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avorite Things
이노시안을 사로잡은 가심비 아이템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를 뜻하는 가심비. 나의 행복 충족을 가장 우선으로 여기고 싶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노시안은 무엇에서 만족을 느끼고, 이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까? 세 이노시안에게 물었다.
어른의 멋, 아빠의 턴테이블과 20대
김수영 채널매니지먼트팀 | INNOCEAN
대학교 1학년, 갓 스물이 된 아이는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한 뒤 혼자 사는 어른의 멋에 취해 있었다. 좁은 자취방에서 하나밖에 없는 와인잔에 맛도 모르는 레드 와인을 따라 홀짝이며 혼자만의 낭만에 빠지곤 했다. 그 무렵 학교에서 자취 방으로 오는 길, 상가 꼭대기 층에 붙은 LP라는 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가 본 것이 LP바와의 첫 만남이었다. 어릴 적 집에 턴테이블이 있었고 아빠가 LP를 애지중지하던 기억이 있어 내게 LP란 아빠의 낭만과도 같았다. 몇 종류의 병 맥주와 팝콘 정도가 메뉴의 전부인 단출한 LP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아빠가 좋아하던 비틀스를 신청해 지직거리는 음악을 듣다 나오는 것이 어른의 멋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아빠가 이직 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에 올라오셨고, 이때다 싶어 아빠를 모시고 가장 좋아하는 한남동의 LP바 로 향했다. 지하에 위치한 LP바의 메케한 공기 속에서 신청곡을 들으며 감상에 젖어 있거나 두 팔을 머리 위로 흔들며 떼창을 불러대는 20~30대 남짓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아빠는 적잖이 충격을 받으셨다. 병맥주를 시키고 아빠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땅콩을 까먹으며 신청곡 리스트를 써내려 갔다. 신청곡을 하나씩 종이에 쓸 때마다 아빠의 20대 시절 이야기도 가사처럼 흘러나왔고, 이날 아빠는 그 시절로 돌아가 나와 친구가 되었다.
아빠가 비틀스를 처음 알게 된 계기, 음악감상실에서 음악을 듣던 추억, 퀸과 아바를 거쳐 유리스믹스가 어떻게 아빠의 최애가 되었는지까지.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던 아빠는 퇴근하자마자 기숙사로 들어와 몇 달치 저녁값을 아껴 구매한 턴테이블에 LP를 듣는 게 당시의 즐거움이었다고 했다. 아빠와 대화를 할 때면 주로 내 이야기가 중심이었는데, 그날은 아빠의 20대 시절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빠가 내 나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었는지, 엄마와 장거리 연애를 하던 시절의 데이트 코스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 〈동감〉처럼 30년을 뛰어넘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구독 경제와 스트리밍이 당연해진 시대. 편리성, 깨끗한 음질, 올인원의 휴대성을 포기하며 턴테이블을 갖고 싶은 이유는 멋과 감성인 것 같다. 원목으로 만든 HYM Seed 턴테이블은 각지지 않은 유려한 곡선의 형태로 전자기기가 갖는 차가움을 중화시킨다.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블루투스 무선 스피커의 역할을 하는 디지털 제품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새로운 프로젝트로 타지에서 혼자 계시는 아빠의 생신을 맞이하여 턴테이블을 선물해 드렸다. 아빠는 자기 돈으로는 선뜻 사지 못했을 거라며 매일 퇴근 후 집에서 턴테이블과 함께 보내고 있다고 하셨다. 추억이 담긴 LP를 들으며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호사스러운 매일의 리추얼. 이것이야말로 아빠에게 선물한 데일리 럭셔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캠핑은 장비빨이다?
