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밖을 향한 마음이 나를 응원할 때
응원대장 올리부
with 최원준 카피라이터
나의 정체성을 직업과 나이 같은 사회적 요건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 ‘메타 인터내셔널 마케팅 동북아시아 총괄 서은아’가 ‘응원대장 올리부’로 자신을 소개하기까지 그녀에게는 어떤 시간이 있었을까. 이노션 최원준 카피라이터는 사물의 본질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일을 하며, 자신만의 관점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의 삶이 늘 궁금했다. 자신이 응원하고 사랑하는 수천 명의 삶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에게서, 어떻게 자신만의 개성과 생각의 경로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힌트를 들었다.
응원대장 올리부
원준 오늘은 메타 서은아 상무님이 아닌 응원대장 올리부 님으로 모셨어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리부 안녕하세요, 메타 인터내셔널 마케팅의 서은아 상무이자 응원대장 올리부입니다.
원준 응원대장은 서은아의 스핀오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스스로 새로운 이름을 붙이게 되셨나요?
올리부 응원대장은 저를 표현하는 가장 큰 타이틀이에요. 지난 27년을 돌아보며 내 일의 열망은 무엇일지 고민했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 그 안에서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응원이었어요. 그걸 깨닫고 나니, 응원대장 올리부는 스핀오프가 아닌 저의 본질임이 보였어요. 본질로부터 회사에서 하는 일과 사이드 프로젝트 모두 파생된 거죠.
원준 직업 또한 ‘응원대장 올리부’라는 본업의 일부라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응원대장으로서의 활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올리부 기본적으로는 가정, 회사, 인간관계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고민을 들어주죠. 리추얼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어요. 응원의 밤이라고 하루의 끝에 일상을 나누는 시간인데, 이 밤을 함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삶의 기로에서 불안을 어떻게 이겨낼지 고민하다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오죠. 우리는 아이일 땐 꿈틀거리기만 해도 잘한다, 한 발 더 나가자고 응원을 받는데, 어른이 되면 무조건적인 응원을 받는 경우가 없잖아요. 오늘 하루 어땠냐는 인사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는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 줘요.
원준 생각해 보니 어릴 때는 곧잘 응원받았던 것 같네요(웃음). 응원대장의 또 다른 활동으로 응원마켓도 있죠.
올리부 제 손때 묻은 책들을 1년에 한 번 100여 권 나눠주는 게 시작이었고, 10년 정도 됐네요.
원준 10년이나 꾸준히 하시다니, 대단하네요.
올리부 그 일의 의미를 크게 느껴가던 중에, 저와 인턴으로 일했던 친구의 공간을 더 알리고 싶어서 그곳에 100명을 초대해서 책을 나눠주자는 아이디어로 키웠어요. 그런데 책을 받고 싶다는 연락보다 그 공간에서 자신도 무언가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를 먼저 받았죠. 본인 브랜드의 제품이나 커피 등을 그냥 응원하는 마음으로 같이 주고 싶다는 거예요. 그걸 계기로 한 번, 또 한 번 그렇게 진행하게 됐어요. 참여하신 분들은 자신에게 응원이 필요했던 순간과 응원의 말을 나눠주었는데, 나한테 돌아온 그 말들에서 큰 힘을 느껴요.
원준 ‘무언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둘 모여서 더 큰 응원이 된 거네요. ‘#올리부애정브랜드’라는 기록을 하고 계시잖아요. 사람이나 브랜드 등 기록의 대상도 다양하고요.
올리부 처음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물건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들에게 응원이 되길 바라고요. 시작할 땐 브랜드 한 개를 이야기했는데, 브랜드를 모아서 올리면 그 영역이 함께 넓어지는 것 같아서 지금은 열 개를 포스트 하나로 올려요. 그랬더니 함께 엮인 브랜드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저한테 연결을 요청하는 거예요. 협업을 해보고 싶다고요. 더더욱 그만둘 수 없는 일이 됐죠.
원준 올리부라는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 브랜드를 연결하는 커뮤니티이자 플랫폼이 된 것 같아요.
올리부 비슷한 마음의 사람들이 비슷한 형태로 문제를 풀어가며 서로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을 만나게 되다 보니, 그 자체로 안전지대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경험이 몇 번 쌓이고 나니 더 적극적으로 그런 연결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준 친근한 선배 같은 이미지가 떠올라요.
올리부 비슷하려나요? 저는 이제 어느 정도 나이도 먹었고 경험과 힘이 생겼어요. 그런 사람이 더 애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힘이 없고 주저하고 있을 때 먼저 앞서간 사람 덕분에 해낼 수 있던 순간이 있었으니까요. 선배 같은 느낌일 수도 있겠네요(웃음).
