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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루션을 고민하는 광고인
광고주의 입장에 서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광고인. 멋지고 화려한 광고도 좋지만, 가장 먼저 광고주의 솔루션에 집중하는 AE, 김윤정을 만났다.
Interview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즈니스솔루션그룹에서 광고 기획(AE)을 담당하는 김윤정이라고 합니다.
Q. 이노션 공채 1기로 입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노션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학교 다닐 때, 브랜드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곳으로 인턴을 알아보다가 학교 취업 게시판에 이노션 월드와이드라는 신생 회사가 올라왔더라고요. 현대·기아차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회사라는 소개였어요. 솔직히 광고인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나 광고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재밌어 보여서 어쩌다 보니 인턴직에 지원해보게 된 거죠. (웃음)
Q. 처음 입사는 AP로 했고, 지금은 AE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비즈니스솔루션그룹에 계시는데, 정확히 어떤 팀인지 소개해주세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희 그룹에는 팀이 없어요. 프로젝트에 맞는 사람들이 크로스 워크를 하는 시스템이거든요. 개인의 성향이나 기존 프로젝트 경험, 전문성, 해당 품목 타깃과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서 광고주별로 잘 맞는 프로젝트 리더(PM, Project Manager)와 스태프(PS, Project Staff)를 섭외해요. 예를 들어 웹툰에 대한 프로젝트라고 치면, 품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저연령대, 저연차의 사원이라도 프로젝트 리더가 될 수 있고, 반대로 고연차 인원도 스태프로 참여할 수 있다는 콘셉트죠. 최고의 비즈니스 솔루션을 위해 최선의 인원으로 구성하겠다는 의미의 제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처음 AP로 입사했다가, AE로 포지션을 바꾸셨는데, 직무를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지금은 이노션에 AP 조직이 크지 않지만 제가 처음 들어왔던 때에는 조직이 컸었고 AE와 AP 서로 간의 직무 전환이 자유로운 편이었던 것 같아요. AE 선배들도 AP 경험을 가진 분들도 많았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굉장한 결정을 해야 하는 부분은 아니었고, 실무적으로 저는 두 직무가 겹치는 부분이 많고 AP도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뒤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뒤에 있기 때문에 장점도 나름 있기는 하지만, 티가 잘 안 나잖아요. 저는 그게 답답했었나 봅니다. (웃음) 그리고 제가 자동차 AP를 5년 정도 했는데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었어요. 마침 이노션에 ‘The Campaign Lab’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생겼어요. 당시 명함도 새로 파고, 사무실도 별도 건물에 있었고, 빅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AE와 AP, 디지털마케팅의 구분 없이 개인이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지향점을 가진 조직이었거든요. 새로운 걸 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거기에 합류하게 됐죠. 그러다 그 조직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오게 됐어요.
Q. 일하면서 체감하는 AE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포괄적이고 주도적으로 광고주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지만, 비즈니스적인 것도 생각해야 하고, 당연히 소비자 생각, 내부 팀들,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 고려해야 하거든요. 가장 좋은 솔루션을 내기 위해 팀 구성부터, 일을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지에 대한 설계, 솔루션 그 자체, 이런 모든 것들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도전적이지만 재미있어요. 또 대내외적으로 매우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직군이다 보니, 중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 해요. 그게 매력이면서 어렵기도 하죠.
Q. 현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현대렌탈케어, 현대리바트 등 다양한 브랜드를 담당하고 계시는데 올해 집행한 캠페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더 넥스트 드라이빙 랩 The Next Driving Lab’ 캠페인의 경우,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어요. 이 캠페인은 타이어가 중심이 되는 미래 드라이빙 기술력을 보여주고자 한 캠페인이에요. 현대렌탈케어의 현대큐밍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렌탈케어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생활환경가전 브랜드예요. 코웨이나 청호나이스와 같은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후발 주자로 뛰어든 거라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인식을 딛고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현대백화점에서 빌렸어~”와 같은 카피를 활용해 광고주의 만족을 얻었던 브랜드 캠페인을 해 왔었고요, 최근에는 코크가 누르면 콕 튀어나오는 콕툭튀 정수기 캠페인을 했어요.