김종해 캠페인플래너 | INNOCEAN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부부의 야외 활동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지난여름, 때마침 지인 부부와 함께 캠핑을 갈 기회가 생겼는데 캠핑 장비가 없던 우리에게 지인은 “괜찮아. 의자 두 개만 가져오면 돼.”라고 했다. 이런 걸 흔히 ‘접대 캠핑’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첫 캠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캠핑을 접대 받고 ‘캠핑의 신세계’에 빠진 우리는 캠핑 장비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장비를 검색하고 공부하면서 조금씩 욕심도 생기고, 여러 캠핑 브랜드도 알게 되었다. 헬리녹스, 스노우 피크, 노르디스크, 유니프레임, 도플갱어 등 헬리녹스를 제외한 대부분 유명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였다. 마음 한편에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으나 우리가 만족할 만한 제품을 사기 위해 굳이 일본 브랜드를 제외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노우피크에서 올해 신상 대형 텐트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스노우피크 그랑베르크Glamberg. 이름만큼 웅장한 크기와 여섯 명은 족히 머무를 수 있는 넓은 실내 공간이 참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흔하지 않은 텐트라는 희귀성까지 겸비한, 우리에게 딱 맞는 텐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품절이라는 점과 높은 가격이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마음속 장바구니’에만 저장해 놓기로 했다. 정신없이 캠핑을 다니느라 자칫 캠핑에 대한 본질을 잊고 지냈던 것이다. 우리가 캠핑을 좋아했던 이유는 도심을 떠나 하루 또는 이틀 자연에서 리프레시하며 심신을 힐링하는 것이었는데, 캠핑 장비에 정신이 팔려 ‘보여주기식 캠핑’에 빠져 있었다.
캠핑은 장비빨이다. 다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장비의 성능, 컬러, 가격에 맞게 나만의 스타일로 세팅한다면 그 어떤 비싼 장비보다 훨씬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준비되었다면 내게 있어 최고의 캠핑 가심비템은 ‘누구와 가는지’ 그리고 ‘어디를 가는지’다. 즉 사람과 자연이 아닐까 하고 오늘도 되뇌어 본다.
강조되고 반복되는 모닝을 초보 견주를 행복하게 해요!
김지민 AD-Tech팀 | INNOCEAN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만 어쩔 수 없는 모태 물욕자 나. 그런 내 휴대폰 메모장에는 Wishlist라는 제목의 메모가 5년째 맨 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갖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리스트에 아이템을 추가하고 구매 후에는 체크하며 지속적으로 아카이빙 해왔는데, 그 가격대와 아이템의 종류 또한 천차 만별이다. 올해 리스트에 오른 아이템들을 몇 가지 나열해 보자면 다이슨 에어랩 컴플리트롱 599,000원, 나이키 블래이저로우 플랫폼 109,000원, 백신접종완료 티셔츠(배송 비 포함) 33,000원 등이 있다.
여태까지 이 리스트에 오른 아이템 중 최고가는 160만 원 대 노트북과 100만 원대 아이폰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이 리스트에 최고가를 갱신한 아이템이 추가되었는데 600만 원대 기아 모닝 중고차가 되시겠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룹사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저게 무슨 럭셔리지?”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1. 차에 그다지 욕심이 없고, 2. 첫차로는 수소·전기차를 생각했으며, 3. 연봉 7,000을 찍기 전까진 자차 구매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에겐 참으로 엄청난 럭셔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의 급격한 심경 변화를 가져왔냐고? 올 해로 두 살 맞은 시고르잡종 강아지 몽크가 그 장본견! 9월부터 세 달째 임시보호 중인 스트릿 출신 강아지로 엄청난 에너지와 친화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넘치는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주중엔 주인의 밥벌이 때문에 온종일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주말에는 교외로 나가 친구들도 만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때마다 쏘카를 이용하고 있는데, 두 달째에 접어들고 나니 매번 쏘카존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그 비용이면 그냥 자차를 구매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5년 이하 연식에, 주행거리는 8만 킬로미터 미만 등 타협할 수 없는 최소 기준을 몇 가지 정해놓고 벌써 일주일째 중고 차 앱을 열심히 들락거리고 있다. 적어도 소비에 있어서만큼은 한 번 결정하면 직진하는 성격이라 한 달 내로 계약을 완료하지 않을까 싶다. 몽크야 기다려 누나가 곧 차 뽑을게, 우리 *애카 가자!
*애카 | 애견카페의 줄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