그래도 됩니다. 고작 한 사람인데, 뭘. 그래도 회의 안 망해요. 까놓고 말해, 우리도 언젠가 딱 그 모양 그 꼴로 사랑했었잖아? 그래놓고 이제 와서 걔한테 뭐라 그러면 안 되지. 안 그래? 예전에 나 누구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 사람 아니면 안 된다, 할 때 걔가 나 대신 열심히 해줬잖아? 그리고 따지고 보면 사실, 걔가 뭐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아냐. 우리가 언제 걔 없다고 뭐 안 된 적 있었냐? 솔직히 CD가 없어도 우리는 잘나갔어! CD가 없어서 오히려 잘 된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굳이 계산해보지는 말자고! 아무튼, 됐네, 이 사람아. 이번엔 우리가 네 몫까지 한번 해 볼게. 미친 사랑 한번 해 봐라. 회의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사랑이 계속됩니다. 사랑이 계속되다 보면 이별이 다가옵니다. 이별하게 되면 술을 마셔야 합니다. 술을 마시면 취합니다. 취하면 망가집니다. 망가지면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내일 중요한 회의를 망치게 됩니다.
그래도 됩니다. 고작 한 사람인데, 뭘. 그래도 회의 안 망해요. 까놓고 말해, 우리도 언젠가 딱 그 모양 그 꼴로 헤어졌었잖아? 그래놓고 이제 와서 걔한테 뭐라 그러면 안 되지. 안 그래? 예전에 나 누구랑 이별했네, 죽겠네, 안녕히 계세요, 그간 감사했습니다, 할 때 걔가 나 대신 열심히 해줬잖아? 사실 걔가 뭐 그렇게 중요한 사람도 아냐. 우리가 언제 걔 없다고 뭐 안 된 적 있었냐? 솔직히 CD가 없어도 우리는 잘나갔어! CD가 없어서 오히려 잘된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굳이 계산해보지는 말자고! 아무튼, 됐네, 이 사람아. 이번엔 우리가 네 몫까지 한번 해 볼게. 잘 추스른 다음에 보자. 회의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이것은 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사람은 주말에 여행을 가야 합니다. 사람은 심지어 휴가도 가야 합니다.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결혼한 사람은 휴가를 더 오래갑니다. 사람은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를 낳은 사람은 휴가를 진짜 오래갑니다. 식곤증, 감기, 슬럼프, 허리디스크, 거북목, 출산, 육아. 그게 다 사람의 일입니다. 우리의 일은 크리에이티브인데, 크리에이티브는 사람의 일인데, 사람은 너무나도 사람이라서, 사람에겐 별의별 일들이 다 있어서
그래서 팀이 필요합니다. 팀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팀은 안전망입니다. 사람을 받쳐 주는. 팀은 보험입니다. 힘들 때 타 써먹는. 팀은 라면 수프입니다. ‘얘가 맛이 영 갔는데?’ 할 때 스리슬쩍 완성해주는. 팀은 사람입니다. 사람을 헤아려 주니까. 사람을 헤아려 주는 건 오직 사람뿐이니까.
사람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팀이 필요한 겁니다. 사람 냄새 나는 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