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Manual
손정화YCD팀의 진정성
자극적인 광고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자극적이지 않게 사람들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캠페인을 만들고 싶다는 이노션의 새싹 CD팀, 손정화YCD팀. 이 팀의 동력은 결국, 사람과 광고를 향한 진정성에서 나온다.
INTERVIEWEE
손정화 Creative Director
전훈 Copy Writer
임예술 Art Director
김세원 Copy Writer
INNOCEAN
Q. YCD팀이라는 타이틀이 독특합니다. 원래는 픽셀에서 함께 일하다 올해 독립하게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팀에 대한 소개와 각자 소개 부탁드려요.
손정화안녕하세요. 저는 손정화YCD팀의 CD, 손정화입니다. 회사에서 지금 막 태어난 CD에게 ‘YOUNG CD’라고 해서, YCD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셨어요. 이노션 말고도 일부 다른 회사도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냥 새싹 CD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웃음) 원래 픽셀에 함께 있었는데, 픽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자면, 디지털 콘텐츠가 많이 필요해지면서 좀 더 빠르게 대응하는 콘텐츠를 다루는 팀이라고 보시면 돼요. 점조직처럼 소규모로 바로 대응하자는 취지였고요. 시니어를 중심으로 2~3명 정도 픽셀 원들을 붙여 만든 조직이죠. 지금은 디지털뿐 아니라 선제안이나 경쟁PT처럼 더 용감한 프로젝트들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임예술안녕하세요. 저는 임예술이고, 아트 디렉터입니다.
전훈전훈이고요. 카피라이터입니다.
김세원김세원이고요. 저도 카피라이터입니다.
Q. 언뜻 보기에도 팀원들 간의 관계가 무척 친밀해 보이세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손정화임예술님과 김세원님은 픽셀에서 2년을 함께 했는데, YCD팀으로 함께 독립하면서도 저를 버리지 않고 함께 해준 고마운 팀원들이에요. (웃음) 그리고 시니어 카피라이터인 전훈님은 작년 7월에 저희 팀에 합류해서 YCD팀으로 독립할 수 있게 큰 힘을 실어준 감사한 분입니다. 모두 저의 은인들이죠. (웃음)
임예술저희 CD님은 우선 마음이 너무 좋으세요. 아무래도 CD님들 중에는 어려운 분들도 꽤 있거든요. 카피라이터 시절부터 항상 팀원들 입장에서 생각해주셨고, CD가 되고 나서도 그런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어요.
전훈저도 작년 7월에 입사해서 느꼈던 좋은 첫인상이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웃음)
김세원저의 경우, 카피라이터 선배로서 배울 게 참 많다고 생각했어요. 팀을 옮기는 데 큰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Q. 사실 광고업계를 포함해 흔히 ‘크리에이티브 필드’라고 불리는 영역에 고민이 참 많은 상황입니다. 팀을 운영하면서 원칙이나 방향성 등을 어떻게 잡아나가고 있나요?
손정화사실 독립한 지 얼마 안 돼서 거창한 원칙이 있진 않아요. 제 개인적인 방향성을 이야기한다면, 세상에 해가 되지 않는 광고를 만드는 게 기준인 것 같아요. 새로운 것, 재밌는 것, 의미 있는 것, 세일즈 잘 되는 것,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광고는 영향력 있는 미디어잖아요. 전파는 공공재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나가는, 혹은 회자되는 광고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해로운 광고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워낙 팀원들이 착해서 그런 해로운 광고를 만들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웃음)
Q. 팀원분들은 손정화 CD와 함께해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거나, 아니면 꼭 실현해 보고 싶은 광고나 캠페인이 있을까요?
김세원저는 ‘서울시 재능기부’ 캠페인이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했어요. 상업적 광고를 넘어서 공익적인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거든요. 서울시 자영업자 중 심사를 통해 선정된 곳에 광고를 무료로 제작해주고 지하철 배너나 가판대 등에 실어주는 캠페인이었죠.
