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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코미디언, 문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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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코미디언, 문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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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훈이 유튜브 화면에서 다양한 얼굴을 하며 지내온 시절은 부캐라는 말보다 먼저였다. 이등병 문이병이나 지리 강사 문쌤 같은 생활형 캐릭터들은 소심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마저 뜨겁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그의 고집스러운 아이덴티티는 곧 개성의 다른 언어일지도 모른다.

 


 

INTERVIEWEE

문상훈 코미디언 겸 크리에이터

Interview

Q. 얼마 전 작업실을 옮기셨죠? 유튜브에 등장한 작업실과는 또 다른 분위기네요.

이 동네는 조금만 나가면 번화가가 있지만, 골목 안으로 들어오면 주택이 많은 지역인만큼 대체로 조용해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일처럼 접근했다기보다는 친구들끼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던 편이라 공간만큼은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찾았어요.

Q. 함께 빠더너스를 운영하는 크루 멤버들도 초창기와는 바뀌었다고 들었어요.

빠더너스는 하나의 코미디 크루로서 지향점을 잡고 출발했는데요. 밴드로 비유하자면 제가 보컬이고, 드럼이나 기타를 치는 멤버가 있는 거죠. 밴드에 기타 치는 멤버가 여럿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 저희도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다수일 때가 있어요. 지금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김지철, 저와 가끔 영상에도 출연하는 김진혁을 포함해서 영상 편집하는 PD까지 세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Q. 운영 중인 빠더너스 영상을 보면 크루 멤버나 다른 카메오들이 영상에 출연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상에 프론트맨으로 출연하고 계신데요. 혼자서 캐릭터를 이끌어 간다는 것에 부담은 없으신가요?

저희 팀이 좋아하는 영국의 코미디 크루 ‘몬티 파이튼’이라고 있는데, 그 크루에도 멤버가 굉장히 많아요. 어떤 사람은 대본을 쓰고, 영상 촬영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미술을 담당해요.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모두 코미디언이에요. 단지 미술을 하는 코미디언, 대본을 쓰는 코미디언인거죠. 그런 지점에서 본다면 제가 메인으로 나오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아요.

Q. 요즘 부캐라는 말이 생기고 트렌드가 되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꾸준히 캐릭터를 만들어오셨죠.

〈개그콘서트〉를 보면 정종철씨도 옥동자뿐만 아니라 콩트 마다 다른 캐릭터로 나오셨거든요. 또 콩트 순서를 봐도 ‘봉숭아학당’이 끝나고 ‘달인’이 나오고, 달인이 끝나면 다른 코너가 등장하는 게 익숙해서 코너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를 크게 새로운 형태로 느끼지는 않았어요. 다만 부캐라는 키워드로 저희가 또 한 번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이니 굉장히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Q. 부캐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걸 흥미롭게 느끼고, 유튜브라는 틀에서 이를 좀더 신선하게 느낀 것도 같아요.

유튜브가 ‘너의 채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누구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어 화장품을 소개한다거나 먹방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음식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그런 면에서 연예인이 나오는 일반 TV 채널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자연인’이 등장하는 느낌이 강했던 거죠. 그중 콩트를 만들고 올리는 팀이 당시에는 많이 없다 보니 부캐가 더 부각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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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5년 전만 해도 크리에이터나 콘텐츠의 스타일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고, 이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인드에도 차이가 있었죠.

저희도 처음에는 〈키앤필〉이라는 미국 코미디 영상에서 영어만 한글로 바꿔서 습작하듯이 올린 적이 있어요. 그걸 보며 느낀 점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각 잡고 찍으면 사람들이 스토리나 장비에 대해 갖는 인식의 허들이 높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어, 인터넷 강의 스튜디오에서 인강용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조금만 코드를 비틀어도 웃기거든요. 그런데 이를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 속 선생님의 장면으로 설정을 하면 기대치는 훨씬 더 높아지게 되죠.

Q. 문쌤이나 문이병 캐릭터가 큰 반응을 얻은 이유도 그 지점에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실제 인강 선생님이나 군인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았잖아요.

맞아요. 저희도 그런 부분을 참고해서 군인 브이로그를 찍었는데, 휴대폰에 담아서 조금만 픽션을 가미해도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느끼고, 진짜처럼 받아들이면서 지금의 부캐까지 생기게 된 것 같아요.

Q.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자연인 문상훈이 아니라 문쌤으로 나오거나 문이병으로 나오는 것, 이런 개념이 오히려 저를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평상시에는 욕을 정말 못하는 배우가 배역을 맡으면 자신의 성격과 별개로 과감하게 행동하게 되는것처럼요. 문이병이나 문쌤의 답답한 행동도 그렇게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캐릭터 측면에서 표현하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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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와 다른 캐릭터로 대리만족하며 느끼는 즐거움일까요?

그런 부분도 있지만 문쌤이나 문이병의 캐릭터가 저한테 없는 모습이냐 하면 또 그건 아니거든요. 저한테 있는 성격의 일부분을 극대화해서 나온 것들이라 표현이 어렵지는 않아요.

