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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라는 표현 방식
광고에 사용되는 ‘사운드 Sound’는 기획 의도에 따라 수많은 변수를 거쳐 등장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광고의 사운드 세계란 무엇이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서희곤 그룹장을 통해 들어 보았다.
Q. 이노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이노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나요?
Q. 최근 진행하신 캠페인 중 대중이 기억할만한 광고가 있다면요?
지난해 진행한 광고들로 말씀드리면 현대자동차 코나 Kona 광고가 있고요. 해외 광고는 국내에서 보기 힘드니 아이유, 유인나 씨가 등장한 현대자동차 i30 광고와 피규어를 활용한 아이오닉 트라이브 광고 정도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광고인 듯하네요.
Q. 이번호 주제는 ‘사운드’입니다. 광고에서 사운드라는 영역에 속하는 여러 요소가 있을 것 같아요.
광고를 기준으로 역할을 크게 나누어 보면 BGM이라고 말하는 ‘백그라운드 뮤직 Background Music’이 있고, 현장음, 효과음 같은 ‘사운드 이펙트 Sound Effect’, 그리고 메시지를 직접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 Narration’,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측면에서 반복해 사용하는 ‘징글 Jingle’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내레이션도 사운드의 영역으로 보는군요?
그럼요. 내레이션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읽는다면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사람의 목소리로 카피를 계속 읽었을 때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되는 광고도 있고, 목소리 없이 텍스트 자막으로 심플하게 표현한 광고도 있어요.
Q. 그중에서도 ‘BGM’이라는 용어가 가장 익숙한데요.
광고의 배경에 깔리는 음악으로서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BGM이 들리는 상황에서 효과음이나 내레이션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는 없이 진행할지 등을 결정하는 방식이죠. 물론 흔하지는 않지만, BGM 없이 자연음, 현장음만으로 구성되거나 심장 박동 소리, 자동차 엔진 소리 같은 효과음만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말씀하신 ‘징글’ 이라는 단어는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이긴 합니다.
일종의 사운드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어요. 특정한 소리나 멜로디만 들으면 즉각적으로 브랜드나 서비스를 연상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광고 기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비주얼 아이덴티티만을 고민하지만, 큰 기업들은 사운드에 대해서도 아이덴티티를 고안해 매뉴얼화 시켜 적용하고 있죠. 현대자동차 역시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 맞춰 일관되게 사용하는 사운드 매뉴얼을 갖고 있습니다.
Q. 광고에서는 BGM을 대부분 사용하는 만큼 더 세분화될 것 같은데요.
이미 만들어진 음원들로 리스트업된 라이브러리가 있어 다양하게 고를 수 있죠. 또 기존의 곡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그대로 사용하거나 버전을 달리해 새로 연주하거나 녹음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요. 반면에 해당 광고만을 위해 별도로 작곡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Q. 기존에 있는 유명한 곡을 선택해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아무래도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곡의 경우 상당한 금액의 예산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Q. 광고의 퀄리티를 위해 반드시 사용했으면 하는 곡이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초기에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할 때 전체 기획안에서 해당되는 특정 음악을 포함시켜 논의하려고 하죠. 예컨대 광고의 메시지와 음악의 내용 또는 해당 뮤지션의 가치관 등이 맥락을 같이 한다는 식으로요. 한편 기존 곡을 사용하기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가수에 의해 다르게 편곡된 음악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의외로 더 효과가 좋다고 판단될 때도 있습니다. 이미 익숙한 음악에 대한 호감도를 얻은 상황에서 신선함까지 줄 수 있으니까요.
Q. 광고 내용과 BGM의 매칭이 잘 됐다고 기억되는 광고가 있나요?
이노션이 제작해 최근 방영을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TV 광고 편에서 게임 영상과 ‘마이 웨이 My Way’라는 곡이 내용상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그 광고에서 음악은 배경이 아닌 주인공이자 메시지 그 자체였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배경에 깔리는 보조적 역할이 아닌 것이죠.