임예술보통 디자이너라면 그 매체에 갇혀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 회사에 다니다 보니 다양한 영역을 디렉팅하거나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점자 양말을 만들어 보기도 했거든요. 우리 팀이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된 팀이니 앞으로 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손정화요즘 광고 대행사의 가장 큰 화두가 광고만 만드는 게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같아요.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게 영상일 수도 있고, 옥외일 수도, PR 기사일 수도, 무브먼트일 수도 있어요. 형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퍼포먼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아직 독립한 지 6개월도 채 안 됐는데 큰 프로젝트를 이미 2개나 수행하셨어요. 먼저 SK하이닉스 신문 인쇄광고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손정화올해 1월 SK하이닉스 경쟁 PT 때 인쇄 캠페인으로 제안한 프로젝트였어요. 요즘 사람들이 신문을 잘 안보지만 그래도 신문은 여전히 매력 있는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인쇄 광고도 충분히 재미있고 멋지면 스크랩해서 모을 수도 있고, SNS에 재미있다고 게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죠. 회의를 거듭하다가 임예술님이 시험지처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수능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도 했고 시험용지와 신문지가 비슷한 느낌이라 착안한 것이기도 했죠. 카피라이터들은 문제은행 역할을 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했고요. (웃음) IQ테스트 해보는 심정으로 계속 아이디어를 냈죠.
임예술반도체 회사라고 하면 공대생들이 모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소재로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착상을 발전시켜갔던 것 같아요.
손정화‘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이런 걸 만들었어’라는 식의 기존 인쇄 광고 스타일로 만들면 사실 잘 보지 않잖아요. 알리고 싶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문제 속에 녹이는 작업을 하느라 카피라이터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사실 텍스트가 많으면 풀어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서 도형, 그림 등이 있는 문제를 개발하느라 애를 많이 썼죠.
Q. 클라이언트의 반응은 어땠나요? 광고가 나가고 나서 소비자들에게서 어떤 피드백이 왔는지도 궁금합니다.
손정화SK하이닉스 인쇄 광고는 경쟁 PT를 할 때부터 다양한 직급의 심사위원들에게 평가가 좋았어요. 재미있으면서도 지식 자랑 요소도 있는 시험지 방식이 크게 어필이 됐던 것 같아요. 광고가 나가고 나서는 특히 기자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고 들었어요. 심지어 다른 팀들도 우리 광고를 보자마자 문제를 다 풀어봤을 정도니…. 지금 연달아 다음 시험 문제 개발하느라 계속 고생하고 있어요. (웃음)
Q. 최근 현대자동차 베뉴의 글로벌 캠페인 영상도 무척 화제가 됐었습니다. 어떻게 착상해서 촬영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소개해주세요.
손정화베뉴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걸 임팩트 있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었어요. ‘그럼 비행기를 타고 땅에 내려오면 어때?’라는 아이디어가 현대자동차로부터 나왔죠. 결과가 잘 나와서 뿌듯하긴 한데 사실 엄청 힘든 촬영이었어요. (웃음) 낮 1시부터 4시까지 자고, 오후 5시부터 밤새 찍다가 다시 낮에 잠깐 들어와서 자는 일정을 반복했는데 무엇보다 비행기를 차 위로 랜딩하는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비행기 아래를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착륙해야 했거든요. 아슬아슬하게 소중한 컷을 건지긴 했는데 조금만 가까웠어도 엄청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Q. 베뉴가 현대자동차 SUV 형들을 만나는 장면이 무척 재밌었어요. 가장 큰형님이라 할 수 있는 팰리세이드랑 맞짱 뜨는 장면도 위트있었고요. 디테일한 표현들이 돋보이는 광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손정화베뉴가 다른 현대자동차 SUV 라인업과는 다르게 팰리세이드와 앞모습이 비슷하잖아요. 뒷모습도 기존의 산타페나 투싼 같은 SUV와는 다른 독특한 형태여서 아버지와 아들 같다, 큰형과 막내 같다는 이야기가 계속 있었어요. 이걸 위트있게 표현해보자 했던 거죠. 긴 호흡의 영상이라 지루하면 스킵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중간마다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을 계속 던졌어요. 멋지게 비행하는 장면에서는 ‘그래서 이게 무슨 광고야?’ 호기심을 끌었다가, 음악을 듣고 춤추며 그루브를 타는 베뉴의 모습이 보여질 때는 ‘아, 음악 좋은데?’ 하다가 비행기와 베뉴의 랜딩이 나오고 중간에 위트도 넣고, 마지막에 주행하는 신까지 촘촘하게 구성하려고 했어요.