Q. 부캐로 활동하는 방송인이 늘어나다 보니, 본캐로 활동하는 데 되려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제가 만든 캐릭터는 저희의 연출과 편집 아래 있을 때 재밌지, 막상 예능에 나오면 매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거든요. 몇 번 문이병으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좁은 앵글에 얼굴을 가까이 대던 느낌이 살지 않다 보니 오히려 저희 콘텐츠에 방해가 될 정도로 별로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콘텐츠에는 부캐가 아닌 문상훈으로 나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Q.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 때, 이게 통하겠다는 확신은 어떻게 얻는 편인가요?

기획 회의를 할 때, 공감대가 과반수 이상이면 보통 가는 편이고, 제 나름의 바로미터로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삼는 친구들에게 물어볼 때도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친구는 인터넷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라 이 친구가 모르면 다 모르는 거고, 또 어떤 친구는 인터넷과 거리가 멀어서 이 친구가 알면 다 아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Q. 여러 영상을 촬영해 오면서 ‘나는 이런 캐릭터를 잘하는 것 같다.’고 확신이 드는 지점도 있었나요?

저는 소심함에서 한 번 더 들어간 소심함을 표현하는 것에 관심 있고 좋아하는 코드인 것 같아요. 이런 캐릭터는 ‘아싸’ 라기보다는 답답한 캐릭터인데, 시트콤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단골이죠. 예전에 어떤 행사에 갔는데 레크리에이션 강사님이 우스갯소리로 캐릭터 특징을 설명하다가 “A형 손 들 어보세요.” 하시더니 “정말 재미있는 거 말씀드릴까요? 진짜 A형인 분들은 손 안 들었어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제가 A형인데 진짜 손을 안 들었거든요. 그런 게 진짜 소심함 중의 소심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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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콘텐츠는 트렌드와 무관하기가 어려운데요.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 때, 시대적 호불호를 얼마나 염두하게 될까요.

호불호는 정말 빨리 바뀌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부분에서 좀 벗어나려고 하는 편이고, 유행하는 것이면 오히려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나 홀로 집에 〉처럼 잘 만든 영화는 장면에 등장하는 휴대폰 기종만 빼면 다 재미있잖아요. 시대를 넘어서 통하는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Q. 아이디어를 내거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일상에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진 않나요?

사람이 잘 없는 밤에 집 근처를 산책하는 걸 즐기는 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리는 ‘정리해야지.’ 하고 정리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고 보면 정리가 된 경우예요. 산책하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라디오나 팟캐스트 등을 들으며 걷는데 그러다 보면 생각이 좀 정리되더라고요.

Q. 사실 연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코미디언과 배우의 경계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배우로 섭외를 받는다면 지금의 캐릭터를 피하고 싶으신가요?

앤디 샘버그, 윌 페럴, 세스 로건 같은 코미디 배우들을 좋아하는데요. 그 사람들은 늘 똑같은 캐릭터로 등장해요. 대부분 비슷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거부감이 전혀 없어요. 제가 갑자기 킬러가 되거나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것보다는 지금 있는 캐릭터에서 조금만 변주해도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 해요. 역할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어떤 기회든 오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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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른 인터뷰에서 〈더 오피스〉 같은 작품을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목표를 말씀하신 적이 있죠.

비유가 아니라 정말 죽기 전에 이런 작품 한번 만들고 나면 여한이 없겠다는 인생의 목표 같은 느낌이에요. 요즘은 유튜브로 방송국이 들어오기도 하고, 방송국 규모보다 더 큰 채널도 생겨서 OTT와 유튜브의 경계가 많이 무너진 것 같아요. 일례로 어떤 콘텐츠를 선공개나 본방송으로 송출할 때, 요일과 채널별로 나눠서 하기도 하더라고요. 〈더 오피스〉 같은 작품을 만들려면 당연히 큰 자본이 필요할 테고, 그것이 결코 유튜브랑 떨어져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렇다면 빠더너스라는 채널로서 기대해 볼 만한 성공의 지표는 어떤 걸까요.

“너 그 유튜버 알아? ”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모르면 그 유튜버랑 비슷한 느낌의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를 거론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빠더너스 알아? ”라고 했을 때, “에어드롭 테러 영상 올린 채널 있잖아.”라고 하면서 예로 드는 게 저희 콘텐츠라면 좋겠어요.

Q. 오래 해오던 생각이지만 그동안 인터뷰에서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잖아요. 제 생각이 51대 49인데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도 어느 한 가지는 생략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유튜버가 아니라 코미디언이에요.’라고 한다면 ‘유튜브가 부정적인 플랫폼도 아닌데 왜 굳이 부정하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또 한편으로는 ‘유튜브를 포트폴리오로 잘 활용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라는 생각도 들어요. 다시 말하면 ‘유튜브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다.’는 건데요. 이유는 사실 일희일비했었고, 그 감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죠. 항상 양쪽의 감정이 들 수밖에 없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초연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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