Q.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더 넥스트 드라이빙 랩’의 경우, 존재하는 제품이나 기술을 활용하여 광고를 제작하는 방식이 아닌, 제품이나 기술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실체를 만들어 내고 광고 제작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더 넥스트 드라이빙 랩’ 캠페인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혁신성과 기술력에 대한 지향점, 정신을 단순히 이미지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실제로 도전해서 만들어낸 결과물, 그 자체로서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자 출발한 프로젝트예요. 미래에 있을 법한 이동수단 등 미래의 드라이빙과 관련된 상상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되고, ‘이런 걸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공감이 형성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연구소와 대학이나 차량 제조사와 같은 다양한 곳과의 기술적 협업을 통해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매우 도전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에 진행한 캠페인이 변신하는 타이어였거든요. 원래는 그 프로토타입이 되게 작은, 아르마딜로처럼 변신하는 바퀴를 가진 소형 로봇이었어요. 우연히 그걸 기사에서 보고, 이걸 로봇에만 적용하지 말고 사람이 탈 수 있는 차의 타이어로 만들면 기후나 지형에 따라 바꿔 끼우지 않아도 되는 타이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그래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연구소분들과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다른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체를 만들어 갔어요. 기간은 2년 넘게 소요됐고, 이런 과정과 결과물을 활용해 TVC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이런 프로젝트의 경우 돈도 돈이지만, 시간도 많이 들고, 실패를 거듭해요. 또한, 저희는 기술을 잘 모르고 협업 상대는 광고나 마케팅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상호 간의 이해와 협업이 중요한 캠페인입니다.
Q. 말씀 주신 캠페인도 그렇고,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는데,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협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죠. 그런데 무엇보다 그런 협업의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 성장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해 못 할 일들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진달까요. (웃음)
Q. 그동안 진행했던 캠페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이 있다면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캠페인은 늘 기억에 남고요. 현대큐밍도 제가 타깃이기도 하고, 늘 제품에 특이점이 있어서 재미있게 캠페인을 만들어 가는 편이고요. 작년에 했던 무신사 캠페인도 기억에 남아요. 무신사는 요즘 가장 핫한 패션 플랫폼이잖아요. 요즘 다들 가장 관심이 많은 핫한 타깃인 10~20대가 열광하는 회사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했는데, 그곳의 에너지나 스마트함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무신사 광고주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일단 해보고 아니면 또 다른 걸 해보자.’ 이런 도전적인 스타트업 정신이 있는 것 같이 느껴졌었어요. 광고도 메시지가 명확했고 워낙 좋아하는 카테고리이기도 하고, 촬영도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같이 일한 팀들도 결과물도 성과도 모두 좋았고요. 아, 사보가 무신사에도 갈 텐데… 무신사 여러분, 광고 또 안 하시나요?
Q. 최근 들어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브랜드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실제 광고 기획에 있어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컬래버레이션을 활용한 광고회사로서의 제안, 고민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최근 들어 컬래버가 더 활발하게 느껴지는 건, 워낙 많은 것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비즈니스적으로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서 그런 것 같아요. 광고인으로서 제가 스스로 느낀 한계점은 그동안 컬래버를 너무 이미지적으로만 생각하고 제안해 왔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구현되기도 어려운 한가한 아이디어 같았죠. 개인적으로 컬래버는 교환 개념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환을 함으로써 타깃 확장, 비즈니스적인 숫자, 매출 등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이 있어야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기본 전제로 아이디어를 발굴하려고 합니다.