Q. 그러고 보니 광고에 쓰인 음악이 참 좋았어요.
전훈원래 현시점에서 가장 핫한 곡을 쓰려고 했는데 결국 곡을 따로 만들었어요.
손정화사실 짧은 시간 안에 온에어가 되면 괜찮은데, 시간이 좀 걸리는 프로젝트라서 나중에 사용한 음악이 임팩트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걸 고려해서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참고해서 노래를 직접 제작했어요. 유튜브를 보니까 무슨 곡이냐고 물어보는 댓글이 많더라고요. 프랑스 뮤지션들이 만든 곡이고, 가사는 AE와 카피라이터들이 함께 고민하면서 만들었죠.
김세원베뉴가 소형 SUV여서 밀레니얼보다 더 영한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첫 SUV라는 콘셉트였어요. ‘좀 더 빨리 달려보자, 너의 목표를 잡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Z세대와 베뉴의 특성에 부합하는 가사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Q. 베뉴는 그야말로 ‘혼라이프’ 생활자, 또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첫차라고 볼 수 있는데요. 내부적으로 가장 고민하신 포인트는 뭔가요?
손정화생애 첫차이지만 작아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광고주의 니즈가 있었어요. 팰리세이드와 베뉴가 대결하는 장면에서 처음엔 서로 으르렁거리잖아요. 요즘 세대를 생각해 보면,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이 사람이 나보다 더 권위가 있고, 더 윗사람이더라도 주눅 들거나 기죽지 않아요. 차가 멋지게 나오는 것도 중요한데 실제 그 차를 탈 만한 사람들에게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미묘하게 맞는데? 라는 반응이 나오게 하고 싶었어요.
Q. 그동안 손정화YCD팀에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임예술손정화YCD님이 CD님이 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가 셀장님이, 팀장님이, CD님이 되는 걸 같이 지켜보며 같이 고생했던 시간들도 떠오르면서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웃음)
전훈무신사 프로젝트 후반 때였는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새벽 2~3시까지 CD님이 센터장님과 마지막까지 조율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내고 체크하시더라고요. 지쳐서 멍해 있는 저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CD님이 참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그랬어요.
김세원CD님이 되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세요. 그냥 맛있는 집이 아니라 진짜 서울에서 이름난 맛집에서요. 그것도 사비로요. 지금껏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웃음)
Q. 일이 잘 안되거나 난관에 빠졌을 때 리프레시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손정화모든 걸 다 끊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일이 좋은 건 협업 때문이거든요. 혼자 글 쓰는 직업이라기보다는 감독하고도 이야기하고, 기획이나 아트, 클라이언트와도 협업하면서 시너지가 나는 게 정말 좋아요. 한 편으로는 스스로를 들여다볼 시간이 없어서 의도적으로라도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주로 집에서 침대에 누워서 천장 보면서 생각하고요. (웃음) 심지어 철학자 데카르트도 누운 채로 천장 보면서 사색하다가 좌표를 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생산적인 활동입니다.
임예술여행 가는 거요. 1년에 한 번씩은 꼭 여행을 멀리 안 다녀오면 시간이 무의미하게 가는 것 같아요.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새로운 풍광이나 자연적 요소를 중요시해요. 올해는 9월 말에 멕시코에 갈 예정이에요. 멕시코시티로 가는데 맛있는 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과나후아토, 오악사카 등 남쪽으로 길게 가보려고요. 세원님이 스페인어 전공이어서 그쪽에 산 적이 있으셔서 추천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웃음)
전훈이직이요. 현재의 환경에서 한계를 느끼고 지치면, 이직을 하며 리프레시했던 것 같네요.
김세원저도 여행인 것 같아요. 자연을 좋아해서 하이킹할 수 있는 곳 중심으로 다녀요. 올해 6월에 남프랑스에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하이킹을 했어요. 1년 차 때는 스코틀랜드 북쪽에 있는 스카이섬에 다녀왔는데 그곳도 하이킹하기 정말 좋아요.
