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구나 향유하는 문화
Q. 세 분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접하세요?
이주명전시와 공연을 가리지 않고 다니는데, 최근 고정으로 찾아가는 갤러리가 생겼어요. 성수동에 있는 ‘갤러리 구조’예요. 작품을 소장해보고 싶다 생각하던 차에 그들이 작품을 소개하는 관점과 방식이 좋아서 꾸준히 가고 있죠.
이혜경저도 미술관을 자주 찾아요. 그리고 요즘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많이 접하는 것 같아요.
오흰샘전 관심 있는 작가나 작품이 한국에 왔을 때 꼭 찾아 가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외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으로 만나기도 하고요.
이주명얼마 전에 프리즈 서울을 다녀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했어요. 일반 전시가 아니라 그림을 거래하기 위한 곳이잖아요. 그럼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작품을 당장 구매할 기세로 즐기는 점도 너무 놀라웠어요.
오흰샘장벽이 많이 허물어졌죠. 예전에는 미술관에 마음 먹고 가거나, 그 작품을 이해해야만 감상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오늘 어디 갈래?” 하면서 레스토랑 가듯 이 전시를 보러 가는 문화가 생긴 것 같아요.
이혜경저는 그림뿐만 아니라 공예나 사진 전시가 많아진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느꼈어요.
Q. 이처럼 예술에 대한 일상적인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흰샘자기를 표현하는 데 아트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 같아요. 나의 취향과 추구하는 가치가 비주얼로 보이는 거죠. 전시나 공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SNS에 올리는 행동에 이러한 심리가 반영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이주명미술관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곳이었는데, 그 문턱이 낮아지면서 관람객들이 주체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구매하거나 인증샷을 촬영함으로써 그 안에서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이혜경가치 소비에 중점을 두는 문화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취향 공유를 넘어 작품을 구매하고, 재판매했을 때 나한테 어떤 가치가 남는지도 생각을 하더라고요.
이주명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접점이 넓어졌어요. 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죠. 어릴 때부터 유학을 가거나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했잖아요. 뉴욕에 갔을 때 러닝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서 좋아하는 그림 한 점만 감상하고 쿨하게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게 일상이 된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고, 저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2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Q. 몇 년 전부터 ‘아트슈머’라는 단어도 등장했어요. 미적 가치를 넘어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인데요. 이런 현상에 맞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졌을 것 같아요.
오흰샘 얼마 전부터 ‘나만의’, ‘개인화된’이라는 콘셉트를 가진 콘텐츠들이 기획을 할 때 자주 화두가 되고 있어요. 최근 〈르 라보 온 휠〉 팝업 전시에 다녀왔어요. 향수에 재사용이 가능한 병을 사용하고, 그날 향을 맡으며 느낀 점을 라벨에 적을 수도 있고, 또 어디서 구매했는지도 기재해주니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처럼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취향을 건드려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주명그래서 브랜드 정체성을 더 뾰족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누데이크는 우리에게 새로운 미식의 경험을 제공하잖아요. 디저트가 말도 안 되게 작아진다거나, 검은색 빵을 낸다거나 하는 부분이죠. 브랜드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런 마케팅을 전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가장 먼저 내부적으로도 설득이 안 되거든요.
이혜경브랜딩에는 철학을 담는 작업이 필요해요. 먼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찾아내는 게 중요하죠.
Q. 세 분은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을 선보이고 계세요. 시각적인 표현하는 일을 하면서 체감했던 소비자들의 변화가 있나요?
이주명저는 주로 신차 론칭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메인 커뮤니케이션 타깃이 MZ세대예요. 그들은 시각적인 임팩트는 물론이고, 일상에서 만나지 못하는 경험을 원하죠. 비일상성을 줄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다 보니 아트를 접목하게 돼요. 브랜드 메시지를 좀더 감각적으로,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기도 하고요.
오흰샘예전에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전개한 적이 있어요.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작품을 개발한 캠페인이었죠. 이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스타그램 필터로 만들었어요. 소비자가 그 필터를 쓰면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 되는 방식이에요. 반응도 좋았고, 해시태그를 들어가서 살펴보니 각양각색으로 활용하는 부분이 재미있더라고요. 같은 플랫폼인데 표현도 다르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이혜경맞아요. 작품을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자신의 무엇으로 변환하는 거죠. 2차 생산, 3차 생산을 계속 만들어내는 게 브랜드의 숙제처럼 되었어요.
#3 지속적인 교감의 언어
Q. 예술과 접목한 브랜딩 프로젝트는 매출로 바로 이어지기보다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데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아트 마케팅을 전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흰샘일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어요.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하라고 하니까 하는데, 문득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때 스스로 아트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있어서 소프트한 접근 방식이고, 브랜드가 표현하려는 가치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어휘로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술이 모두가 향유하는 문화이기 때문이겠죠.
이주명저도 고민을 종종 해보는데, 아트 마케팅은 언어인 것 같아요. 기업이 고객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언어요. 돈도 많이 쓰고, 시간도 들고, 당장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와 계속 교감하고 있다는 사인인 거죠. 이렇게 쌓인 유대감은 곧 팬심이 되니까요.
오흰샘그래서 지속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주명그게 쌓여야 브랜드의 인격이 만들어지는 거죠. 캐릭터를 계속 구축해 나가는 거예요.
오흰샘아트 마케팅은 단기간에 끝나면 전달이 힘들더라고요. 장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로드맵을 가지고 꾸준히 진행했을 때 고객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주명아트 마케팅의 궤적이 쌓이면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우리 브랜드다운 것을 만 들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오흰샘브랜드와 아티스트의 매칭도가 되게 높을 때가 있거든요. 그때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딱 와닿죠. 그래서 브랜딩을 할 때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명확하게 해야 해요. 따로 설명 없이도 알 수 있게요.
이혜경제품으로 소구하는 방식은 너무 많으니까, 다른 이미지나 철학 등을 보여줄 방법으로 예술을 활용하는 거죠. 비주얼적으로 중요한 시대가 되었으니, 이미지나 분위기를 브랜드에 입히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기업들은 앞으로 아트 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이주명아트의 개념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 같아요. 미술, 음악뿐만 아니라 댄스, 공예, 패션, 미식 등 컬처의 영역까지도요. 그 안에서 나눠지고 다시 섞이며 브랜드만의 길을 찾아가는 거죠. 이전에는 유명한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하는 데 비중을 뒀다면, 이제는 브랜드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크리에이터를 찾아서 진행하게 되리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K-문화에 대한 존중과 자부심으로 국내 아티스트를 많이 발굴하고 협업하게 되기를 바라요.
오흰샘동의해요. 작은 브랜드가 신진 작가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공감을 많이 받게 될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