Q. 최근 체감하고 있는 광고계의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광고캠페인이라는 말 자체가 약간 구시대적인 단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디지털, TVC, ATL, BTL 이렇게 구분을 하는 것 자체도 마찬가지고요. 기존에 저희 같은 광고 회사가 잘하던 고퀄리티의 광고영상 캠페인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이제는 다양한 솔루션 중 하나가 된 것 같고요. 무엇이 시장을 움직이는지 데이터 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기준에서 고퀄이 아니어도 충분한 콘텐츠가 많아진 시대가 됐죠.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같이 예전에 브랜드에게 중요하다 여겨졌던 것들의 중요성이 요즘은 많이 약화됐고 달라졌다고 느껴요.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브랜드가 만들어놓은 잘 구축된 고정된 이미지일 필요는 없고,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즐기게 만들고 찾게 만들어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잘 만들어지고, 보기 좋은 브랜드를 좋아해서 관련 일을 하고 싶어 광고회사에 왔지만, 그게 실제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저는 변화가 일상인 시대에 외려 변하지 않는 개성을 가진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 인기 있는 구찌 Gucci나, 수프림 Supreme 같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으로 새로운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인기를 얻고 있잖아요. 이렇게 변신의 폭이 넓은 것들도 재미있지만, 카렌다쉬 Caran d’Ache, 펭귄북스와 같이 클래식을 지키면서 변하는 브랜드들도 좋아해요. 그런데 솔직히 그냥 예쁜 건 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Q. 최근 관심 있는 마케팅 방식이 있다면요?
저는 앞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점점 시장이 불확실해지고 있으니까요. 대중매체의 한계는 돈은 많이 들이는 데 비해 이게 어떤 결과를 얻을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다는 거였던 것 같아요. 물론, 도달률이나 수치 등을 확인할 순 있지만, 그게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기엔 어렵거든요. 앞으로 광고주들도 계속 이런 식으로 마케팅하는 게 어려워질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쌓인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내고, 실제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 저희 같은 회사가 결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플랫폼과 커머스 브랜드들을 주시해서 보는 편이에요.
Q. 개인적으로 즐겨 보고 듣는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요즘에 구독 서비스에 관심이 많아서 ‘구독왕김구독’이라고 사람들이 놀리기도 해요. (웃음) 요즘은 시사 뉴스레터인 ‘뉴닉’ 좋아하고, IT 뉴스인 ‘아웃스탠딩’도 잘 보고 있어요. 넷플릭스, 유튜브, 멜론, 애플뮤직도 구독하고 있고요. 팟캐스트를 듣기도 하고… 너무 많네요.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계속 바뀌는데 갑자기 약사 채널에 꽂혀서 ‘왜 나는 약사가 못됐지?’ 하며 약들약, 리틀약사를 구독하고 있고요, 요즘 제가 수영에 관심이 많아서 수영 관련 채널도 자주 보고 있어요.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올해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선 기존의 광고주들을 잘 케어하고 싶고, 어느 정도 비즈니스가 세팅되어 있는 브랜드들 말고 처음부터 같이 커뮤니케이션적으로 비즈니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기회가 있다면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책 좀 그만 사고 산 건 다 읽기. 구독 좀 정리하기. 수영을 접영까지 마스터하는 것. 그리고 교정기를 빼고 싶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광고인이 되고 싶나요?
비즈니스적으로 실질적인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내는 광고인, 그리고 겉멋 들지 않는 광고인, 스스로를 광고인으로 한정 짓지 않는 광고인이 되고 싶어요. 늘 새로운 것에 유연한 광고인이 되고 싶습니다.
김윤정에게 영감을 주는 것
색 펜
“색을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해서 작년에 그림을 배웠어요. 예술의 전당으로 유화를 배우러 다녔는데 거기 같이 다니는 아주머니들이 자꾸 빵셔틀을 시키셔서 그만뒀거든요. (웃음) 지금은 심심할 때 색 펜으로 낙서만 하는데 다시 유화를 배우고 싶어요.”
수경
“원래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릴 때 수영을 배웠는데 좀 더 잘하고 싶어서 최근에 다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에 수영을 가요. 필라테스도 일주일에 두 번, 총 일주일에 네 번 운동을 하고 있어요.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30대 후반이 되면서 체력이 너무 달리더라고요. 오랜 시간 앉아서 일을 하니까 자세도 안 좋아지고요. 그런데 신체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둘 다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