Q. 손정화YCD팀을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한다면?
김세원맛집이요. 광고 맛집. (웃음)
임예술덕후? CD님도 그렇고, 팀원들도 그렇고 좋아하는 게 참 명확해요. CD님이 패션도 좋아하고, 가수도 좋아하고, 맛집도 좋아하시거든요. 팀원들도 푹 빠져 있는 게 하나씩 다 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방탄소년단 좋아합니다. (웃음)
김세원저는 워너원을 좋아해요. 촬영을 두 번 정도 간 적 있는데, 경호팀이 너무 엄격해서 사인은 못 받았네요. (웃음)
손정화저희는 심지어 미팅룸 이름을 ‘아이돌룸’이라고 붙였을 정도예요. 저는 JYP의 JYP를 좋아합니다. (웃음) 박진영 팬클럽 2기 출신입니다.
Q.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 손정화YCD팀이 만들고 싶은 광고는 무엇인가요?
손정화착한 주제를 자극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캠페인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자극적인 게 워낙 많아서 진정성을 의심하잖아요. 이런 시대일수록 착한 테마로, 자극적이지 않아도, 가장 기본적인 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런 캠페인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 팀도 다들 착해서 착한 메시지를 좋아해요. (웃음) 이 멤버로 그런 캠페인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CD’S MINI INTERVIEW
손정화 Creative Director
직무에 대한 소개
2009년에 이노션에 경력 카피라이터로 입사, 2019년에 CD가 되었다. 이곳에 온 지, 만으로 10년 6개월째. 이노션에서 화석 이노시안과 새싹 CD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협업에서 나오는 시너지를 좋아한다. 카피라이터로 작업할 때보다, CD에게는 다양한 파트의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에 좀 더 재미있을 일이 많은 것 같다.
평소 즐기는 취미는?
질문을 받고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 하는 일 2. 감흥을 느끼어 마음에 일어나는 멋 3.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취미는 쇼핑!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SPA 브랜드, 패션위크 컬렉션 등 가리지 않는 잡식성 쇼퍼다. 쇼핑은 옷이라는 제품을 구매한다기보다 디자이너의 작품을 콜렉팅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로서 매 시즌 영감의 원천을 찾아 고민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동시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겪어내는 과정은 우리의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표현으로 신용카드를 기꺼이 바치는 것이 나의 취미다. 너무 사랑하는 취미라서 부지런히 매일 한다. 물론, 예쁜 아이들을 다 데려올 만큼 월급이 많지는 않아서 취미를 눈으로만 즐길 때가 훨씬 많지만.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식탐”. 맛있는 것을 좋아한다. 맛없는 거 싫어하고. 뭐든 맛있게 먹는 사람에게 매력을 못 느끼고, 맛있는 거 사주는 사람에게 쉽게 반하는 타입이다. 배를 채우기 위해 꾸역꾸역 먹을 때 자존감이 낮아진다. 술은 잘 못 마시지만 맛있는 술은 좋아한다.
2. “JYP”. 공식 팬클럽 ‘에보니’ 2기다. 우리 오빠가 토토즐로 데뷔했을 때부터니까, 올해로 25년째 팬이다. 광고 시작해서 지금까지 촬영장에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도 성덕 인증하고 싶다.
3. “아니면 말고”. 거절당하는 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히 나는 포기가 빠르고 미련이 없는 편이다. 사실 좋은 건 누가 봐도 좋으니까. 못 찾아서 그렇지 좋은 아이디어란, 분명히 존재하니까. 아니면 말고, 더 좋은 거 있겠지, 하고 털어버린다. 맨 처음 일을 배울 때 선배가 해준 말씀인데, “너의 아이디어가 별로인 게 아니야. 트렌드가 바뀌고 시대를 잘 만나면 나중에는 지금 외면받은 이 아이디어가 더 훌륭한 생각일 수 있어.”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사람. 내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은 사람 그 자체다. 물론 책, 영화, 음악, 전시, 패션, 온라인 커뮤니티나 아티스트의 작품 등 다양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같은 콘텐츠를 보더라도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가치관에 따라 필터링 되고 체화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살아온, 어떻게 살고 싶은 사람인가 등이 결국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름에 맞게 살자’. 내 이름의 한자는 바를 정 正, 화합할 화 和를 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바르게 살아라. 똑같이 가지려 말고, 항상 네가 더 손해 봐라. 하나라도 더 베풀어라. 이런 의미에서 너의 이름을 지었다.”라는 말씀을 지겹도록 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내 이름을 잘 지켜가는 삶이 내 인생의 미션이 되어버렸다.