Q. 시간이 지남에 따라 BGM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하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현재 대부분의 제작 환경에서는 BGM이 고려 대상에서 후순위에 머물 수밖에 없어요. 예산 문제도 크고요. 그런데 해외 캠페인을 담당할 때 해외 법인에서 직원들이 제안하는 크리에이티브 기획물들은 스토리보드에서부터 각 장면에 사운드에 대한 의견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비주얼 표현이 완성된 뒤에 사운드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과 사운드를 하나로 그리는 것이죠. 국내 광고 제작 환경에서 사운드의 중요도가 기획 초반부터 고려되려면 클라이언트의 이해도도 필요하고 크리에이터 역시 기획 단계부터 그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광고 내에 사용하는 사운드의 종류나 방식을 정하는 과정도 궁금해지네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실적인 제약을 반영해 말씀드리자면, 대부분 광고를 제작할 때는 메시지와 비주얼 표현이 담긴 스토리 라인을 클라이언트와 협의하게 됩니다. 거기서 결정된 제작 안을 실제 제작을 담당하는 프로덕션에 전달하며 대략적으로 음악에 대한 방향도 같이 전달하죠. 미팅 과정에서 특정 음악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고, 촬영이 끝난 상태에서 편집된 영상을 보며 더 적합한 음악을 CD가 PD들과 함께 결정하기도 합니다.
Q. 사운드를 담당하는 전문 직책이 있나요?
오디오를 담당하는 오디오 PD가 있습니다. CD가 제시하는 방향성 아래에서 방법론을 찾는 것이죠. 더 좋은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어떤 음악을 사용할 지부터 내레이션이라면 어떤 톤으로 사운드 연출을 할지 등등이요. 한편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기도 해요. 음악 칼럼니스트라든가 영화 전문 채널의 작가 등 음악 전문가들에게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광고에서 사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해서일까요?
결국 공감과 전달상의 임팩트를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감정이 이입됐을 때 공감하게 되는데 사람의 감정을 이입시키기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음악이니까요. 또 청각적인 자극을 통해 시선을 잡으려는 목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의 시선을 몇 초 사이에 사로잡아야 하는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Q.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대중이 모이는 공간에서 이전에 비해 음악을 사용하는 빈도나 성격이 많이 변해온 것 같습니다. 광고에서도 이와 같은 변화가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음악을 틀지 않거나 미세하게 들리는 정도의 음악으로 공간을 메우는 현상은 공간이 주는 서비스의 주도권을 고객이 더 크게 가져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간의 본질이 무엇이냐고 보면 편리함이나 휴식 또는 대화 등 방문자의 목적에 있는 만큼 개인에게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광고 역시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주장하듯 과장해 말하는 게 아닌, 보는 이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시간적으로 또는 표현적으로 여유를 주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공급자의 일방적 개입을 줄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Q. 광고에서 사운드의 중요성이 더해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반복성에 의해 깊이 인식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라디오 광고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요. 또 음악을 사용하게 될 경우, 음악을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겠죠.
Q. 실제로 사운드가 광고의 성패를 정하는 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고 보세요?
데이터를 통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광고 효과 조사를 할 경우, 사운드 활용이 잘 된 광고의 경우 반드시 상위에 랭크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개인적으로 그룹장님이 음악을 듣는 성향은 어떠한가요?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들을 때 아주 작게 소리를 줄여 듣는 편이에요. 제 생각이나 감정이 방해받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크게 말하지 않는 편이고요. 사내 방송처럼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는 경우 좀 예민해지는 편입니다. (웃음)
Q. 요즘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백종원 씨가 각양 각지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라는 프로그램을 인상적으로 봤어요. 소재는 음식인데 거의 음악 프로가 아닐까 싶을 만큼 편집상에서 음악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길거리 음식이라는 날 것의 정보를 고급스럽고 의미 있게 보여주는데 음악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광고 제작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편 광고 환경 측면에서 제작자와 광고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관계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관계의 재정립을 통한 방법론에 대해 고민 역시 많을 때 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