선택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
원준 올리부 님은 연결을 중요시하는 것 같아요. 브랜딩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드는 것이라는데, 올리부 님은 반대로 다른 사람의 팬을 자처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요. 수많은 사람에게 전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올리부 ‘Give more than take’라는 말을 좋아해요. 얻으려는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게, 타인도 그렇게 하도록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 제가 더 큰 마음을 받게 되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제가 했던 일들을 돌아보면 그 본질은 비즈니스와 누군가의 삶의 성장을 도와주는 일이었어요. 본질을 깨닫고 나니, 이후에 제가 또 다른 일을 벌인다고 해도 응원대장으로서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지속 가능한 나를 찾은 것만으로도 제 인생의 마일스톤을 셋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원준 직업도, 나의 역할도, 부수적인 활동들도 ‘응원’이라는 인생의 미션을 중심으로 뻗어 나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응원대장의 응원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올리부 저는 공부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가져와도 아버지가 칭찬을 잘 안 해주셨어요(웃음). ‘너 혼자 잘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셨죠. 1등이 못 된 친구, 너한테 진 친구의 마음도 생각해 보라면서요. 그때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아버지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오히려 내 주변도 잘되게 해야겠다 마음먹었어요. 동생들도 잘하게 만들고, 우리 반 친구들도 잘되어야 내가 잘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 배움이 제 삶의 철학과 동력으로 남았어요.
원준 흔히 ‘배워서 남 주냐’ 그러는데, 남 주는 시절을 보내셨네요. 저도 마리우스라는 카피라이터 네임이 있는데, 가끔은 마리우스라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쓸지 생각해 봐요. 그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자신이 지은 새로운 이름을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해 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에요. 그럼 응원대장으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스핀오프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올리부 ‘우리의 모든 순간을 응원한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실패나 여러 어려움으로 최고의 결과를 내지 못한 선택들 때문에 무언가 새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회의적인 태도로 시도조차 못 하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많은 실패와 고난 속의 나 자신도 아끼고 응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누군가의 시간도 늘 응원하고 있어요.
원준 자신을 사랑하는 건 참 중요하지만 막상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리고 온전히 책임지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올리부 저는 실패를 정말 많이 했어요. 과거의 선택 절반 이상은 망했죠. 몸담았던 회사 중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지금 회사 말고는 다 사라지고 없어요. 어릴 땐 창업도 했는데, 망해서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원준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어려운 시간을 보내셨네요.
올리부 순탄치는 않았죠. 매일 울고 싸우고, 좌절하고, 법원 가서 폐업 절차에 월급 소송도 하고요. 그런데 친구가 그 선택을 후회하냐고 물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좋았던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 이걸 안 해봤으면 이런 경험을 어떻게 해봤겠어’, ‘치열하게 뭔가를 성공시키려는 마음을 어디서 배우겠어’.
원준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관점의 차이일까요?
올리부 비슷해요. 제 방식은, 어떤 선택이든 나한텐 잘한 거라고 믿는 거예요. 망할 줄 알고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선택과 노력의 과정, 그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든 거라는 확신이 생기니까, 저는 선택을 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 선택이 나한테 가져올 것과 내가 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생각해요.
원준 그럼 그 시간을 더 잘 만들어 가기 위한 올리부 님만의 방법은 뭘까요?
올리부 물론 결정을 감으로 할 순 없죠. 기준이 필요해요. 그때그때 막연하게 하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합당한 기준을 세우고, 맞춰가는 거죠. 내 삶에서도 기준이 확실하면, 응원대장으로서 선택할 때 이 본질에 부합하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나, 나에게 해가 되지 않나, 기준이 명확하게 있으니 ‘예스’, ‘노’ 답하면 너무 쉽게 결론이 나와요. 답이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요. 결과에서도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거예요. 실패해도 우리는 얻을 수 있고, 선택을 한 나를 존중하길 바라요.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원준 올리부 님은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응원하시잖아요. 그럼 올리부 님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찾아가는 존재는 누구인가요?
올리부 딸이에요. 어떤 식으로든 제가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해줘요. 시간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 상대이고, 열일곱 살이지만 자기만의 기준으로 답을 해주니 저에겐 전혀 몰랐던 생각의 시발점이 되어줘요. 또 하나는 저에게 고민을 들고 오는 젊은 친구들이에요.
원준 젊은 친구들이라고 하면, 보통 응원을 받는 대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올리부 사실 이 친구들의 고민이 제 고민과 같아요. 이직이 고민이에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혹은 삶의 방향에 관해 묻는데, 저도 똑같거든요. 그래서 진지하게 답을 고민하다 보면, 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돼요.
원준 타인을 향한 격려의 말이 나를 위한 응원이 되는 거군요.
올리부 맞아요. 마음이 다시 나에게 닿는 거죠.
원준 응원하려면 대상이 필요하죠. 응원하는 이유가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라면 올리부 님에게 타인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올리부 제가 그냥 내 삶의 몫만 살았다면 나는 나로 끝났을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의 몫을 살고, 팀원들을 응원하며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껴요. 제 응원과 지지를 통한 누군가의 성장의 시간이 곧 저의 시간 같은 거예요. 서은아라는 삶 하나를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응원한 수천 명의 삶을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내가 응원하는 만큼 내 삶의 가치가 커지고, 그 인생을 제 아이에게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