최근 가장 빠져있는 것
요즘은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오랜 시간을 품은 나무로 정갈하고 단정하게 담아내는 어떤 것들. 특히, 최근에 소반에 꽂혀 있었는데, 팀원들이 독립 기념으로 귀한 소반을 오동나무 상자에 곱게 담아 선물해줬다. 집은 어지러운 재난의 현장이지만, 그 가운데 고요하게 앉아있는 소반을 쓰다듬으면 이너 피스가 온다. 그리고 나의 사랑 조나단 앤더슨. 로에베, JW앤더슨으로 표출되는 런웨이 피스, 로에베 파운데이션의 콜렉팅으로 보여주는 예술적 감성도 사랑하지만, 솔직히 가장 빠져있는 건 수줍게 웃는 그의 얼굴! 패션의 완성은 역시 얼굴임을 실감하며, 몇 년째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미팅룸에 겐차야자와 여인 초가 있는데, 기특하게도 공기순환 잘 안되는 이 빌딩 숲에서 여인 초가 무럭무럭 자라더니 벌써 내 키를 추월했다. 덕분에 온실 카페처럼 그린 그린한 곳에서 미팅하고 있다.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경력자의 OJT On The Job Training은 주로 신입사원들에게 시행하는 과정인데, 경력자들도 체험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물론, 자기 직무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만 장착한 엑스트라 인력으로 말이다. 광고 한 편이 온에어 되기까지는 다양한 파트의 협업이 필수다. 나는 제작을 담당하고 있어서 AE 분들과는 만날 기회가 있지만, 그 밖에 매체 플랜, PPL, 디지털 미디어, 프로모션 실행 등의 업무는 실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막연하게 짐작만 한다. 글로 키스를 배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몇 주든 한 달이든, 리프레시도 되고 역지사지도 할 수 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내게도 기회가 온다면, 잠시 광고를 떠나 이노카페 OJT를 지원하겠다.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누가 봐도 착한 주제로, 방법은 절대 자극적이지 않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모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킬. 이 셋이 일치되는 캠페인. 죽기 전에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력은 해야지라고 채찍질 중이다.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나’를 남기지 말고, ‘브랜드’를 남길 것.
# 전훈 카피라이터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카피라이터 9년 차.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비교적 덜 늙는 느낌이다.
평소 즐기는 취미는?
아이쇼핑.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부끄러워서.
2. 이건.
3. 패스할게요.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구글,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검색 결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우연.
최근 가장 빠져있는 것
부모님의 건강과 평화. 유튜브 관종의 삶. 넷플릭스 테라스하우스.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나름 만족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임.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따라 하면 엄마한테 혼나는 광고. 정신건강에 좋은 광고. 몸에 좋은 광고.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없다. 그런 거.
# 김세원 카피라이터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올해로 카피라이터 4년 차다.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생각한 걸 바로 유형화시킬 수 있어서 좋다. 그러기 전에 뇌를 쥐어짜는 듯한 희열은 보너스.
평소 즐기는 취미
화분 키우기(죽이기), 베이스 치기.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미니멀리스트 지향. 2. 운동하는 멋진 언니 지향. 3. 근면성실 지향.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주변 사람들 관찰. 인
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나 자신이 자라는 걸 느끼며 사는 것.
최근 가장 빠져있는 것
밴드 신인류의 노래.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시니어 멘토와 주니어 멘티 제도.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나 자신, 우리 팀, 광고주, 소비자 그 누구에게도 안 부끄러운 캠페인.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멀티가 가능한 광고인.
# 임예술 아트디렉터
각자의 직무에 대한 소개
7년 차 아트디렉터.
본인이 생각하는 직무의 매력
나름 자유로운 직장인의 삶.
평소 즐기는 취미
피아노 치기, 방탄소년단 덕질.
나를 3가지 단어로 표현한다면?
