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You
Ever Sold?
이노시안이 말하는 ‘셀러의 순간’
잘 신지 않는 스니커즈를 되팔거나, 저녁과 주말을 할애해 사이드 잡을 하는 일. 다양한 형태의 거래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무언가를 팔고 있다. 동네 커뮤니티 활동부터 부캐(서브 캐릭터)를 장착한 사업까지, 셀러가 되어본 경험을 가진 세 이노시안에게 물었다. 어디서 무엇을 팔아보았나요?
당근의 뿌리, ‘망원동 좋아요’를 아시나요?
한승우 캠페인플래너|INNOCEAN
“당근이세요?”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특히 역 앞에서, 낯선 이들이 볼을 발그레 붉히며 물건을 주고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역 중고 마켓 앱으로 떠오르는 당근마켓의 거래 현장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에는 당근이 뿌리를 내리기 한참 전부터 유명한 중고 거래 커뮤니티가 있으니, 이름하여 ‘망원동 좋아요’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망원동 좋아요, 일명 ‘망좋’은 그룹 회원 수가 31,000명에 달할 만큼 지역 기반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커뮤니티다. 주로 동네의 여러 소식과 잃어버린 물품, 반려견을 찾아달라는 글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중고 물품 거래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나는 잘 안 입거나 치수가 안 맞게 된 옷들을 저렴한 가격에 되팔거나 무료 나눔하곤 했다. 망원동에 정을 붙인 지 꽤 오래되어서, 기왕이면 모르는 사람에게 팔기보다는 동네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에 올리기 전에 ‘망좋’에 먼저 올리고, 더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편이다(나뿐만 아니라 이 커뮤니티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특히 이사철이나 가게가 문을 닫는 경우에는 그릇, 의자, 테이블 등 무료로 나누는 물건이 많아지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보면 득템할 수 있다. 망원동이나 근방에 사는 이노시안은 꼭 한번 가입해 보시길.
스니커즈로 하는 재테크
장우석 CX라이브팀|INNOCEAN
시작은 그러했다. 어릴 때부터 운동화를 좋아했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칭찬하고 격려하기 위한 하나의 보상으로 운동화를 사서 신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아니, 점점 어려워졌다. 사고 싶은 신발을 검색하고, 매장에 가서 좋아하는 디자인의 신발을 찾아 발에 잘 맞는지 신어보고, 편한지 보기 위해 매장을 조심조심 걸어보고, 마지막으로 계산대로 걸어가 가격을 지불하고… 요즘은 이렇게 신발을 사지 않습니다, 아버지. 아파트 청약처럼 래플을 통한 신발 판매가 활성화되고, 한정 생산을 하는 신발들이 많아지면서 신발의 가치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사고 싶은 신발이 있으면 리셀러들에게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야만 했다. 그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StockX, KREAM, soldout 등 리셀 시장을 위한 플랫폼도 다양하게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들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본인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고, 거래가 체결되면 제품은 중개자에게 넘어간다. 제품이 진품인지, 판매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인지 등 체크를 한 후 구매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익은 발생하게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산 신발이 주식처럼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신발은 나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기에 직접 신기 위해 산다는 원칙을 가지고 구매를 해왔다. 래플을 통해 사기도 했고, 웃돈을 주고 사기도 했다. 그러다 30만 원 정도 주고 산, 박스에 그대로 들어 있는 신발 중 하나가 100만 원에 팔리는 걸 보게 되었다. 이건 주식에서도, 코인에서도, 부동산에서도 보기 힘든 수익률이다. 이런 신발을 감히 내 발에 신을 수 없었고, 그게 처음 셀러가 된 경험이었다.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에서는 래플에 대한 정보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된다. 한정판 신발 구매 정보를 얻고 싶다거나 재테크에 관심 있다면 한 번씩 접속해 보시길.
본캐는 회사원, 부캐로 디자이너
김다은 모빌리티사업팀|INNOCEAN
문서를 꾸미는 게 소소한 낙이다. 똑같은 보고서도 이왕이면 높은 가독성과 안정적인 색 조합, 적절한 도식화가 버무려진 게 끌리기 마련이니. 완성된 슬라이드 마스터를 지긋이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내가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는 부캐를 만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습 삼아 명함을 만들어준 지인들은 어느덧 단골이 되어 작지만 꾸준한 일감을 가져다주었다. 보수는 대부분 돈이지만, 간혹 내가 좋아하는 찜닭 요리를 사준다거나
개인 사업의 주식 일부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일거리가 늘다 보니 작업 영역도 브랜드 소개서, 홈페이지, 로고 디자인까지 넓어졌다. 최근엔 동남아에 솜사탕을 유통하는 지인을 도와 캐릭터 디자인에 도전 중이다. 내가 그린 캐릭터는 바다 건너 말레이시아에서 솜사탕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누구나 시작은 미약하고, 그 끝이 창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에서 한 걸음 벗어나면 그 어딘가에 또 다른 나를 찾는 고객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