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SIGHT

Interview

이노시안의 온앤오프

Balance For Creativity

Do It For Me

이노시안의 온앤오프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며 힘을 얻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다.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몰입하며 치열한 직장생활을 하는 이노시안은 회사 밖에 어떤 에너지원을 두고 있을까? 세 이노시안에게 물었다. 요즘 스스로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책으로 배워서 실천하는 홈술

이원혁 미디어비즈니스팀ㅣINNOCEAN

 

이노시안의 온앤오프 이미지

 

마티니. 모두 그 단어에서부터 시작됐다. 첫 사회생활 10년을 ‘양주의 성지’라 불리는 남대문 시장 근처 회사에서 보냈다. 2013년 어느 날 남대문 상가를 찾았고, 중학생 때 친구 집에서 보고 유독 기억에 남았던 미니어처 술병과 똑같은 것을 발견했다. 그 술이 마티니의 재료 ‘비피터(BEEFEATER)’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마티니 마시는 사람’의 이미지를 사고 싶어 그 술을 단박에 구매했다. 만인의 스승 유튜브의 속성 가르침을 받은 후, 집으로 돌아와 떨리는 손으로 마티니 한 잔을 완성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영롱하고도 투명한 음료가 경기도 부천시 우리집 부엌 조리 대에 올라와 있었다.

 

액상으로 만든 다이아몬드를 다루듯 우아한 손짓으로 첫 마티니를 한 입 마셨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덜 말린 행주 맛이 났다. 정말 당혹스럽고 수치스럽도록 맛이 없었다. 에탄올에 솔의눈 음료를 섞은 것 같은 쓴맛이라 끝까지 마시기도 힘들었다. 결국 내가 만든 칵테일의 첫 손님은 우리집 싱크대였다. 세계 최초 행주 맛 마티니를 발명한 나는 칵테일 공부를 시작했다. 다시는 그 맛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러다 보니 칵테일 재료로 쓰이는 다양한 술에 호기심이 생겼고 위스키, 럼, 맥주에도 더 애정을 갖게 됐다. 이후 조주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마음이 가는 술과 용품, 술과 관련된 책이면 가산을 탕진하지 않는 선에서 구매했다.

 

오랜 시간 칵테일을 즐겨 왔지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빈도는 줄었지만 아직도 종종 우리집 싱크대에 내 칵테일을 대접한다. 하지만 오롯이 내가 즐기는 취미를 굳이 잘함과 못함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판매하는 음료가 아니니 고객이 없다. 오늘도 나는 책과 유튜브를 뒤져 오로지 나를 위해 칵테일을 만들어 마신다. 무엇을 마시든 매번 살아 있길 잘했다는 기분이 든다.

 

내가 느끼는 술의 매력은 무한에 가까울 만큼 다양하다. 재료의 종류, 비율, 가공, 증류 방식, 숙성통의 재질, 숙성 기간, 숙성 기후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맛이 달라진다. 그러니 칵테일은 가히 순수 창작의 영역이다. 같은 칵테일에도 만든 이의 해석을 더한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바(Bar)가 많은데, 그런 곳에서 칵테일을 마실 때면 내가 회사원인 걸 감사하게 된다. 세상엔 수천, 수만 가지의 술이 존재하고 해마다 새로운 술들이 생산되고 있다. 마치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평생 멈추지 않고 업데이트되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주류 상가, 마트,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여행을 가도 어디에나 나를 궁금하게 하는 술이 있다. 호기심이 멈추지 않는 대상이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생계나 건강에 지장이 없는 한에서 이 취미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돈벌이와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된다.

 

덧붙이자면, 마티니는 도수가 높아 독하고 위험한 술이다. 혹시 뭘 마셔야 할지 모르지만 역삼각형 글라스에 ‘있어빌리티’ 가득한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마티니나 맨하탄보다는 김렛, 다이키리를 추천한다. 훨씬 상큼하게 ‘칵테일 즐기는 사람’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다.


 

평범한 회사원인 내가 온라인 세상에서는 작가님?