1. 집순이. 2. 이너 피스. 3. 게으름뱅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대자연으로의 여행, 유튜브, 귀여운 모든 것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무 일 없이 평화롭게 사는 것.
최근 가장 빠져있는 것
방탄소년단!
회사에 적극 제안하고 싶은 새로운 사내 문화
재택근무 가능 법.
만들어보고 싶은 광고 캠페인
방탄소년단이 나오는 광고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어요).
본인이 바라는 광고인으로서의 모습
일과 취미가 함께하는 조화로운 삶을 가진 사람!
TEAM’S
INSPIRATIONAL
THINGS
임예술 아트디렉터
BTS 앨범
별로 웃을 일 없는 일상에 가장 빠르게 즉각적으로 날 웃게 해주는 존재들.
전훈 카피라이터
베케트 단편집 <첫사랑>
베케트는 재밌다. 장편인 <몰로이>도 좋은데 <첫사랑>은 짧고 재밌고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힌다. 특히 사랑에 관한 베케트의 유머는 독보적이다. 지독하기도 하고.
김세원 카피라이터
인센스 홀더
책상 구석에 있는 인센스 홀더. 아이디어 잘 나오라고 비는 미니 제단(?) 느낌으로 가져다 놨다. 향도 종종 피웠었는데 미세먼지도 많고 다른 팀원들한테 피해인 것 같아 요즘은 그냥 올려놓고 보기만 한다.
CD’S ESSAY
Writer. 손정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reative Director 손정화YCD팀
손정화가 소망하는 팀
언젠가 선배에게 이런 고백을 들었어요. 광고를 정말 사랑하는데, 일이 들어오는 순간 광고가 싫어진다고. 저도 같았죠. 미팅룸에 같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간식 먹을 때까지는 참 즐거운데, 아이디어 회의가 시작되면 갑자기 분위기 다운되고 탈출하고 싶고.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게 있어요. 경쟁 PT가 시작되면 미팅룸에 꽃을 데려왔습니다. 내 책상보다 미팅룸에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팀의 다른 멤버들도 꽃을 받으면 미팅룸에 꽂아두게 되고, 예쁜 음료병, 와인병을 만나면 꽃병 하겠다고 데려오고. 밤샘과 주말 출근이 늘어날수록 미팅룸은 더욱 향기롭고 화사하고 기분 좋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올해 초 CD팀으로 독립하면서 온전히 우리 팀만의 미팅룸을 갖게 되었어요. 곧바로 팀원들과 양재 꽃 시장에 가서 대형 화분을 데려왔습니다. 창 앞의 겐차야자와 여인초가 그늘을 만들고, 테이블 위에는 간식이 채워지고, 긴 의자 위에 코지한 블랭킷도 깔리고, 미팅룸 용으로 선물 받은 디퓨저도 생기고. (차 한잔하러 놀러 오세요!)
그리고 팀 멤버 각자가 좋아하는 아이돌 포스터로 벽면을 장식했습니다. 이날부터 저희 팀 미팅룸 이름은 ‘아이돌룸’이 되었습니다. 미팅하다가 우리 BTS 지민이 한번, GOT7 진영이 한번 보고 나면, 다 엎어진 리뷰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솟아나게 되죠.
이제 겨우 5개월 차인 신생아 팀인데, CD’s ESSAY 라니요. 너무나도 거창한 숙제를 받았습니다. 팀을 이끄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부제인데, ‘이끄는’ 것도 ‘노하우’도 아직은 제게 없는 것이어서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 끝에 제가 소망하는 걸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리 팀이 행복한 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아이돌룸’처럼, 매일매일 봐도 하루에 몇 번씩을 봐도 그냥 좋고, 힘든 날에는 힘을 주고, 일이 있으나 없으나 기분 좋은 곳이면 좋겠습니다. 광고 잘 만드는 팀도, 경쟁 PT 전승하는 팀도, 광고제에서 큰 상 받는 팀도 좋지만, 서로를 좋아하고 신뢰하고 존중하고, 서로로 인해서 괴롭고 상처 되는 기억보다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시간이 쌓이는 팀이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팅룸도 우리 팀도 숨 막히는 곳이 아니라 오래 있고 싶은 곳이 되기를, 저희 네 사람에게 행복한 존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