구민지 캠페인플래너 | INNOCEAN

 

이노시안의 온앤오프 이미지

 

회사 생활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낯선 사람 만나는 일을 지양하는, 극도의 내향형인 내가 일 년 넘게 꾸준히 참여해 온 모임이 있다. ‘조금 적어도 좋아’라는 근사한 이름을 가진 이 모임은 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들이 각자 매일 조금씩 쓴 글을 공유하는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다. 온라인에서 각자 필명을 쓰고, 서로의 글에 관해서만 대화를 주고받는 형태로 진행되어 나 같은 내향형 인간에게는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모임은 3개월 단위로 이루어진다. 세 달 동안 호스트의 가이드에 따라 조금씩 적은 글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일주일에 한번씩 주어지는 새로운 주제와 다른 참여 작가들의 글을 읽는 것은 글쓰기 생활에 새로운 영감이 된다. 나는 지금까지 다섯 번 연속으로 모임에 참여했고, 모종의 이유로 실물 책이 나오지 않았던 한 시즌을 제외하면 나만의 책을 네 권이나 완성했다.

 

혼자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언제나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있었지만 일기장은 세 장을 넘겨본 적이 없고, 야심 차게 연 블로그들도 대부분 휴면 상태고, 브런치 작가도 작가 등록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뒤로 그럴싸한 글을 써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이 작은 온라인 모임을 통해 무려 일 년이 넘게 계속 글을 써내고 있다니. 뭐든지 금방 포기하는 나에게 ‘매일 조금씩, 꾸준히’라는 마법이 찾아왔다.

 

기록의 좋은 점은 그냥 흘려보냈을 소소한 일상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는 거다. 쓰기 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갔을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한 줄이, 산책하다 마주친 별것 아닌 풍경이, 사람들과 주고받은 대화가,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이 글로 실체화되는 순간 일상의 작은 버팀목이 되어 준다. 이렇게 조금씩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는 현실 세상에서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네모네모로직 담신믄 미믐믈 사용말 수 없는 저주메 걸렸습니다

이찬범 캠페인플래너ㅣINNOCEAN

 

이노시안의 온앤오프 이미지

 

바야흐로 大유튜브 시대, 관여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부 사람들은 소비하는 유튜브 콘텐츠에 따라 문화생활의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전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인 침착맨의 유튜브에서 본 콘텐츠에 말 그대로 ‘꽂혀’ 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네모네모로직. 여러 개의 X, Y축으로 나누어진 사각형에서, 각 줄에 적힌 숫자를 보고 색칠해야 할 곳과 비워 둬야 할 곳을 구분해 가며 하나의 흑백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이다. 규칙은 간단해도 크기와 추론 방법 에 따라 비약적으로 어려워지기도 한다. 어려운 로직을 만나면 고통스럽지만, 적당한 난이도의 로직을 만나면 퍼즐을 풀어 나가는 쾌감을 즐길 수 있다.

 

광고 관련 업무를 오랜 기간 해온 많은 선배들의 공통된 조언 중 하나는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거나,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리 잡아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 PT를 하고 있다던가, 마땅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다던가, 프로젝트가 겹쳐 연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등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 자연스레 일과 사생활의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럴 때는 어떤 종류의 활동이 됐든 잠깐 일과 관련된 생각을 치워 두고 머리를 완전히 비울 수 있는, 이른바 뇌를 빼고 기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데 나한테는 노노그램이 바로 그런 활동이다.

 

적당히 잘 풀림직한 로직을 찾아 숫자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확실하게 칠해져야만 하는 칸에는 검은색을 칠한다. 무조건 비워져야만 하는 칸에는 X표시를 한다. 무언가 색칠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줄 위주로 이런 과정을 반복하고, 풀리지 않으면 또 다른 줄에서 힌트를 찾아본다. 단순하지만 어렵다는 것은 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수많은 네모 칸 속에서 한참을 헤매고 정답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실마리가 풀리며 마치 원래 이 그림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네모 칸들을 채워 나가는 순간이 오게 된다. 이렇게 일련의 퍼즐 풀이 과정을 수행하다 보면 로직 외에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어진다. 그러면 오히려 머리가 깨끗하게 비워지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고등학교 야간 자습 시간에 공부가 아닌 스도쿠와 로직을 했던 것은, 공부가 내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무의식적 방어기제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로직 사이트 창을 종료하고 나면, 다시 활력을 찾은 뇌로 아이데이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하나만 풀어본 사람은 없다는 로직의 세계.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용도로도 좋고, 따로 준비할 것이 없다는 점에서 간단하게 즐기는 취미 로도 좋다. 오늘 밤 자기 전 네모네모로직 한 판 ‘찍먹’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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